언제: 2006. 5. 30.(화)

누구랑: 나 홀로

날씨: 맑음. 운무 약간

산행지: 금정산.백양산 종주길 26.5km

산행코스: 양산 다방리 계석마을 - 다방봉 - 장군봉 -고당봉 - 북문 -원효봉 - 무명암 -

              4망루 - 부채바위 - 3망루.나비바위 - 동문 - 산성고개 -남문 - 만덕고개 -

              만남의 광장 - 불웅령 - 백양산 - 삼각봉 - 개금 도개공 아파트

산행시간: 10시간 30분 (휴식 40분포함)

이동경로: 동래명륜전철역앞 양산행 12번버스(요금 1,200원. 배차간격 10분) 탑승

              양산 다방삼거리하차(35분소요). 다방교를 건너 대정그린파크지나 산행로 열림.


 

집 뒤, 약수터조차 오르기 힘들어하던 비실이가

겁 없이 종횡무진,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수시로 산을 향한지가 올 5월로 만 3년이 되었다.

첫 산행지인 5월의 계룡산을 이 5월이 가기전에 꼭 다시 밟고 싶었지만

무심한 하늘은 또 토요일을 비요일로 만드는 바람에 무산되고

막연히 꿈꾸어 오던 금정종주를 감행키로 했다.

일반적으로 10시간 전후의 금정 종주기를 가끔씩 접한 터라

달팽이과인 나의 걸음을 감안하여, 넉넉잡고 12시간 산행을 계획했다.

1년 전, 3개월여 허리디스크로 고생했기에 남편은 은근히 걱정이 되는 눈치인지라

허리에서 비상신호가 감지되면 미련없이 곧바로 하산하겠노라 안심을 시키고---

종일 걸어야하기에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빵과 행동식 약간, 얼린 물 3병, 커피 1병,

매실차 小1병과 오이1개, 방울토마토 약간, 우의와 랜턴을 배낭에 넣었더니 제법 무겁다.


 

들머리에 도착하니 이미 8시!

산으로 들자마자 숲 속에서 꿩 한 마리가 꿔~~엉 하고 긴 울음 토해내니

마치 힘~~내! 라며 내게 응원을 보내는 듯 하였다.

솔향 그득히 흐르는 평화의 숲엔 키작은 잡목위로 맑은 햇살이 흐르고

풀잎마다 송글송글 물기어린 미소가 초롱한데, 아침의 새소린 가녀린 음색이다.

팍팍한 오름길은, 너른 터에 초록 융단 곱게 단장한 묘지1기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잠시 완만한 길은 다시 오름으로 이어지고, 산길은 마치 솔잎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하다.

길 양옆으로 앙증스런 산딸기가 제법 무리지어 있길래, 두 어개 따먹으며

그 유명한 복분자를 빌미로 남편 앞세우고 다시 와야지 하고선 아껴 두는데---

급내리막 이어 임도가 등장하고(08:30) 산길로 치고 오르자니

부부 한 팀이 산딸기를 열심히 훑다시피 수확하고 있었다.

에고고~~나그네 것도 좀 남겨 놓으이소~~


 

멋드러진 소나무가 쉼터를 제공하는 곳을 지나

암릉을 조심히 밟고 로프를 두 어 번 탄 끝에

다방봉에 올라서니 조망이 확 트인다.(09:10)

호젓한 산길을 이어 미니 철계단과 암릉을 연이어 넘으니

돌탑이 아담히 서 있고,

눈 앞엔 좌우로 장군봉과 고당봉의 위용이 용맹히 시야에 들어온다.(10:00)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암릉을 조심히 타면서

금정산의 숨은 공룡능선인가 했는데 장군봉(734,5m) 표지석이 나타났다.(10:20)

거침없이 고당봉을 향해  전진하는데 옹달샘이 나오고

바닥은 질척이는 길이 이어진다.

산죽들의 도열이 시작되고(11:00), 쪼르릉 산새들의 합창속에

이정표따라 계획에 없던 미륵불(마애여래입상)을 보려 佑로 꺾어 계단길을 내려가니

오랜 세월을 말해주듯 마모가 심해 화강암위에 조각된 불상의 모습이

마치 어설픈 그림솜씨마냥 여겨지고, 한 남자가 나지막히 경을 읽고 있다.

맞은 편엔 거대한 암봉이 켜켜이 층을 이루어 하늘향해 솟아있고!


 

숲을 벗어나니, 언제 봐도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고당봉의 절경이 그득히 들어오고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엔 몇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있다.

유격훈련하듯 힘주어 로프를 잡고, 암벽을 기어 오르며

“그래, 더불어 사는 생이지만

 인생은 어차피 홀로인거야.

 홀로이 떠돌다 가는 구름이야.”  독백했다.

고당봉(801.5m)에 오르니 11시35분!

언제나 뭇객들이 수런대지만, 오늘은 혼자이다.

옅은 운무속으로 사방팔방 산군들이 이어지고

낙동강은 여전히 유유자적 흘러간다.


 

한 바탕 소란스런 북문 한 켠 반석위에서

찹쌀 도우넛2개와 커피1잔, 방울토마토 3개로 점심을 때우고

洗心井 콸콸 쏟는 물로 수통을 보충했다.(12:00)

북문을 지나 오름길 이어 원효봉에 다다르니(12:30)

제법 오가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용틀임하듯 뻗은 금정산성따라 무명암, 의상봉. 4망루를 지나고(12:45)

연이어 펼쳐놓은 멋진 부채형상의 부채바위.3망루를 지난다.(13:00)

동문(13:20), 산성고개(13:26), 남문을 통과하여 (13:50) 속속 진행하는데

수시로 꿩울음이 끊임없는 응원을 이어 보내는 듯하다.

그 소리는 때로는 "힘~내" 또 때로는 "장~해"라는 식으로!


 

음식점 즐비한 공해지역 만덕촌을 지나(14:00)

오른 쪽으로 개울을 끼고 진행하니

모처럼의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한 줄기 청량감으로 다가오고

만덕고개를 넘어(14:20), 나무계단을 오르니

그 이름도 고상한 금정산철학로로 이어진다.

소나무들이 재선충방제기록이 적힌 깔끔한 흰 명찰을

갓입학한 초등생처럼 줄줄이 달고 있다.

 

 

구민의 숲엔 여전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유로운 모습이고(14:50)

눈 앞에 떡 하니 버틴 우람한 백양산 삼각 봉우리의 환영을 받으며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편백나무 우거진 숲따라 만남의 광장에 도착하고, 시장기가 느껴졌다.

녹차빵 1개와 커피1잔, 방울토마토 3개로 요기를 했다.

줄줄줄 끝없이 흐르는 땀과 함께 물은 수시로 마시는데

음식은 그다지 당기지 않으니

이 참에 늘어난 뱃살이나 2kg쯤 줄였으면 하는 바람!

그다지 빈약한 가슴도 아니건만

지나치게 풍만한 뱃살도 아니건만

남편으로부터 수시로 압력이 들어온다.

“허~허~ 곧 배높이가 가슴보다 높아지겠는 걸~~!” 

뚱녀는 결코 용서못한대나, 어쩐대나~~ 

그렇다.

긴장하는 삶이 건강하다.

도전하는 삶이 아름답다!


 

까마귀가 까악깍댄다.

까치도 떼지어 우짖는다.

백양산은 흔히 그리했다.

금정종주 구간 중 가장 힘든 불웅령 구간을 터벅터벅 오른다.

걱정한 허리는 끄떡없는데, 발바닥이 아파온다.

아차, 얇은 여름 등산양말 신은 건 명백한 실수이다.


 

만 3년동안 적지않은 산을 누볐다.

산후 후유증으로 얻은 연골연화증과, 허리디스크를 극복하고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며 자신과의 쟁투

끝없는 탐구심과 도전정신으로 자연으로의 회귀,

나의 산을 향한 열정은 5월의 푸르름만큼이나 농익어간다.


 

힘겨웁게 걸음이어 불웅령에 도착하니(16:10)

한 줄기 바람 시원히 불어온다.

뒤돌아 본 고당봉이 아스라이 멀기만하니

꼬박 8시간을 걸은 셈이다.

다시 한 봉우릴 넘으니 정상이 지척이나 오름길이 만만치 않다.

철따라 아기자기한 매력을 품은 백양산 정상(642m)에 당도하니(16:40)

흐릿하나마 멀리 구덕. 승학산까지 부산 시내의 산들이 두루 들어오고

두 어명의 산객이 쉬고 있다.


 

마지막 목적지 삼각봉을 향해 전진한다.

아직은 햇살이 온 산에 그득하니

랜턴 켤 일은 없겠구나 안도하며---

애진봉을 지나(16:55) 호젓한 산길을 잇고이어 돌탑. 암봉을 지나고

바위 무더기 백양산 삼각봉(454m)에 도착했다.(17:45)

발 아래엔 깊은 골짜기이고 곧 지나치는 범상치않은 암봉엔 감탄이 절로!


 

서둘러 마지막 힘을 모아 거뜬히 하산길 재촉하는데

숲은 금새 햇살이 자취를 감추고

나의 폰이 드르륵 진동음을 낸다. (18:15)

--119에 구조대 요청할까?--

퇴근 길 남편의 메시지에 나도 모르게 풋하하 유쾌한 웃음 쏟고선

--열심하산중. 씩씨카게-- 라고 답신을 날렸다.

개금 도개공 아파트로 하산완료하니

예상보다 많이 단축된 18:30분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함없이 이어지는 억겁의 세월속에

낯설지않은 편안함으로

포효치않는 안온함으로


 오랜 인연 내 魂 앗아가

사랑노래 부르는 그대여

잠못들어 하는 사람이여!


 눈부신 신록의 5월에

별빛이 영원하듯 내 심연의 계곡에서

마르지 않는 샘으로 흐르소서

낙엽지지 않는 숲으로 머무소서.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