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알프스 여름 산행기(배내-신불평원-영취산-자장암-통도사)

영남 알프스! 다 알제? 너댓번 한나절 코스야 많이 갔다 왔다만 본격적인 낙동정맥을 타 보지 않아서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맘 속에 짠!하게 남아있던 터에 배내에서 모임 있다기 배내골-신불평원-영취산-취서산-통도사 종주를 계획했다. 월요일 아침 업소측에서 차를 보내왔다. 모임이야 출석 부르고 인사하면 그다은 그저 그런 불성실한(?) 놀이 문화... 뻔할 뻔자다. 하여 점심을 일착으로 마치고 그야말로 숟가락 빼자말자 등산화 동여매고 혼자 길을 나선다. 대개 등산 시작이 어려운 점은 첨 가보는 등산로의 초입이 어디냐가 걱정이다. 매번 전문가이드를 동행할 처지도 못되어 등산 관련 사이트를 뒤져 겨우 등산로 초입을 찾았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이번 코스의 초입은 확실하다. 배내골 길에서 백련마을 앉은다리 지나 파래소쪽으로 20분 정도 가면 청수골산장이 오른편에 있다. 직진하면 파래소-신불재 가는 길이다. 무조건 산장안으로 들어서 본관과 식당 건물사이로 나서면 바로 들머리다.

길은 청수좌골 맑은계곡 왼쪽으로 외줄기로 확실한데 여름산행이라 키 높이의 억새와 관목이 성가시다. 긴 옷을 입었으면 하지만 짧은 바지를 갈아입으니 상쾌하다. 음식을 갖고 갈 일이 없으니 물 한 병에 배낭이 가볍다. 외길로 1시간 50여분 죽도록 오르면 갑자기 하늘이 탁 트이고 구름 속이다. 가을에 제 맛이라느 신불 억새 평원이다. 오르막 끝날 즈음 돌무더기(성터?) 사이에 고맙게도 샘물이 있다. 왼쪽으로는 신불산 오른쪽으로 오르면 1100고지 영취, 취서산 둘이 나란히 서 있다. 지도마다 명칭이 다르다. 능선에 오르면 아래 통도사가 다 내려 보인다.

통도사! 정말 넓다. 이거 하나의 불교 왕국이다. 등산로에 거의 표지판은 없고 통도사로 내려가는 길목에만 조난표지판과 함께 방향표시 정도로 아주 불성실하다. 능선에서 내려가는 길은 임도따라 취서암 쪽과 일운암, 백운암, 금수암, 그리고 한피기 고개 지나 자장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공히 능선 갈림길은 1시간 정도의 거리다. 종주 하는 셈치고 제일 먼거리를 택하여 3시간을 걸으니 자장암 하산길이다. 여기서도 직진하면 시살등, 염수봉, 어곡산, 토곡산을 거쳐 낙동강에 폭 빠진다.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그런데 이 자장암 코스는 지도에도 점점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사람 다닌 흔적이 거의 없다. 몇 십 년 된 계곡길이라 해도 작년 태풍 매미 때 전부 파괴되어 길인지 바윈지 구별이 없다. 다만 내려가려니 하여 고도만 낮춘다. 맑은물에 발도 호사시키고 옷도 갈아입으며 혼자 산행을 만끽한다. 임도 따라 내리니 금수암 앞이다. 내려오는 데만 자그마치 2시간. 포장길 길이만 또 1시간. 신평 정류장에 도착하니 8시. 출발한지 7시간 30분에 도상거리 약 20키로, 32,000보. 아직 어둡지 않는 여름 낮 시간은 고맙게도 길기도 하여라. 통도사서 우리 집 앞 명륜동까지 완행 시외버스 1100원, 너무(?), 아주 싸다. 하기야 신혼여행도 경주 완행버스로 갔다왔는데 머... 이 기분에 스포츠 음료 하나 샀더니 1400원이라네? 여름 산행 길 인적이 드문 곳은 길은 빤하나 억새. 나무들이 뒤덮고 있어 가능하면 스틱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미끄러지는 내림 길에서는 스틱 두개는 필수다. 쿨맥스 재질의 여벌 옷을 준비하자. 옥류 계곡수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