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종주기

 

  

  

 ◉ 산행일자 : 2004. 7. 18(일) 

  같이한사람 : 한국의산하를 통해만난 13인

  산행기록 : 육십령출발(00:25)-할미봉(1:47)-교육원삼거리(3:15)-서봉(5:25)-남덕유산(6:30)-월성재(7:15)-삿갓재대피소(09:00)-무룡산(11:03)-동엽령(12:48)-백암봉(14:10)-중봉(14:50)-향적봉대피소(15:20)-향적봉정상(15:40)-백련사(17:20)-삼공매표소(18:20)

  

  올해1월 고교1년생인 아들과 지리산을 무척이나 힘들어하며 올라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돌아와 굳은 결심을 했었다.

  지리산을 오르면서 보니까 나보다 나이 많은신 어른들, 여자분들도 가볍게 산을 오르는데 산에서 나서 자란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는 것 같아 이제부턴 경건한 마음으로 산행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그때부터 거의 매주 쉬는날이면 산을 찾고 있다.

  그동안 지리산 종주 및 산행 2회, 설악산 종주 1회, 소백산종주 및 산행 2회, 그밖에는 접근이 용이한 청계산을 비롯하여 서울 근교의 산을 찾곤하였다.

  우리나라 4대 명산중의 하나라는 덕유산은 좀처럼 접근을 허락하지 않아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마침 산하를 통해 알게된 운해님의 덕유산 산행제의가 있어 동행하게 되었다.

  처음보지만 낯설지 않은 13명이 육십령휴게소에 7.17일 밤 11시쯤 도착하여 에너지 보충을 한 후 자정이 막 지난 시간인 00시 25분쯤 육십령을 출발하였다.

  비는 그쳤지만 그간 여러날 많은 비가 내린 관계로 온통 수분을 머금은 등산길은 야간 산행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는 처음부터 오늘의 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덕유산종주라는 생각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헤드랜턴 불빛에 의존하여 한걸음, 두걸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평탄하지만 처음 약 1시간 정도는 힘든 길이었다. 더군다나 출발하기 전 먹은 술로 인해 멀미 증세까지 있어 어려움이 가중된다.

  캄캄한 길을 1시간 20분쯤 갔을까 암봉이 나오고 여기가 함양을 지나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보인다는 할미봉이다.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이슬과 땀에 옷과 등산화는 다 젖었고 운무가 가득해 어떤 곳은 앞서간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곳도 있다.

  헬기장 부근에서 쉬고 올라가다가 같이 간 친구와 헤어져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두고 서로 찾는 헤프닝도 한차례 겪었다.

  덕유삼거리를 지나 육십령에서 약 7km에 위치해 있는 서봉(해발 1,492m)에 도착했는데 시간은 5시25분을 가리키고 있다. 날씨가 맑았다면 해가 이미 떴을 시간이나 아직도 어둠이 물러갈 줄 모른다.   조금을 가자니 운무는 있으나 날은 밝아와 이젠 렌턴 없이도 걸을만하다. 직진길과 우로 급격한 오르막이 나오는데 직진하면 월성재로 바로 가는길이고, 우로 오르면 남덕유산 정상이라는데 우로 남덕유산 정상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급격한 오르막이라 힘이 드는데 바람도 많이 불어 겨울이라면 아마 엄청 어려운 코스일 것 같다. 남덕유산(1507m) 정상에는 6시30분쯤 도착했다. 여기에는 정상석이 있고 바람이 엄청 심하다. 덕유산종주 코스로 영각사에서 출발하여 삼공리로 하산하는 일반적인 코스(또는 반대)가 있는데 여기서 영각사까지 3.4km로 표시돼 있는 것으로 보아 1시간반정도 소요 될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가려는데 영각사에서 올라왔다는 여자산객 한분을 볼 수 있었다. (이 여자산객 하산해서 보니 혼자서 종주하고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대단하십니다.)

  

 

           들머리-육십령표지판                                                         할미봉  

 

           △덕유교육원갈림길                                                             서봉 표지판 

                                                                  남덕유산 정상에서

  

  여기에서 월성재까지는 내리막으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벌써 산행을 시작한지 7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아직도 삿갓골재대피소까지는 2.9km가 남아 있다. 휴!! 어떻든 삿갓골재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으니 잠시 쉬고 또 간다.

  여기서부터는 악전고투의 시간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고, 배도 고프고, 식수도 떨어지고,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이제 1km 정도가 남았는데 다리가 풀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제일 뒤로 처져 한참을 앉아있었다. 다시 일어서서 갈려니 어지럽기도 하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어떻게든 대피소까지는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그야말로 젖먹은 힘 다해 어렵게 삿갓골재대피소에 도착했다.(09:00)

우선 식수를 받아 벌컥벌컥 마시고 도시락을 3분의2쯤 먹어치웠다. 커피까지 한잔하고 보니 향적봉까지 10.5km+삼공리 하산길, 아!! 육십령에서 8시간반을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아직도 온길 보다 갈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다니‥ 현재 몸의 상태로는 도저히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것 같다. 대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일 뒤로 처져서 걷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중간에서 하산하여 기사님에게 전화하기로 하고)

  

                   월성재-아직도 삿갓골재까지 2.9km 남았네.

                                   아름다운 삿갓골재대피소

  

    아침 10시가 넘은 시간 어제까지도 지겹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새벽까지도 지독하던 운무도 거의 사라져 점점 더 조망이 좋아지고 몸상태도 식사를 하고 충분히 쉰 상태라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래 거리는 생각지 말고 가보는데 까지 가보는거야!! 다행인 것은 같이간 친구가 옆에 있어 의지가 많이 된다. 가면서 삿갓재를 뒤돌아보고 일행중 사진 찍으시느라 바쁘신 몇 분을 추월하여 무룡산(1492m)에 도착했다. 삿갓골재에서 10시에 출발했는데 2.1km지점인 무룡산에 11시에 도착했으니 거의 정상 페이스를 유지한 것 같다. 그리고 전형적인 종주길이라 경사가 심한 오름길이 별로 없어 새벽에 오던 길보다 체력소모가 훨씬 덜하다.

  조금 가다가 쉬면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다시 간다. 동엽령에 12시 45분쯤 도착했는데 등산을 하시는 분들이 갑자기 많아진 것으로 보아 향적봉대피소에서 하루밤 주무신 분들이나 안성 혹은 송계사쪽에서 올라오신 분들인 것 같다. 참 향적봉까지는 곤돌라가 운행된다고 하던데, 곤돌라 타고 오신분들인가? 이젠 햇빛도 쨍쨍하고 지나온 봉우리들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1시간20분 가량을 가서 백암봉(1420m)에 도착했다. 송계사 삼거리라고도 하는데 송계매표소와 신풍령(빼재?)쪽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뒤돌아본 삿갓봉

                                                무룡산

  

                                               동엽령

                               오던길을 뒤돌아보며-종주길

                              송계사삼거리-백암봉이란 표지판도 있음

  

  이젠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봉이 보이고 조금 더 멀리 철탑이 보이는 곳이 향적봉이라는데 하산길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이젠 완주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삿갓골재대피소를 지나고 부터는 1,400m의 령과 봉우리가 계속되고 이곳은 넓은 평원 같은곳도 있는데 덕유평전이라 부르는곳이다.

  자연스레 몇 명이 한 조가 되었는데 이젠 다들 지쳐 속도가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올라오신 생생한(?) 분들은 모두 우리를 추월해간다. 오름길을 한차례 지나고 이젠 마지막 오름길을 앞에 두고 나무그늘에 앉아 쉬었다. 처량해 보이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물을 주고 가는 사람도 있다.

  올려다 보이는 정상이 중봉, 중봉에 오르니 바람이 시원하다. 소주 한병을 나누어 먹고 보니 향적봉은 아래쪽에서 보이던 것보다 조금 더 멀리 있는 것 같다. 약 30분을 더 걸어 향적봉대피소에 도착했다. 물이 꽐꽐나오니 이렇게 반가울데가… 시간(15:20)으로 봐서는 점심식사를 해야하는데 애매하다.

  조금 쉬다가 정상에 올랐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고 보니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도 눈에 들어온다. 이젠 하산길만 남았다.

  

                    앞쪽봉우리가 중봉, 철탑보이는곳이 향적봉

  

  

                                                               중    봉

 

                                           중봉에서 향적봉가는 길에

                                         향적봉대피소

                                             향적봉정상

  백련사까지 한시간, 삼공리까지 한시간 거리라는데 백련사까지의 하산길이 장난이 아니다. 급격한 내리막에 계단, 야휴!! 계단 내려가는 것이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향적봉정상에서 백련사까지 무려 한시간 40분이 걸렸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삼공리에 도착한 것이 18시20분경, 먼저 하산한 2분을 포함 전원 하산을 완료하니 19시경이다.

                                     백련사를 지나며  

                                  날머리-삼공리매표소

  

이렇게 18시간에 걸친 덕유산종주는 끝이 났으며 덕유종주는 다시는 안하리라 생각하며 귀가했는데 이런 생각이 며칠이나 갈는지?

  같이하신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 산초스 - 반가운분들 13인의 전사께서 궂은 날씨속에 덕유산종주를 무사히 마치심을 축하드립니다.^^**
▣ 산모퉁이 - 18시간의 종주 수고 많이 하셨고 축하드립니다. 전 아직 덕유산을 못 가봐서 부럽기도 하구요. 올리실 사진 기대하며 계속 즐산 이어가시길 빕니다.
▣ 보리 - 참으로 힘든 산행이었지요, 뵙게 되서 반가웠고요. 몸은 괜찮으세요? 산행기 잘보고 갑니다.
▣ 김정길 - 물방울 털어가며 철벅철벅 밤길로 그것도 밤중에 육십령에서 삿갓골재 대피소까지 당연히 지쳐야 정상입니다. 그 후로 용기백배하시어 18시간 종주를 마치셨으니 평생 추억을 장식하셨군요, 함께 하자는걸 강원도로 튀어 2일재 산행을 하고 정선군 북면 여량리 PC방에서----
▣ 코스모스 - 덕유종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봽게되었군요. 초보이라시지만 무사하게 완주 하셨군요.계속 멎진 산하가 님을 기두려줄것 입니다.안산.즐산 하시길....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 이수영 - 김학준님, 처음으로 님이 쓰신 산행기를 읽어 보았습니다. 산행기를 읽으니 어제 고생했던 종주질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지나 가네요. 저는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님과 친구분이 포기하고 가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우리보다 근 50분 이나 빨리 하산하셨군요. ^^ 이번 종주를 마치고 생각하니 페이스 조절이 참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처음에 좀 오버 페이스 한 것 때문에 나도 등에 담이 절려 고전을 했답니다. 마침 운해님이 요가요법으로 치료해주는 바람에 저도 낙오를 면하게 되었답니다. 저 산행기는 좀 오래 걸릴것 같네요. 사진이 나오면 다시 볼께요. ^^
▣ 정범모 - 저는 전날인 토요일 새벽 3시부터 낮12시까지 9시간동안 덕유산 동엽령~백암봉~빼재~삼봉산~소사재의 대간길을 지나왔습니다. 요즘은 수풀이 워낙 우거져 지나다니기가 넘 힘들더군요. 고생많으셨습니다. 김정길 선배님의 격려 문자, 고마왔습니다.
▣ 정범모 - 그리구.. 초이스님... 제가 좀 드릴 말씀이 있어 찾고 있는 중인데여... 지난 번에 미시령님한테 러브콜했다 퇴짜 맞은 껀(요번 주말 지리산 당일 종주).. 초이스님한테 다시 러브콜하고 싶은데.. 저 원래 초이스님 좋아하는 거 .. 아시져?? ^^ 연락주실래여? 017.202.7402
▣ 맷돌 - 고향분 산행기 읽어보니 제가 산행한것처럼 환상에빠지네요 잘보고 갑니다 종주 감축 드립니다,,
▣ 불암산 - 학준님, 잘 들어가셨는지요? 옆에 친구분이 계심에 더욱 더 힘이 배가 났을것입니다. 서로 아껴주는 그 마음에 진한 감동을 받았구요. 산행초반 벌어졌던 해프닝에 얼마나 식은땀이 나던지.... 한층 성숙된 내공으로 우리강산의 모든 산하가 학준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산과 함께 하시는 멋진 모습의 학준님을 기대합니다. 고생하셨구요, 무탈종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불암산 드림 -
▣ 주왕 - 힘들고 어려웠던 18시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하며 다시금 멋진 한 페이지를 장식하셨네요. 함께 다녀오신 모든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실 저도 함께 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근무가 맞질 않아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멋지고 건강한 산행 이어지세요. 잘 감상합니다.
▣ 윤도균 - 김학준님 초면에 만나 함게 합동으로 남덕유 종주산행길 너무 많은 기억들이 머리에 남겨졌습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인원들이 똘똘뭉쳐 큰사고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던 그날을 내 인생에 역사라는 이름으로 입력을 시켜놓고 김학준님을 기억할 것입니다 앞으로 기회되면 또 다시 동행 산행길 찿아보자구요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 대구애독자.정 - 끝까지 무탈 종주 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멋진 산행 추억 담고 오신것 같네요. 더욱 건강하시고 늘 즐산 하십시요.


▣ 그린허브 - 저도 삿갓재 대피소 까지 가다가 삿갓봉에서 몇번을...좌절했었는지...글을 읽다보니 그때의 감동이 살아는군요..~^^
▣ 똘배(山梨) - 좋은 산님들과의 18시간 종주산행 고생은 하셨지만 그에 비례하여 뿌듯함도 많으실걸로 보입니다. 무탈히 종주하심을 감축드립니다. 크흐! 전 덕유당일종주 꿈도 못꿉니다.^^
▣ 운해 -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친구분에게도 안부 저하고요... 사진이 깨끗이 잘 나왔네요. 나는 할미봉 사진과 식다에서 찍은 사진을 엉망이 되었어요. 다으에 한 번 더 하자고요. 끝까지 수고 하셨습니다.
▣ 김용관 - 고생하셨습니다. 끝까지 포기않고 무탈종주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미완성이던 겨울에 본 할미봉 안내도가 완성이 되었네요.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