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난 처음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1박2일 코스로 다녀온적이 있다.



그때의 설레임으로 금년에는 꼭 당일 종주 하는것을 큰 목표로 세우고 등산로 해제가 되는 6월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작년 이후 지금까지 풀코스 6회 경력에 빛나는 화려함으로 그깟 지리산 당일종주 못하겠냐는 내마음속의 비아냥 거림과 젊은 패기의 도전 정신은 아무리 거대한 지리산일지라도 한낮 동네산에 지나지 않는것처럼 거만함에 가득차 있었다.



그것도 걸어서 당일 종주계획이 아니라 평지와 내리막은 뛰고 오르막은 걸어서 적어도 10시간 이내에 완주하는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사실 가지고 있었다



마라톤을 모르고 등산을 모르는 사람이면 정말 대단하다라는 경외감을 나타내었을 것이고 약간의 고수나 종주를 경험하신 분들이 들으면 시건방떠는 소리라고 들릴 충분한 자신만만한 소리였다



난 자신감 하나만으로 지리산 당일종주를 계획하였고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들었음에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뒤따르더라도 반드시 도전하기로 굳게 맹세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쁨과 자신감도 잠시 전번 5월 부산마라톤대회때 입은 족저근막염으로 계속 아파오다 지리산 종주를 몇일 앞두고 무리한 연습으로 더이상 걷기조차 힘든 상태가 되어 버렸다



전날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얼음찜질과 맨소래담으로 온통 발바닥을 도배하였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마음만 급해지고 점점 내자신에 대해 화가나고 짜증만 나기 시작했다.



같이 가기로간 일행들이 벌써 지리산으로 떠나는 차편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 여기서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아픈몸을 이끌고 지리산 당일 종주가 무슨 큰 의미가 있으며 오히려 무리한 산행으로 인해 앞으로 마라톤까지 포기해야할지도 모르는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설령 몇달 부상으로 고생을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당일 종주를 함으로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헛된 망상이 아니라 내 자신에 대한 무언의 약속을 지켜야 겠다는 신념이 더 굳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마라톤을 시작하고부터 난 항상 새로운 도전에 대해 가슴설레이곤 했다.



약간 과장스럽게 이야기 하자면 첫사랑의 그 떨림의 순간, 달콤한 첫키스의 순간, 내가 짝사랑하는 여인의 숨결을 느끼는 그러한 흥분되고 엔돌핀이 솟구쳐 오르는 묘한 스릴을 느낄때 나타나는 만족의 포만감 느끼기 위해서 이렇게 위험하고도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는지 모른다



마라톤에 첨 입문하게 된 동기도 6개월간 금연성공에 대한 나의 체력은 얼만큼 강해졌는가, 이봉주가 마라톤을 달릴때 평균 18초의 기록으로 달리는데 13초대의 100m기록을 가지고 과연 얼만큼 멀리 빨리 달릴수 있는가 라는 기초적인 의문에서 시작했던것이 이제는 거의 마라톤에 중독되어 마라톤 없는 삶은 있을수도 아니 죽어있는 삶이라고 까지 생각했던 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지리산 당일종주 산행이 굶주린 사자가 먹이를 찾아 어슬렁 거리듯 나의 도전 또한 그러한 심적 충족을 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듯 했다



지리산 종주를 가기로 한 당일날 새벽!



얼떨결에 알람시계에 맞추어진 예정된 시간에 일어나긴 했지만 아직도 오른발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그대로인데 과연 종주는 가능할까, 괜히 같이 가기로한 동료 일행에게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그리고 나를 걱정어린 애정으로 염려해주시는 회원님들의 격려 메세지, 나의 머리속은 이제 혼돈으로 가득차고 가느냐 포기하느냐의 딜레마 속에서도 미리 포기하는자로 남는것 보다 최선을 다해 해보는데까지 이를 악물고 도전하는 멋진 남아로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배낭을 짊어지고 마산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미 같이 가기로한 일행은 나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있었고 가는 도중 몇번의 전화로 안부를 확인해 주시는 큰누나 처럼 다정한 좋은세상님께서도 멀리서 올라온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열린산악회 소속의 70여명의 전문 산꾼들과 합승을 하였는데 이분들은 5년전부터 매년 6월6일 종주를 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몸매와 얼굴에 비쳐진 모습들은 보통 평범한 범인에 지나지 않는것처럼 보였다. 특히 연약해 보이는 미시 아줌마를 보고선 과연 이분들이 당일 종주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착각은 산행이 시작되고 몇분 지나지 않아 기우였음을 느꼈다



마산에서 성삼재로 가는 도중 차안에서는 연신 산악회 총무님께서 산행에 필요한 정보와 유의사항을 전달했는데 나는 꼼꼼하게 모든것을 노트하기 시작했다. 그냥 한번 듣고 실천하면 될것을 이렇게 꼼꼼하게 적는건 다음에 내주위에서건 내가아는 누군가가 지리산 종주할때 약간의 도움이 되고자 필력으로 남기기 위함이다



여기서 산악회 총무님의 유의사항을 빌리자면...



1.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감를 가져라


거대한 지리산 앞에 주눅들지 말고 힘과 체력이 떨어지더라도 정신력으로 버티면 언젠가 산은 내품에 안길 것이다



2. 체력 안배를 철저히 하라


처음에는 워밍업 하듯이 절대 뛰지말고 마라톤에서 오버페이스와 같은 우를 범하지 말지어다



3. 배낭무게를 최소화 하라
특히 물은 지리산 곳곳에 샘터가 있으니 물통 하나만 가지고 가라, 하루만에 완주를 할것이므로 대피소에서 충분히 영양섭취를 할 수 있으므로 육포,즙,파워젤 등으로 가볍고 열량이 높은것으로 준비하라



4. 3~5명 그룹단위로 행동하라


지리산은 산중의 산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많은 난관에 휩싸여 있다.



그것이 부상이나 동식물에 대한 위협일 수 있고 급격한 피로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대해 대비하여 몇명씩 짝을 이뤄 가야만 한다



혼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으므로 누군가 옆에 긴급 조치할 동료가 필요하다



우리는 몇가지 유의사항등을 깊이 아로 새기며 기나긴 여정에 대한 꿈을 안고 성삼재에 도착하였다



성삼재에서 우리 일행은 출발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한컷트를 찍었다. 지리산도 지리산이지만 사진이 없는 산행은 앙꼬빠진 찐빵처럼 갔다 와서도 가장 궁금하고 생각나는게 사진일 것이다



자 이제 우리가 어떻게 산행을 시작하여야 할까부터 살펴보아야 겠다



오늘 우리의 종주 코스는

성삼재-노고단-임걸령-반야봉-노루봉-토끼봉-연하천-벽소령-선비샘-새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이며

총종주 거리는 44.4km에 이른다



예정 소요시간은 12시간정도 목표

성삼재-노고단 : 2km, 30분소요, 누계거리 2km, 누계시간 30분

노고단-임걸령 : 4km, 60분소요, 누계거리 6km, 누계시간 1시간30분

임걸령-반야봉 : 3.5km 40분소요, 누계거리 9.5km 누계시간 2시간10분

노루봉-토끼봉 : 3km 50분소요, 누계거리 12.5km 누계시간 3시간

토끼봉-연하천 : 4km 90분소요, 누계거리 16.5km 누계시간 4시간30분

연하천-벽소령 : 4.5km 90분소요, 누계거리 21km 누계시간 6시간

벽소령-선비샘 : 3.4km 60분소요, 누계거리 24.4km 누계시간 7시간

선비샘-세석 : 4.5km 60분소요, 누계거리 28.9km 누계시간 8시간

세석-장터목 : 5km 60분소요, 누계거리 33.9km 누계시간 9시간

장터목-천왕봉 : 2.5km 60분소요 누계거리 36.4km 누계시간 10시간

천왕봉-중산리 : 8km 120분소요 누계거리 44.4km 누계시간 12시간



중간 하산 지역

벽소령산장-마천 삼정마을 : 2시간 소요 8.6km

세석산장-거림골 하산 : 2시간 소요

장터목산장-범천계곡하산 : 2시간 소요



위와 같이 지리산은 정말 산중의 산이요 명산중의 명산임을 거리와 시간을 보아도 그 웅장함을 한눈에느낄 수 있다.



지리산 서쪽 성삼재에서 정상 천왕봉까지는 장장 110여리가 넘는 마라톤 풀코스보다 긴 산행의 울트라고 할만한 남한에서 제일가는 종주 코스인 셈이다



이러한 백두대간의 끝머리에서 내가 당일 종주 산행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짧은 인생에 있어 값진 수확이며 평생 소원으로 간직하며 후일 영웅담을 들려주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지리산의 종주는 몇개의 등정코스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오늘 산행해야할 성삼재-중산리코스, 성삼재-대원사코스 또는 역으로 중산리-성삼재코스, 대원사-성삼재코스가 있고 일부 산행의 고수중의 고수들만 감히 도전할 수 있다는 천왕봉 왕복 종주 코스가 있다



우리는 성삼재에서 7시20분 늦은 출발을 감행했다. 대부분 오늘 종주하시는 분들이 몇번의 종주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체력 또한 나보다 훨씬 강하신 분들이라 보통사람이 도전 하는 것 보다 다소 여유롭게 출발을 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 지리산 종주를 하는 초보 산행꾼이라면 이보다 이른 5시정도에 출발하여 중간중간에 휴식시간을 좀더 길게 가짐으로서 무리하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부담이 되지 않도록 출발시간을 앞당기는 것도 산행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출발이 늦게 되면 도중에 급격한 체력저하로 지체 시간 때문에 산중에서 밤을 맞아야 하는 불상사를 겪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 자신의 체력과 능력을 고려하여 출발시간을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에 오르는 길은 시멘트와 굵은 돌로 만들어진 폭이 아주 넓은 도로이니만큼 걸을때 주의를 해서 걸어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에 이길은 보통 산악마라톤에서 달릴 수 있을 만큼 경사의 도로이기 때문에 뛰어서 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울트라완주를 하신분이 아니라면 정말 말리고 싶다



마라톤에서도 초반 오버페이스가 있듯이 이길이 2km의 넓고 뛰어다닐 수 있을만한 코스 이지만 체력안배를 위해 천천히 걸어서 자연의 호흡과 맑은 새벽공기를 마시며 여유있고 힘 있을때 동료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오르는게 좋을것이다



우리는 이때 첫음 만나신분들과 인사를 하고 뚜벅뚜벅 노고단을 향해 한발자욱씩 이동을 했다



여기서도 몇분은 초반부터 뛰어가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 중 한분은 창원마라톤클럽의 산짐승이란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라는데 울트라 고수중의 고수이며 지리산 왕복종주를 밥먹듯이 하시는 분이라고 알려 주신다.



드디어 첫번째 관문인 노고단을 밟았다. 탁트인 노고단에서 산허리를 굽어보는 전경은 마치 내가 하늘에서 하산하여 인간세상을 호령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노고단은 천왕봉보다 약 400m정도가 낮은 1,506m이다. 우리는 자연 휴식령제 실시로 인해 노고단 정상에는 갈 수 없었으나 바로 눈앞에 펼쳐진 노고단 돌탑을 바라보며 지리산 산신들이 제사 지냈던 신단에 고개를 숙였다



노고단은 봄철의 진달래, 철쭉, 여름철의 원추리 군락이 유명하며 특히 이곳에는 지리산 8경중 하나인 운해를 감상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우리에겐 그러한 행운은 얻지를 못했다.



작년 이맘때에 천왕봉 바로 밑 제석봉을 바라보며 어디에서 몰려왔는지도 모를 운무가 파도처렴 밀려와 온산을 감싸고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지는 구름바다를 본적이 있는데 정말 지리산은 변화무쌍한 신기한 자연의 조화로운 경관에 경외감마져 들게 하였다



노고단 정상을 밟고 맑은 공기를 한껏마시고 우리는 다시 임걸령을 향해 진군을 계속했다



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가는길은 대체로 편안했다.



산행초반이어서 그런지 힘도 남아돌았고 1,500여m 고지에서 능선을 타고 가는길이었기에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으나 우리는 어차피 오늘 걸어서 해지기 전에 도착하면 되리라 생각하고 여유있게 지리산의 푸르른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걷고 또 걸었다



한참을 걷고 있노라니 몇몇 무리들이 우리를 추월하며 달리고 있다. 오늘 지리산에서 무슨 산악 마라톤대회라도 있는 것일까.



좁은 등산로에서 먼지를 풀풀 날리며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이드신 어르신네들이 곧 한소리 한다.



아니, 산에서 웬 녀석들이 뛰어다녀!,



산을 구경하며 즐기면서 가야지, 이게 뭔 짓거리여~~



연이어 좋은세상 누야도 아저씨 왜 뛰어요!,



산에서 왜뛰어요,



이렇게 묻자 그중 뛰고 있는 한분이 오늘 지리산 종주 마라톤대회가 있다고 한다.


상금이 약 3백만원이나 된다고 알려준다



우리는 서로 키득키득 웃으면서 뛰는사람이 지나갈때마다 이렇게 산에서 왜뛰느냐며 놀려대곤 했다



여기 우리와 함께 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울트라 마라톤 완주자 들이다.



나를 제외하고는...



그렇기 때문에 언제라도 저들을 앞서 뛰어갈 수 있는 능력들이 다 있는 사람들이다



지리산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 한편으로는 대단하고 정말 존경심마져 들게한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예의가 없어 보인다.



뛰는사람 모두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남을 배려하지 않은 자기들만의 이기적인 생각에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어떤 달림이는 좁은 등산로에서 아무말 없이 그냥 앞사람을 밀치듯이 추월하고 어떤 달림이들은 우르르 떼거지로 몰려와서 왜 안비켜 주냐며 다짜고짜 인상을 짓기도 한다



뛰따라 가다가 앞에 사람이 있으면, 죄송합니다, 이말 한마디면 다 비켜줄텐데 손으로 어깨로 밀치듯이 아무말없이 앞질러 간다면 어느 누구라도 신경질이 날것이다.



더군다나 나니드신 어르신네들에게는 더더욱 못된 인간으로 인식될것이다



몇몇 달림이들 때문에 전체의 마라토너들이 이렇게 매도된다는것이 나를 더 화나게 하는것 같다.



같은 달림이로서 아무리 이해하려 하여도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마져 들게한다



결국 수십명의 산악마라토너들 때문에 어르신네들의 잔소리와 꾸중은 우리들의 몫이었다.



우리는 그들처럼 뛰지도 않았는데 어르신네들 눈에든 똑같은 한패거리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러한 꾸중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지만 우리를 더 황당하게 만든 사건이 또 있었다.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산악회는 열린산악회인데 하필 깃발도 노란색 깃발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지리산 가는 그날이 경남도지사 선거일날과 공교롭게도 겹쳐 열에 아홉은 우리를 보고 열린우리당에서 왔느냐, 명계남이는 어딨느냐, 노사모 회원들이냐, 노대통령과 함께왔느냐 등 정말 머리아플 정도로 물어보는이가 많았다



그래도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은 좀 나았다.



아예 정치색을 띠고 열린우리당이 여길 왜 왔느냐고 하시는 어르신들....난 정치를 잘 모르지만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당이 아니라고 해서 원색적으로 비난을 하다니..



아직도 어르신들에게는 골수의 정치적 쇄뇌가 못 박혀 있는듯 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열린우리당과 우린 전혀 관련없습니다.



한참을 우리는 입에 발린듯이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어야 했다.



어느새 우리는 임걸령에 도착했다.



노고단에서 임걸령까지는 그렇게 높은 언덕도 없었고 등산로도 폭이 넓어 빠른걸음 또는 약간 구보로 뛰어갈 수 있는 코스정도는 되어 보였다



노고단에서 임걸령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26분이다.



예상시간보다는 약 4분정도가 빠르다. 우리는 임걸령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저 멀리 골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약간의 휴식을 취하였다



임걸령(林傑嶺)이란 이름은 조선 명종때의 초적 두목 임걸년(林傑年)의 이름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는데 그는 화살보다 더 빨리 다녔다고 하는 다소 과장된 듯한 전설이 있다.



자 이제 임걸령에서 반야봉으로 올라갈것인가 아니면 바로 삼도봉으로 지나칠것인가, 우리의 의견은 다소 엇갈리기 시작했다.



같이온 열린산악회 회원들은 모두다 반야봉을 거치지 않고 삼도봉으로 직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왕 지리산에 온거 반야봉까지 갔다가 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사실 난 그냥 지나치기를 간절히 원했다.



왜냐면 반야봉에 오르는길은 그리 멀지는 않지만 가파른 언덕길을 가야하고 내리막길에선 다리 부상으로 잘 걷지도 못할뿐더러 앞으로 갈길이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앞섰는지 모른다.



모두들 지리산은 오늘 처음이 아니라 몇번의 당일 종주를 한 울트라 런너들이기에 지리산 종주의 완주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나혼자 내심 걱정을 해본다



난 같은 일행을따라서 반야봉을 올라본다. 이때가지는 거의 같은 속도로 왔지만 여기서부터 자꾸 처지기 시작한다.



반야봉에 오르는길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암벽을 기어오르기도하고 높은 경사각도를 올라야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많다.



만약 당일종주를 계획하고 시간상으로 빠듯 하다면 반야봉을 오르지 않고 바로 삼도봉으로 직행하길 권하고 싶다



그러나 임걸령에서 반야봉 정상까지 걸린시간은 1시간50분이다.



예정시간이 2시간 10분이기 때문에 약 20분정도를 빠르게 올라온셈이다. 역시 고수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반야봉 정상에서 같이온 일행중 정선씨가 살얼음에 채워진 맥주를 꺼내 한컵 따라준다.



1,500m이상의 고지에서 마신 시원한 맥주에 이세상 모든 시름이 잠재워 지는듯 하다



그 시원함이 목을 타고 탁트인 가슴을 송두리째 후벼내고 머리까지 찡하게 흔들거리게 하는것이 너무나 좋다.



맥주의 시원함이 바로 이런 맛일까.



왜 집에서 마시는 맥주는 이런맛이 나지 않는것일까



반야봉에서 내려와 삼도봉에 도착했다.



삼도봉의 이름이 삼도봉으로 된 것은 근래의 일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이 봉우리를 이루고 잇는 바위 모양이 '낫날'같다고 하여 '낫날봉'으로 불렸었단다.



이것이 등산객들에게 와전되어 '날라리봉'으로 불리어졌다.



날라리봉이란 이름이 천박하게 들린다고 하여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이정표를 세우면서 '삼도봉'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이 봉우리에서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한꼭지점에서 경계하기 때문에 삼도봉이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자~이제 연하천으로 떠나자.



우리가 반야봉으로 방향을 돌렸기 때문에 다른 팀들과는 약 30분정도 뒤쳐져 있다.



그분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속도를 높여야 한다. 평지와 내리막은 약간 뛰어서 속도를 높이고 오르막은 걸어서 가야한다



하지만 나는 발목의 상태가 안좋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 가지 못하고 이젠 혼자서 행동하여야 한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웬만큼 거리차가 생기면 혼자가기로 맘 먹어본다.



그리고 정 안되면 중간 하산길로 내려올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내가 안보일쯤이면 어김없이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다 같이 갈려고 한다.



자꾸만 미안해진다. 괜히 무모한짓으로 그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그리고 고수들 따라 다닌다는 것 자체가 내자신으로서 용서가 되지 않는다.



반야봉에서 연하천가는 길은 좀 험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돌밭길,



오르막 내리막으로 여기선 뛰어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연하천에 다다를 무렵 약500개의 나무계단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반야봉에서 연하천으로 가는 코스의 나무계단은 내리막이기 때문에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면서 내려가면 또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반야봉에서 연하천까지 1시간45분이 걸렸다.



총걸어온 시간이 4시간이다.



예상시간보단 30분이 늦다.



물론 반야봉을 지나지 않았다면 20여분이 빨랐을 것이다.



연하천에서 우린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좋은세상님께서 싸오신 잡곡밥과 깻잎은 정말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이게 바로 탈진상태란 말인가.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고 아무것도 먹고싶지가 않다.



별로 힘든코스도 없었고 수십시간을 걸은것도 아닌데 컨디션이 영 좋지가 않다.



작년 이맘때 지리산 종주할때는 무거운 배낭까지 짊어지고 왔는데도 끄떡도 없던것이 오늘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물만계속 먹다보니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고 화장실이 급하다.



화장실에서 약 15분쯤 앉아있었을까, 홀로사랑님과 정선씨가 너무 많이 지체되었는지 이제 출발하자고 재촉한다.



난 더이상 그들과 같이 갈 자신이 없었기에 먼저 출발하라고 하며 혼자 천천히 가다가 중간에 한산하겠다고 하며 그들을 돌려 보냈다.



화장실에서 나와 이제 나혼자 이험한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야한다.



한참을 가다가 갑자기 화장실갈때 벗어놓은 장갑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아깝다



오늘 지리산 종주를 위해 특별히 삼만2천원을 주고 산 새 가죽장갑인데..



인생살이 폼생폼사라고 멋드러지게 지리산 종주해볼려고 했는데...



그러나 할 수 없다



다시 돌아온길로 가자니 앞이 깜깜하다



어쩔 수 없지만 내 장갑 줏은 사람 디게 왕재수라고 쓴웃음을 한번 지어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천천히 발길을 돌려보지만 30분도 채 가지 못하고 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이다.



더군다나 오른쪽 발목의 부상으로 자꾸만 왼발에 힘이 계속 실렸기 때문에 왼쪽 허벅지에 경련까지 일어나기 시작한다



경련이 일어난 자리에 주무르고 또주물러도 한번 발생한 경련은 자꾸만 나의 갈길을 막아서고 있다.



풀코스 마라톤 뛸때마다 발생했던 경련, 그리고 완주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경련이 이제 지리산 등산에서 조차 발생하다니..



.참으로 난 쥐와 함께 평생을 살아갈 팔자인가 보다



최악의 컨디션으로 도저히 더이상 산을 오를 자신이 없다.



그늘진 곳에 자리를 하고 조금 누워야겠다.



그러나 벌인지 무엇인지 모를 벌레들 때문에 감히 누워있지도 못하겠다. 조금만 누워 있어도 이녀석들의 대 공습으로 인하여 쉴 수가 없다



약 20여분을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시간을 소비했다.



그래도 갈길이 멀었기 때문에 몸을 추스리고 조금씩 조금씩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서부터는 10여분가다 조금 쉬고 10여분가다 조금 쉬고를 반복한 후에 드디어 벽소령에 도착했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는 걸린시간은 2시간 35분, 총 6시간35분만에 벽소령에 도착했다



예상기록과는 30분차, 그렇게 쉬면서 천천히 걸어왔는데도 30분차이라니,



반야봉에 오른것을 감안한다면 20여분 빠른 기록으로 벽소령에 도착이다



벽소령에서 난 많은 갈등을 했다. 이대로 천왕봉까지 오르고 당일 종주를 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마천으로 중도 하산을 감행하느냐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내려갈순없지, 아냐 지금 이대로 가다간 나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거야!



갖가지 상념들로 인해 내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벽소령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니 이젠 몸상태도 괜찮아 졌다. 아까전만해도 죽을껏같은 몸이 어는새 회복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에도 한계가 있고 아무리 자존심 강한 사람일지라도 나아닌 타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



지리산이야 오늘 못오르면 내일 또다시 오를 수 있는것, 하지만 한번 잃은 신뢰는 평생회복하지 못하고 가슴 언저리에 남아 그 흔적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텐데....



자~하산이다.


그러나 난 지금 이순간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도 나에겐 소중한 세월이 많이 남아있다. 결코 이것을 좌절이라 생각하진 않겠다.



내려가는길에 경찰관을 보았다, 아니 벽소령에 웬 경찰관,,,이곳 경찰관은 정말 생고생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십미터 내려가지 경찰 코란도 차가 보인다..앵,,,그럼 그렇지.. 세상 참 많이도 좋아졌다



그만큼 이제 지리산도 산을 오르며 사색하고 인간의 자만심 가득한 위선들을 내뱉으며 수양의 도를 터득하고 마음의 눈을 가지고 경배와 엄숙한 자연의 경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관광목적, 눈으로 즐기는 오락과 피서의 장소가 되어가는것 같아 웬지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벽소령에서 마천심정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임도를 만들어 놓은 길인지라 이때부터는 터벅터벅 걷기도 하고 잠시 혼자서 뛰어보기도 한다



내려가는 도중 산새들의 지저귐과 계곡의 개울가에 물내려가는 소리, 날다람쥐들의 앙증맞은 대화소리를 들으며 한없는 세월의 흐름속에 한점 내 자신을 발견해 본다

이세상에 태어나 이래사나 저래사나 100년도 못살 한평생, 내가 하고 싶은것, 내가 도전하고 싶은것, 가슴속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하나씩 하나씩 성취하며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것 그것이 바로 내가 이땅에 살아숨쉬는 이유임을 알았다



벽소령에서 함양 마천 심천마을까지는 약8.6km정도이다.



마라톤 길이로 따지자면 약40분정도면 도착할 거리인데 6시간 동안의 에너지 소비로 마냥 걷고만 있다는 것도 힘들게 느껴진다.



다만 이제부터 목적지 까지 오르막 없이 내리막만 있다는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



절반정도 왔을까,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발앞에 쉭쉭 기어가는 뱀을 보고는 소름이 쫙~~끼친다.



길이는 약1m정도,색깔은 짙은 갈색을 뛰고 있는것을 보니 독사인듯 하다. 지리산 한가운데서 만약 독사에게 물리기라도 하면 그냥 개죽음을 당했으리라.



지리산에서 처음본 뱀, 이제부터는 길을 걷더라도 주위를 단단히 살펴야겠다고 생각한다. 터벅터벅 걸어도 걸어도 그 끝은 나오질 않는다.



몸이 지쳐서 일까, 이제부터는 아름다운 지리산 주위를 감상할 여유도 마음속 증진의 도를 깨우치는 것도 귀찮아 진다.



도를 딲고 마음을 수양하는데도 여유가 있고 힘이 남아 있어야 가능하지 죽도록 힘든 와중에서는 그러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것 같다



드디어 목적지까지 다 왔다. 그곳에는 이미 나와 같이 천왕봉으로 오르지 못하고 일명 낙오하신 분들이 5명이나 더 있었다.



벽소령에서 마천심천마을까지 1시간40분이 걸렸다. 예상시간보다 무려 50분이나 빨리 내려왔다. 물론 내려오는 절반은 뛰어서 왔기 때문일것이다



이로서 나의 지리산당일종주 산행시간은 총 8시간10분이 걸렸다. 거리로는 약25km정도가 되는것 같다



모두들 피곤했는지 나무그늘아래 축쳐진 모습으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난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구고 그동안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낙오자들을 싣고 버스는 중산리로 향했다. 이번 산행의 최종목적지가 중산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함양마천에서 이동하여 중산리에서 완주자들과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중산리에서 나는 일행을 기다렸다. 저녁7시가 되어서야 일행들이 도착했다. 모두들 기쁜표정 환환표정들이었다.



이 얼마나 행복하고 가슴뿌듯한 일인가



지리산!


그 엄숙하고도 경건한 자연앞에 이한몸 작은 몸뚱아리가 비록 천왕봉 탈환은 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다음 기회에 이곳에 오더라도 겸허이 대한의 남아로서 받아줄 것을 확신한다



2004년 6월 6일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지구한바퀴 그날까지 withrun


▣ 윤도균 - 장현석님 정말 판단 잘하셨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나치 과욕은 오히려 우리를 위험에 처할 수 있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론 도전정신도 좋고 진취적인 사고도 좋치만 쥐나는 다리 상태로는 절대로 그런 무리한 스케쥴 잡지마세요 님은 당일종주를 실패하셨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님의 산행기는 어느 완주를 한사람의 산행기보다 여러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게시하는바가 크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수고많이 하셧습니다 그리고 산행기 잘 쓰셨습니다 앞으로 마라톤은 도로에서 하세요 그리고 기록도 도로에서 세우세요 산에서 마라톤 하시는 모습들도 결코 좋아보이진 않을것 같네요 산행기 감상 잘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차산 - 참으로 고생했네요 잘 읽었고요 타산지석으로 삼을 산행기입니다 산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으니까요 다음기회에 꼭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이산행기는 실패(?)를해서 더잘보았네요 ㅋㅋㅋ...
▣ ㅎㅎㅎ - 야 이씹섹기야 성삼재서 중산리도 못가냐 초딩들도 가겠다 ㅋㅋ
▣ pjn - 잘보았읍니다윤도균님쓴글이맞습니다안전하게즐산하십시요
▣ 똘배(山梨) - 잘하셨습니다. 산이야 항상 제자리에 있을 거고 건강이 허락되면 언제든지 오를 수 있으니까요. 저도 마라톤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80kg이 가까운 몸무게에 겨우 하프 두번 뛰었는데 요즘 연습을 못해 언제 풀코스를 뛸지 요원합니다. 시간 단축 산행이 아무래도 개개인 만족감을 느끼기 위한 것 같은데 이번에 아들하고 1박으로 성삼재-백무동 다녀오면서 내년 정도에 당일 종주에 대한 욕심이 슬슬 나는데 그때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수고 하셨구요. 건간 잘 챙기시어 다음에 멋진 완주하시길...^^
▣ 황당 - 마라톤 동호회가 지리산에서 마라톤을 하는 것은, 삼겹살 동호회가 지리산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것과 별반 다를바없고 댄스 동호회가 지리산에서 지루박을 추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산을 순수하게 즐기려는 사람의 눈에는 마라톤이나 삼겹살이나 가무나 별반 다를게 없어 보입니다.
▣ 나그네 - 산행거리를 다시 한번 확인 하시고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 보만식계 - 산행거리 참고사항은 오케이 마운틴 산행기 22666번 지리산 왕복종주기 확인 바랍니다.
▣ 마정만 - 수고하셨네요 그런데 뛰지않아도 성삼재에서 반야봉까지는 1시간40~50분정도면 당일종주를 꿈꾸는이들은 보통 돌파합니다 벽소령까지는 5시간 저는내일올해2번째당일종주갑니다
▣ 마정만 - 성산재에서 빠른걸음으로 쉬지않고 한번 가보세요 절대로 뛰지않고..
▣ 마정만 - 종주코스중 제일지루한코스가 벽소령에서 세석구간인데 힘은빠지고 코스는길고 세석에서는 시야가 좋아 산을즐기면서 갈수있으므로 괜찮으나 벽소령에서 포기하신게 잘한것 같네요 다음에는 성공하세요 절대로 뛰지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