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04년 7월 16일부터 7월 18일까지 (1박3일)
2. 산행인원 : 백승주, 임종희
3. 산행코스 : 첫째 날(백무동계곡 출발, 한신계곡, 첫 나들이 폭포, 가내소 폭포,
오층 폭포, 한신 폭포, 세석산장, 촛대봉, 연화봉,
장터목산장에서 일박)
둘째 날(장터목산장에서 출발 , 제석봉, 통천문, 천왕봉, 제석봉,
장터목산장, 망바위, 소지봉, 하동바위, 백무동계곡으로 하산)

하얀 운무의 향연과 초록의 풀내음!!

열병을 앓듯 지리산에 대한 추억 산행은 6월을 넘기면서 점점 초조해져 가고 있었다.
올해에도 가야 하는데.. 10년 동안의 약속 중 5년째.. 그리고 여섯 번째 등정..
가을엔 바빠서 갈수 없을듯하고 6월은 지나 버렸고, 7월은 중순으로 접어들고...
제헌절 연휴를 기회 삼아 지리산을 다시금 품기 위해서 가기로 했다.
아무런 예약도 되지않았고 다만 가고자하는 마음뿐...
혼자라는 부담으로 안내산악회들도 알아보고 여기저기 지리산 계획을 세워놓은 동호회 카페도 가입하고 어떻게든 함께 묻어가기 위해 노력을 해 보지만 역시 첫 산행에 선뜻 함께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동호회나 안내산악회와 개별등정을 놓고 갈등을 한다.

동호회 선배와 가기로 했던 일정이 며칠을 앞두고 깨지면서 더 초조해지기만 했다.
그런 차에 회사 후배가 함께 가자고 해 서로 의지하면서 산행의 길동무가 되기로 했다.

산행코스는 그동안 매년 종주를 했었기에 이번엔 종주가 아닌 그동안 가보지 못한 코스를 계획하기로 하고 교통편과 숙박을 고려해서 코스를 선정하기로 했다.
먼저 세석산장에서 장터목에 이르는 멋진 풍경을 놓칠수가 없어서 일정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코스를 선정하다보니 거림에서 세석으로 오르는 길과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이르는 한신계곡으로 압축되었다.
거림골은 세석에 이르는 가장 짧고 편한 코스이나 재작년에 집사람과 올라와본 코스이고 교통편 역시 진주를 거쳐 다시 올라와야 하기에 예정시간이 맞지 않아 가보지 않은 한신계곡 코스로 정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하산코스는 천왕봉을 가야하기에 거기에선 중산리와 대원사 코스중 중산리는 두 번의 하산 경험이 있으므로 이번엔 가보지 않은 중봉과 써래봉을 거쳐 대원사로 하산하기로 코스를 잡았다.

16일!!
하루종일 서울 하늘은 온통 장대비 같은 폭우가 쏟아진다.
검은 하늘이 시내를 뒤덮고 비는 그칠줄 모르고 내린다.
갈등을 시작한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꼭 가야 하는 것인가?
동료들도 걱정의 눈빛으로 말린다. 다음 일정을 기약하라고..
집에서도 계속 전화가 걸려온다. 비가 너무 많이 오는데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오전 현재 충청도와 경기도 지역은 호우주의보, 서울과 강원도 일부지역은 호우 경보의 기상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지리산엔 비가 별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하니 아직 기상특보는 내려지지 않았고 예비 특보만 발령 중이란다. 특보가 내려지면 입산이 통제 된다면서..
그래 일단은 떠나보자!
입산통제가 되면 다시 돌아오면 되는거지 안가보고 가슴앓이를 하며 후회할 순 없다.
배낭을 메고 터미널로 향하는데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린 날 산행을 하기 위해 배낭을 메고 나선 바보같은 내게로..

동서울에서 백무동으로 향하는 막차에 올랐다. 방학을 맞아 할머니 댁으로 가는 아이들과 우리처럼 산행하기 위한 사람들로 버스는 만원이 되었고 함양을 거쳐 백무동에 도착하니 밤 11시 30분!! 4시간 반을 달려 도착하고 나니 상가의 불들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민박 예약도 하지 않고 왔기에 더욱 난감하다.
예전에 하산 후 몇 번 들렀던 느티나무집을 향해 올라간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단체 손님들로 예약이 다 되어 방이 없단다. 이거 큰일이다. 매년 하산후 이집에 들른다고 했더니 아주머니 동네 이곳저곳 연락을 하시며 자고 있는 민박집들을 깨운다.
아주머니 덕분에 작은방 하나를 구할 수 있었으나 워낙 늦은 시간이라서 방값은 두명이서 겨우 들어갈수 있는 방을 부르는데로(30,000원) 주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배가 고파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하고 간단하게 라면으로 밤참을 대신하고 불어난 계곡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17일!!
긴 버스여행의 피곤이 누적되어 6시가 되어서야 눈을 떳고, 부랴부랴 쌀을 씻어 아침을 먹었다. 배낭의 짐들을 정리하는데 후배 왈 “햇반을 계산대에다 놓고 왔는데...” 헉!!
서울에서 마트 계산대에 올려놓기만 하고 계산을 하지않고 시간에 쫒겨 부랴부랴 나온 모양이다. 그럼 남은 라면 세 개가 주식의 전부?
가게들은 8시가 넘어야 문을 연다고 하고 장터목에 일찍 도착해서 대기자 명단에 올려 놓아야 하는데..
일정을 확인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행동식과 산장에서 사서 해결하기로 하고 출발!!
저녁에 먹을 베이컨과 라면 세 개, 쵸콜릿, 연양갱등의 행동식이 전부다..
민박집 앞 다리를 건너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지금까지 지리산 산행중 요금 낸건 처음) 장터목 산장으로 이르는 하동바위 코스와 한신계곡으로 이르는 갈림길에서 계곡 물소리를 들어가며 한신계곡으로 향한다.(7시 30분)
며칠전 내린 비로 인해 시점부 등산로는 질퍽한 상태다.
거대한 계곡 물소리를 저만치 아래로 굽어보며 오솔길을 따라 오른다.
처음 도착한 곳은 첫나들이 폭포!(8시 10분)
등산로와 계곡이 처음 만나는 곳이다. 철다리가 우리를 계곡 건너편으로 넘겨준다..
여기서 처음 맞닥드린 다리는 대여섯개의 철다리와 서너개의 출렁다리를 번갈아가며 산행길 계곡의 빼어난 모습들을 보여주며 연신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물소리에 장단을 맞추며 걷다보니 가내소 폭포가 나온다.(8시 40분)
그런데 아직까지 산행객들을 아무도 볼수가 없었다, 이 길을 우리만 가는건가?
한적하니 좋긴 하지만 지나치며 마주하는 사람이 없다는게 조금은 쓸쓸하다.
이젠 제법 계곡 깊숙이 들어온 것 같다. 등산로 주변엔 아름드리 나무들이 보이고 뒤엉킨 다래 넝쿨들과 칡넝쿨들이 등산로를 가로지른 곳도 여럿이다. 아직은 때가 이른건지 넝쿨은 많아도 다래는 보이지 않는다.
다리들을 지날때마다 위로 아래로 펼쳐지는 계곡의 물줄기와 바위들에 놀라며 오층폭포와 한신폭포를 지난다. 보이는 거의 모든 계곡이 다 폭포로 이어져 이름없이 형성된 폭포들이 장관이다. 중산리 계곡과 거림 계곡도 좋다고 생각했었지만 한신계곡과는 비교조차 되지않을 정도의 멋진 계곡이다.
산행중에 구름에 가득 갇혀버린 계곡은 안개비가 자욱하다.
간간히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지만 워낙 깊은 원시림인지라서 등산로옆 계곡에 삐쳐나온 하늘에서만 빗줄기가 보일뿐 계곡 등산로엔 비가 오는지 거의 느끼지 못한다.
세시간 가량 지나니 다 온듯도 한데 아직 계곡의 물소리는 초입에 비해 달라진게 없다.
여기서부터 한시간 가량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야 한다.
지금까지 즐거움과 경탄을 주던 계곡은 끝내는 인내심을 요구하며 세석에 대한 기대를 심어준다. 헉헉대는 숨소리와 지친 어깨는 구름으로 가득덮혀 보이지 않는 하늘을 쳐다보며 오르고 또 오르기만 한다. 드디어 하얀 구름속 하늘이지만 정상이 보인다..
계곡의 물소리는 그때까지 그치지 않고 세석의 습지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드디어 세석산장에 도착했다.(11시 40분)
자욱한 구름 때문에 가시거리 10미터정도..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반대편 계곡에서 느끼지 못한 강한 바람이 땀에 그리고 비에 젖은 몸에 추위를 몰고온다. 식수장으로 가서 물 한모금을 마시니 그 꿀맛이란...
계단밑 바람이 불지않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끓인다.
라면을 먹는 사이 거림에서 올라온 산행객들과 성삼재에서 새벽 3시부터 비를 맞아가며 찾아온 일부 산행객들로 금새 넓지않은 계단밑 공간은 가득 차 버리고 미처 준비되지 않은 그들을 위해 버너와 바람막이를 빌려주고 따스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나니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밀려 들어온다.
새벽 3시에 산행을 시작해서 세석, 장터목,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하루코스의 종주 산행을 한다고 한다. 벌써 능선상에서 충분히 비를 맞았음에도 정상에 대한 갈증으로 허기만 채운채로 출발을 한다.
원래 우리 시간 예정상으로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줄 심산으로 상의를 갈아입고는 바로 출발을 한다.(12시 30분)
천천히 장터목까지 가기로 하고 세석을 출발하려는데 강한 바람이 한순간에 세석의 구름을 몰아내고 세석 평전의 깨끗한 초록의 모습을 보여준다..
촛대봉까지 보여주면 좋으련만 그렇게까진 안되고 불과 1분사이에 다시 구름속에 갇혀 버린다. 바람이 몰아내기엔 버거운 두꺼운 구름층인가보다....
세석습지의 푯말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촛대봉에 오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은 왜 그렇게 강하게 불어오는지 우의를 꺼내 입으려다가 강한 바람에 놓쳐 날라가 버렸지만 어디로 갔는지조차 볼 수 없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13시 10분)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잠시 쉬고나니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능선을 벗어나기 위해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쉬엄쉬엄 바람이 불지않는 좁은 산길을 따라 가는길은 이제 맞은편 중산리에서 올라와 장터목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세석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길 양보를 하다보니 시간이 계속 지체되기만 한다.
연하봉 못미쳐 신선바위에 올라 잠시 쉬는데 아까처럼 홀연히 구름이 걷히고 이번엔 아래로 북으로는 마천과 남으로는 중산리와 거림, 그리고 중산리와 거림의 갈림길인 곡점이 보인다. 그러나 양쪽 계곡으로만 구름이 걷히는지라 천왕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쉬엄쉬엄 나선길은 어느덧 장터목에 도착을 하게 된다.(15시 00분)
오후엔 비가 내리지 않고 맑아지는것 같아서 한껏 기분이 업되어 있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대기자 순번을 빠르게 받으려고 예정했던 것인데 관리자 말이 7시가 넘어서 예약자가 오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서만 60세 이상 여자,남자, 그리고 환자,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 그 다음이 50, 40, 10, 20, 30대의 여자와 남자 순이란다.
그리고 예전에 실시했던 통로측 잠자리도 소방법의 피난 규정 때문에 실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큰일이다 침낭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그러면 우리는 산장 예약자가 다 안오더라도 산장에서 잘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
어찌됐건 피곤한 마음에 산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밀려오는 나른함에 메트리스 위에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4시가 넘어서면서부터 관리소에서는 잠자리를 보장할 수 없으니 당일 산행으로 일정을 변경하라고 하산을 종용한다. 여기까지 와서 천왕봉을 못 오른다면 오지 않은것보다 더 후회하게 될 것 같다. 지금 천왕봉에 오르면 하산하기에 시간이 촉박하고 야간산행을 해야만 한다. 모르겠다. 옆사람들과 의견을 모으고 비박으로 결정하고 버티기로 했다.
여벌의 옷을 모두 입고 판쵸우의와 은박메트리스를 덮고 자기로 했다.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가면서 있자니 한팀,두팀 산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대피소에선 계속되는 하산 종용방송을 한다.
여기까지 짊어지고 올라온 베이컨을 안주삼아 끼니도 때우고 소주도 한잔하기로 하고 배낭을 풀어 헤친다. 역시 산장에서 마시는 술맛이 그만이다.
절반 조금 넘게 먹었을 무렵 갑자기 빗방울이 내린다.
처음엔 지나가겠지 했는데 폭우로 돌변하더니만 무섭게 내리친다.
모든걸 접고 비를 피하기에 바쁘다.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비를 막을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비를 피한다.
어둠이 깔리고 대피소에서는 폭우 때문에 예외적으로 대피소 통로를 개방한단다.
자리 배정을 받고나서 폭우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마저 남은 고기와 술을 마시고 새우잠을 청하러 산장안으로 들어갔다.
하산 후 들으니 세석엔 천명 가까운 산행객이 몰려서 대단한 혼잡이었단다.

18일!!
주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새벽 3시다.
5시 10분이 일출시간이란다. 그때 누군가가 지금 밖에는 별이 보이고 있다고 한마디 하자 여기저기 더욱 부산한 움직임이다. 밖으로 나오니 마천과 함양, 그리고 반대편 중산리 계곡의 불빛들이 훤하게 들어오는게 상쾌하다.
간단히 옷가지하고 물만 챙겨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대열에 동참한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배낭을 메고 천왕봉을 넘어 중봉과 써래봉을 거쳐 대원사로 가야하지만 어젯밤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장비들이 젖어있었고 배낭을 꾸리지 못한채 여기저기 널려있어서 일정을 바꿔 백무동으로 다시 하산하기로 했다.
출발할 때 맑았던 날씨는 제석봉에 이르니 다시 구름속에 갇혀버렸고 그래도 묵묵히
일출에 대한 설레임으로 천왕봉을 향한다.
드디어 천왕봉 도착이다.(04시 50분)
표석 한켠에 자리를 잡고 일출을 기다린다.
멀리 하늘은 보이나 짙은 구름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일출을 보기는 좀 힘이 들것 같은 날씨다. 천왕봉에 올라 처음으로 일출을 보지 못하고 내려가야 하나?
5시 20분이 되어도 해는 나타나지 않고 저 멀리 구름만 붉게 물들이고 있다.
엄청난 강풍이 불어온다. 사진만 남기고 떠나야겠다.
기념촬영을 하고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난다.
천왕봉을 뒤로한 채 내려가려는데 하룻밤의 폭우를 견뎌낸 우리를 위로하는건지 하얀 구름떼들이 천왕봉을 향해 날아오고 세상의 모든 것을 구름으로 덮어버린 채 우릴 구름 위의 신선들로 바꾸어 놓고 운무들의 향연을 펼친다.
일출에 버금가는 감동을 안겨준채 잠시후 천왕봉마져 구름속에 묻고 강한 바람을 쏟아낸다. 일출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운무에 만족하며 장터목으로 돌아와 산장에서 구입한 라면으로 아침 끼니를 하고는 백무동으로의 하산을 시작한다.(08시 00분)
능선을 따라 망바위에서 뒤를 돌아보지만 구름속에 갇힌 장터목은 보이지 않는다.
소지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너덜바위 지대를 따라 내려온다.
푸른 이끼가 낀 돌 틈새로 계곡 물줄기가 졸졸 소리를 낸다.
참샘을 거쳐 하동바위 출렁다리를 지나니 이젠 계곡물도 제법이다.
비 때문에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조심 디디면서 내려간다.
발이라도 씻고가면 좋으련만 마음은 벌써 느티나무집 계곡에 가 있었다.
너덜바위 지대를 지나고 산죽과 대나무숲이 울창한 숲길을 따라 20여분 내려가니 백무동 야영장이 나온다.(11시 00분)
매표소를 지나 다리 건너 좌측으로 느티나무집이 나온다.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고 샤워장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상쾌하다.
배가 고파서 소금구이 돼지고기로 점심을 대신하고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버스를 예약하니 13시 30분 버스다. 산행객들은 별로 안 탔는데 함양을 거쳐 가다보니 함양에서 미리 예약을 다 해버린 모양이다. 서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내 피곤한 마음에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버스는 올림픽 대로를 달리고 있었고
18시 30분에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1박3일간의 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가야한다는 많은 부담감과 아무도 모르는 나와의 약속에 대한 책임감(?).
맹목적인 산행계획이었지만 난 또 하나의 색다른 기억들과 추억에 대한 기록들을 남기는 산행을 올해도 무사히 마쳤다.
구름속에 가득 신비감만을 간직하고 홀연히 자신을 보여주고 부끄러움에 넌지시 자취를 다시 감추어 버린 지리산의 봉우리들과 연신 엄청난 물소리를 들려주며 포효하던 계곡들, 그리고 비가 그친 후 초록의 풀내음과 땅내음을 기억하면서...

개인적인 산행 기록엔 만족하지만 함께 동행을 해준 후배에겐 많은 이야기와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점이 아쉽다. 다음 산행엔 꼭 예약을 하고 가야지....

어려운 산행 여건에도 길동무가 되어 준 후배에게 고맙고, 올해도 어김없이 지리산행을 고집하는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소백산 - 님의 산행기를 대하니 20대에 지리산을 종주했던 기억이 새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