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토요일
청평 청우산 (홀로)

" 알바가 아닌 생존"

청량리에서 6시 30분 현리행 1330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늘은 저번에 토욜님이 다녀 온 청우산과 불기산을 다녀 올 생각이다.
새벽부터 비가 온다.
일기예보를 보니 경기도는 호우경보라는데 제발 그 일기예보가 틀렸으면 좋겠다.

청평지나 덕현리 덕현주유소에서 내렸다.
이발소 아저씨에게 여쭈니 위에 있는 다리를 건너가면 청우산 입구가 나온다하신다.
다리 건너 가다 어는분께 다시 물으니 그길로 죽 가라하며 ,지금 호우경보니 산에 가급적
가지말라 하신다.
계속 한 5분 가면 다리가 또 나오는데 물이 많이 불었다.
녹수파크(지도에는 녹수산장)매점 주인께 물으니 대강 방향만 말해준다.
어느 동네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그 분은 참 자세히 가르쳐 주신다.
" 이 길로 가다 기와집을 지나서 전봇대 방향으로 죽 올라선 후, 콘테이너 박스를 돌아가면
칡넝쿨이 감겨있는 낙엽송 위로 산소가 있는데 ...... 길 잘 찾아서 잘 댕겨오슈." 하신다.
너무나 자세히 가르쳐 주셔서 뒷부분을 까먹었다.

그 분 말씀대로 가다가 산소를 만났는데 그 다음 부터가 깜깜하다.
10여분을 소비해도 길이 안보인다.
지도와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고 잣나무 숲을 직진으로 한 15분 오르니 길이 나타난다.
길은 잘 나있고 가끔 표지기도 보인다.

비가 점점 굵어지더니 소나기로 변한다.이 비가 하산할 때까지 계속 내렸다.
청우산 정상까지 계속 우산을 쓰고 다녔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구름과 안개가 스윽 깔린다.
좀 무섭다.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조그만 소리에도 오늘 따라 소름이 좀 끼친다.
이 기분을 떨쳐 버릴 가장 좋은 방법은 빡세게 달리는것뿐.
숨이 헥헥 대도록 달렸다.
너무 힘들어 악이 바쳐 그런가 두려움이 사라진다.

50여분 오르니 청우산 정상이다.
깃대봉이 있고 농구 골대같은 안테나 비슷한 기둥이 서있다.
정상 바로 옆에 헬기장이 있다.
정상석 앞 조그만 바위에 앉아서 우산을 쓰고 아침에 삶아 온 달걀을 굵은 소금을 듬뿍 찍
어서 두 개를 먹었다.
소금 섭취와 간식에 제일 좋은 방법 같다.

10여분 쉰 후 대금산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구름과 안개로 시야가 좁다.
저 앞에 능선이 어디로 향했는지 계곡이 어디로 빠지는지 안보여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산행기와 지도뿐이다.
좀 가니 방화선이 나타났다. 대단하다.
풀이 자라 가슴,얼굴까지 덮는다.
밑에서는 칡넝쿨이 발목을 잡는다.
온통 풀이다. 한마디로 "풀의 바다"다.
앞을 보니 풀의 바다가 넘실 댄다.
거기다 소나기가 퍼붓는데 한손에는우산은 썼지,한손에는 스틱을 가지고 풀을 헤치는데 참
힘이 부친다.

한참을 그러고 가다 풀이 꽉 차있는 어느 헬기장에 도착했다.
드디어 오늘의 제1의 사건이 기다린다.
그 헬기장에서 어디로 갈것인가.
난감하다. 시야가 너무 없다.
방화선이 안보인다.
웬 비는 계속 이리 내리는지.지도와 나침반으로 방향을 대강 잡고 풀숲을 헤쳐 전진하니 길
이 아니다.더 가니 더더욱 길이 아니다.
다시 뒤로 백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모가 보여야지.
능선과 계곡이 분간이 안되니 참 난감하다.

어쩌나, 그냥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고 그냥 무식하게 나아갔다.
가다보니 계곡으로 슬슬 빠진다.
안되겠다 싶어 옆으로 전진하니 구름이 조금 걷어지며 능선이 어렴프시 보인다.
그곳으로 헉헉대며 올라서니 또 주위에 길이 없다.
다시 지도와 나침반으로 방향을 보니 그 방향은 필경 계곡으로 빠지는데 어떡하나.
난감하다.분명 슬쩍 돌아가는 능선이 있을 텐데, 뭐가 보여야말이지.
그 방향으로 그냥 내려섰다.

주위가 빗소리로 많이 시끄럽다.
죽죽 내려가니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빗소리에 덧붙여 다른 소리가 더 들린다.
들어보니 계곡 물소리다. 그곳까지 가보니 오메나! 물이 급류에 양이 많아 겁난다.
건너기는 불가능하다.한참을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린다.여기서 백하자.
내려오길 한참 내려 왔는데 저길 어떻게 오를까.
주위가 어둑어둑하다.시께를 보니 12시다.한참을 오르고 방향을 틀고 해서 간신히 그 마의
헬기장에 도착했다.참 비도 꽤 쏟아 붓는다.
여기 저기 거센 시냇물소리다.

헬기장에서 방화선으로 길을 잡는데 오늘의 제2의 사건이 터질 줄이야.
비를 많이 맞아 체온이 조금 내려간듯하다.해서 우산을 쓰고 내려오는데 ,어느 순간인가 길
이 또 없다.뭐가 보여야지 길과 방향을 잡지.
대강 지도에 의존해 내려오다 그만 삼천포로 빠졌다.
30분을 내려 오는데 이건 아니올씨다다.

길이 없다 아니 길을 잃었다.이쪽 능선 저쪽 능선 오르고 내리고 난리다.
별안간 이건 알바가 아니다 이건 생존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심 불안하다.
우산도 걷어 치우고 시계를 보니 1시 40분이다.
시간은 넉넉하지만 도통 방법이 없다.

어디로 갈것인가.
산이 무섭다.
올라 올 때 계곡물이 없었는데,이리 가면 계곡의 세찬 물소리, 저리 가도 물소리.
계곡물을 서너 차례 간신히 건넜다.
이젠 지도도 필요없다.내가 있는 지점이 정확하지 않으니 방향의 의미가 없다.
단지 남서쪽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 그것 하나다.

자꾸 무섭다.주위가 어둑하니 으산하다.
이왕 계곡으로 빠졌으니 끝장을 보자.해서 밑으로 달려 내려갔다.
가다 가다 별안간 눈에 확 들어오는것이 있다.
길이다 ! 아주 잘 닦인 길이다.
서너명이 나란히 갈수 있는 길이다.
표지기도 보인다.
휴- 알바 끝,아니 생존 투쟁 끝이다.

그 길로 죽가다 시냇물을 만났는데 물이 참 거세다.
들어가니 배까지 물이 차서 몸이 물살에 밀려간다.
그래서 위로 한 5미터 올라가 내려오면서 방향을 틀어 간신히 내려왔다.

민가가 보인다.
덕현리가 어디냐고 물으니 하류쪽으로 좀 더 내려가야하는데 내가 아침에 건너왔던 다리는
물이 넘쳐 못건너 간단다.상류로 가면 다리가 있는데 그곳이 참 멀다고 한다.
40분 걸어가 가게에서 물으니 3km를 더 가야 다리가 있다니 참 어이가 없다.

차를 얻어타고 현리에 와서 시장기를 면한 후 청평에서 기차를 탔다.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하다.
역내 매점에서 산 소주 한병이 금새 바닥이 났다.


▣ 산너울 - 그나마 참 다행이십니다. 산에서 내려와 돌아보면 언제나 산은 그자리에 있는데, 아마 그당시 생사를 걱정할때는 산이 없었을듯 하군요. 항상 건강하시고 안전한 산행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네,항상 겸허한 자세로 산행에 임해야겠읍니다.
이번 기회에 아주 값진것을 배웠읍니다.
▣ 김성기 - 생사가 따로 없어요. 고생하셨습니다.우중에는 특히 장마철! 산행 삼가하심이 상책이지요.안전산행 부탁드립니다.
##.백번 옳으신 말씀입니다.안전산행이 항상 우선 되어야겠읍니다.
김성기님 고맙읍니다.
▣ 산초스 - jkys님 그나마 무사히 귀가하셔서 산행기 올려주신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폭우때 산행이 위험하고 특히 계곡은 갑자기 불어난 물때문에 사고가 나니 입산통제를 하는군요. 저도 3년전에 중원산에서 도일봉을 가야되는데 엉뚱하게 문례봉으로 해서 산음휴양림으로 가느라 온종일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뭐가 보여야 방향을 잡던가 어제 같던길인데도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되더군요. 고생하셨습니다,부디 안전산행 하시기를...^^**
##.일기예보를 중시하지 않은것이 최대의 실수였읍니다.
그칠줄 알았는데 계속 퍼붓더군요.
▣ 義岩 - 고생하셨습니다, 안산하셔요.
##.맞읍니다.즐산보다 안산이 가장 우선적입니다.
▣ 김용진 - 토욜은 우박같은 비가 많이 왔었는데.... 강행군을 하셨군요... 여름철 산행은 가능하면 계곡을 피하는 것이 상책인 듯 합니다.... 그래서 저는 토요일에는 하남의 검단산을 아랫배알머리와 안창모루 중간 능선을 따라 올라 용마산, 거문봉을 거쳐 남한산성 방향 43번 국도로 하산하여 전혀 계곡과는 상관없는 산행을 했습니다....물론 등로 자체자가 개울가 다름은 없지만.......무더위, 장마, 태풍 등 하절기에도 겨울철 못지않게 안전 산행을 해야 할 때 인것 같습니다. 아무튼 수고하셨고요.... 까딱했으면!!!! jkys님 못 뵈올뿐 @@@...허~허~허...... 그래도 돌아오는 길의 쇠주 맛이 최고지요....행복한 한주되세요.
##.안녕하십니까.좋은것 배웠읍니다.산이 저에게 너무 값진것을 가르쳐 주었읍니다.
안전한 산행이 최우선입니다.즐산에 안산하세요.
▣ 권경선 - 계곡물은 순식간에 불어나 공포로 다가오지요? 건너다 발이라도 미끄러지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다행 이네요. 소주한병으로 놀랜가슴을 진정 시키셨나 봅니다^^* 안산, 즐산하십시요.
##.무모한 산행이라기 보다 제가 산에 대하여 너무 무식했읍니다.
아뭏튼 여러가지 배웠읍니다.첫째가 겸허한 자세 같읍니다.안전한 산행 즐기시기 바랍니다.
▣ 김용관 - 배까지 몸이 물이 찬 계곡을 건너실때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아마도 살아야 한다는 신념밖에 없어시리라 생각 됩니다. 계곡 탈출하시는라 수~고라 해야할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고생해도 싸지요.무모한 산행이었읍니다.겸허한 자세가 최고인것 같읍니다.
▣ 산장지기 - 계곡물이 불어나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할때는 여러사람이 있을경우에는 긴 나무를 걸쳐서 잡고 건너거나 혼자서 건너야 한다면 물살의 높이가 허리이상을 넘으면 안 건너는게 안전하고, 건너야 한다면 등산화를 신은 채 바닥에 신발을 끌면서 건너야 한다고 하는군요. 절대 발을 바닥에서 떼어서는 안됩니다. 발을 뗀 순간 물살에 쓸려 갑니다. 안산 하세요.
##.고맙습니다.안전한 산행을 항상 우선시 해야겠다는것을 뼈저리게 느꼈읍니다.
▣ 산모퉁이 - 고생하신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시구요. 비가 올때는 그저 잘 아는 산을 가는것이 상책인가 봅니다. 힘 내시고 늘 안산, 즐산 이어가시길 빕니다.
##.네 맞읍니다.안산이 가장 우선되어야지요.
▣ 여여 - 산에서 야간에 길을 잃거나 절체 절명한 상황을 마주치게 되면 순간 너무 당황하게 되고 그렇게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산이 너무 무섭게 변하지요. 물이 배까지 차서 건널때 님의 심정이 어땧을까?생각해봅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수 없을 겁니다. 산에서 교훈을 얻고 살아오셔서 감사드립니다.
##.자만이 부른 화근입니다.철저한 준비와 겸허한 마음가짐이 우선일겁니다.
▣ SOLO - 첨가는 산에 가기엔 일기가 넘 안좋았지요. 좌우간 그닥 큰 비용 치루지 않고 좋은 경험 한거 같아요.
##.동생하고 북한산이나 다녀올걸...

▣ 운해 - 홀로 산행을 하심녀서 엄청난 고생을 하셨군요. 모르는 길은 꼭 일행과 같이 하는것이 천 번째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다음번에는 줄거운 산행기 부탁 드립니다. 건강 하세요.
##.사서 하는 고생인것 같읍니다.다시는 이런 과오가 생기질 않도록 노력해야겠읍니다.운해님은 덕유산 다녀오셨죠.늘 건강한 산행을 하시길...
▣ 미시령 - 가슴께까지 차오른 빽빽한 수풀, 발목을 잡는 칡넝쿨, 방향을 가늠키 어려운 짙은 운무, 거센 비, 불어난 물로 건널 수 없는 계곡물... 고생 무지 하셨군요... 그래도 침착하게 끈기있게 헤쳐나오셨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산병 든 저희들에게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상황이네요... 그저 최선을 다할 수 밖에요...
##.강건하신 미시령님 오셨군요.저는 그 날 참 좋은 경험을 했읍니다.즐거운 산행과 무모한 산행과 모험있는 산행을 비교하며 생각해봤읍니다.계속 즐산하시고 안전에 유의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