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峰臺山(288m) · 臥龍山(798.6m) 산행기

•코스: 신기마을~약수암~봉대산~하늘먼당~진분계 갈림길~와룡산~진분계 갈림길~진분계마을 (도상거리 약 12.4km)
•일시: '04년 7월 17일
•날씨: 흐림, 25~27℃
•오전 9시 54분 경 신기마을 출발

새벽에 일어나보니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진다. 인터넷으로 기상을 보니 대전지방을 중심으로 이미 140mm의 비가 내렸고, 중부지방에는 앞으로 100mm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부지방의 산을 오른다는 것은 무리이다. 남부지방에는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아 홍수를 피하여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작정하였다. 언뜻 그 옛날 홍수로 새가 앉을 자리(새섬바위)만 남았다는 전설이 있는 삼천포의 와룡산이 생각나서 지도, 우산, 우의, 물병을 챙기고 대전동부버스터미널로 향하였다.

차를 인근에 주차시키고 나오니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진다. 터미널까지 가는 사이에 내리는 비와 튕긴 빗물에 옷과 신발이 흠뻑 젖는다. 차도와 보도는 구분할 것 없이 완전히 계류와 같다. 산에 들어서기도 전에 타격을 받는다.

7시30분發 진주行 버스를 타고 진주 개양 버스벙류소에는 9시25분 경 도착하였다. 인근 버스승강장에서 28분 경 도착한 삼천포行 완행버스를 타고 사천읍을 지나 신기마을에는 9시54분 경 도착하였다. 가게에서 초콜렛을 몇 개 산 뒤 남쪽으로 몇 발자국 나아가니 왼쪽으로 시멘트길과 함께 ‘경남기념물 제175호 안점산 봉화대 ←1.7km’, ‘←와룡산 입구’ 표시판, ‘←약수암’ 표석 등이 세워져 있었다. 봉대산(峰臺山)을 안점산으로 부르기도 하는가 보다.

(09:56) 동쪽으로 난 시멘트길을 한참이나 따라가니 오른쪽으로 등산로 초입이 보이면서 곧 이어 아담한 ‘봉대산 약수암’에 도착하였다. 절에는 휴일을 맞아 다수의 신도들이 법당에 자리하였다. 수도 꼭지를 틀어 식수를 물병에 채운 뒤 아까 본 등산로 초입으로 되돌아섰다.

(10:12) 초입에는 ‘산불조심’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데, 코스 중 ‘봉대산↔하늘먼당↔백천재↔민재봉↔진분계’가 오늘 가야 할 코스이다. 2년전엔가 ‘죽림동~새섬바위~민제봉~용두마을’ 코스를 다녀간 바 있고, 오늘은 와룡산 남동쪽의 향로봉 능선을 타기로 했기 때문이다. 너른 길이 이어지고 방향이 동남쪽으로 휘고 막바지에 오른쪽으로 갈림길이 보이면서 석축에 이른다.

(10:27) 복원된 원형 석축에 오르니 시야가 다소 트여 서쪽으로 사천만이, 북쪽으로는 사천읍이 바라보였다. 석축에서 남동쪽으로 내려서니 ‘사천 안점산 봉수대’ 안내판과 ‘鞍岾山烽燧臺’ 표석이 보이고 이어 오른쪽에서 갈림길을 만났다. 뚜렷한 풀섶 사잇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방치된 朔寧崔公孝俊之墓와 晉州姜氏之墓에 이어 암벽을 오른쪽으로 비껴 오르니 가파른 오르막이다. 바위 지대 몇 군데를 지나노라니 올해 들어서 본 것 중 가장 큰 뱀이 앞으로 지나간다. 옛날에는 뱀을 보면 기분이 언짢았으나 요즈음은 희귀해져서 그런지 반갑기만 하다.

(10:56) 등산로는 풀섶 투성이 언덕을 왼쪽으로 비껴 나있으나 △465.1m봉인 듯하여 잡초를 헤치며 3분 정도 삼각점을 찾아보았으나 풀이 너무 웃자라 불가능하였다. 막돌 너덜 지대가 잠깐 이어진다.

(11:09) 도상 ‘선바위’로 표시된 조망 바위에 이르니 돌탑 몇 개가 주위에 있고, 북동~남서쪽으로 시야가 트여 구름에 덮인 와룡산이 바라보였다. 너덜을 직진, 남동쪽으로 나아가면 다시 뚜렷한 길이 이어진다.

(11:12) 안부 삼거리에 닿으니 ‘봉화대←1.5km→남근바위←1.5km→약수터←1.5km→하늘먼당←7.2km→민재봉’ 이정표와 ‘→약수터’ 표식이 보였다. 오른쪽으로 내려가 대숲에 이르니 석축이 있고, ‘卯樂井’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수도 꼭지를 설치하여 약수라는 기분이 들지 않고 물도 차갑지 않았다. 다시 능선에 올라서 남동쪽으로 나아가 막돌 너덜 지대를 두 군데 지나게 된다.

(11:35) 쉬어가기 좋은 언덕에 이르니, ‘하늘먼당 해발 585m, ↑민재봉 5.3km·백천내 4.0km, ↓약수암 4.5km’ 이정표’와 ‘하늘먼당 해발 五六六’ 표석이 있는데, 도면상 566m가 맞는 것 같다. 남서쪽으로 시야가 트여 나뭇가지 사이로 사천만이 바라보였다. 다음 언덕에 이르니 ‘南泗 牛步山岳會’ 비석이 보이고 바위와 너덜 지대를 지나니 남남서쪽으로 휘어 내렸다.

(11:51) 도면상 ‘명지재’에 이르렀으나 좌우로 뚜렷한 고갯길 흔적은 없다. 언덕을 지나 다시 남동쪽으로 방향이 휘었다.

(12:02) 안부에 이르니 좌우로 내리막길이 보이고 등산로 안내판에는 ‘↑민재봉 3.4km, →용치, ↓하늘먼당 2.3km, ←가천’으로 표시되었다. 남쪽으로 오르막을 거쳐 무덤 흔적 같은 둥근 석축을 지나니 경사가 완만해졌고, 조금 뒤 왼쪽으로 흐릿한 갈림길이 보였다.

(12:24) 둔덕에 이르니 사거리인데, 직진하는 길은 그 흔적이 금방 사라지고 오른쪽 길은 덕곡리로 내려서는 듯하다. ‘부산 한마음산악회’ 표지기가 걸린 왼쪽(남남동쪽)으로 나아갔다.

(12:33) 안부에 이르니 안테나가 있고, 이정표에는 ‘백천재, ↑민재봉 1.3km, →백운마을 2.7km, ↓하늘먼당 4.8km·봉수대 6.5km’로 표시되었다. 이제부터 주등산로가 시작되어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을 몇 명 마주치게 되었다.

(12:59) 진분계 갈림길에 이르니 ‘↑민재봉 0.3km, ↓백천내 0.9km, ↙진분계 2.5km’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직진하여 남남서쪽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니 왼쪽으로부터 구름이 몰려왔다.

(13:06) 정상에 이르니 삼각점과 ‘臥龍山 민재봉(旻岾峰) 799m’ 표석이 자리한다. 이미 열 명 정도의 등산객들이 자리하여 쉬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구름이 약간 걷히며 남서쪽으로 삼천포발전소, 삼천포시와 창선도가, 서남쪽으로 상사바위와 새섬바위가, 북북서쪽으로는 하늘먼당이, 남동쪽으로는 향로봉이 구름 사이로 잠깐 바라보였다. 이정표에는 ‘↑용두마을 6.5km, ↓백천내 1.3km, →새섬바위 0.6km’로 표시되었다.

(13:17) 정상을 출발, 왔던 길을 따라 진분계 갈림길에 이른 뒤 동쪽 지능선 길로 들어섰다. 초입은 잡목 사이로 좁은 길이나 잠시 뒤 뚜렷하게 이어진다. ‘119조난위치번호 사천 8-다’ 표식과 작은 조망 바위를 지나니 남동쪽으로 능선길이 이어졌다. 몇 명의 등산객을 마주쳐 내려오다가 미끄러운 흙길에 넘어졌는데, 왼쪽 다리가 나무에 걸려 일자형이 되면서 하늘을 보며 쓰러지는 바람에 사타구니가 저려온다.

(13:59) 농로를 만났는데, 왼쪽은 계양마을 쪽이고 오른쪽이 진분계 마을 쪽이다. 오른쪽(서쪽)으로 내려서서 ‘↓등산로’ 표시판에 이어 진분계 마을에 닿았다. ‘진분계마을회관’ 옆에 세워진 ‘등산로 안내도’에는 글자가 거의 지워져 있었다.

(14:04) 마을 입구의 소나무 숲 쉼터가 자리한 도로에 이르니 차가 많이 주차되어 있는데, 상당수가 이 쪽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몰고 온 듯하였다. 다음 산행 코스인 봉암산~향로봉~백암산 들머리를 찾기 위하여 도로를 따라 북동쪽 고개로 향하였다.

▣ 蜂岩山(435.2m) 산행기

•코스: 진분계~고개(계양)~봉암산~언덕(~420m)~안부~백수골~홀골마을 (도상거리: 약 4km)
•일시: '04년 7월 17일
•날씨: 흐림, 27℃
•오후 2시 9분 경 진분계마을 출발

(14:09) 진분계 마을 입구를 출발, 북동쪽으로 나아가 ‘봉원리농장’을 지나 비운치(飛雲峙) 고개에 이르니 왼쪽으로는 계양마을이 자리한다. 일단 오른쪽(동남쪽)으로 보이는 산판길을 따라 조금 오르니 납골 무덤이다.

(14:14) ‘金寧金氏忠毅公派 龍陽門中納骨墓苑’에 이르니 길은 끊어지고 무덤 뒤로는 잡목 덤불이 무성하였다. 동남쪽으로 오르다가 보니 동쪽으로 흐릿한 족적이 보여 그 쪽을 따르니 흔적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14:27) 채석장 바로 오른쪽에 닿아 남남동쪽으로 난 짙은 잡목 사잇길을 따라 올랐다. 채석장 경계 표시인 듯한 전선이 이어지는데, 흔적이 다소 뚜렷해지기도 하나 이내 잡목 덤불 사이에 묻히고 거미줄도 성가시게 한다. 아까 진분계로 하산시 넘어져 다리가 뻐근한 데다가 잡목 덤불 가파른 오르막이라 힘이 무척이나 든다.

(14:59) 겨우 언덕(△435.2m)에 이르니 잡목 덤불이 짙은데, 풀섶 사이로 빛바랜 깃대와 삼각점이 보였다. 시야는 다소 트여 남서쪽으로 삼천포발전소와 앞바다를 낀 삼천포시내가 바라보였다. 정상에서 약간 왼쪽으로 비껴 남남동쪽으로 나아가니 흐릿한 족적이 보이기도 하나 길은 거의 사라진 상태로서 잡목 덤불 사이를 헤치며 나아가야 했다.

(15:22) 해발 420m쯤 되는 언덕에 이르니 사방이 잡목이라 시야가 막혔다. 어느샌가 가시에 긁혀 팔뚝에는 피가 흐른다. 동남쪽으로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며 지그재그로 나아가 얕은 안부에 이르니 앞쪽으로는 계속 덤불 투성이라 더 이상 전진하기가 어려웠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여기서 산행을 접기로 하였다.

① 향로봉 쪽으로 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② 다리가 불편하여 걷기가 힘든다.
③ 짙은 풀섶이라 뱀에 물리거나 벌에 쐴지도 모른다.
④ 아침부터 굶어 허기가 진다.
⑤ 시골이라 버스가 오후 6시 전에 끊어질지도 모른다.
⑥ 잠시 뒤 폭우가 쏟아질 수도 있다.
… 그만두려고 마음먹으니 별의별 이유가 다 생긴다.

(15:32) 오른쪽(남쪽)으로 내려서니 능선보다 잡목덤불이 더 짙고 거미줄도 성가시다.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꼴이다. 잠시 뒤 옛 텃밭 흔적인 석축이 보이기도 하나 여전히 길 흔적은 없다. 계단식 밭에는 대나무가 무성한데, 버려둔 지 오래되어 사람 하나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이다. 허물어진 집의 지붕 형태가 보이는 곳에서부터 가시풀섶을 피하여 계류를 따라 내려갔다.

(16:10) 왼쪽으로 농로 흔적을 만나 이를 따르니 조금 뒤 왼쪽에서 소로가 합류하면서 농로가 서남쪽으로 이어졌다. 백수골 마을을 지나 4시20분 경 도로에 닿았는데, 아낙에게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4시30분 경 버스가 삼천포로 나간다고 한다.

‘홀골마을회관’ 앞에서 신발과 양말의 물을 털며 잠시 기다리니 홀골이 종점인 버스가 도착하였는데, 기사에게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기사맘이라 한다. 4시26분 경 출발한 버스는 4시40분 경 삼천포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안내양에게 물어보니 사천을 거쳐 대전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5시30분에 있다고 한다. 기다리느니 일단 진주 개양버스정류소로 가기로 했다. 개양에서 5시45분 경 도착한 17:30 진주發 시외버스를 타니 대전동부버스터미널에는 7시40분 경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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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룡산 - 와룡산 밑에 살아서도 좀처럼 가기힘든 그곳에 가다니,
▣ 와룡산 -
▣ 권경선 - " 산행은 계속 되어야한다!" 이런 말이 생각 날 정도로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산행하시네요... 무탈한 산행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 운해 - 비 오는날 엄청 고생 하셨습니다. 와룡산 마치고 항구에 가서 회에다 소주가 일품이지요. 줄거운 산행 이어 가시길 기원 합니다.
▣ 山용호 - ㅎㅎ 저가 사는 와룡산 다녀가셧군요..그것도 하늘먼당길을....
▣ 유종선 - 권경선님, 운해님, 山용호님,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약수암에서부터 등산로가 생각밖으로 잘 나 있어 기분 좋았었는데, 비운치로부터 봉암산을(향로봉 가까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나서까지 길 흔적이 없어서 고생 좀 했습니다. 비라도 내렸으면 더 고생했겠지요. 언제 한번 만나뵌다면 회라도 대접해드리겠는데... ^L^. 향로봉은 덤불이 없어지는 겨울에나 다시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이기는 시원한 산행을 이어가시기 기원합니다.
▣ 김정길 - 대진고속도로 덕분에 와룡산 하고도 봉대산을 둘러보다니 대단하십니다. 거기다가 향로봉까지 욕심을 내고 망서렸다니 놀라운 철마올시다. 항산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정선 북면 여량리 PC방에서.
▣ 유종선 - 강원도에 가신다더니 정선에 가셨군요. 저는 갈 기회를 노리고 있으나 교통이 여의치 않아 몇년째 지도만 보고 있습니다만... 시원한 강원도의 정취를 즐기다 오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