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의 명산 중 불암산은 제게는 비교적 생소한 산입니다.
다른 산들은 다들 열 번 이상 올랐을 터인데 작년 2월 고교동창들과 함께 처음 오른 불암산은 어제(2004.7.11일)야 겨우 두 번째로 찾았습니다. 높이가 100여미터 더 높고 산세가 웅장한 수락산은 여러 번 올랐는데 인접한 불암산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올 들어 저는 산행기를 다시 쓰고자 서울근교 5대 명산을 차례로 종주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 불암산을 오른 것도 사실은 불암산-수락산 종주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북한산, 청계산과 관악산-삼성산을 4-5월에 마친 저는 수락과 도봉의 바위길을 안전하게 오르기 위하여 십 여일 전에 장만한 리지화를 신고 어제 불암산-수락산 종주에 나섰습니다.

지난 일요일 엉치뼈를 다쳐 집에서 쉬고자 했으나 결국 산의 유혹을 못 이겨 늦은 시간인 아침 9시 45분 집을 나섰습니다. 일단 불암산을 먼저 오르고 시간이 여의하다면 수락산도 이어서 종주를 할 계획으로 집을 나서 11시 중계역에 도착, 학도암에 이르는 길목까지 택시로 옮겼습니다.

11시 7분 학도암에 이르는 들머리에 들어서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저녁 늦게 큰비가 온다는 예보에 충실하고자 잔뜩 찌푸린 하늘이 7월의 햇살을 차단해주어 산행을 하기에 좋았습니다. 산행시작 15분 후 학도암을 지났습니다.학도암의 뒤쪽으로 벽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의 준수한 모습이 불암산이 바위산임을 일러주었습니다.

11시 52분 해발 400미터대의 산마루에 올라섰습니다.
왼쪽으로 5분가량 걸어 한 암봉에 다다라 어느 한 분에 봉우리 이름을 물으니 물개봉으로 답해주었습니다. 그 암봉에서 되돌아 서 불암산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12시 6분 첫 쉼을 갖고 준비해간 복숭아를 맛있게 들고나서 점심으로 마련한 떡을 집에 두고 왔음을 알았습니다. 냉장고에서 식탁에 꺼내 놓고 배낭에 넣지를 않은 것입니다. 점심을 안들고는 수락산 종주가 무리라는 생각이 들자 최근의 잦은 건망증세가 걱정이 됐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12시 38분 정상 바로 아래 설치된 간이 음식점에서 점심을 가름할 컵라면을 들고나자 다시 수락산까지 종주하겠다고 생각을 바꾸어, 산행을 서둘렀습니다.

25분가량 바위 길을 올라 13시 8분 정상에 섰습니다. 작년 2월 바위가 미끄러워 어느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정상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접지력이 뛰어난 리지화의 도움으로 저 혼자 큰 어려움 없이 꼭대기까지 올랐습니다. 수락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상계동일대의 아파트단지가 불암산과 수락산덕분에 값이 좀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해발 508미터의 정상은 많은 분들이 등정의 기쁨을 간직하고자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아 붐볐습니다.

13시 12분 정상을 출발하여 석장봉을 거쳐 수락산이 시작되는 덕능고개로 내달렸습니다.초행길이라 현대증권의 표식기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침 8시에 수락역을 출발하여 수락산을 올랐다 불암산을 오르는 어느 분이 제게 수락산을 이어서 종주하기는 무리라고 도움말을 주었으나 갈 데까지 가보고 결정할 뜻으로 계속 전진했습니다.

13시 30분 큰 암벽의 406봉을 오른쪽으로 트래파스하여 오른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선 채로 잠시 숨을 고른 후 바위산에 어울리지 않는 흙 살의 고즈넉한 길을 편안히 걸었습니다. 얼마 후 길을 막고 있는 오래된 철조망을 건너서 송전탑을 지났습니다.

14시 10분 또 다른 송전탑 앞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돌렸습니다. 이 시간이면 충분히 덕능고개에 도착할 수 있을 터인데 왼쪽 밑으로 군부대의 연병장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엉뚱한 길로 들어섰음이 분명했습니다. 15분여 휴식을 취하면서 되돌아가 덕능고개 길을 찾아볼까 생각해보았지만 시간상 수락산 종주가 무리일 것 같아 그대로 하산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약 15분을 걸어 내려가 만난 산소에서 구두끈을 다시 조여 매고 과수원으로 내려 섰습니다.과수원을 빠져 나와 남양주시 별내면의 삼거리농원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덕능고개를 넘어 당고개 전철역으로 옮겼습니다. 13시4분 당고개 역에 도착, 맥주 1캔을 사 마시며 4시간 가까운 불암산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과천에 다다르자 제법 거센 빗발이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나서면서도 출발이 늦어 수락산까지 종주는 무리라고 생각해서인지 저는 수락산을 못 오르고 불암산 만을 오른 어제의 산행에 만족했습니다. 무리하게 종주를 했다면 산행 중 비를 만나 바위 길을 오르내리기가 위험했을 것입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산행 중 잘도 미끄러지는 제게는 우중의 바위 길을 오르내리는 것은 금물입니다. 지난 주 일요일 등선폭포에서 내리는 비로 미끄러운 철계단을 내려오다 엉덩방아를 찧어 엉치뼈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어제 길을 잘못 들어 불암산에서 바로 하산한 것이 바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실족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주었다고 생각하자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여름 안으로 어제 못 다한 불암-수락의 종주를 해 낼 계획인바, 어제 산행이 크게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기를 맺습니다.


▣ 윤도균 - 불암산님 정말 아우님의 닉네임의 어머니산 불암산을 찿으시는건 너무나도 당연하 순리입니다 불암산도 정말 아름다운 산이지요 97년도에 암벽을 타고 줄에 매달려 간신히 발을 의지하고 대기를 하고있을때 등산화를 바라보니 세사에 그곳에 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있더라고요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잉태한 산물이라 생각을 하였답니다 일요일 엉덩이를 다치셨네요 그래 지금은 어느정도 괜찮으신지? 늘 추구하시는 불암산님을 보면 젊음은 아름다운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몸조심하시고 17일 만나요
▣ 산모퉁이 -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불암산은 만만하고 편한 것 같지만 위험하기도 하지요. 석장봉에서 덕능고개 가실때 좀 헷갈리니 주의하시구요. 다치신 엉치뼈 빨리 회복하시고 즐산이어가시길 빕니다.
▣ 김용진 - 새로운 맛을 느끼는 산행기를 쓰기 위해서 다시 오르는 서울 5대명산...... 훌륭한 산행기 기대하갰습니다.. 릿지화만 믿으시지 마시고 안전산행하십시요..
▣ 이제보니 - 불암산님의 본명이 우명길님?
▣ 우 명길 - 졸고를 읽어주신 모든 분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닉네임이 없으며, 불암산이라는 필명을 가진 분은 따로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