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자 : 2004년 1월 16일 ~ 17일(금, 토)


2. 산행코스 : (부산) - 영각사 - 남덕유정상 - 삿갓봉 - 삿갓골재대피소(일박) - 무룡산  - 동엽령 -                 백암봉 - 중봉 - 향적봉 - 무주스키장 - (부산)


3. 산행인원 : 친구랑 둘이서


4. 준비물 : 겨울등산복장. 모자2, 안면모, 장갑3, 핸드폰, 디카, 취사도구일절, 보온병, 쌀, 라면2,


                반찬, 행동식여러가지, 45리터베낭, 우모복, 여비6만원소요, 등


5.산행기


지난주에 친구 넷이서 5,6,7일 지리산에서 지내고 이번 주는 갑자기 금, 토에 시간이 생겨 연락을 하니


둘은 시간이 안되고 결국 나머지 둘만 덕유로 가기로 결정하고 여러가지 준비물들을 챙겨본다.


서부터미널에서 7시 출발하는 장계행버스를 타고 서상까지 가니 11시다.  택시로 옮겨 타고 삿갓골재


에 전화하니 오전중에 올라온 사람은 없다신다. 걱정이 된다. 10여분 후 영각사로 간다. 표지가 있는 도


로를 따라 올라가니 배밭이 나오고 매표소가 바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껏 날씨가 흐린것이 마음에 걸린


다. 며칠동안 기후조사를 한 것 믿고 왔는데...... 오전 강수 확률 20% 오후 70% 내일아침 80%


남덕유 정상만 넘어가면 삿갓재 갈때는 조금 눈이 내려도 되는데 그때까지만 참아다오 하고 빈다


어젯밤 잠을 설쳤다. 산행기에서 하필이면 무서웠던 케이스를 읽었기 때문이다.


만약 금요일이라서 아무도 안 올라가면 어쩌나? 아무도 없다 치고 러셀이 안되어 있으면 어쩌나?


혹시 폭설에 말만 들은 화이트 아웃 같은거 당하면 어쩌나?


갑자기 대설주의보라도 내리면? 그럼 우리 둘이는 무주가서 근처를 배회하다 다시 오는거다.


아니면 구례로 가서 화엄사근처 자고 뒷날 화엄사 계곡이나 치고 올까? 온갖 망상에 잠을 못잤다.


그런데!!!!! 매표소에 가니 벤취에 식사중인 듯 남자분이 둘 계신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묻는다


"내려오셨습니까? 올라가실겁니까?'


"올라갈 겁니다"


친구왈  "와 구세주다"


 


발빠른 남자분과 비슷하게 산행하려면 먼저 서둘러야 한다고 채근해서 먼저 출발한다.


지난 6월의 아름답던 기억하나 ! 입구에서 바로 천남성을 만났는데. 여기쯤 왼쪽에 딱 한


그루 있었지 하고 그쪽을 더듬어 본다.


길은 눈이 더러는 녹고 더러는 쌓여서 보기 좋을 만 하다. 날이 개기 시작하여 해도 보인다.


 


첫 안부에 오를때까지 두어시간을 베낭 한 번 내리지 않고 사진만 몇 컷 하고 오른다. 그때서야 간식을


조금하고는 이제 정신 차려서 철계단을 올라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 때쯤에야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두 셋 보인다.


자 30여분 더 가야지. 철계단을 만나서야 남덕유임을 실감한다. 여전히 살벌한 계단이다. 다행히 계단


에는 눈이나 얼음이 흔적도 없다. 드디어 정상!! 정상에는 십여명이 있다.


아랫동네가 훤하다. 올라온 쪽으로 서상, 뒤로 안의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육십령능선이 할미봉을 사이


에 두고 넘실대고 타고 든다. 언젠가 가보아야지.


뒤쪽으로는 멀리 향적봉앞의 수신탑인지가 보이고 중봉  앞으로 줄지어선 봉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가까이 삿갓봉이 기다린다. 서쪽의 장수덕유도 나한테는 안오냐고 한다.


동쪽으로 수도, 가야가 보인다고 하던데 분간을 못하겠다. 아직도 산을 몰라보는 내가 안타깝다.


폰을 빌려 연락을 취하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 하고 일어서려니 매표소에서 만난 남자분들이


도착해 계셧다.


 


2시 40분 출발하여 월성재에 곧 도착하고 삿갓봉을 향해 가는데 만만 찮다. 여러개의 봉을 지나서야 삿


갓봉이 있었다. 계속 전진하여 5시 10분께에 대피소에 도착. 식사준비를 하려고 60미터 아래에 있는 샘


터에 가서 물을 길어 취사장에 오니 안에 수도 꼭지가 있었다. 이런! 지난번에 올때는 취사준비를 안했


더니 취사장에 물이 있는 줄을 몰랐구나. 그래도 샘터내려가는 길을 새로 깨끗한 나무 계단으로 새단장


한 것을 보니 수고 많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식구가 12명이다. 버젓이 의자에 앉아 - 노고단부터 소청봉대피소 까지  이렇게 멋진 취사장 의


자는 없었다 - 저녁을 맛있게 먹고는 자리 깔고 누우니 세상에 편하다.


잠시후 젊은 분이 오셔서 함께 삼겹살에 소주하자고 하시는데 피곤함에 사양하고 누워서 둘이서 얘기


하고 있으니 하나 둘 들어 오신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잘려고 하면 할 수록 못잔다는 것을 알고 마루


에 나가서 지도나 볼까하고 나서니 마루가 온돌이라 따끈하다. 좋다!!


 


어쩌다보니 하나 둘 모여서 산얘기로 꽃을 피운다. 내일의 진행 방향, 지리산, 설악산, 구조대얘기, 옛


날산얘기, 그 얘기들에 끼어들 수 있음에 행복해 한다. 11시가 못되어 자기로하고 헤어져 랜튼들고 밖


에 나가니 잔눈발이 날린다. 그래 밤새 이만큼씩만 오면 좋겠다. 폭설은 되지 말고.


 


그럭저럭 잠을 깨니 7시다.  황당!! 7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재빨리 아침을 서둘러 먹고는 남이 밟지 않은 눈길을 걷고 싶은 욕심에 8시 출발한다.


북쪽으로 난 계단길을 오른다. 아무도 밟지 않았다. 이 신선함!! 모든 나무들은 눈을 이고 있고 상고대


가 아름답다. 참나무잎에도, 조릿대잎에도, 억새, 철쭉, 진달래가지, 소나무, 모두 눈세상이다. 그런데


800미터 러셀이 내 능력의 전부였음을 실감한다. 다리가 무겁고 힘이 든다. 말로만 듣던 러셀의 힘듬을


실감한다.


다행히 남자분 둘이 곧 오셔서 러셀은 그 분들의 몫이 되었다. 근데 하늘이 이상하게 흐려지고 무서운


얼굴을 드러낸다. 그래 두시간 동안 계속 이러면 돌탑까지 가서 돌아와서 황점으로 탈출할거야 하고 속


으로 마음 먹는다. 아름다운 상고대가 날씨를 커버하고 눈발은 계속 흩날리고 그 와중에도 계속 사진을


찍고 드디어 무룡산이 나타났는데 세상에 70분이나 걸렸다. 이대로 라면 향적봉까지 7시간 더 걸릴지


도 몰라하는 걱정에 베낭속의 음식들을 재빨리 계산 해 본다. 그래. 가능할거야.



                         (무룡산을 오르는 친구 - 제일 맘에 드는 사진)


아!!!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니! 세상 모든이들이 이모습을 보았으면! 목이 말라 계속 눈과 상고


대를 따 먹는다. 맛있다!


날씨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발은 계속 앞으로 나가고 입에서는 탄성이 쏟아지고, 돌탑도 지나고 드디어


동엽령. 이곳까지는 그다지 늦지 않게 온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동엽령에서 삿갓골대피소에


전화를 내본다. 별다른 기상예보가 있었나 하고. 괜찮다시니 마음이 놓여서 커피를 한 잔한다. 손을 떨


리지만 물은 쏟지 않고 겨우 마신다. 남자분 둘이 앞에서 러셀을 해 주니 훨씬 속도가 난다. 정말 만남


이 반갑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했지만.  눈발은 계속 내린다. 시야가 흐리다.



                                 (동엽령에서 내려서며 - 빨간 모자)


곧 이어 백암봉에 오르니 송계사 삼거리 표지판이 반갑고 횡경재로 가는 길에 표지기들이 정답다.


저 길이 백두대간 이어지는 길이지만 나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가게 되겠지. 친구가 사과를 깍아준


다.   이추운데서 손내서 사과를 깍아 주다니 고맙고 맛있다.


 


날은 조금 개인다. 사람들도 아주 조금씩 정말 반가울 만큼 지나간다.


중봉을 오르는데 남자분중 한분이 잠이 온단다. 큰일 났다. 간섭이라 생각하지 않고 안된다고 가자고


한다. 눈발에 시야도 흐리고 지나다니는 이도 없는데 잠이라니!!! 다행히 계속 잘 걸으신다. 일부러 말


을 붙여본다. 답하느라 정신 차리시라고.  이어서 중봉! 사람들이 간간히 제법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본고장에 왔구나.


향적봉은 잠깐이다. 늘푸른 나무들이 몇그루 보이기 시작하고 고사목과 철쭉상고대를 지나며 산악인의


집지붕이 보인다.



                               (산악인의 집 지붕이 스머프들의 집처럼 예쁘다)


6시간 걸렸다. 삿갓골재대피소에서 향적봉까지. 정상석을 넣어서 한 컷하고는 마음은 백련사로 가고


몸은 설천봉을 향한다. 그 곳은 처음인데 눈속에서 아름답다. 곤도라를 타고 무주 스키장으로 내려와서


부산행 버스를 알아보니 시간이 80분이나 남았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 시간을 보내고 32인승 관광리


무진을 타고 부산오니 8시. 적당한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 달콤한 피곤함을 가지고!!!!!!!!!!!!!


 


- 처음으로 올리는 산행기라 잘 못 된 지명이 있는지도 걱정되고 하지만, 올려봐야 늘겠지요 하고 올려


봅니다. 항상 산행기 올리시는 분들이 부러웠거든요  -


- 설지나고 토요일에는 짝지랑 노고단에서 한 밤 하기로 하고 예약을 또 한다.  산에서 내려오자 마자


또 산이 그립다 -


 


 




▣ 산모퉁이 - 소원성취 축하드립니다. 산행기도 잘 읽었고요. 첫작품이 이렇게 훌륭하시니 앞으로도 계속 기대됩니다. 여성들만의 산행 참 보기 좋습니다. 친구분들과 늘 안산, 즐산하세요...^^
▣ 보룸달 - 지난 가을의 흔적이 아련한데 자세한 산행기 아주 훌륭하군요 ..앞으로 많은 기대하며 즐산하셔용
▣ 이송면 - 지난주 덕유산... 그밤에 못곳의 경치를 새삼 보는 군요... 동엽령... 1400고지 . 백암봉비석에서 지도 정치를 하고.... 그래도 님은 밝은 날에 산행을 하셔서 좋은 선경을 보고 왔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한 산행 하시길...
▣ 이송면 - 못곳- 못 본곳(오타-_-)
▣ 산초보 - 이글 보고 2월초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 ska - 이송면님. 님의 며칠전 산행기를 다시 읽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서 겁이나서 계획을 취소하려고 까지 한 산초보입니다. 정말 다행이셨습니다. 앞으로 기주도 아빠같은 멋진 산사나이가 되겠지요. 지난번 지리산행때도 좋은 의견을 주시어 참고하여 잘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감사합니다.
▣ 산그림자 - 안녕하세요.. 산그림자 입니다..^^ 참으로 용기가 가득하시고 행복한 걸음 하시면서 덕유산의 풍경과 고운 말씀을 남겨주시니.. 읽는 저로써는 감사 드림니다. 늘 건강하시고 힘찬 발걸ㅇ므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비비추 - 멋진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부산에서 2월초에 그코스로 등반할 계획인데 구체적인 교통편을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kshong@daunet.donga.ac.kr
▣ 구기 - 잘 읽었읍니다. 그날 저는 삼동에서 출발해서 백련사로해서
▣ 구기 - 향적봉을 올랐고요 중봉지나 동엽령에서 하산했지요 출발이 06시 하산하니 16시 눈발이 날리기는했지만 설경이 그렇게 아름답다는건 새삼 깨달았지요...다음에는 꼭 종주를 해보고 싶은 산입니다.
▣ 구기 - 향적봉을 올랐고요 중봉지나 동엽령에서 하산했지요 출발이 06시 하산하니 16시 눈발이 날리기는했지만 설경이 그렇게 아름답다는건 새삼 깨달았지요...다음에는 꼭 종주를 해보고 싶은 산입니다.
▣ shin영옥 - 덕유산 눈꽃 산행 이렇게 멋지게 다녀오신 것 온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산행기도 너무 재밌구. 다음에 꼭 나도 덕유산 겨울 산행 해서 샘에게 자랑해야지.언제나 샘없이 혼자힘으로 산행 할 날이 올지......
▣ 부러워! - 그새 언제 천상의 세계에 다녀 오셨죠?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이세상에서 읽으니 남선생님이 한 없이 부럽습니다.(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