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4-08-12(목) 오후 3:00-7:30

 

산행코스 : 서울 서초구 원지동 윈터마을 청계산입구-매봉-혈읍재-과천 서울대공원

 

날    씨 : 맑고 무더움


집사람과 둘이서...


  

만 한달만에 산행이어서 며칠전부터 맘이 설레였다.

 

지난 7.15 우중 운악산 산행을 하고 하산 중 현등사를 구경하고 폭포를 구경하려고 계곡으로 내려 가다가 무릎을 살짝 삐끗했는데 약 한달간 산행을 못 했다.

 

이전에 다친 무릎이라서 꼼짝 없이 산에 갈 수가 없이 최소한 한달은 쉬어야 했는데 솔직히 무릎이 불편했던 것 보다는 산에 못 가는 것이 훨씬 고생 스러웠었다.

한주일에 평균 두 번은 산행을 했었기 때문에 산에 못 가는 것은 고통 그 자체이다...

 

지난 한달간 매일 출퇴근하면서 북한산, 도봉산, 용마산 등을 바라 보면서 산에 못가는 답답함을 달래느라 정말 힘들었지만 대신 한국의 산하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다른 산님들의 산행기를 읽으면서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날씨는 연 3주 지속되는 지독한 무더위여서 이런 날씨엔 산에 가는 것은 무모한 거지 뭐 라고 하면서 산에 못 가는 내 처지를 오히려 위로도 해 보았고...

 

오랜만에 가니 맘도 설레이고 어느 산에 갈까 고민도 되고...

 

여기 저기 생각을 해 보다가 서울의 산들이 대부분 바위 산이라서 좀 부담이 되어서 생각 끝에 청계산을 가자 맘을 먹었다.

 

청계산은 집에서 그래도 가까운 산이라 평소에 자주 다녀서 길도 익숙하고 바위도 별로 없는데다가 등산로가 워낙 잘 정비되어 있어 회복된 무릎에 무리를 줄 것 같지도 않고...

 

목요일 오전근무를 하고 집에 와서 식사를 하고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원지동 청계산 입구에 도착을 하니 오후 세시다.

 

버스에 내려서 음식점 밀집지역을 지나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날씨가 더워서 등짝에 벌써 땀이 많이 흐른다.

 

계곡엔 그동안 비가 안 와서 그런지 물도 별로 없는데도 피서를 오신 분들에 의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들이키고 무더운 날씨땜에 한사람도 앉아 있지 않은 팔각정 같은 쉼터를 지나 갈림길에서 좌측길을 택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잘 만들어진 꾸준한 오르막 등산로를 오르는데 등산로에 떨어진 도토리가 지천이다. 가끔 밤송이도 있고...

아직 덜익은 열매들이 왜 이리 많이 떨어져 있을까?

 

내가 무릎이 고장이 나서 한달을 쉬는 동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이 이제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이 코 앞에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구나.

지난 한달간의 한여름 내내 컴에서 다른 분들의 산행기를 읽으면서 대리 만족을 하는 동안 여름은 이미 서서히 내곁을 떠나가려고 하여 아쉽기 그지 없다.

 

숲속은 온통 매미를 비롯한 여름벌레들의 합창에 귀가 따갑지만 그래도 모처럼 이런 싱싱한 노래 소리를 들으니 반갑기 그지 없고 싫증이 나지 않는다.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는데 연신 좌우에서 툭툭툭 하는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도토리를 좀 주우니 집사람이 줍지 말란다. 다람쥐 먹이 라고...


지천에 깔려 있는 아직 설익은 이 도토리를 다람쥐라고 거들떠 보랴 마는 그래도 사진을 찍기 위해 몇 개 실한 놈만 줍고 말았다.

  

모처럼 배낭을 맨 등짝에서 연신 땀이 흘러 내린다.

얼마만인가? 정말 땀 마져도 반갑다.

물론 엄청 무더운 여름을 보내느라 땀을 꽤 흘렸지만 어디 산에서 흘리는 땀과 이로 인해 느껴지는 쾌감에 비하랴...

 

귓가에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 이거 마져도 반갑다.

여름 산행엔 모기가 계속 따라 붙어 엄청 귀찮고 손으로 쫓아도 계속 쫓아 오는 이놈의 불청객 마져도 오랜만의 산행에선 반갑게 느껴지니 그동안 산에 굶주리긴 많이 굶주린 모양이다.

 

몇분의 아저씨들께서 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등산로 정비를 하시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어 오히려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한 맘이 든다.

저 분들은 생계를 위해 산에 오셔서 일을 하시는데 나는 내 취미생활로 산을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저 분들 덕분에 연약한 무릎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산행을 하고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예전에 오르던 속도의 절반 속도로 산행을 하는데도 집사람은 자꾸 쳐진다.

 

내가 한달을 쉬는 동안 자기도 함께 쉬다가 오랜만에 산에 오니 날씨도 엄청 덥고 하여 힘든 모양이다.

이 산행기를 쓰는 오늘도 집사람은 한달만의 산행의 후유증으로 종아리가 땡겨 내리막을 불편하게 걷는 모습을 보니 웃음도 나오고 안쓰럽기도 하고...

 

꾸준한 오르막을 올라 사거리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헬기장을 향하여 오른다.

우측길은 수많은 계단을 이용하여 바로 헬기장으로 오르지만 계단이 싫어서 바로 좌측으로 있는 산 허리를 돌아서 접근하는 완만한 길을 이용하여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전혀 안 보이던 야생화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여 엄청 반갑다.

야생화도 오랜만에 보니 정말 더 반갑구나.

오늘은 모든게 다 반갑다.

 

산도, 나무도, 꽃도, 사람도, 매미 소리도, 등줄기의 땀도 그외의 모든것이...

 

헬기장을 지나서 매바위로 향하는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니 돌문바위가 나타난다.

예전엔 많은 산님들께서 이 바위를 한바퀴 이상 돌면서 가시길래 왜 저러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냥 픽 웃고 지나쳤었는데 오늘은 이 바위도 오랜만이라 반가워 가까이 가 보니 잘 설치된 나무표시에 청계산의 정기를 받으세요 하고 쓰여 있어서 나도 한바퀴 돌고 통과를 한다.

 

오르막을 좀 올라 가니 청계산 충혼비가 등산로에서 우측으로 50미터쯤 가면 있어서 가 보고 82년에 비행기추락으로 순직한 53인의 국군장병의 넋도 잠시 위로 하고...

 

다시 주등산로로 되돌아 와서 오르막을 올라 바위지대를 로프를 잡고 올라가니 청계산에서 가장 전망이 끝내 주는 매바위에 도착을 한다.

꽤 많이 이곳에 올라 왔었지만 오늘은 정말 반갑고 기분이 상쾌하다...

이곳에서 동쪽의 시원하게 뚫린 경부고속도로, 분당지역, 청계산 정상의 군사시설, 망경대 등이 한눈에 들어와 맘껏 조망을 즐긴다.

 

평평한 능선로를 잠시 진행을 하니 드디어 청계산 매봉에 도착...

천천히 걸어서 그런지 평소에는 한시간 이내에 올라 왔었는데 오늘은 한시간 반이 걸렸구나.

 

매봉에는 유치환님의 행복이란 시가 정상석 뒤에 쓰여져 있고 글귀 하나 하나가 감동 그 자체이다.

 

     내 아무것도 가진 것 없건마는

     머리 위에 항시 푸른 하늘 우러렀으매

     이렇듯 마음 행복되노라


 

     나중 죽어 서럽잖이 더욱 행복함은

     하늘 푸른 고향의 그 등성이에

     종시 묻히어 누웠을 수 있음이러라

 

진정한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살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매봉 바로 뒤 바위에 앉아 서쪽에서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얼려 온 시원한 물을 들이키니 온몸이 다 시원하다 못해 시린 느낌이다.


잠시 쉬었다가 앞으로 진행을 한다.

 

청계산은 늘 원지동에서 시작하여 매봉까지 왔다가 원지동으로 되돌아 가기만 했었지만 오늘은 과천쪽으로 하산을 하리라 맘을 먹고 올라 왔다.

 

직진을 하면서 지도를 살피는데 집에서 복사를 해 놓은 지도를 안 가지고 왔구나...

 

지도가 없어 자신은 없었지만 능선을 타고 가다 보면 이정표도 있을 것이고 별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을 하고 그냥 예정대로 진행을 한다.

 

청계산은 매봉까지는 거의 오르막이어서 무릎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젠 내리막이 나타나기 시작을 하니 좀 부담이 된다.

 

스틱을 꺼내 양손으로 짚으면서 과천쪽으로 향하여 진행을 한다.

 

몇분의 산님들이 쉬고 있는 간이휴게소를 지나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능선을 진행을 하니 우측으로 서울대공원과 멀리 관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전망이 좋구나.

 

좀 더 진행을 하니 청계산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서 갈 수가 없어 군부대 옆으로 돌아서 가는 등산로를 따라 진행을 하는데 고개가 나타나서 이정표가 있어서 보니 혈읍재라고 되어 있고 표고 490M, 옛골 3,500m, 하오고개 5,060m 라고 쓰여 있다.

 

지도가 없어 하오고개가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 게다가 거리가 5,060m 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거리가 장난이 아니구나. 한달만에 모처럼 올라오느라 수고한 무릎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되돌아 가기도 그렇고 하여 일단 가는데 까지 진행을 하다가 여차하면 우측으로 탈출을 하면 과천쪽 어딘가 나오겠지 하고 생각을 하고 간다.

가다 보니 우측으로 등산로가 분명하게 있는 곳이 있어 일단 탈출을 하기로 하여 우측 등산로를 타로 내려 오는데 재법 경사가 있어 조심 조심 스틱을 잘 짚으면서 내려 왔다.

주로 내리막에서 무릎이 잘 다치니 엄청 조심을 하면서...

 

내려 오는데 아래쪽에서 왝 왝 하는 동물 소리가 들리는구나.

이리로 계속 가면 서울대공원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힘들게 내려 갔는데 서울대공원에 담이나 철조망이 설치가 되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등산로가 분명한 것 봐서는 분명히 산님들이 다니는 길이니 믿고 그냥 내려 가지 뭐...

 

한참을 내려 가니 좌우 방향으로 잘 정비된 산책로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것이 혹시 서울대공원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좌로 가야 할지 우로 가야 할지 몰라서 일단 좌측이 과천쪽  방향 같아서 따라 가 보니 여자 두분이 우리쪽으로 걸어 오고 계셔 여기가 어딘지 여쭈어 보니 서울대공원내에 있는 삼림욕을 위한 순환산책로 이고 우리가 가는 쪽으로 계속 가도 대공원정문쪽이 나오는데 너무 거리가 멀다고 하면서 우리가 온 길을 되돌아서 가다 보면 코끼리 열차 타는 곳이 나온다고 한다..

 

서울대공원에 공짜로 들어오게 되니 좀 미안하구나.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무릎 때문에 좀 짧은 하산길을 택하다 보니 그렇게 되긴 했지만...

애들이 좀 어릴 때는 이곳에 꽤 많이 왔었는데 몇 년만에 생각지 않게 이곳 동물원에 들어오니 반갑기도 하다.

 

편안한 삼림욕 산책길을 걸어서 내려 오다가 좌측으로 빠지니 식물원이 나와서 이왕 온김에 구경도 좀 하자 맘을 먹고 식물원 구경을 간단히 하는데 갖가지 식물들이 전시가 되어 있지만 시간이 없어 재대로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식물원에서 내려 오다 보니 동물원이 나와 사자 우리를 첨 만나게 되었는데 아까 하산시에 왝 왝 하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알고 보니 사자의 으르렁 거리는 포효였음을 알 수 있었다. 사자가 너무 더워서 신경질을 내고 있었나 보다.

 

각종 동물들을 그냥 천천히 걸으며 기웃거리며 보며 내려 오니 벌써 정문에 도착하여 코끼리 열차를 표를 구입하여 타고 서울대공원 입구에 도착을 하니 이미 날을 어둑 어둑 하여 지고 멀리 호수 너머로 오늘 내가 다녀 온 청계산이 아름답게 어둠에 쌓여 가고 반대쪽으론 관악산의 멋진 능선도 한눈에 들어 온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며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였다.

 

무릎도 아직 내리막에는 좀 조심스럽지만 통증도 없이 잘 견디어 주어서 고맙고...

 

한달만의 산행 내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었다.

보고 팠고 만나고 팠던 산을 오랜만에 만나니 엄청 반가웠나 보다...

 

이제 더위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좀 있으면 가을이니 이번 가을에 맘껏 산행을 할 기대를 하니 벌써 맘이 또 설레인다.


감사합니다.

 

아래 사진들은 제 블로그에 가셔야 보실 수 있습니다.

방문하셔서 감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blog.daum.net/syuanatomy/4320457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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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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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을인가? 떨어진 도토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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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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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에 등산로를 정비하고 계신 아저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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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설치된 나무 계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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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로변에 있는 흰색 버섯과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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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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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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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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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충혼비... 82년 6월 1일 군작전 중에 비행기 추락으로 순직한 53인을 추모하는 비.. 배레모와 혁띠가 놓여 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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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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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바위에서 바라본 청계산 정상 망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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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매봉... 이 정상석 뒷면에 유치환님의 시가 쓰여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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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쪽으로 진행하다가 내려다 본 서울대공원과 멀리 관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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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읍재 표고 490M, 이정표엔 옛골3500M, 하오고개 5060M 라고 쓰여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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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에 진입을 하여 식물원 부근에서 찍은 탐스런 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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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안에 있는 병야자... 병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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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의 비름 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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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먹은 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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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le Antelope 라고 쓰여 있더군요... 잘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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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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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열차에서 내려 호숫가에 올라가서 바라 본 서울랜드 뒤로 청계산... 좌로부터 옥녀봉, 매봉, 망경대)

 

감사합니다... 산모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