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눈에 분명히 보일 때 길입니다
눈에 보이는 길도
선명하게 분명히 보여야 합니다
안개가 가득했다거나
바람이 불어 길에 들어설 수 없을 만큼 길이 제 몸을 열어주지 않으면
길을 걷는 사람은
길을 걸으면서도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안개가 있어도
바람이 불어도
길에 얼음이 단단해 미끄러워도
눈이 녹아 질척여도
길만 보인다면 길은 걸을 수 있습니다
(큰재에서 2월 15일 사진 동계백두대간 46일째)
그 길에 태양이 떠
어둠을 몰아내면 길은 아름다워집니다
그 길에 태양이 져
어둠이 내린다면 길은 무서워집니다
길 바로 저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길은 늘 열려있지만
열려있는 그 길이 어둠으로 자신의 마음을 닫으면
길을 걷는 사람은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든지
걸음을 멈추어야 합니다
(선자령 가는 길 2월 22일 동게백두대간 53일째)
그러나 그 길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길은 없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길에서는
길을 찾거나 만들어야 합니다
(1월 20일 화령재 가는 길 동계백두대간 20일째)
길을 찾으면
그 길을 걸어갑니다
길을 걸을 땐 위험하지 않습니다
길을 가다 멈출 때
쉴 때
그 길에서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길은 모든 위험한 상황을 표현합니다
길은 집짓는 곳도 아니고
쉬어가는 곳도 아닙니다
길은 걸어야 하는 겁니다
걸을 때 땀이 나고
걸을 때
길이 가진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길은 그 길을 지날 때
길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멈추면 길은 더 이상 보여주지 않습니다
(바람재를 지나며 1월 17일 동계백두대간 17일째)
길이 보여주는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은
길을 걷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길이
제 품을 열어 계속 보여주는 한은
길은
계속 걸을 수 있습니다
(3월 1일 신선봉에서 본 마산, 동계백두대간 마지막날 60일째)
그 길을 다 걷고 나면
잠시 행복에 도취됩니다
그러나 길을 아는 사람은 다시 길을 가려고 준비합니다.
마지막날 60일째
오늘날의 삶의 길 삶의 방식도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계속 길이 닥여 지고 후손들도 조상이 지나간 길을 거닐며 때로는 새로운 길도 개척해 가면서 역사를 이어가는 것 같습니다.
길이 보이지 아니할때 무턱대고 진행하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지요.
자신의 진행방향을 수시로 확인해 가면서 절벽의 존재여부도 살펴 때로는 우회도 해야 하고...
간단한 표현속에 수많은 삶의 지혜가 숨겨져 있는 길
님과 함께 거닐며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필님 우리의 삶이 있는 한 쉬지 않고 어디론가 저마다의 길을 걸어 가고 있지요.
가면서 저마다 색다른 경험도 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