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  8.21-8.22(1박2일)

- 누가 -

   늘보부부(남,녀 각각 1)

- 산행경로  -

                  성삼재(8.21, 08:00) - 노고단고개(아침, 도시락) - 임걸령 - 화개재 - 토끼봉(점심, 도시락)

                  - 연하천 대피소 - 형제봉 - 벽소령 대피소(16:40, 숙박) - (05:35 벽소령 출발 - 세석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 백무동 하산(15:20)

- 특이사항 -

    8월 22일 5시 30분에 비를 맞으며 벽소령을 출발하였는데, 그날 지리산에는 호우주의보로 등산이 통제되었다는군요. 본의아니게 규정을 어기게 되었습니다만, 그날 걸을 때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비록 천왕봉까지의 종주는 실패하였지만, 호우주의보를 감안하여 절반의 성공으로 스스로 평가합니다.

  

  

- 산행후기 - 

  

새벽 1시 30분 잠이깬다. TV를 켜니 올림픽 중계방송이 한참이다. 오늘 지리산에 가는 날이니 잠을 좀더 자야하는데 생각하면서 TV를 켠채 잠을 다시 청한다. 영 잠은 안오고 4시경 아내도 잠에서 깨어난다. 불을 켜고 준비를 시작한다.

  

4시 46분 자동차 키를 꽂고 대전 톨게이트로 향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함양IC에서 88을 타고 지리산 인터체인지로 빠진다. 인월을 거쳐 백무동과 뱀사골 갈림길에서 잠시 머뭇거린후 백무동까지 표지판의 속도를 철저히 지키며 쉬지 않고 달린다.

  

백무동 주차장 도착시간이 6시 50분경이다. 아내는 화장실에 가고 나는 마천 택시에 전화를 건다. 전화는 받지 않고 인터넷에서 캐낸 마천 택시기사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기사 말씀 백무동으로 향하고 있는데 합승이 가능한지 모르겠으니 기다려 보란다. 잠시후 택시가 휭하니 위로 올라간다. 다시 기사에게 전화를 건다. 5분쯤 기다리라고 한다. 5분후 갤로퍼형 택시가 도착한다.

  

택시 중간자리는 남자손님 3분이 차지하고, 아내는 앞자리에 나는 짐칸 겸용 뒷자리에 올라탄다. 이미 탄 3분은 어제 새벽 5시에 수원을 출발하여 9시에 성삼재에서 출발하신 분들이란다. 한분은 천왕봉에 들렸다 장터목에서 숙박하고 하산하였고, 다른 두분은 세석에서 백무동으로 하산중 날이 저물어 다리위에서 비박을 하셨단다. 어두워 한치도 못가고 휴대폰도 안터지고 몸고생 마음고생 무척 하신 것 같다. 그런저런 얘기중에 매표소에 도착한다. 먼저 타신분들이 성삼재에 차를 회수하러 가신다고 사정 말씀을 하신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도 입장료 면제다. 백무동 출반한지 40분쯤 후인 7시 50분 성삼재 도착이다. 인터넷상 정보는 백무동에서 성삼재까지 택시비가 35000원이라 했는데, 우리는 합승한 덕분에 25000원만 내란다.

  

신발끈 동여매고, 썬크림 바르고, 배낭에서 모자 꺼내 쓰는등 준비를 마친후 8시경 등산이 시작된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오늘/내일 한두차례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하늘은 잔뜩 구름이 끼어 있다. 그래 가보자. 한두차례 비라니 큰 지장이 없기를 고대해본다. 시멘트 포장길을 천천히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구례쪽으로 전망이 확 트인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한참을 더 진행하여 노고단 대피소에 8시 37분 도착하여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취사장 앞 의자에 걸터 앉아 아침을 먹는다. 물병도 가득채우고 곧바로 노고단고개로 향한다. 고개에 도착해보니 풍경이 참 좋다.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과 산정상이 이루는 조화는 산위가 아니면 어디서도 볼수 없는 것이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 기념사진 한 장씩 찰칵하고 9시 10분 임걸령으로 향한다.

  

아까 택시에서 만난분들이 어제 거의 종일 비가 내렸다더니 진흙길이다. 곧 바지가지랭이는 흙으로 도배가 된다. 10시 12분 돼지령, 피아골삼거리를 거쳐 임걸령에 도착한다. 10여년전 여름휴가때 노고단에서 임걸령까지 애들하고 한번 다녀간 적이 있다. 그때 임걸령은 흙이 드러나 있고 아무나 앉아 점심을 먹었는데 지금은 나무방책으로 극히 일부분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임걸령에서 물병만 채우고 곧바로 출발한다.

  

10시 56분 노루목을 지나 삼도봉으로 향한다. 반야봉 갈림길에는 주인없는 배낭이 일렬로 서있다. 마치 군 사열하는 것같다. 11시 24분 삼도봉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한 장 찍는다. 사진찍는데 나보다 약간 늦게 오신분들이 계속 사진찍기를 방해한다. 대충 찍는데 그분들이 그 자리에서 포즈를 잡더니 다른 사람들보고는 사진찍을수 있도록 비켜달라고 한다. 어이가 없지만 산에까지 와서 시시콜콜 말하는 것이 귀찮아 그냥 간다.

  

화개재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45분, 뱀사골 대피소는 아래로 200미터쯤 내려가야 있다. 잠깐 나무의자에 앉아 쉰다. 우리가 앉을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한 10분 쉬는 사이 많이들 오셔서 쉰다. 반대편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무리의 아동들이 배낭과 매트리스등을 메고 오고 있다. 선생님인듯한 분이 헬기장에 모이라더니 에이스 한 개등 간식을 먹으라신다. 얘들이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토끼봉 직전의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역시 도시락이다. 어느분이 젓가락좀 빌릴수 있는지 묻는다. 당연히 없다. 아내와 내꺼 2개만 가지고 갔으니 말이다. 다른 분이 배낭에서 나무젓가락을 꺼내어 주신다. 그런데 그분은 밥이 없는 모양이다. 두분이 사이좋게 밥을 나눠 드신다. 또 다른분은 미숫가루를 탄다. 그러자 일행인듯한 분이 헬기장 한켠의 숲속에서 밥이 남는다며 오라한다. 다른한분은 햄버거를 건넨다. 이분 점심도 없이 산에 올랐는데 아주 잘먹는다. 세상사와 비슷한 것 같아 속으로 웃음을 머금는다. 그런데 이분은 헬기장 입구를 가로막고 앉아 있다. 입심이 대단하신분 같던데 동료덕분에 포식을 하였으니, 다른 분들을 위하여 다음부터는 입구에는 앉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12시 36분 뱃속을 채웠으니 힘을 내여 다시 걷는다.

  

토끼봉 정상을 지나면서부터는 안개가 앞뒤를 가려 좌우 풍경 감상을 전혀 할수 없다. 약 10여미터 정도만 볼수 있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만 간다. 명선봉 다음이 연하천인데 하는 생각을 하는데 앞에서 오시는분이 명선봉이 어데냐고 묻는다. 잘몰라 대답을 못한다. 14시 24분 연하천 대피소 도착이다. 대피소에 들어서자 마자 인분냄새가 진동한다. 문도 없는 것 같은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다. 배낭을 벗어놓고 물만 채운후 금방 출발한다. 비가 많이 와서 등산로 주변에 물이 흐른다. 한 300미터 진행하여 배낭을 풀어놓고 세수를 한다. 벽소령엔 물이 귀하다니 여기서 씻고 가야 될 것 같아서이다.

  

형제봉 못미쳐 이름 모르는 봉우리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익산에서 오셨다는 아저씨가 금새 도착하여 쉬신다. 안개가 너무 짙어 마치 지하철타고 있는 기분이란다. 그렇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아저씨는 다리에 쥐가나서 천천히 걷는중이라 하신다. 벽소령에 숙박예정인데 예약은 하지 않으셨단다. 곧이어 도착한 젊은 두분도 역시 예약 안하셨단다. 형제봉을 지나 7~8명의 노인분들이 쉬고계신곳에서 한 10분 쉰다. 잠시후 그분들에게 추월당했는데 참 대단하신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한참을 갔는데 느닷없이 벽소령대피소가 나타났다. 16시 42분이다. 성삼재에서 8시간 40분쯤 걸렸다.

우리 늘보부부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였다. 당초 오후 6시이후에나 도착할걸로 예상했는데 1시간이상 빨리 도착 하였다. 우선 예약부터 확인하고 샘터에 물뜨러 간다. 한참을 내려가니 수도꼭지에서 졸졸졸 나온다. 벽소령이 물이 귀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쌀을 대충씻고 3리터 짜리 물병에 물을 가득받는다. 예약자는 6시부터 입실할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예약안한분들은 하산을 권유하는 방송이 여러번 계속된다. 어떤분들은 매점 앞 처마에 이미 매트리스를 깐분도 있다. 5시 반 저녁밥 짓기를 시작한다. 2인용 코펠에 내일 아침밥까지 4인분을 한다. 밥이 끓었을 때 내려놓고 1회용 국을 끓인다. 잠시후 밥을 다시올려놓고 물을 좀더붓고 불을 약하게 하여 뜸을 들인다.

  

잠시후 오늘 비가 올것같아 방배정을 예정보다 일찍한다며 모이라는 방송을 한다. 주의사항은 9시 침실 소등, 11시 화장실까지 소등, 모포개는 방법등이다. 방을 배정받고 다시 뜰로 내일 아침 도시락 2개를 싸고 나머지는 누룽지까지 싹 먹어 치운다. 6시 반경 아내는 1호실로 나는 2호실로 향한다. 가자마자 들어 누웠다. 침낭을 가지고 온 몇분은 그새 코고는 소리도 들린다. 바닥이 차다. 모포는 언제 주나 하면서 오늘은 비가 안왔으니 내일도 오늘만 같아라 한다. 7시 비예약자에게 방을 배정한다. 낮에 지나친 노인분들은 연장자라 방 배정을 받은 모양이다. 7시 30분 모포 2장을 2천원주고 빌려 한 장은 반으로 접어 깔고 한 장은 덮고 잠을 청한다. 8시경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장딴지에 쥐가 난다. 내일 걱정이 앞선다. 맨소래담으로 맛사지를 정성들여 하면서, 제발 내일은 비도 오지말고 쥐도 안났으면 하고 산신령에게 빌어본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3시 30분이다. 라디오에서는 파라과이와 한국의 축구 중계방송을 한다. 전반전 끝날때까지 1:0으로 졌다. 4시경 아내가 나를 깨우러 왔다. 배낭을 챙기고 모포를 어제 교육받은대로 정리하고  취사장으로 향한다. 취사장에도 여러명이 자고 있다. 침상과 땅바닥에서 말이다. 한분은 등산화도 벗지 않고 잔다. 옛날 군대 5분 대기조일 때 군화 못벗고 자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였던가 하는 생각이 떠 올라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비가 많이 내린다. 취사장 천장은 투명 아크릴 같던데 비오는 소리가 천둥치듯한다.

  

당초 계획은 오늘 아침은 도시락인데 비가 오고 날이 추운 관계로 라면에 햇반을 먹기로 한다. 라면 먼저 끓이고, 햇반을 넣고 한번 더 팔팔 끓인다. 먹고나서 그 코펠에 그냥 커피 끓여 마신다. 커피 향내가 참 좋다. 이때쯤 어떤 아저씨가 취사장에 들어오더니 화장지 없느냐고 묻는다. 아내가 화장지를 건넨다. 비가 아직도 계속 내린다. 카메라/휴대폰등은 비닐에 싸서 배낭 깊숙이 넣는등 단도리한후 대피소를 나선다. 시계는 5시 30분을 표시하고 있다.

  

비가 참 많이도 온다. 등산로 곳곳이 웅덩이로 변했다. 비는 오지만 안개가 없어 시야가 어제보다 한결 좋다. 한 30분 진행하니, 이미 등산화가 다 젖는다. 아내는 엊저녁에 한숨도 못잤다고 한다. 집에서 옆에 누가 있으면 잘 못자서 할수없이 독수공방(?) 하는데, 대피소는 옆사람과 붙어서 자야 하기 때문에 쉽게 잠을 못 이룬데다가, 밤 12시쯤 도착한 팀이 있어 더욱 못잤다는 것이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선비샘 표지판을 지난다. 선비샘이 어디 있는지 두리번 거리다 아내의 채근에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선비샘 지나 얼마가지 않아서 배낭도 없이 허리에 반바지에 반소매차림으로 허리에 수통만 차신 한분과 만났다. 오늘 중산리를 출발하였단다. 아마 당일종주하는분인 것 같다. 이 우중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칠선봉을 지나 부부 한팀과 만난다. 세석에서 출발한지 한시간쯤 됐단다. 8시 45분경 세석대피소는 그냥 지나친다. 비가 오니 땀도 안나고 옷이 젖어 가만히 있으면 추위도 느껴지며, 물도 충분하여, 내처 장터목까지 진행하기로 한다. 촛대봉 오르는 길에 세석대피소를 내려다 보니 우의입은 몇분이 식탁있는 곳에서 왔다갔다 한다. 출발채비를 갖추는 걸로 보아서 날씨가 좋아지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촛대봉에서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비내리는 풍경뿐이다.  비가 더욱 거세진 것 같다. 곧바로 내려선다. 왼쪽 무릎이 굽힐 때 통증이 온다. 쉬지 않고 온 것이 무리인가 보다.  내 디딛을때는 괜찮은데 굽힐 때 통증이 엄청나다. 이때부터는 속도가 반으로 줄어든다. 배낭을 지고 앞으로 엎드리니 물방울이 배낭쪽에서 떨어진다. 배낭커버도 씌웠는데 왜 이러나 확인한다. 옷과 배낭사이에 떨어진 비가 옷줄기를 타고 내려가 배낭쪽으로 흘러내려 커버 안쪽에 고인 모양이다. 아차, 배낭 아래쪽에 갈아입을 옷을 넣었는데 이런 낭패가 있나.

  

장터목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50분경이다. 도착하자마자 마당에서 만난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의 호통이 보통이 아니다. 호우주의보 내렸는데 왜 하산안했느냐는 것이다. 사실 호우주의보 내린지도 몰랐고,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하산하라는 소리도 전혀 듣지 못했다. 오늘 만남 사람이 벽소령에서 장터목까지 5명 정도여서, 아마도 대피소에서 통제하나보다라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도 안내려 갔으니 과태료 감이란다. 속에서 무엇이 치밀어 올랐으나 꾹 참고, 천왕봉 간다는 말도 못꺼내고, 여기서 점심만 먹고 바로 내려가겠노라고 대답한다.

  

물떠다 라면 끓여 먹고 11시 45분경 장터목을 출발한다. 망바위 역시 시계 제로이고, 소지봉, 참샘에서 세수를 한다. 이때쯤 비는 약해지고 간간히 멈추기도 한다. 하동바위부터는 등산로 곳곳이 수로로 변해 있다. 젖은 등산화라 개의치 않고 천천히 걸어 백무동에 도착한 시간이 3시 20분. 내려오는데만 3시간 35분가량 소요되었다. 무릎 때문에 가다 쉬다를 반복하여 예정보다 1시간 가량 초과 하여 도착한 것이다. 어쨌든 비오는날 힘든 산행을 잘 마쳤다. 백무동에서 내려올 때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내려오시던 분도 무사히 내려오시겠지 생각하며, 차에 오른다.

  

3시 35분 백무동을 출발하여 중간에 덕유산 휴게소에서 한번쉬고 집에 도착하니 5시 45분이다. 비에 젖은 배낭을 곧바로 해체한다. 아내는 등산바지가 젖어 피부가 벗겨졌다며 잘 걷지도 못한다. 그래 고생했소. 말이 지리산 종주지 그게 어디 쉽게 될 일이오. 그리고 호우를 맞으며 8시간이나 걸었으니 탈 날만도 하지요. 언제 다시한번 지리산 종주 한번 꼭 다시합시다. 그때는 2박 3일 정도로 넉넉히 잡아 주위 경치도 조망하면서, 이번에 못 찍은 사진도 충분히 찍어가면서 여유있게 말이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