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청 정상에서 구름이 지나가기를 30여분 기다리며, 강풍과 맞서 촬영한 용아장성릉입니다.

 

 

소청에서 본 공룡능선 끝자락과 천불동계곡쪽 풍경입니다.


 

◈설악산 (대청봉 1707.9M) 강원도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 고성군

◈2004년 9월 2일 목요일

◈맑음

◈한계령~서북능선 귀때기청 갈림길(삼거리)~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소청~희운각대피소~

   양폭대피소~비선대~소공원

◈약 20KM

◈한계령 05시20분 출발 ~~ 신흥사 일주문 17시20분 통과

   중청, 희운각에서 식사(취사)  휴식 약 3시간 30분 포함 그야말로 유유자적 12시간산행

 


 

제목이 다소 거창한듯합니다.

 

주왕이 고교 2년 시절인 1990년 5월 수학여행(지금은 수학여행이란 말 쓰지 않죠?) 때 다녀온뒤 처음으로

설악산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흔들바위, 비선대,비룡폭포 등등 제법 빠듯한 일정으로 2박3일 속초에 머물며 둘러 본것 같은데 그걸로 감히 설악산을

다녀왔다고 할 수도 없고  동네 뒷산 조차도 오른적 없는 그시절은  이처럼 아름다운 설악에대해 100분지 1도 몰랐을때였죠.

 

지난 9월2일 다녀온 설악산을 나날이 게을러지는 탓에 이제서야 산행기를 올리게 됩니다.

그동한 한라산 다녀와서 쉬는날 마다 산행했던 북한산 도봉산은 아예 올리지도 못했네요. 

 

9월1일 섬에서 오전근무를 마치고 여느때와 같이 집에 오면 오후 2시 30분 정도가 됩니다.

한계령행 막차가 동서울에서 18시 05분에 있다는걸 미리 확인해 두고  전날 챙겨두지 못한것들을 주섬주섬 챙겨담고나니

한라산다녀오고 분명히 제자리에 둔것 같은 필요한 물건 하나가 보이지 않아 그걸 찾느라 넓지도 않은 방을 한 시간 동안이나

찾아 헤메다 끝내 찾지도 못하고 차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집을 나섰습니다.

 

역시 평일 답게 한계령을 경유해 속초로 가는 버스는 저를 포함해 달랑 7명만을 태운채 그 많은 빈자리들은 주왕의

들뜬 맘을 승객을 대신해 가득  싣고 달립니다.

인제 원통 한계령 오색 양양을 경유해 속초까지 가는 버스, 그나마 얼마없는 승객 인제는 내릴 사람없어 통과

원통에서 다섯명  내리고나니  두 명만이 덩그러니 버스를 지킵니다.

 

오후 8시 40분 드디어 한계령에 도착. 예상보다 무지 빨리 도착한 버스는 저를 밷어내고는 휭 사라집니다.

불꺼진 휴게소 드문드문 몇대 되지않는 차량 오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뎅과 차를 파는 트럭한 대만이

불을 밝히고 화장실앞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버스에 내리자 마자 짧은 시간 눈에 들어온 한계령의 풍경, 게다가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

 

머릿속에는 단하나의 생각 뿐입니다.   '괜히 내렸다.'

집 주차장 한 구석만 매일 차지하고 있는 내차도 그립고...

 

출발하기전 쌀쌀할 거라는 예상은 하고 준비했지만 그 밤 한계령은 이미 쌀쌀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 있었습니다.

왜 한계령에 내렸나 짐작하시겠지만 비박? 노숙? 아뭏든 야무진? 계획을 안고 내려선 한계령은 황량함 그자체 였습니다.

 

그것 만이 아니었습니다. 얼마전 무지 재미있게 보았던 늦바람님의 설악산 산행기에서 등장했던 문제의 '개' 들이

거센 바람소리를 가르며 어디선가 출몰을 합니다.  문제의 개들...   겉잡을 수 없이 짖어대는데 바람에 개짖는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유심히 보아하니 세마리는 가족임이 분명한듯 합니다.  문제는 '아빠개' 였습니다. 동서남북을 누비며 짖어대는데

나머지 두마리는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 난리입니다.

두마리는 참 순합니다.  그 문제의 아빠개도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지는 않을 놈이지만 아뭏든 그렇게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를

다시볼까 두렵습니다. 

 

저로서는 미치지 않고서야 그곳에서 1박을 한다는것은 불가능했습니다.

 

9시 30분경에 지나가는 마지막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기다렸다 오색으로 가서 1박을 하고 2일 새벽 부터

설악산과의 긴 데이트가 시작 되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한계령 매표소.  새벽 5시 20분 통과 합니다.

 

한계령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과 기린면, 양양군 서면과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높이는 1004m이며 휴게소가 있는곳은 920m

입니다. 영동 영서지역의 분수령이며 옛날에는 소동라령이라 했으며 동해안과 내륙을 잇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1km올라와 숨좀돌립니다.   무명 1307봉우리.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늘엔 별들이 총총히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쏟아질듯

빛나고 있었는데  시나브로 환해진 하늘은 회색으로 변해 있습니다.

 

 

 

06시 45분  서북능선 갈림길.

 

 

 

잔뜩 뒤덮고 있는 구름속에 아득한 절경이 숨어있는듯 하지만 눈앞에 대략 애처롭게 생긴 바위만이 선명할 뿐

야속한 구름때문에 조망이 좋지 못합니다.

 

 

09시 끝청.   끝청에 오를때 까지 추워서 자켓을 입고 있어야 했습니다.  장갑도 손가락 잘린 장갑만 가져갔는데 손이시릴정도 였습니다.

바람은 어찌나 거세게 부는지 9월이기에 망정이지 10월에 올려면 귀마게까지 준비해야 겠습니다. 

북한산 오르듯 반바지만 가져왔더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구름은 거센 바람과 함께 쉴세없이 이동하고 끝청에서 파란하늘이 조금씩 조금씩 넓어지길래 30여분 구름이 몰려가기를 기다리며

 휴식합니다. 맨 위 사진은 끝청에서 좀더 전망이 좋은곳에서 용아릉을 본것이고 위 사진은 끝청 구간거리 이정목이 있는곳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끝청에서본 대청봉입니다. 

 

 

 

 

 

설악산에서 유독 많이 보이는 꽃입니다.  뭔지 알았는데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무슨 초롱인가?  아뭏든 같은꽃입니다.

비슷한 시간에 촬영한.

 

 

 

이것 역시 설악산에서 많이 본 것인데 무슨 열매인지 모르겠네요. 

 

 

 

끝청을 지나며 본 귀때기청봉입니다. 

 

 

군시설이 정상에 있어 정상을 오를수 없는 중청을 지나면서 본 중청 대피소와 대청봉입니다.  이쯤 지나니 구름은 대부분

사라지고 바람도 잦아들고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쬡니다.

 

 

중청대피소 직전에 서있는 끝청갈림길 이정목입니다.

 

 

 

대청봉에서 본 화채능선과 천불동계곡쪽 풍경입니다.

 

 

대청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주변의 산님과 카메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증명사진을 남깁니다.왠지 엉성한폼,

키179에 몸무게도 75kg 이니 얼굴을 제외하곤 딱좋은 몸매인데 왜이리도 삐쩍 말라보이는지...

 

설악산 대청봉.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있으며 남한에서는 한라산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산 입니다.

북쪽으로 향로봉,금강산, 남쪽으로는 점봉산,오대산과 마주하며 남쪽에는 한계령,북쪽에는 마등령,미시령의 고개가 있습니다.

위치상 산의 서쪽 인제군에 속하는 지역을 내서악, 동쪽을 외설악으로 나누는데 남설악이라하여 오색지구를

포함하기도 한답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1982년 유네스코의 생물보존지역으로 지정된곳입니다.

 

예전에는 청봉,봉정이라 했는데  청봉은 창산 성해응이 지은 동국명산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고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는

데에서 유래 되었다고 하기도 한답니다. 공룡능선, 화채능선, 서북능선등 주요능선의 출발점이며, 내.외설악의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천불동,가야동계곡등 주요 계곡이 이곳에서 발원합니다.

인근에 중청 소청이 있으며 정상은 일출과 낙조로 유명하며 기상변화가 심하고 강한바람과 낮은 온도 때문에

눈잦나무 군락이 융단처럼 낮게 자라있으며 국립공원 전체와 동해가 한 눈에 보입니다.

 

정상까지 오색, 백담사, 설악동, 한계령 방면코스가 있으며 오색에서 설악폭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최단거리 코스라고 합니다. 

 

 

 

역시 대청봉에서본 공룡능선입니다.

중청 대피소 앞에 펼쳐진 설악의 풍경에 한참을 넋을 잃고 있다 베낭은 팽개쳐두고 대청봉 정상은 카메라와스틱 두개만

달랑 들고 올라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두 눈 가득 담고 다시 내려와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내려갑니다. 

아침에 그리도 괴롭히던 바람도 잠잠해지고 하늘도 높고 푸르고

생각보다 사람도 많지 않아 정말 조용히 설악과의 데이트를 만끽합니다.

 

 

 

소청에서본 용아장성릉입니다.  한계령부터 내내 크게 오르내리지 않고 완만했던 길은 여기까지가 전부입니다.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향하는 길은 제법 가파릅니다. 내려가는길이라 다행이지 올라온다면 꽤 힘든길일듯 합니다.

 

 

희운각으로 향하며  촬영한 공룡능선입니다. 

눈만돌리면 절경입니다.  너무너무 아름답다...  혼자서 내내 감탄을하며... 

 

 

희운각 바로옆의 계곡과 제법심하게 올라가는 철계단입니다.

12시 30분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해  휴식하다 또 짊어매고 온 두 끼분의 식량중 나머지 한 끼분의 식량을

해결합니다.  아무리 내가 해먹는 밥이라지만 어쩌면 그리도 맛있던지...

희운각 대피소는 생각보다 꽤 많은 물품들을 판매합니다.  포카리스웨트 와 생수 하나 샀는데

4000원입니다.  그정도 가겨은 비싸다고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식사후 따뜻한 커피한잔의 여유까지 즐기며 1시간 30분정도 휴식하고 14시에 천불동계곡으로 ...

 

천불동 계곡은 강원도 속초시에 속하는 계곡으로 설악골 계곡이라고도 하며 설악산의 대표적인 계곡중의 하나입니다.

비선대에서 대청봉으로 이르는 약7km코스의 중간계곡으로 설악의 산악미를 한곳에 집약한듯 와선대, 비선대,문주담,이호담,귀면암,

오련폭포,천당폭포등 유수한 경관이 계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계곡일대에 평쳐지는 천봉만암과 청수옥담의 세계가 마치 천불의 기관을 구현한것 같다고 일컬어집니다.

 

잠시 천불동 계곡 우측의 화채능선쪽 줄지어 늘어선 암봉들의 절경을 감상하세요.

 

 

 

 

 

 

 

이제부터 폭포...

 

 

비선대로 향하며 만나는 첫번째 폭포인 염주폭포입니다.

눈이 시릴정도로 맑은 물. 내려가는길이라 그런지 몰라도 올라오는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힘든줄 모르고 시간가는줄 모릅니다.

 

 

염주폭포에서 조금 내려오면 천당폭포가 나오고...

 

 

 

천당폭포에서 협곡의 철계단을 따라 좀더 내려가면 양폭포가 나옵니다. 

다시 천불동 계곡의 절경을...

 

 

 

 

 

 

 

숨쉴틈없는 절경속을 정신없이 내려가다 양폭 대피소(15시)에서 다시 휴식 하고 끝없는 절경속으로... 

 

 

양폭 대피소를 지나 다시 긴 철계단을 내려가며 우측으로 깊게 내려가는 오련폭포의 풍경입니다.  그늘이지고 폭포를 전체담기엔

주왕이 실력으론 좀 어려운듯합니다.

 

 

 

저맑은 물을 보기만하고 그냥 지나치는것도 꽤 참기 힘든 유혹입니다.  15시25분 병풍교아레에서

발을담그고 남은 과일을 먹으며 또 세월아 네월아  휴식합니다.  16시 출발. 이곳에서 비선대까지는 약 1.5km.

 

 

 

코발트빛 계곡의 유혹.

 

 

 

저 봉우리에 금강굴이 있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얼마전 초이스님께서 올리신 산행기에서 본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16시 35분 비선대.

비선대에 도착하니 돗자리를 펼쳐놓고 계신분들이 많습니다. 매점에서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는데 유독 산에만 오면 먹고 싶어지는

사이다 한 캔 사서 단숨에 들이키고 양에도 차지않는 아이스크림도 (혼자서 30분만에 패밀리사이즈 한통을 다먹는 아이스크림 킬러)

하나 먹고 소공원을 향해...

 

  

 

권금성쪽으로 연결된 케이블카.

 

 

 

신흥사 통일 대불. 사실 통일 대불인지는 몰랐지만 양창순 선생님 산행기 보고 알았습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산행하는 주왕 일부러 시간을 맞춘것 처럼 17시 20분 딱 열두시간 긴 설악산과의 데이트를 끝내고

일주문을 통과합니다.  

 

설악동에서 잠시 목을 축이는데 바로 속초행 버스가 도착합니다. 7번 버스가 속초시내에서 수시로 운행되고있습니다.

요금은 750원.

 

속초 고속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대포항을 지나며 혼자 오지 않았다면 해맞이 공원도 들리고 대포항에서 못먹는 대포도

아이스 크림 만큼이나 좋아하는 신선한 회와 함께 곁들이면 참 좋을텐데하는 아쉬움이 그날따라 왜그리 크게 느껴지던지...

 

14년만에 찾은 설악산과 12시간의 데이트는 두고두고 기억될 아름다움...

 

설악.  내 곧 또다시 찾아가마...

 

홀로한 설악산 역시나 산하가족 여러분께서 올려주신 산행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설악산 산행기 올려주신 모든분들 댓글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자릴빌어 큰 감사드립니다.

 

 

 

2004년 9월 6일

아직도 설악의 아름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왕올림.

 

산행기 중간중간 아는척한 것들은 네이버에서 참고했습니다. 

 

요즘 무지 수고 많으신 총무님께서 늘 그리워하는 애인, 설악의 용아... 편집해서 총무님께바칩니다. 리본이라도 달아드려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