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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2012. 5.20. 일. 맑음.

 

*어디를: 충남 계룡산 국립공원 관음봉(766m) 삼불봉(777m)

 

*어떻게: 동학사 계곡 - 은선폭포 - 관음봉 - 자연성릉 - 삼불봉 - 남매탑 - 큰배재 - 천장골

 

*거리 및 시간: 약 9km. 약 4시간.

 

*누가: 재넘이

 

*다녀와서

 

동학사 주차장에 오전 7시 20분쯤 도착을 합니다.

큰 술렁거림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환상적인 볼거리라도 산만큼은 혼잡함을 싫어 하기에

그만큼 치루어야 할 댓가가 있습니다.

 

사찰 관람료 2,000원을 지불하고 입장합니다.

좀 더 부지런을 떨었어야 했나 봅니다.

우리 나라 국립공원의 주인은 국민이 아닌 사찰 스님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어떻게 알고 계시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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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길을 걷습니다.

가득찬 푸르름이 마음을 채워 줍니다.

미타암을 지나 동학사 옆길 파란 하늘이 열립니다.

쌀개봉의 암봉이 녹음 위로 옹골차게 드러납니다.

바라 보는 곳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주는 산 모습입니다.

 

옛스러움이 물씬 나는 <향아교>를 지납니다.

香牙橋. 멋진 다리 이름이라는 생각이 오늘도 듭니다.

동학골의 맑고 향기로운 기운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향아교를 건너고 나면

누구든 배와 허벅지 사이를 가깝게 할 수 밖에 없어집니다.

둘 사이가 자주 가까와지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숨소리는 거칠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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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번쩍합니다.

심우정사 가는 산길을 알리는 푯말입니다.

무슨 연유이든 진심으로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마음을 열고 소통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여만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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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헐떡거림이 적응이 될 만 할때쯤 은선폭포에 닿습니다.

목욕을 얼마나 않하는지 녹갈색의 때가 잔뜩 껴있습니다.

때가 많은 은선이라도 저의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황적봉에 올라 쌀개봉으로 가다보면 눈 먼 제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굽이 치는 물줄기 같은 산길을 지납니다.

옛 은선산장의 자리에는 작은 돌탑만이 그 흔적을 지키고 있을 뿐 입니다.

인간과 문명의 덧없음입니다.

 

하늘이 열리는 너덜을 통과합니다.

연천봉과 신원사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 관음봉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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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대신에 수박을 먹고 쉽니다.

이럴때는 마눌님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 긍적적인 마음이 자주 들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운동과 함께 목운동 눈운동을 동시에 해줍니다.

산에 오르면 습관적 하는 짓입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늘상 이짓을 왜 자꾸 반복하는지 제 자신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짓거리를 안 하는 날 그날은 "흐린 날"입니다.

 

땅 가까운 곳에 안개가 엎드려 있습니다.

제가 주로 숨 쉬고 있는 도시가 햐얗게 가려졌습니다.

계족산이 오늘 안개보다는 키가 조금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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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을 떠납니다.

바위 옆 철쭉꽃이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분홍빛 철쭉과 연초록빛 계룡 산줄기의 어울림을 사진에 담아 봅니다.

저에게는 "액자용" 수준이 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갖고 싶어집니다.

세월이 갈수록 크고 무거운 자동차를 타고 싶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크고 넓은 집에서 살고 싶어집니다.

 

그러지 말아야혀 그러지 말아야혀 해봐도

자꾸만 자꾸만 더 그러고 싶어집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산에 자주 댕기다 보면 철이 좀 들랑가 혔는디 아무래도 틀려 버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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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성릉을 지나 목운동 눈운동 하기 좋은 곳에 오릅니다.

관음봉 쌀개봉 천황봉이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뾰족하고 작은 암봉 위에 산비둘기 한마리가 앉았습니다.

"구우 구우, 구우 구우." 라고 들립니다.

그때마다, "팔십일, 팔십일." 하고 알려줍니다.

 

지난달 화상을 입은 흔적이 관찰됩니다.

바세린 연고도 피부 이식도 필요치 않습니다.

가만히 두면 지가 알아서 살아납니다.

화상 부위가 크지 않아 보여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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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봉 바로 아래에서 "좌로 돌아" 갑니다.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 때문이라고만 하면 솔직하지 못한 것입니다.

올라가기 싫어서 "좌로 돌아" 합니다.

 

상신리 계곡의 최상단부가 되겠습니다.

바싹 말라 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입니다.

결국에는 모두 바다가 되니까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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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애가 좋은지 안좋은지 답이 없는 남매탑에 이릅니다.

사람들이 겁나게 많아집니다.

속력을 냅니다.

 

큰배재를 통과 천장골로 내려갑니다.

천장골은 하산길로 딱 좋습니다.

흙길이고 완만하기 때문입니다.

 

돌길이고 경사가 큰 은선폭포길로 오르고

자연 성릉 길로 능선을 밟은 뒤,

세 분의 부처님 봉우리와 여전히 답이 없는 남매탑을 거쳐

완만한 흙길인 천장골로 내려 가는 것이 최소한 저에게는 정석 코스입니다.

역으로 산행 하셔도 사는 데 아무런 불편은 없는 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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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골 산길에 사람이 가득 찼습니다.

사람을 피해서 걸어야 할 정도입니다.

산행 피크 타임의 가운데에 있다는 점도 이유이지만,

사찰 관람료 이천원을 내지 않고도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 천장골을 지하철 출근길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물 반 고기 반이 아니라

먼지 반 말소리 반인 하산길입니다.

 

저는 참 이상합니다.

저도 사람이고 저도 외로운 사람인데 , 산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너무 싫어합니다.

산에서 너무 많은 사람 중에 저도 한사람이면서 이런 맘이 드니 말입니다.

 

마음을 고쳐 먹어 봅니다.

"그래 이 순간도 소중한 산에서의 시간들이야. 반대로 사람들을 보면서 이 시간을 즐겨 보자." 합니다.

 

참 편안 인상이시네, 워우 썬글라스가 멋진걸 , 대체 스카프가 몇 개야,

뭔가 우울 모드군, 착한 과는 아닌것 같지, 으윽 酒님 너무 모셨어, 부부는 아닌 것 같고, 피곤해 보여, 느긋한 성격일거야,,,

 

부질없는 짓이 됩니다.

금새 머리가 띠~잉 해져옴을 느낍니다.

시끄럽고 혼잡한 길.

빨리 벗어나자 벗어나자 합니다.

 

결국 평화스러움을 찾지 못한 채 천장골을 빠져 나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