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건폭골(죽음의계곡)

 

오색-끝청-중청-건폭골-대청-오색

 

 

2011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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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골

 

 

지리에서 설악까지 700키로의 백두대간 길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뭉쿨해진다.   그 길들의 남한의 끝봉우리  

1,708미터의 청봉이내린 일만봉들은 산과 고개를 넘어 바다로 가고 산에서 계곡따라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간다.   

 

 난 대청봉을 오르기 위해 희운각에서 백두대간길 따라 대청봉으로 갔었다.    그 때 신선대앞 깊은 골짜기에

 수많은 비밀이 숨어 있을 것 같은 신비감,  어쩌면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죽음의계곡을 바라 보던 때부터

언젠가 갈 수 있겠다란 희망으로 설악산을 왔었다.

 

청봉(靑峰)이라 쓰는 푸르뫼가 여기였던가,   발아래 모두가 푸르고 하늘이 높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 흰구름이

뭉실뭉실 떠 있는장풍속에 자연이 주는 기쁨은 최고가 되겠다.    이 높은 산을 오를 때마다 그랬었는데 오늘

만큼은 마음이 무겁고 애석함마져 든다.

 

건폭은 1969년 2월 14일 히말리야 원정을 위해 설악산 "죽음의계곡"에서 등반 훈련기간에 계곡의 막영지에서

취침중 눈사태를 당하여 대원 10명이 사망한 사고 뒤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색에서 끝청을 오르는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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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있으면 처서(處暑), 여름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을 맞이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인지 하늘이 파랗다.

같이 온 일행들과 점봉산을 바라보며 한숨 쉬었다.    벌써 독주폭포가 보이고 서북능선의 기암절벽에 어우러진 비경

을 제각각 사진기에 담아내는 소리가 들린다.

 

 

어찌 보면 가을은 저멀리 있는것 같은데   올 여름 8월은 빗속에 보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린 비가 저 숲속의 가

을 단풍으로 물들 채비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이 준다는 말이 생각났다.   깊은 산 속 

그늘이 드리워진 숲 속에 긴 여름장마가 남기고 떠나간 저 색깔이란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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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바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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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

 

넉줄고사리, 난쟁이바위솔, 송장풀, 병조회풀, 그리고 수년 세월이 묻어 낸 엄나무 숲의 햇빛이 우리를 반긴다.

짙은 치장을 하고 뜨거운 열기를 품었던 여름이 보내준 작은 풀꽃들을 보면서 걸었다.    8월이 되어야 뒤늦게

기다렸다는 듯이 불쑥 내밀어  이 오솔길을 장식하고 있었다.      수많은 계단길 놔두고 이 끝청으로 가는 길은

처음으로 걸어 보는 길 그래서 새로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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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하늘이 변했다.    어서 왔는지 어디서 몰려 왔는지 한계령에서 오르는 산릉에 구름산이 되었다.     하얀구름산,

솜사탕처럼 핀 저 산릉속엔 깊은 사연들이 있었다.     엄동설한 중청으로 오르던 산 길,   그 땐 한겨울이었고 추위가

영하 수십도는 되는 것처럼 추웠던 길을 걸었던 적이 생각났다.

 

손이 붓고, 너무 추워 아프고,  그래도 밤길을 걸어 중청으로 갔던 생각만 해도 기억조차 하기 싫은 사진첩을 나도 모

르게 그렸다.    그래도 지독한 때가 있었기에 지금은 그리움처럼 사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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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

 

귀떼기청봉이 저 멀리 빼꼼히 내민 가리봉과 주걱봉을 가리울것 같다.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어쨌을까.   천만다행이지

산사태로 무너진 귀떼기청봉이 거느린 곡백운,백운동,  제단곡, 직백운, 청봉골,쌍폭을 넘어 용아장성릉까지 선을 그려본

다.    오늘은 죽음의계곡을 넘고, 다음엔 용소골을 넘고 하면 천불동계곡은 끝이나는구나,

 

한계령에서 구름이 이 골짜기에 몰려온다.    어서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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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청에서 하얀구름을 대청으로 보내 주었는가 보다.   하늘은 넓고 푸르다.   가을이 온다고.

거기에 이런 멋스런 큰 산을 날으는 구름들은 더 여우겠지,   

 여우보다 더 한 불여우는 우리가 가는 산봉우리로 날아 온다.

 

 말없는 산하와 사람이 산이 되는 곳, 이 높은 산 중턱 산장이 있어서 대청봉이 더 멋스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고고한 정상을 지키는 이들은 여기서 산 속의 환경을 선호하는 외골수 방식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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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높은곳 마루턱에 앉아 라면을 끓이고 , 그 위에 찬밥을 얹어 훌훌 뱃속을 채우면 어느 세상 부럽지 않은

부뜻함을 느끼겠지,    작년에 보았던 119아저씨를 알아보지 못했고 몇해 전 희운각 산장에서 날 구해준 아저씨도

늦게서야 알아본 난 바보려니 했지만 진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바보!

 

늦게서야 한통의 물을 들고 내 이름을 불러 알아본 난 무슨 생각을 하며 산을 오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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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운각산장이 눈금만하게 보이고 신선대뒤로 공룡능선위 천화대, 마한봉 마등령으로 가는 산릉이, 그 뒤 집선봉,

칠성봉에서 화채봉으로 화풍이 그림처럼 있다.

    대청봉에서 희운각 산장 오른쪽으로 보이는 계곡이 건폭골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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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많이도 몰렸다,  공룡능선 천화대 범봉의 하늘금이 뭉게구름되었다.     구름도 공룡능선의 화려함을 닮아 보려는 거겠지.

가을로 가는 하늘도 저렇게 저 산속을 단풍으로 물들이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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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하늘은 하얀 뭉게구름이 땅엔 가을꽃 구절초가 내 마음속을 달래고 있었다.

 

물고기가 물속에 있을 때는 물속에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온 뒤에야 비로소

물속이 좋았다고 느끼는 것처럼 어쩌면, 행복도 그 순간엔 의식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돈처럼 행복도 잡으로고 하면 할수록 더 멀리 달아나 버리는지도 모른다.   물고기가 물속을 태연

하게 헤엄치듯 무심한 한순간에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이 높은 산봉우리에 날아 다니는 하얀구름처럼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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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의 구름은 달랐다.    뭉게구름이 아닌것,    죽음의계곡에 햇빛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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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7월 산이 흔들렸다.   천년 침묵을 깨고 설악산이 흔들렸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어데로 떠내려

갔는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보다 더 큰 바위들이 어데서 흘러왔는지 갑자기 도로 위로 올라 앉었다.

구멍뚫린 하늘, 그건 물이 아닌 "폭탄"이었다.  

 

울울창창 협곡은 축구장보다 넓고 훤한 흙 벌판으로 변했고 인간이 만들어 놓았던 장난감 같은 철다리와

철계단은 깨끗이 치워졌다.   설악이 만들어낸 새로운 폭포에선 세찬 물줄기가 세차게 흘러내렸다.

 

산과 사람들에 싫린 그 때 기사을 적어 보았다.    나도 생각났다.   그리고 그 때 설악으로 달려 갔었다.

그 참상을 보고 설악으로 올랐다.    그 때 있었던 산사태가 만들어 놓은 너덜겅은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건폭의 초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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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초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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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의 초입은 좁고 물이 없다.   산사태로 인하여 골이 없어지고 돌이 나뒹군지 벌써 몇 해,

그 뒤 이 좁고 높은 골은 망가져 있었다.    내려가는 발걸음이 돌을 내리고 낙석으로 인해 앞에 가는 사람

다칠까 걱정하면서 천천히 가야 했다.

 

그렇게 조금 내려오자 우리는 할 수 없이 줄을 내리고 그 줄을 따라 옆사면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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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초롱

 

 

이 험한 골짜기의 배초향 향내음이 가득하고 직벽에 핀 바위취와 금강초롱이 어느 계곡보다

색상이 달라보였다.  

 

사람이 닿지 않은 곳, 높고 깊은 골, 급경사를 지닌 독특한 지형에 암적층에 핀 꽃을 찍느랴

우린 굽히고 높히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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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도 질서가 있는 것 같은데, 이 곳은 달랐다,   제멋대로 나뒹굴고 제멋대로 산다.

나무가 하늘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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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삼도 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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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질까 무서워 엉덩이를 바위에 대고 손에 힘을 주고 내린다.   이 건폭에 숨은 비밀은 무엇인지

직벽에 가까운 지형으로 연결된 폭포들은 고도를 내리면서 더 넓어지겠지,

 

아까 올라오면서 보았던 하얀구름도 보이지 않는 저 하늘은 아마도 이 숨은 계곡의 비밀을 알고 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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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폭포가 달라도 달라,   바위가 다르고 흐르는 물이 다르고 나무잎이 다르고 그림같은 요새를

내 마음속에 담는거야.    몇 년을 기다려  힘들게 찾아온 것인데,  

 

이 바로 옆 염주골 보다 덜 경사지고 덜 좁지만 이 건폭의 줄기폭포들의 색은 또 다른 느낌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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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지면 넓어지는 대로 폭포가 넓어지고 바위색도 다르고

이 계곡에서 10명의 생명을 빼앗아간 영혼이 담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흐르는 소리가 다르다.    햇빛이 비추어진 폭포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날 잡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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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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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바위 색깔이 다르다.

 

계곡물도 굽이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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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가 바로 앞에 있다.    넓은 평지처럼 암반이 .   지계곡과 합수점이다.

아마 사람들은 이곳쯤에서 동계훈련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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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움이 많은 난 지계곡으로 오르는 이곳부터 또 떨었다.

같이 온 대청봉님이 있기에 맘 놓이고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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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다" 큰 소리가 들렸다.  산릉에서 비치는 햇빛이 무지개를 만들었다.  

나도 몰랐는데 , 나는 처음 이런 무지개를 보았다.   그것도 이 높고 깊은 산골짜기에서.

커다란 일곱색깔 무지개는 큰 타원형으로 이 험한 골짜기에서 우릴 환송하고 있었다.

 

 

이 지계곡은 더 좁고 물이 없었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이상한 것도 보았다. 

산행대장이 알려주었는데 학교 다닐 때 많이 듣던 옛날 이야기같이 들렸다.

듣는 순간 갑자기 무서움이 엄습해 왔다.  

 

 

 

지계곡 끝까지 올라야 했다.    드디어 희운각에서 대청봉 오르는 대간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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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구름이 온 설악산을 덮었다.   큰 환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아까 보았던 그 구름보다 더 많이 , "수고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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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가 없었다 .    구름을 보고 내려 갈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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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서 난생 처음보는 구름처럼, 설악산은 구름이 불여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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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채봉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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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내려갔던 건폭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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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아래 범봉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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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높은 최고의 산봉우리 대청봉에 섰다.    

이제 저 높이 보이던 구름이 발아래 서 있었다.

 

이 청봉에 올라 슬픈 사연을 보았다.

오늘 내려갔던 건폭의 물줄기는 염주골과 천불동계곡에서 만나 속초를 지나 동해로 흘러가고

중청산장에서 대청을 바라다보면 산사태가 난 바로 그 물줄기는 춘천지나 북한강에서 한강을

지나 서해바다로 흘러가는 "눈물의 분기점"이라고 표현한 선답자의 말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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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이풀

 

 

이 높은 산을 오르고 깊은 골짜기를 내렸으니 이제 내려가야겠다.

 

산오이풀과 구절초가 대청봉에서 환송을 했다.     저만치 떠 있는 하얀 구름도 내가 오늘

하루종일 보았던 천연색깔로 날아 다니는 구름떼도 오늘 지나고 내일이면 또 다른 모습으로

이 설악산을 비추어 주겠지,

 

오늘 우리가 걸었던 건폭골의 슬픈 사연을 담아 가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

수많은 계단을 내려 5키로를 재촉했다.  어제 하룻밤을 지냈던 오색 숙박집에 왔을 때 손을

잡으며 "수고하셨습니다"란 인사가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내려  놓는 것 같았다.

 

발바닥이 아프고 굽어진 허리가 펴치지 않아도 그곳을 다녀 왔다란 것만으로 이곳을 편히

떠날 수 있었다.

 

 

사진" 원타이정, 대청봉, 요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