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태백산
산행일 : 이천사년 일월 팔일
산행자 : 평택 목요산악회* 허경숙
날씨 : 눈시리게 파란 하늘











 이른 아침 아직 퇴장 못한 달의 배웅을 받으며 길 떠난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미안하다. 눈이 아프다고 이를 가는 소리같아서


 


음각으로 새긴 태백산 표지석이  망자의 비석 같았다.



그림자 놀이하는 모양으로 서 있는 주목이 보이길래



산짐승이 되어 온몸으로 눈밭을 뒹굴고 싶다



너덜과 돌탑의 대화 



문수봉 문지기 나무



해학과 끼가 담겨있는 풍자



심술보를 뿜어내는 괴물



웰컴 태백을 뒤로 하며







보름에서 조금 비켜 간 달을 눈 마중하며 집을 나섭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산문에 들어서기 시작한지 이제 갓 1년이 되었음이
새삼스럽게 감흥을 불러옵니다

버스안에 들어서자 인사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목요산악회에 동행한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참 친절한 분들입니다
버스 기사 님과 몇 분만 면식이 있을 뿐이어서 여전히 어색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을 열어갑니다


빈속을 채우고자 광장휴게소에서 이십 분의 휴식을 끝내고 장호원을 지나
잠시 감기 약 기운에 졸다보니 어느새 영월 땅에 들어섰습니다.


구불구불 산 구비를 돌아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동강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푸른 강 물 속에 잠긴 산을 봅니다

강가에 돌멩이들은 젖지도 않은 마른 몸들을 말리면서 겨울의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황새여울엔 물을 거스리는 힘이 솟구치며
내 안에 기죽은 자신 없음을 가르칩니다
이렇게 하는거야 바로 이렇게

여울은 더욱 거세게 밀어 부치다 순리를 탓하지 못하고
역행을 거듭할 뿐이지만 하여튼 대단합니다


구불거릴수록 그림은 장관이지만 내 안에 평형감각이 깨어져 야단났습니다
목구멍을 위협하고 머리 속을 돌게 하는 감기란 놈의 수작 때문에
제대로 산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유일사 입구 매표소에서 짐작 부려지듯 흔들리는 몸을 추스립니다
맨 뒤에서 오릅니다

한바탕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님 들을 앞질러갑니다
감기란 놈과 한판 씨름을 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갑니다
영문도 모르는 산님 들은 놀라운 속도를 부러워합니다


삼십 분쯤 된 숨을 쏟아놓고 나니 빈속이 나무라네요
제발 좀 채우면서 가자구요.

등짐을 너덜에 걸터 놓고 귤 하나로 속을 달래고
겉 옷 하나 벗어 옆구리에 끼고 다시 전쟁터로 갑니다.

등로에 키 자랑하던 낙엽송들은 이제 저 아래에 있고
오를수록 나무들은 키를 낮추며 삶과의 투쟁을 합니다



등로에 서 있는 주목들의 아픔이 감기 때문에 파리한 내 몰골보다
더 걱정스럽습니다

돌로 된 얇은 갑옷을 입고 오고가는 산객들의 손자국을 받아내려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대나무 담장으로 둘러 논 주목 군락지를 지납니다  
생명보존을 위한 방편이라 생각됩니다
"어린 주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런 구호도 있네요


오름짓만 해대던 길이 갑자기 내림 길로 방향을 바꿉니다
덕분에 살맛 나는 건 내림 길을 좋아하는 내 다리가
번득이는 물고기 비늘처럼 더욱 싱싱해져 이제는 수월합니다
오름길도 완만해서 어려운데는 전혀 없습니다


 


산 안에 들어 선지 한시간 남짓 천제단이 모습을 보입니다
앞쪽을 보니 하늘을 향한 사람들의 소망을 이야기 해 주는 듯 합니다


이 산의 도처엔 단군을 기리는 비각들, 기도처들
단군을 주신으로 모시는 토템의 성지임을 느끼게합니다


장군봉 천제단 아래 화강암으로 음각하여 세운 정상석은
망자의 묘비명처럼 여겨집니다
 
건너 보이는 문수봉이 어서오라 손짓하는 듯 합니다
십여 분 뒤 처진 산님을 기다리다 여섯명이 모여 문수봉으로 향합니다

화방재로 이어지는 능선상에 모여있는 주목군락을 보다가
재미있는 자태의 주목을 점찍어 이 님 저 님 불러 세워 그림을 그려줍니다



백두대간을 따라 걷는 태백산 주릉.
이 능선을 분수령으로, 서쪽 기슭으로 흐르는 물은 옥동천을 이루며
흐르다 영월에서 남한강으로 흘러들 것이고,
동쪽 기슭을 흐르는 물은 황지천으로 들었다
동점리 구문소에서 철암천과 합수하여 낙동강이 된다고 합니다


짐승들이 온몸으로 뛰어간 눈밭을 질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하이얀 눈은 눈부심니다

뛰다 걷다 드디어 미끄럼틀 같은 반질거림앞에 엉덩이가 땅에 닿자
나도 모르게 아이가 되어 잠시 미끄럼을 탑니다

속도를 조절해줄 요량으로 아이젠을 끼우고  잠시 물 만난 오리가 되어
산님의 우스개소리를 뒤로하며 오른 곳에 희안한 광경이 벌어집니다.
 
문수봉 정상이 완전히 너덜지대입니다
어느 처사가 쌓았다는 돌탑도 세군데나 있습니다


풍수에 다듬어져 갯바위 같은 멋진 너덜지대입니다
우묵한 곳에 둘러 앉아 점심상을 펼칩니다

어느 산님의 배려로 식후에
파란 하늘 빛과 서늘한 바람한 점 섞어 따끈한 한잔의 차를 마십니다


문수봉 문지기 같은 나무 문을 나서며 이제 내림 길로 들어섭니다

잔 너덜과 스키장의 슬로프같은 길을 요리조리 돌다보면
금세 산아래 닿을 듯하지만

거친 숨 뿜으며 올라오시는 산님의 힘듦을 바라보면 신나게 내려가는
우리가 미안해 잠시 요조숙녀가 되어 가만가만 걷습니다


말도 맞고 발도 맞는 산님과 한조가 되어 내려서니
금세 눈 조각으로 한창 바쁜 곳에 닿습니다

석탄박물관에도 기웃거리고
걸팡지게 한판 연기를 엮여내는 엿장수 장단을 뒤로 하며
집으로 데려다 줄 기사님을 찾아 버스속으로...







태백산에서

키 큰 나무들이 높이를 자랑하더니
오름 짓 몇 번에 산의 품만큼이나 넓은 등로에 선
키 작은 나무들이 산객들을 구경하듯 줄지어섰다


단군을 기리는 천제단엔
영문모를 산객들이 웅성거리고
소란스러움 싫은 객은 문수봉을 향한다


모처럼 온몸으로 뛰며 짐승을 흉내 내어보고
내림 길엔 아이되어 미끄럼도 타고


문수봉 너덜에 아픈 몸과 마음 묻고
산아래 세상으로 간다
산이 그렇게 좋건만
그래도 산에 몸 붙이지 못하고
인간세상으로 돌아간다







안치환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


▣ 산초스 - ㅎㅎㅎ 저도 산행기 올리다 몇번이나 중간이상 쎃는데 날아가번린 경우가 몇번있었는데, 중간에 임시로 저장할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올겨울 대관령쪽 눈보기 틀린모양입니다. 산초스팀의 개털도사와 산곰님도 어제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다녀온 사진보니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것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서정길님은 표현)같더군요.
* 산초스님 반갑습니다
댓글란에 답글을 쭈욱 연이어 달고 또 에러가 나 세번째 답글을 답니다.
감기와의 한판 승부처럼 누가 이기나 하는데 정말 열받네요
산행기 완성편 두번 날리고 한글 작업을 해서 저장하고 올려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했더니 이젠 의욕이 떨어져 껍데기가 씹히는 글이 되고 말았네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얼굴도 모르는 님들이지만 용기 북돋우워 주시니...



▣ 산거북이 - 역시 태백도 눈이 없구요. 디카기종을 업그레이드 하신것 같습니다.
* 산거북이님 디카 업그레이드 한 건 아니구요 머리가 돌이니 디카도 제 실력을 발휘 못한 것 같습니다. 점차 나아지겠지요 머리는 돌이지만 지구력을 믿고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 가람과 뫼 - 아주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변함없는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저는 계방산을 다녀왔는데 눈꽃이 너무 이뻐서 오랫만에 산하에도 올려 봤습니다. 올해도 내내 건강하시고 좋은 산, 좋은계곡, 우리산하 맘껏 누리세요.
* 금방이라도 달려올듯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모습도 눈에 선하구요. 새해엔 제가 한가하니 시간 맞으면 동행했으면...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에 축복과 가족의 평안과 화목이 주인이 되는 가정이 되길 바램합니다. 

▣ 진심이 - 그림자 놀이 '주목' 나무 사진을 보니...또~ 생각이 간절해...비켜 갈 수 없어, 몇자 올립니다. 블루 빛 하늘에 바람을 섞은 따끈한 차 한잔 마시며 태백을 담으시는 님의 모습을 잠시 그려봤습니다. 국토의 종산... 멋진 사진 꽉 찬~ 글 잘 보고 읽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산행 하십시요..
* 진심이님. 발소리없이 조용히 다녀 가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처럼 소리없음이 더욱 간절해지고 귀 기우려짐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산하를 한방울 섞어 감칠맛 나는 차한잔 대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늘 건강하소서 기쁨의 날만 만드소서. 받은 감사 눈덩이처럼 굴려 크게 굴려 드립니다.

▣ 구본식 - 지난 청계산행을 끝으로 계속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생길듯도 한데, 담 화요일에 화요산악회를 따라가 볼까 ... 생각중입니다.
* 세번째의 동행을 꿈꾸어봅니다. 다음 화요일엔 능경봉 맞은편에 있는 제왕산을 갑니다. 어제 동행하고 싶어 손전화 넣었더니 더 보람있는 시간이시길래 아쉬웠지만... 건강하시고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 최병국 - 수고하셨습니다. 즐산하신것과 산행기 새로 쓰신것...눈꽃이 없어서 아쉽네요.
* 최병국님 다시 귀한 발걸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탕하고 당당한 모습을 그려봅니다. 사실 님처럼 그렇게 살기가 힘들지요 그러나 큰 장점을 지니셨으니 하시는 일마다 일사천리 일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늘 건장하게 지내시고 옆지기 님과도 좋은 산행 많이 하시길...

▣ 정영동 - 탑을 다시 쌓았나 더 높아 보입니다. 감기가 내리는 시간을 붙잡고 있었나 봅니다. 빨리 감기를 버리시길 빕니다.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앵초님 못난 사람이 감기에 붙들려서 버리려하면 자꾸 같이 지내자고 달라붙습니다. 마음 약한 걸 그 놈도 아나 봅니다. 제왕산에 갈 땐 과감히 때려눕히고 갈께요 감기 대신 님과 함께 할 수 있을지 기대합니다.

▣ 때복쑨 - 전얼마전 함백산서 화방제까지갔다가..기차 시간이 촉박하여..태백산엔 오르지 못했는대..너무 아쉬웠어여..근대 사진으로 나마 잘 보고 갑니다.. 님산행기는 하나두 안빼놓코 보게 돼네용..이번에도 잘 보고 갑니다..담엔 어디루 가실지...안산즐산하시기 바랍니다..
* 때복쑨님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참 재미있는 닉이네여. 닉처럼 님도 푸근하고 재미있는 분일 것 같아 혼자 미소 짓습니다. 남성을 젖힐만한 기운도 느껴지는데 그런가요? 아무튼 반갑고요. 때복쑨님 발길 닿는 곳마다 복이 떼거리로 몰려다니시길...


▣ origin8773 - 간밤에 님을 위해 흰눈이라도 한껏 뿌려 놓았더라면 더 좋은 그림이 나올수 있었을텐데. 앉아서 수고도 없이 먼곳의 산을 볼수있음에 감사 드립니다
* origin8773 길현님! 오랫만입니다. 메일 보냈는데 무소식이길래 어디 먼 산이라도 가셨나 했습니다.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은 제왕산 가는데 능경봉처럼, 태백산처럼 맨숭맨숭한 산행이 되지 않을지... 그래도 좋습니다. 이산저산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니까요 늘 건강하세요.


▣ 독신3040산악회 - 17일에 저희가 태백산 눈꽃무박산행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즐거운 산행 이어가시길~
▣ 산나무 - 정말 새벽달이 아름답네요!지금 저희 가족도 산행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정말 지금 가도 아름답겠죠?^^여기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다 프로급으로 산을 즐기시는것 같아요!!정말 저에게도 좋은 말씀을 부탁드려요~
▣ 산나무님! - 한참을 지나고 나서 답을 달게 된 것 같아 미안합니다. 자료 찾으려고 우연히 들렀다 님의 댓글을 봅니다 우선 산에 가시는 분의 마음이 아름답다면 산은 더욱 아름답게 비칠 것이고, 그렇습니다 아름다움은 마음이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욕심을 없애고 산과 하나가 되어 보세요. 산나무님 가족에게 늘 평안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