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능선 산행기

산행일자 : 2004년10월2일(토요일)

인원 : Me & My Wife

날씨 : 아주 맑음


[산행코스 ]

장수대→대승령→1,289m봉→1,408m봉→귀때기청봉→한계령갈림길→끝청-중청(1박)-대청-천불동으로 하산

구간별 거리및 소요시간

05:00  장수대(0km)

05:50  대승폭포(0.9km)

07:10  대승령(2.7km)

07:30  1,289m봉

09:50  1,408m봉

13:50  귀때기청봉(7.8km)

15:00  한계령갈림길(9.4km)

17:00  끝청(13.6km))

17:40  중청(14.8km)

총 14.8km 12시간40분(식사시간+휴식, 지체시간 전무함) / 하산 대청-소공원(10.9km)


[준비물]

주부식 및 간식, 비상식량(군용 MRE) 1봉, 버너 및 가스통코펠, 오버트라우져, 빅짚(2L) 물통, 스틱 및 무릎보호대, 헤드랜턴, 썬토고도계시계, MP3(코골이 예방), 리자일(8M-배낭승강용), 카메라 및 비상약품 등등...)


[산행기 ]

10/9일 중청대피소를 예약하려구 12시까지 기다리다 실패했다. 미리 10/2일 예약도 간신히 대기자로 등록된 것이 추석연휴에 예약으로 변경되어 명절을 지내고는 부랴부랴 산행일정을 점검해본다. 예나 지금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산행기를 뒤져본다.

올해도 여름엔 지리산을 가을엔 설악산이다. 올해엔 서북능선을 계획하는데 12선녀탕에서 오르는 것은 너무 무리다 싶어 장수대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산행기를 점검하니 몇군데 험로가 있어 출발까지 한 이틀을 고민을 했다. 그냥 한계령에서 출발할까 하다 계획대로 장수대로 올라 1208고지 10m 직벽 로프에서 결정을 하고, 힘들면 하산해서 한계령으로 올라가기로 내심 작정을 한다. 아내에겐 미리 걱정 줄 일 없다 싶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0/1 ]

서북능선 시간계획을 짜고, 직장엔 연가를 냈다. 퇴근해서 저녁 식사후 배낭을 꾸린다. 커다란 투명 플라스틱 장비 상자에서 빈 배낭에 필요한 물품들을 차곡히 넣었다. 대피소가 예약돼있어도 침낭을 하나는 늘상 가지고 다닌다. 모포배정이 충분치 않으면 아내에게 모포를 하나 더 주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 비상시에 쓸 요량이다.

빅짚 호스형 물통에 생수 2리터씩을 넣어 각각 배낭에 넣고, 한주먹도 안되는 리자일 8미터짜리도 챙겨본다. 혹시 암벽구간에서 힘들면 몸만 올라가서 배낭을 끌어 올려야지 하고 잔머리도 굴려본다. 하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앞선다. 10미터 직벽, 10미터, 20미터 암벽을 과연 겁많은 내가 해낼수 있을까? 아내는 나보단 훨씬 암벽을 잘오르는고로 걱정 안되지만 남편이돼서 대롱대롱... 에구.. 남편체면에 스타일 구길까  또 걱정. 그러면서 10시쯤 꿈나라..


[10/2]

03:00 집 출발

01:40에 세팅한 알람이 안울렸다. 걱정돼선지 잠에서 깬 시간이 02:25 아내를 깨워 밥을 싸고 대충 씻고 출발하니 03:00 예정 시각에서 딱 1시간 오버.


05:00 장수대 출발

춘천에서 인제로 가는 길, 4차선 도로는 막힘이 없다. 홍천을 지나서 안개가 자욱한 것과 2차선으로 바뀌며 도로 공사로 길이 어지러워 조심스럽기는 했다. 매표소에 불은 켜있는데 사람은 없다. 화장실에 들렸다 나와서는 입장 통문을 보니 커다란 열쇠로 잠겼다. 매표소 쪽문을 두드리니 그제 사람이 나와서는 표를 끊어주고 열쇠로 문을 따준다. 여름 쌍계사도 그렇구 덕유산도 그렇구 공짜로 입산을 했는데...

앞에 간 한 팀 말고 우리가 두 번째라면서 하산처를 묻고는 서북능선을 타봤냐고 한다. 설악에서 제일 위험한 코스라는 말을 하면서리... 가슴이 철렁한다. 그렇챦아두 산행기보고 겁먹은 나였었는데...

아내가 위로하기를 못가면 내려와서 한계령으로 가자는 배려가 고맙다.


05:50 대승폭포

출발 후 10분후에 11-01 표지목을 통과해서 예정시간에 대승폭포에 도착했다. 아직 밤중이라 헤드랜턴을 끄니 희미한 물줄기가 희미하게 보일뿐이다. 계속된 가파른 오름길에도 땀이 나지 않는다. 첫 얼음이 얼거라고 하더니 날이 무척 쌀쌀하다. 오히려 이런 날씨가 산길에서는 시원해서 좋다.


07:10 대승령

날이 밝아오면서 06:40에 11-04표지목을 통과하고 예정대로 2시간여 만에 대승령에 도착했다. 어제 비가오고 공기가 차가워진 때문인지 날은 쾌청하고 가시거리가 지평선 끝간데 까지인듯 싶다. 멀리 홍천 가리산 봉우리와 그뒤로 뒤로해서 지평선에 걸린 구름이 마치 수평선 같다. 오른쪽에 가리봉 앞쪽 안산 그리고 이름모르는 설악의 계곡들이 빼곡하니 보이고 골짜기마다 피어 오르는 하얀 운무가 포근하다.


07:30 1289봉 <첫 번째 로프>

산행기에 10미터 직벽 로프라고 소개한 곳, 여기까지 와서 대롱대롱 매달려 힘들면 하산하기로 했던 곳, 막상 와보니 절반쯤은 손발을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었고 나머지 절반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겨울은 몰라도 딴 계절엔 로프는 안전 보조 자일인 것 같았다. 내가 먼저 통과하고 이어 아내는 재미있는 듯 로프를 이용해 오른다.

한숨이 나온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수월하게 통과해서 맘이 놓이는 한숨이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20미터 30미터 로프지대...

한계령 골짜기는 흡사 녹색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평원에 개울길이 가느랗다. 건너편 가리봉이 그렇게 가까울 수가 없다. 계속 등로를 오르면서 내설악쪽 보다 한계령쪽 풍경이 더더욱 좋은듯 하다.


09:40 1408봉 <두 번째 로프>

계속해서 날카로운 바윗등을 지나다 왼쪽으로 우회하기도하면서 내리락 오르락 한다. 두변째 바윗길에 로프는 어렵지 않다. 험하고 사람길이 적은 데라 주목이 군락지어 있다. 능선에서 내려보는 한계령 계곡의 전망이 나즈막히 아름답다. 가리봉, 삼형제봉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세번째 로프>와 제일 긴 <네 번째 로프>를 어렵지 않게 지나고 나니 한 이틀 고민 했던일이 사라진다. 힘으로 걷는 일은 자신있는데 암릉과 로프에는 워낙에 겁이 많아 걱정을 많이 했었다.

등로 오른쪽, 한계령 계곡에서 쳐다보던 암봉들을 여기선 내려다 본다. 내려보이는 암봉들이 흡사 높다란 성곽처럼 둘러 싸여 있고 그 안쪽이 평온한 녹색분지로 되어 있으며 입구 골짜기는 깊고 날카로와 인적이 드믈어서인지 주목이 많이 있다. 단풍과 새파라니 품위 넘치는 주목이 펼치는 가을 풍광, 그것도 내려보는 눈맛이 심상치 않다. 가까이 보이는 1408봉이 쉽게 다가오지 않고, 뒤쪽 안산이 돌아보면 여전이 가깝다. 08:50 12-14표지목 통과


시계 알람의 타이머를 35분으로 해놓고 30분 걷고 쉬다가 삑삑대면 출발하면서 다시 타이머 키고, 이렇게 30분 걷고 5분 쉬고 하면서 계속 걸으며 좌우 설악의 풍광을 즐기면서  1408봉에 도착했다. 이제사 멀리 대청봉과 중청봉의 공룡알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가야할 귀때기청봉 너덜들이 눈 앞에 가까웁다.


13:50 귀때기 청봉

뒤돌아 보니 안산이 제법 멀고 귀청은 가깝다. 몇 번의 오르내림과 마지막 바위을 휘도는 짧은 로프를 지나서 귀청자락을 잡는다. 너덜지대 커다란 돌무지를 요리조리 건너 뛰면서 통과한다. 생각에 머리통만한 돌덩이들이 쌓인 것이려니 했는데 이건 숫제 바위덩이다. 잘 못 빠져버리면 크게 다칠것 같아 조심해서 걷는다. 귀청에 올라 점심을 하는데 한계령쪽에서 한무리 등반팀이 올랐다 다시 내려간다. 여가까지 오면서 장수대로 내려가는 2팀 6명밖에 보지 못했다. 토요일에 설악에 그리도 사람이 많았다는데 서북주능에 너무 없어 한가했는데 모처럼 정상터가 북적인다. 내리막에 너덜지대는 마치 돌덩이가 흐르는 강의 모습인 듯 이채롭다.


15:00 한계령 삼거리

점심하고 출발해서 한 시간여 앞쪽이 소란스럽더니 한계령 삼거리다. 예까지 오면서 탈출로는 없고, 시간이 너무 걸리면 예서 한계령으로 내리 설려고 비상계획을 세웠던 곳이다. 시끄런 곳은 딱 질색, 그냥 통과 끝청을 향한다. 서늘한 가을 날씨 탓인지 적당한 페이스 때문인지 오늘따라 힘들게 걸으면서도 땀을 한번 닦지 않았다. 아내도 마찬가지고 배낭에 든 2리터 물통도 많이 빨아마시지 않아 절반은 남아 있다만 여름이라면 아마 엄청나게 물마시고 빼고 했을것 같다.


17:00 끝청

장수대를 출발한지 꼬박 12시간이 넘는다. 부지런히 먹고 쉬고 했지만 다리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한다. 혹시 동절기라고 18:00에 방배정이 끝나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내를 재촉해서 걷는데 가까운 듯 중청은 왜 자꾸 멀리만 보이는지...또 앞 봉우리가 끝청인가 올라보면 아니고 또 올라보면 맥빠지게 아니다. 한 가지 위안은 한계령에서 오른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내심 우린 장수대에서 왔는데 하면서 속으로 자만과 거만을 떨면서 자위를 한다. 끝청에서 터지는 남설악쪽 전망과 한계령 구비의 풍광이 이젠 역광으로 진하게 보인다. 마음이 조급하니 바쁘다. 출발해서 속보로 표지목을 서너개 지나다 쳐다 보이는 공룡알이 대보름달 마냥 훤하니 가깝다. 그렇게 멀리만 보이던 중청이다. 마지막 09-14표지목을 지날 땐 아내가 짜증을 낸다. 마지막 표지목이니 중청이라야 되는데 중청갈림길 까지는 표지목은 없지만 한 500여 미터를 더 가야하는데 끝일거라고 기대가 컷다가 실망한 때문이다. 앞에 원형철조망지대 군사지역 경고판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더 이상 오르지 않을테니 우회하면 될것이기 때문이 그 하나고, 내 머릿속에 소청과 중청사이가 삼거리라도 착각했는데 오른쪽에 있으니 대피소에 더더욱 가까이 갈수 있다는 생각이 그 두 번째였다.


17:40 중청 대피소

드디어 오늘의 종지부. 대피소에 막 도착하는데 날이 갑작스레 무척 춥다. 예약확인하고 자리와 모포 1장을 배정 받아 아내하고 내려가 자리 깔고 배낭내리고 보따리 풀어서 저녁먹고 꿈나라로- 늘 그렇듯이 대피소에서 몸은 곤한데 편한 잠을 자기는 쉽지 않다. 불편한 자리야 감수한다지만 코고는 소리에, 술한잔하고 삼삼오오 큰소리로 .....

새벽에 깨서 화장실 볼일보고 들어와서 보니 새벽 한시, 뒤척이다. 잠깐 눈을 다시 부친다.


[10/3  ]

대피소의 아침은 04시 인것 같다. 정상에서 해돋이 구경, 또 멀리 가는 사람들... 새벽에 오색에서 올라온 사람들... 암튼 네시면 북적거리기 시작해서 더 잘래야 자기 힘들다. 물을 끓여서 찬밥을 말아서 김치로 요기를 하니, 오히려 꺠끗 쌈빡하니 입맛이 개운하다.


06:00 대청봉

일출을 보자고 05:40에 출발해서 20여분을 추위에 오들거리다 구름을 똟는 일출은 보고는 표지석 증명사진은 어림없어 포기하고 그래도 아쉬워 중청을 배경으로 한컷트 한다. 오색에서 올라온 안내산악회 팀이 산을 가득 메우다 시피 한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각처 사투리가 재미있다.

재미있는것은 여기까지, 그 많은 사람들이 내려가는 길, 체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괜히 일출을 보느라 지체해설라문네 하구 아내에게 괜스레 꿍시렁거리다 이내 포기하고 대세를 따라 흘러내려가기로 작심.


08:40 회운각

회운각까지 내려오는데 걷는 시간보다 꽉 찌여서 서있는 시간이 많다. 아홉시는 다돼서야 회운각에 도착, 아침 새참을 하고 무너미고개를 지나면서 작년 공룡길보다 올 서북능길이 더 힘들었고 더 좋았단 생각을 한다. 늘 새로운 산은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 때문일 게다. 천불동 내리막도 여전한 체증이다. 시월 내내 설악은 사람들로 그득할테이고 그중 천불동 계곡은 더할 것이언즉 지체되는 김에 구경이 하자면 절벽과 맑은 계류, 단풍을 감상하며 내려선다. 지체원인은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안내산악회 아주머니등등 좁은 길 느린 선두의 속도가 후미는 더더욱 지체하여 쌓이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았다.


10:50 양폭

꼭 30년전 여름에 양폭앞에서 야영을 한적이 있어 그때 그 자리에 폭포앞에 앉아 쉬면서 아내에게 그 당시 애기를 해주면서 감회에 젖는다. 지금처럼 폭포위로 길이 있을리 없고 양폭산장 왼쪽으로 가파른 길을 오르다 회운각(?)- 무슨 무인대피소를 지난 기억이 아스레 한데, 그렇다면 코스가 어떻게 구성된 것인지 혼란스러워 생각 끝...


13:30 설악동

한시간 남짓 천불동 계곡을 감상하며 비선대에 도착하니 이제부턴 산중은 아니다. 가볍게 비선대에 오른 사람들, 지지미 부치는 기름냄세, 권커니 자커니 하는 막걸리... 운전해야하는 고로 유혹을 떨치고 정류장을 향한다.


14:45 물치 삼거리

설악동에서 출발한 버스(750)를 물치삼거리에서 내려 건널목을 건너 매표소(슈퍼)에서 장수대(3400)까지 차표를 끊고 차를 기다리며 쥔장하고 애기를 하다보니 같은 춘천사람이다. 애기하다 보니 **국민학교 2년 후배가 된다. 세상이 넓고도 좁다랗다. 14:45 출발한 버스가 한계령을 넘는데 보니 길가가 모두 주차장이다.


15:50 장수대

장수대는 주차비를 안 받아서 좋다. 차에 짐을 풀고는 쉬지 않고 춘천을 향해서 출발한다. 작년 공룡능 타고 백담사 출발할 때 인제-홍천국도에서 밀리던 생각에 부지런히 떠난다. 신남을 한참 지날 때 까진 80-100키로 시원하게 달렸는데... 올해도 차는 2차선에서 밀린다. 알고보니 공사용 덤프들이 현장줄입 하는라 신호아닌 신호등이 몇군데 있어 지체가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차막힘이 뻔한데- 생각에 홍천에서 인제까지 꽉 밀려있었을 테인데, 요즘 주5일 근무라 내다보는 공무원이 없을게라는 생각을 해본다. - 그래도 작년보다는 빠르다.


18:00 춘천

전날 새벽에 떠나면서 겁나게 걱정했던 산행을 하산길에 지체가 있긴 했지만 아주 흡족한 산행이었다구 서로서로 애기를 나누며 진에 도착해 차를 세우니 우리집 강아지가 용케 알고 컹컹 짖어댄다.

이 복잡한 단풍철에 한가적이 설악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기꺼이  따라주는 아내가 있기때문이고, 많은 산행정보를 알수 있는 고마운 분들의 산행기 덕분이였으며, 이번 산행엔 쾌청하고 서늘한 날씨도 한 부주해서 더더욱 눈맛 좋은 산행을 할수 있었다.


[후기]

산에 오면 먹고 마시고 하는데는 별반 흥미가 없다. 찌개에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는 것을 보는게 오히려 부담스럽다. 하산길에 감자전에 동동주, 시원한 캔 맥주 한잔이 생각 날듯도 한데 이상하게도 술생각이 별로 인것은 정말 다행이다.

산에서도 새치기가 많다. 지체돼서 일렬로 된길을 용감하니 옆으로 치고 나와 여러열을 만들어 앞서 가려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젠 외려 나이든 분들이 더 그런듯 싶다. 모처럼의 외유라서 호기를 부리려는 탓일까 싶다만 보기에 좋지 않았다.

새벽 먼길을 무박으로 달려와 새벽 두세시에 랜턴 키고 대청에 올라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또 부지런히 시간에 맞추어 하산하는 산을 가득 메운 안내산악회 사람들... 웬지 산속에 까지 시장경제의 속도가 붙는 것 같아 씁슬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