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이 글을 읽고 나를 평가 할 때 “무모한 짓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나)의 한계는 과연 어디인가를 시험하는 산행이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7km,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5,5km

그리고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13,5km로 총 길이가 46km가 되는 거리다.

지도상 거리는 46km이나 실제의 산행거리는 60Km는 족히 되는 장거리다.

일반적으로 지리산 종주를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으로 산행을 하는 코스다.

그것도 성삼재에서 출발, 천왕봉에 도착하여 중산리로 하산을 한다.

이미 지리산 종주를 두 번 해봤지만 천왕봉에서 모두 중산리로 하산했다.

이유는 대원사 코스로 하산하려면 천왕봉에서도 13,5km,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이열치열의 법칙을 적용하여 땀을 흘림으로 피서를 겸한 등산을 계획했다.

사전에 기차표를(8월3일 21:57시 영등포발 구례구 도착) 예매했다.

8월3일 오전에는 다른 일을 보고 오후에는 나름대로 철저하게 등산준비를 했다.

준비물 : (음식) 미숫가루 빈 통 3개에 1/3을 채움(현장에서 타먹음), 양갱 2개,

귤4개, 치즈4개, 요구르트 2대, 찰떡 작은 것 3개, 단팥빵 2개,

인삼젤리 5개, 초코렛 5개, 두유 4개, 물 2병, 기타.

(장비) 산악쎈달(우천시), 중등산화, 자켓, 갈아입을 옷 일체, 장갑, 모자 2개,

땀 타올2개, MP3, 헨드폰, 지갑 (준비물 중량 :10kg)


 

집에서 당일 20시에 출발하기 전, 아내가 장거리 등산을 할려면 체력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쌈지돈 꺼내어 그 비싼 장어구이로 저녁을 사 주었다. 고맙기도 하지요?

무거운 배낭을 지고 아내의 전송을 받으며 집을 떠났다.

너무 서두른 탓에 영등포역에서 1시간을 기다렸다.


 

영등포역에서 22;00에 출발했다.

역시나 이날도 차 안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초반에는 앞좌석에서 여자들이,

후반에는 뒷좌석에서 남자들의 이야기로 수면을 방해하여 잠을 못 잤다.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02:30시

택시를 타고(4인이 합승, 1인당 만윈) 화엄사를 향하여 출발했다.


 

화엄사에서 도착하니 02:50시

어린 아들과 함께 산행하는 父子는 산행 준비하느라고 좀 뒤처지고,

나와 다른 한 사람은 헤드렘프만 머리에 부착하고 곳 바로 산행에 들어갔다.

화엄사 계곡의 요란한 물소리를 들으며 갈대숲을 지나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날씨는 덮고, 바람은 없고, 땀을 주체할 수 없고,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코재에 도착하니 04:30시

능선에 오르는 순간 시원한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시켜주었다.

더울 때가 있으면 시원할 때도 있는 법, 안 될 때가 있으면 될 때도 있는 법...


 

노고단 정상에 도착하니 04:45시 (1,507m)

동행인은 노고단 대피소에서 뭘 좀 먹고 온다고 들어가고,

나는 정산에 올라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도중에 먹을 두유 2개에다 미숫가루를 탔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고 왔던 쎈달을 벗고 중등산화로 갈아 신고 출발하니 05:00시다.


 

뒤따르던 사람이 나와 동행하기로 했다. 내가 보기 드문 상당한 수준의 등산 메니아다.

그는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하산할 계획이라는데 내가 가는 길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노고단을 출발하여 돼지령을 지나는데 앞서 가던 내가 그만 사고를 당했다.

구름이 짙은지라 헤드렘프가 희미하여 돌이 튀어나온 것을 보지 못해서 크게 넘어졌다.

다행히 오른쪽 정강이에 상처가 나고, 왼쪽 허먹지에 타박상을 입었을 뿐 큰 부상은 없었다.

돼지령을 지나고 임걸령을 지나고 노루목을 지나는데 일출이 시작 되었다.

구름으로 인하여 일출은 보지 못했으나 날이 밝으면서 한 눈에 들어오는 전경은 장관이었다.


 

반야봉 갈림길에 도착하니 06:05시 (반야봉1,732m 종주하는 사람들은 지나감)

등산객 3명이 쉬고 있기에 덩달아 배낭을 풀고 물을 마시고 잠시 쉬었다.


 

삼도봉에 도착하니 06:25시

삼도봉,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도가 꼭지점으로 뭉쳐진 봉우리라 삼도봉이라 한다.


 

화개재에 도착하니 06:40시

뱀사골에서 올라오면 정상이 되는 화개재를 그냥 지나쳤다.

여기서부터 토끼봉까지는 한참동안 상당한 오르막이다.


 

토끼봉에 도착하니 07:10시 (1,533m)

여기서 잠시 쉬며 물마시고 미숫가루를 한 모금 마셨다.

새벽 산행이라 시장한데 벽소령 대피소에 가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명선봉에 도착하니 07:35시 (1,586m)

구름은 겉치고 아침 햇살이 잠시나마 지리산 전체를 조명해 준다. 역시 장관이다.


 

총각샘에 도착하니 07:43시

왜 이 샘을 총각샘이라고 했는지는 모르나 샘터가 몇 메타 내려가야 있기에

그냥 지나쳤다. 물이 없으면 내려가서라도 먹겠으나 아직 물이 남아있다.

지리산 종주의 장점 중 장점이라면 곳곳에 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물병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니 08:07시

많은 사람이 여기서 숙박하고 제 갈 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인생은 나그네,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것...

동행인과 간식을 먹었다. 이것저것 주어먹고 08:25시에 출발했다.


 

형재봉에 도착하니 08:58시 (1,433m)


 

벽소령에 도착하니 09:25시

이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동행인은 밥을 싸와서 함께 먹자고 하는데

나는 산에만 가면 밥을 못 먹는 약점이 있다. 그는 밥을 먹고 나는 미숫가루를 먹었다.

여기서 동행인이 고향 사람들(순천)을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09:45출발했다.


 

덕평봉에 도착하니 10:00시 (1,521m)


 

선비샘에 도착하니 10:30시

물이 넘치게 쏘다지는 섬비샘물을 몇 컵 마시고, 물병에 담았다.


 

영신봉에 도착하니 11:00시 (1,556m)

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의 산행로는 중주코스 중에 제일 긴 코스다,

이 코스는 능선을 오르내리는 어려움보다. 능선 옆으로 돌아가는 등산로가

큰 돌들이 깔려있고 미끄러워서 산행이 어렵다. 이런 코스가 산객들을 지치게 한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하니 11:35시

지천에 널려있는 야생화를 돌아보며 세석대피소를 지나쳤다.

더위와 산길이 미끄러워 예상했던 시간보다 많이 늦어졌다.


 

촛대봉에 도착하니 11:50시 (1,703m)

삼신봉에 도착하니 12:10시

연하봉에 도착하니 12:35시 (1,561m)


 

세석에서 장터목까지의 코스에서 많은 산객들이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다.

길도 험하고, 다리도 아프고, 전신에 피로가 몰려오는 코스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간간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청량감을 주고 지친 몸에 활력을 넣어준다.


 

장터목산장에 도착하니 12:50시

여기도 예외 없이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모두들 지친 표정들이다.

동행인도 두 번을 여기서 포기하고 중산리로 하산을 했던 경험이 있었단다.

점심은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서 먹기로 하고 10분을 쉬었다가 13:00출발 했다.


 

천왕봉에 도착하니 13:40시 (1,915m)

내가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이번이 네 번째다.

그 때마다 천왕봉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웅성이게 한다.

오늘도 사진을 찍고, 한반도 제일 놀은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내 식사는 삼시 미숫가루요, 간식으로 준비한 것들을 먹는데 맛있는 것이 없다.

배속에서는 원하는데 무엇을 먹어도 입에서 받아드리지 않는다. 왜일까?


 

20분을 쉬고 14:00시 대원사를 향하여 출발했다.

중봉에 도착하니 14:20시 (1,875m)

천왕봉에서 대원사 방향은 처음이다. 거리도 13,5km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동행인이 몇 차례 이 코스로 산행한 경험이 있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시작은 중산리 코스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그야말로 산이다.

길은 좁고 험하며, 경사도 심하고...

그래도 눈을 들어 멀리 보면 지리산의 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써리봉에 도착하니 14:48시 (1,642m)

써리봉 전망대 바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입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힘든 이 코스를 사람들이 굳이 찾는 이유를 이곳에 서 봐야 알만하다.


 

치발목대피소에 도착하니 15:20시

동행인이 게토레이를 사 줘서 마셨다. 굴 맛이다.

산장 주인이 버스 주차장에서 막차가 19:05시라고 하며 빨리 하산해야 탈수 있다고 했다.

치발목 산장에서 출발하여 무지개폭포를 비켜가 유평리로 하산하는 산길이 만만치 않았다.

산장에서 버스 종점까지 10km가 넘는데다 7부 능선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길은

두 번 다시 밟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장터목까지 오면서 지친 몸이 정상을 오르면서

회복이 되었고, 정상에서 하산하는데 새로운 힘이 솟구쳐 몸에는 큰 무리가 없었으나

심리적으로 지치고 피곤했었다.

유평리 마을 2Km라는 이정표를 보고 “이제 다 왔구나” 했는데 거기서 고도계를 눌러보니

해발 980m, 그러면 여기가 북한산보다 높은 지점이다. 급경사의 계단길이 내 무릎에 고통을 안겨주었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길인 것 같았는데 그 길에도

드디어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사람이 사는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평마을에 도착하니 17:15시.

마을의 첫 집에서 음식을 팔고 산객 두 사람이 평상에서 무언가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국수를 시켰는데 보기에는 맛이 없어 보이나 먹어보니 꿀맛이었다.

집 옆 개울에서 입은 체 들어가 몸을 식히고 옷을 갈아입고 버스종점을 행했다.

두 사람이 앞서 먹고, 우리와 같이 출발하는데 우리에게 묻기를 “어디서 오셨느냐”는 것이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아니 어디서 출발을 했느냐”고 다시 묻기에 “화엄사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또 “언제 출발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오늘 새벽 02:50시에 출발 했다”고 했다. 그러자 묘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웃는다. 그리고 하는 말이 “말이 안 됩니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하며 믿지를 않았다. 사실 누가 믿어 달라고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은 아닌데...


 

버스종점까지 까지 거리는 4Km 밖에 안 되는데 지쳐있는 몸이라 아득하기만 했다.

약 1km를 걸었을까? 작은 소형차가 우리를 보고 섰다. 그리고 타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중년의 하반신 장애자가 좋은 일을 자처한 것이었다.

세상은 험하다 해도 이렇게 좋은 분도 있는 것을 보고 우리에게 소망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분 덕에 종점에서 막차 전 18:20시 차를 타고 진주로 가서 20:00시 우등 시외버스를 탈 수 있었다. 차비 18,500원을 주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도착하니 23:55시, 5분 늦어서 일산행 전철을 놓치고 구파발 까지만 운행하는 전철로 구파발에 도착하여 택시를 탔다.

집에 오니 2004년 8월 5일 02:00가 되었다.


 

내 한계는 나도 어디까지 인가를 모르겠다.

기록을 낼려고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은 아니다마는 아마도 당일 종주로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15시간 25분(휴식시간 포함)의 시간은 아무나 돌파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번의 지리산 완전 종주를 무사히 마치면서 정말 감사했다.

또 누구인지 잘 모르는 동행인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외롭게 홀로 하는 산행보다 동행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다시는 지리산 종주를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해산하는 여인의 비유를 들면서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나를 못 믿는다.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