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계곡산행. 안성탐방지원센터~동엽령~칠연폭포, 원점회귀
Mt. 1215 冬葉嶺(×1359m) - 전북 무주군
산 행 일 : 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모 산우회 동참 산우님들
산행(도상)거리 : 약 9.6km
안성탐방지원센터 <4.5> 동엽령 <3.6> 칠연 폭포 <1.5> 안성탐방지원센터
산행시간 : 5시간 20분 (식사 휴식 66분포함)
안성탐방지원센터 <0:17> 칠연 삼거리 <0:29> 나무다리 <0:28> 지능선 고개 · 비상용 이동전화 중계기 <0:36> 현 위치 덕유 03-07 <0:25> 동엽령・점심 식사 <0:17> 덕유 03-07 <0:33> 나무다리 <0:21> 칠연 삼거리 <0:13> 칠연폭포 <0:35> 안성탐방지원센터
참 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무주(2008년 편집본)지형도
동엽령에서 - 최진원 님 촬영
칠연폭포
오늘 산행 구간도
연일 30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통 맥을 못 쓰게 만든다.
밭에서 일하던 노인이 폭염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진다.
이런 때는 특별한 계획이 없는 한 산행을 자제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그런데도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덕유산 계곡산행 연락을 받고 집에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성 탐방지원센터에서 계곡을 따라 동엽령에 오르고, 산길을 더 걷고 싶으면 벡암봉이라고도 하는 백두대간 갈림인 송계삼거리 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된다.
안성탐방지원센터 산길 입구
칠연 삼거리
물로 들어가고 싶었다.
11 : 29 안성탐방지원센터 앞 출발
여름철 산행 출발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시간에 입구를 출발한다.
넓은 길을 따라 20분을 조금 못 걸어 칠연폭포 갈림길에 이르렀지만 폭포는 하산 길에 들려보기로 하고 동엽령으로 오를 수 있는 좌측 길로 들어선다.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울 위에 걸린 다리를 건너 오솔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햇빛을 막아 주는 울창한 숲은 아니다.
마음 같아선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물속으로 첨벙 들어가고 싶다.
나무다리
통나무 계단 길
12 : 15 나무다리
나무다리를 이용하여 골짜기를 우측으로 건너면 통나무 계단 길이 길게 이어진다.
듬성듬성 자라는 산죽도 더위를 먹었는지 시들해 보이는데 난들 오죽하겠는가.
물소리는 어느새 들리지 않고,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쳐내며 천천히 걸어 오른다.
부드러운 수건을 사용해도 계속 문지르다보니 모르긴 해도 내일 모레쯤에는 콧잔등에 보기 흉한 허물이 생길 것이다.
지능선 고개의 중계기
직진 길은 출입금지
얼음으로 덮인 길 - 2010년 1월 촬영
12 : 43 지능선 고개
‘↑ 동엽령 1.3km’ 이정표와 ‘긴급재난 비상용 이동전화중계기’가 있다.
산 사면을 돌아 오르면 우측 골짜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작은 못 앞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 조금 가면 물기로 질퍽거리는 곳이 나온다.
겨울에 이 지점을 지난 적이 있다.
그 때는 두꺼운 얼음이 길을 덮어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더듬어 오르던 기억이 난다.
다들 힘든 모양이다.
13 : 19~25 ‘동엽령 0.6km’ 지점
이 시간대에 산을 오른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나만 힘든 게 아닐 것이다.
“쉬어가세요”
산길에서 만나는 생전 모른 사람도 이런 인사 한 마디는 기본이다.
배낭을 벗고 작은 바위 위에 걸터앉은 뒤 벌컥벌컥 물을 마신다.
벌집
바위를 보듬은 나무뿌리
타 프롬의 한 모습 - 2009년 10월 촬영
송계삼거리까지의 산행을 포기해버리자 한결 여유롭고 마음도 편하다.
그러다보니 나무 둥치에 붙은 커다란 벌집을 발견하고 벌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봤으며, 바위를 보듬고 있는 나무뿌리를 발견하고는 캄보디아 시엠 립(Siem Reap)의 타 프롬(Ta Prohm) 사원을 생각했다.
땀을 쏟게 만드는 나무계단 길 앞에 이르자 원추리가 가끔 보이고 이내 키 큰 나무가 모습을 감춰버리면서 뙤약볕이 온몸으로 쏟아진다.
그늘이 없다.
좌측 송계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지형도 상의 동엽령
13 : 55~14 : 45 동엽령(×1359m)
가끔 바람이 불어오는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는다.
도시락을 비운 뒤 지형도에 표기된 동엽령으로 오르다 햇볕이 따가워 그마져 포기하고 사방팔방을 둘러본다.
멀리 지리산과 가야산 등도 바라보인다.
무룡산 원추리를 보기 위해 황점을 출발했었을 몇몇 사람들이 지친 표정으로 다가온다.
“원추리는 별로였다”며 그늘이 있는 고개 쪽으로 서둘러 내려간다.
중계 탑이 안 보였다.
멀리 가야산 방향
향적봉과 중봉 사이에 무선중계탑이 높게 솟아 있었다.
‘국립공원 경관을 저해하므로 2010년 7월 20일 이후 조속히 철거하겠다.’는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세워 둔 안내판을 보고 기분이 좋았었다.
동엽령에서도 그 철탑이 보였는데 지금은 없다.
철거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 분명하다.
산봉우리에 설치된 통신시설, 부대 건물, 골프장, 도로로 인한 훼손 등등 우리 인간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파괴를 일삼고 있다.
안성 쪽 풍경
금원, 기백산 방향
아메리카 인디언 카이오와 족의 ‘큰 구름’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반영이다. 따라서 우리가 세상의 신비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땅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넘긴다면, 언젠가 세상 또한 우리를 삶 밖으로 내동댕이칠 것이다. 우리는 대자연의 반격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디언 격언에 ‘대지를 잘 돌보라. 우리는 대지를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다.’라고 했으며, ‘가슴이 파헤쳐진 어머니 대자연은 자신의 병든 몸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단계에 이미 들어섰다.’ 라고 했는데 이상기후나 지진과 해일 등을 그 예로 들고 있다.
- 참고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
동엽령을 내려가면서
개울을 건너고
쿨 스카프를 식혀들고 - 최진원 님 촬영
거의 한 시간을 머물렀다.
아무래도 내림 길은 오름 길보다 걷기가 훨씬 낫다.
하지만 무릎과 허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잠시 휴식을 취했던 장소를 지나고 작은 못 앞개울도 건너고 지능선 고개도 넘어 간다.
나무다리를 건넌 뒤 20분을 더 걸어 칠연폭포 갈림길에 도착한다.
칠연폭포 1.
칠연폭포 2.
14 : 09~14 칠연폭포
‘칠연폭포는 울창한 수림 사이의 비단결 같은 암사면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에 파인 일곱 개의 못이 한 줄로 늘어서서 칠연을 만들었고, 옥같이 맑은 물이 일곱 개의 못에 담겨 잠시 맴돌다가 미끄러지기도 하고 쏟아지기도 하면서 일곱 폭의 아름다운 폭포를 만든다.’라고 적은 안내팻말을 세워 두었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보자 발이라도 담그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런데 오는 계곡 산행을 하는 동안 물가에 있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잠시 후 공원 직원 한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모양이다.
칠연폭포 3.
칠연폭포 4.
14 : 49 탐방지원센터 앞
폭포를 뒤로하고 한동안 걸은 후 계단을 타고 삼거리 광장으로 내려선다.
이후로는 넓은 길이 입구 까지 이어진다.
우리들의 버스는 용케도 탐방센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른 곳에 있다가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지 버스 안은 아주 시원했다.
“하산 주는 용추 마을 입구에 가서 먹도록 하겠습니다.”
용추마을 ‘백두대간 마실 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