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봉에서 작은가야산 가는 길은 남산제일봉으로 이어지고)


지난해 11월6일에 필자는 가야산에 대한 그리움으로 8:30분에 가조면 소재지에 도착했다. 거창 가조면의 의상봉으로 해서 가야산 서북능선을 타고 남산제일봉(1010봉)에 올라 보기 위함 이었다.

우두산 의상봉으로 오르는 산행길은 월포동마을에서 고견천을 따라 용당소(뒷들)마을을 지나 고견사로 올라 가는 길이다.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가조면소재지에서 이정표를 따라 동쪽 방향 국도의 왼쪽 상점 뒤편으로 나있는 마을 포장도로 길을 따르니 이내 길은 시내가에서 넓은 고견사 포장도로와 만나 북쪽 고견천변을 따라 간다. 20분쯤 걸어 뒷들마을이 도착하니 안개가 걷쳤다.

마을 표지석을 지나니 마을냇가의 상공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콘크리트 구조물 기둥위로 수로가 흉물스럽게 걸려 있다. 지상 30m 높이의 인공 구조물은 주변의 경관을 훼손함은 물론 산행의 기쁨을 반감시킨다. 의상봉의 자연경관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농업용 수로를 철거 하든지, 또는 다른 쪽으로 수로를 돌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한 일로 보인다. 어쨌든지 처음 찾아온 등산객의 미간을 일순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매표소를 지나니 주변의 경치가 일순간 판이하게 달라졌다. 북쪽 의상봉의 고견사 계곡에서 부르 내려오는 바람소리 물소리는 좌편능선 마루의 장군봉의 위엄과 우편 정상의 투구 모양의 암봉의 오묘함에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우편 계류 넘어 비계산 자락의 철지난 단풍은 억새풀과 함께 시야에 들어와 산행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입구의 들머리에서 산행기점인 고견사 주차장(9:30)까지 4km 구간은 포장이 되어 있어나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으며, 걸어 가면 50분은 족히 걸린다. 면소재지에서 운행하는 택시를 이용하면 산행시간을 단축할수 있다. 특이한 것은 동심회란 가조면 자연보호단체에서 세운 비석이 눈에 뛰는 데 이곳 주민들의 이 산에 대한 애착과 자연보호에 대한 깊이와 크기를 느끼게 한다.

이곳 주차장에서 산길은 세가닥으로 나있다. 주차장의 상단 가겟집 앞의 돌구멍 샘터에서 물을 준비하고, 왼편과 우편길을 버리고 가운데 길로 가야 고견사(1.5km)로 해서 의상봉을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로 올라가는 길 이다. 여기서 왼편을 택하면 장군봉을 만나고, 우편으로 가면 마장재로 해서 의상봉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오늘의 산행이 의상봉을 거쳐 남산제일봉으로 가는 길이 기에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정면 가운데 길을 택해서 오른다. 고견사 사찰로 가는 이 등산로는 산문까지 모노레일과 나란히 걷는 길이다. 10분쯤 비탈진 협곡을 올라가면 견암폭포가 있고 산길은 폭포 왼편 비탈길로 올라서게 된다.

고견사 산문에 들어서면 먼저 노거송 보호수를 만난다. 고견사 법당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면 오른쪽에 거대한 암벽이 서 있고, 그 아래에 제단이 있다. 조금더 올라가면 황금색 채색을 한 불상이 볼품없게 앉아 있다. 절에서 30분쯤 비탈길을 올라가면 의상봉 좌측안부에 올라 설수있다.

안부에서는 의상봉의 북사면을 타고 내려가다가 올라가게 되고 의상봉 우측 안부 삼거리와 만나게 된다. 오른쪽 길이 의상봉 정상으로 가는 길 인데, 매우 까다롭고 가파른 바위의 급경사 길로써 로프와 철사다리가 놓여있다. 계단을 오르면 아찔한 현기증을 느낄만큼 고도감이 있다. 정상은 평평한 바위로 되어 있고, 우두산 의상봉(10:30)이란 정상표지석이 서 있었다.

의상봉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보이는 비계산 산마루는 더 높이 솟아 있고, 서쪽의 장군봉의 웅장한 기개는 이곳 의상봉을 호위하는 데 부족함이 없고, 남쪽으로 내달리는 골짜기들이 모인 고견천을 흐른 물은 이곳 가조고을의 들녘을 기름지게 한다.

다시 정상의 철사다리를 내려와 삼거리에서 등산로 아님 팻말의 뒤쪽으로 나있는 북동쪽 별유산(상봉)으로 가는 암능을 올랐다. 이곳 암능은 오르고 내리기에 적절한 크기의 바위길로 산행의 묘미를 배가 시킨다.

이곳 별유산 삼각점의 갈림길에서는 저 멀리 북쪽으로 가야산 영봉의 장대한 하늘선을 정면으로 쳐다 볼수 있다. 갈림길 좌편의 능선을 택해서 30분쯤 가면 작은가야산을 만난다. 또한 우측의 돌출된 바위쪽 능선을 따르면 마장재 안부 넘어, 비계산까지 산길을 이어 딛을수 있다.

조금 완만한 산마루 길을 걷다, 바로 경사진 내리막을 만나는 데 왼편으로 밧줄을 잡고 내려가면 별 어려움이 없다. 의상봉에서 작은가야산을 지나 큰재를 넘는 이길은 산문의 승려들이 해인사에서 고견사로 왕래하든 절길 이어서 그런지, 능선의 날등과 사면을 따라 길이 잘 나있어서 길을 잊어 버릴 염려가 없었다.

눈앞에 나타난 작은가야산(11:30) 암봉은 북한산의 인수봉과 노적봉을 합친 형상으로 눈에 들어 온다. 저 멀리 하늘금 위 가야산 상왕봉의 불꽃바위 형상의 축소판 같다. 그래서 이름을 작은 가야산 으로 불렀는가 보다.

이곳에서 큰재 넘어 마령, 남산깃대봉(1113봉) 지나 두리봉(1133봉),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가야산 서북능선의 힘찬 모습이 한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 북서쪽으로는 가야산에서 수도산으로 이어지는 가야-수도산 종주능선의 파노라마를 볼수있다. 또한 동북쪽으로 열린 남산제일봉의 우뚝솟은 기암봉의 경관을 만날수 있다.

이곳을 지나면 평범하고 아늑한 오솔길이 30분쯤 이어지다가 묘지가 나오는 데, 이곳 삼거리에서 뚜렷한 왼쪽길 보다는 오른쪽길을 택해야 한다. 왼쪽길은 가야산 서북능선으로 연결되며, 또한 마장동의 화훼단지로 가는 길이다.

1시간을 계속 걸어서 큰재를 지나 단지봉(13:00)에 도착했다. 삼각점이 있고 왼쪽 으로 내려가면 고운암 암자를 만나게 된다. 이곳까지 오는길은 잡목이 우거져 시야를 많이 가린다. 단지봉에서는 남동쪽 길(우편길)을 따라서 가야 남산제일봉으로 갈수 있다. 독도에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방향을 잘 살펴서 산의 날등을 타서 빠른 걸음으로 길을 따른다.

좌측의 산자락은 돼지골이라 부르고 해인사촌 신부락 마을과 만나는 계곡이다. 남산제일봉이 가까울수록 육산에서 골산으로 봉우리의 모습이 바뀌어 가고 있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 자라. 곰. 토끼. 부처. 각시 모양의 기암봉이 나타났다가 지나간다.

침봉으로 솟은 암봉의 철사다리의 계단길을 딛고 올라서니 이곳이 천상의 정원, 기암석주의 고향, 남산제일봉(14:30)이 아닌가. 산행을 시작한지 장장 6시간이 걸려서 의상봉-작은가야산-큰재-단지봉-남산제일봉의 가야산 서남능선 종주를 끝내고 남산제1봉과 만났다.

수도 셀수 없이 지도상으로 만 산행한 이길, 꿈속에서 만 올라 본 이 길을 마침내 걸어서 지금 나는 북쪽으로 하늘선과 맞닿은 검은 석화성산 가야산 상왕봉을 마주하고 있다. 홍류동천의 절경을 내려다 보며, 이곳 남산제1봉에서 벌린 입을 다물수 없다. 그리고 이곳 남산제1봉에서 나는 오늘 불꽃바위들의 춤사위를 보았다.
(2004.1.11)


▣ 권경선 - 잘 읽었습니다. 지난번 첨부하여 주신 지도 참고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