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에서 희운각으로 가며 본 대청봉아레 능선은  울긋불긋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웃의 화채능선은 아직...

 

 

 

신선봉에서본 공룡능선입니다. 


 

◈설악산(대청봉1707.9)

◈2004년 9월22일 수요일

◈대체로 흐림

◈오색(남설악매표소)~설악폭포~대청봉~중청대피소~소청~희운각~무너미고개~공룡능선~마등령

   유선대(금강굴입구)~비선대~소공원(설악매표소)

◈약 20KM

◈AM 04:50 남설악 매표소  ~~~ PM 18:50 설악매표소 통과

   (식사 휴식 약3시간 포함) 세월아 네월아 총 14시간

 


지난 9월 2일 이후 20일 만에 산행을 합니다.

얼마전 북한산을 오른적은 한 번 있습니다.  오전근무를 마치고 막걸리와 파전을 싸들고 오후 늦게. 산행을 했다기보단 사모바위에서

먼저 올라가 자리잡고 있는 선배와 파전안주삼아 막걸리 마시며 바람만 쐬고왔다는 표현이 더어울릴 그런걸음을 한 적이 있긴 합니다.

 

9월 21일 화요일

 

지난번엔 시간에 쫓겨 터미널로 향했지만 이번엔 여유있게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20일 만에 하는 산행을 지난번 설악산에 홀딱  뺏긴 맘을 다른곳으로 돌리지 못하고 다시 설악으로 그것도 공룡능선으로 정했습니다.

새벽일찍 근무를 해서 동서울로 오는 지하철안에서 내내 졸다  다시 버스에 타자마자 골아떨어져

휴게소도착 안내방송에 잠이 깹니다.

 

 

금강고속 단골아니 전용 휴게소같은 화양강휴게소.(위치상으로나 시설면에서 가장 적절한 휴게소같다는 개인적인 느낌.) 

어느휴게소이든 꼭 우동이 먹고싶은 주왕은 몽롱한 상태에서도 여지없이  

우동 한 그릇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우고 버스에 올라탑니다.

 

일곱뿐이던 막차승객은 역시 원통에서 반이상이 내리고 한계령을 넘습니다.

버스가 오르기 직전까지도 비가 왔는지 도로는 흥건히 젖어있었지만 억지로 코를 차창에 들이밀고 올려다본 어두운 하늘엔

별이 총총히 빛나고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확인한 내일(22일)설악산은 구름많음으로 나왔는데...

한계령휴게소를 지나니 누렁이 가족은 잘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색이 가까워질무렵 그린야드 호텔에서 세워달라고

부탁을 할 참인데 앞에앉아계시는 손님이 먼저 부탁을 해 같이 따라 내립니다.

 

크고 무거워 보이는  보따리를 두개나 들고 그것도 모자라 배낭도 짊어맨 그분은 호텔내에 기념품점 사장님이셨습니다.

동대문에서 물건구해 오신다고...  보따리 하나 덥석 들어드린 댓가로 다리품팔지 않고 손쉽게 방하나 구합니다.

물론 호텔은 비싸니 주변 여관으로 말이죠.

 

2만원.  그럭저럭 밤늦게 자고 새벽에 나서기엔 불편함없는 시설.  주말엔 제가 묵은 방이 5만원이랍니다.

이번주말부터 손님이 많고 특히 올핸 단풍이 고와 더욱 손님이 많을거라고 저를 인솔한 여관쥔장은 한껏 고무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베낭을  방에 두고 주변 식당가에가서 우동먹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저녁을 먹습니다.

 

9월 22일 수요일

 

전날 이른 새벽근무를 하느라 잠을 세시간정도 잤기에 아무리 공룡능선을 향한다 할 지라도 그보단 좀 더 자야 겠기에

알람을 새벽4시로 맞춰두고 잤지만 역시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이 떠집니다.  연이틀 다섯시간도 못자 번쩍 떠질리야 없지만

그래도 컨디션은 괜찮은듯합니다.  잠을 깨기위해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새벽 4시 30분이 넘어 여관을 나와 남설악 매표소로 향합니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설악의 품으로 드는 산님을 반기고있는 남설악매표소입니다. 매표를 하며 여쭈어 봅니다.

"먼저 올라가신 분들이 많이 있으신가요?"    의외일 것도 없지만 참으로 간단명료한 답이 나옵니다."없어요!"

"수고하십시요."  04시 50분이 넘은시간 매표소를 지납니다. 대청봉까진 5km.

 

예상했던것 보다는 크게 가파르지 않은듯한 등산로입니다.대청이 3.3km 남은곳의 조금 넓은 데크를 지나니 어울리지 않은 내리막이

시작되고 곧 설악폭포에 다다릅니다.  설악폭포의 전체적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곳이 있었는지에 대해 예습이 없어 주변을 한참

어슬렁거려 보지만 굵은 물줄기를 힘차게 쏟아내는 폭포는 아레 낭떠러지고 주변이 너무 미끄러워 자칫 잘못하면

설악폭포는 고사하고 노들길에 인공폭포조차 영영 못볼것 같아 더이상 봥항하지 않고 빼꼼히 보이는 설악폭포를 담아봅니다.

 

제 2쉼터. 설악폭포를 지나 곳곳이 계곡이 되있습니다. 전날 내린 비때문에 미끄럽기도하고 질척거리기도하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나니 바로 가파르게 오르는 돌계단길이 시작됩니다.  그곳을 오르고나니 능선을 따라 대청으로 이어집니다.등로옆은 식생보호구역이라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 곳곳에 설치되있고 가끔보이는 정상부는 운무에 휩싸여있습니다.

 

 

제2쉼터를 지나 대청을 오르며 전망이 확트인곳에서 첨으로 비록흐리긴하지만 시원한 풍경을 담아봅니다.

 

이미 붉게 변한 성급한 단풍.

 

매표소를 출발한지 3시간이 되어 도착한 대청봉입니다. (07:45)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정말 아무도없습니다.

다른무엇 보다도 이 큰 대청봉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홀로 가질수 있을까...   그렇게 저는 대청을 시골집 대청마루 차지하듯

독차지했습니다.

 

대청을 홀로 독차지하긴 너무 싸늘하고 외로웠습니다.  조금 휴식을 가진뒤 바로 중청대피소로 내려와

휴식을 하며 아침을 준비합니다.  역시나 썰렁한 중청대피소... 취사장에서 밥을 해 바깥으로 나와 식사를 합니다.

행여나 태양이 나와주지 않을까하고...   주왕이 어떻게 먹고살았는지 조촐한 저의 아침식단을 공개합니다.

따끈따끈한밥에 맛김,김치 그리고 통조림깻잎(첨먹어 보는데 생각보다 맛있네요) 

디저트로 새콤 달콤 사각사각한-사과중 젤 좋아하는-홍옥한개 그리고 향긋한 커피..

 

그렇게 중청에서 무려 두시간을 먹고 쉬는데도 끝내 무거운 운무는 걷히질 않았습니다. 10:10 중청 출발.

 

소청까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세상은 다시 훤히 드러나고 오늘 넘어야할 공룡능선이 선명하게 손짓하고있습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발에 힘이 두세배는 더 들어가는데 가뜩이나 가파른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향하는 길에서 넘어져 사용하고있던

스틱이 바위에 원바운드되면서 입으로 날아듭니다. '뻑!'  순간 드디어 나의 이 치아들을 가지런히 할 절호의 기회가 왔구나

그와중에 그런생각이 들고 얼른 얼얼한 이빨을 흔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너무도 단단히 박힌 앞니...  손에 피만 잔뜩 묻어납니다.

 

입술이 찢어졌습니다. 얼마나 쓰라린지...  우스운 말이 지만 경상도 말로 '닭나발'되는건 아닌지...

그래도 다행히 크게 상처나지 않았네요.  그뒤로 발엔 더 힘이 들어갑니다. 

 

 

서서히 옷을갈아입고있는 능선의 가을.

 

 

천불동계곡쪽으로 햇볕도 환하게 들어오고.     바로이웃의 화채능선은 아직 여름.

 

 

희운각에서는 과일만 하나먹고 조금 쉬었다 이동합니다.  다람쥐들은 이미 사람들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무얼 저리 열심히 먹고있는지 라면 찌거기가 흉하게 붙어있는 돌맹이 옆에서 제 카메라의 셧터소리도  

아랑곳하지않는 다람쥐가 안쓰럽기도합니다.

 

 

무너미고개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살짝 틀어 공룡능선으로 향하는 길에 반가운것을 발견합니다.

물론 생소한 산악회이긴하지만.....  저 혼자서 넘나 했지만 저보다 조금 앞서 중년의 부부산님께서서 공룡으로...

11시 45분 부터 무너미 고개에서 공룡으로...

 

 

공룡능선에서 만난 성급한 단풍.

 

신선봉에서본 울산바위와 멀리 고성군과 동해입니다.

신선봉에서 보는 공룡능선의 위용과 주변 풍경에 또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멀어진 신선봉.

 

 

넘어야할 공룡능선입니다. 

 

 

소청에서 이어지는 맞은편 용아 장성릉쪽입니다.  가운데 계곡이  마치 소방도로처럼 선명합니다.

 

 

 

 

 

 

공룡능선에서 자주 마주친 꽃들입니다.

 

 

뻔한 길에 경쟁이라도 하듯 앞다투어 매달아놓은 리본들...   그러나 정작  힘든구간은 몇개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공룡능선은 가파르게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 반복되지만  길을 찾기가 힘든곳은 특별히 없는것 같습니다.

 

 

지나온 능선  바위봉우리 옆으로 드러난 속살이 등산로입니다. 오르락 내리락...

 

 

샘터를 지난후 바로오른 봉우리 이정목.  희운각 2,8km.     마등령2.3km.

 

어느새 또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동쪽에서 몰려드는 구름은 공룡능선에 막혀 힘겹게 서쪽으로 넘어갑니다.

 

 

 

나한봉을 앞두고 주왕이 개인적으로 가장 난해했던 곳입니다.  바위에 물기가 촉촉해 너무 미끄러웠고 매듭이 지어진 로프만 잡고

성큼성큼 오르긴 어려운 구간입니다.

 

신선봉을 내려선뒤부터 크게 네번의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 끝에    14시 50분   드디어 나한봉에 오릅니다.

 

 

 

 

 

 

나한봉에서 휴식하며 촬영한 주변 풍광입니다. 끝내 대청봉의 모습은 보질 못합니다.

 

 

마등령 오세암 갈림길입니다.  이곳이 마등령 정상은 아닙니다. 이곳에서 조그만 더 오르면 마등령정상입니다.

이곳에서 마른 목을 적시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비선대로 향합니다. 

 

15시40분  마등령 출발.

 

 

마등령정상에서 비선대로 향하는길은 꽤나 가파른 구간과  너덜구간이  많습니다.

정상에서 바로아레는 예고라도하듯 가파르게 곤두박질치고 로프까지 연결되있습니다.  비선대를 2.5km 남겨둔곳까지 다소

가파른 길이 이어집니다.  가뜩이나 미끄러운데 또 넘어질까 다시 발엔 힘이 들어갑니다.

 

가파른 구간을 지나 전망이 아주좋은 바위위에서 다시 휴식. 한컷 남겨봅니다.

 

전망이 아주 좋은 봉우리 (1025봉우리?) 에서 조망된 폭포입니다.  무슨폭포인지 제가 가진 세개의 설악산 지도엔 나와있지

않습니다. 비가 와서 쏟아지는 물줄기인지... 

 

 

전망 좋은 봉우리 철계단을 내려오며본 집선봉? 칠성봉?    좌측으로계곡과 켄싱턴호텔도 작게 보이고 뒤로 달마봉 능선이 아주 낮게

보입니다.

아뭏든 이 짧고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서면서 부터는 지독한 너덜구간이 시작됩니다. 가파르기까지하니 이쯤왔으면 힘 빠질때도

되가는데 가다서다...

 

산행 본능...

 

구름을 이고있는 암봉들의 도열...

 

 

그 와중에 금강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유선대까지 일단 올라옵니다.  유선대에서 저 금강굴로 가는 계단을 보고있자니

도저히 올라갔다 다시 내려올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유선대에서 끝내 고개를 떨구고 한 컷 담고 힘빠진 다리를 추스리고 

비선대로 향합니다.

 

18시.  비선대 풍경입니다.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신 두분께서 공룡능선 앞서 오르셨던 분들입니다.   내내 앞서거니 뒷서거니

반복하면서... 

 

 

비선대에서 음료만 한 캔 사서 먹고 바로 소공원으로 이동합니다. 

20일 만에 산행. 설악산 공룡능선.  20일이란 공백이 컷던탓일까 예상은 했지만 공룡능선넘기 제법 힘드네요.^^

첨엔 그야말로 세월아 네월아 했지만 마지막에 금강굴아레(유선대)에서 비선대갈땐 정말 다리 힘빠지던데요.

 

 

저 다리를 지나고 송림속으로 들어가니 정말 금새 밤이 되버립니다. 권금성위에 떠있는 반달을 보며 14시간 설악과의 데이트를

마치고 18시 50분 설악 매표소를 통과합니다.

 

추석이 지나고 시월 어느 한 날 단풍이 곱게 물들었을 설악으로 다시 떠나렵니다.

 

추석이 나흘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산하가족여러분 모두 사랑하는 가족들과 반가운 친지들과 다정한 이웃들과

즐겁고 행복한 추석되세요.

 

고향 가시는분들 안전하게, 넉넉한 고향의 인정 듬뿍 담아서 돌아오세요.

 

2년만에 명절연휴-달력의 빨간날 모조리 쉬는 그래서 행복한

주왕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