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 하늘 그 자체입니다. 푸르디 못해 감색빛이 옅게 도는청량한 하늘입니다.
바람조차도 서늘한 기운을 갖고 있습니다. 사무실 밖의 일본목련나무도 어느새 밤색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동쪽을 바라보니 모락산의 짙은 계곡 색깔이 가을 초엽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문득 올 여름의 무더위와 싸우며 힘들게 했던 산행 그렇지만 너무나 좋았던 그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집에서 간만에 이것 저것 정리를 하다가 참으로 예전의 일을 추억하게 만드는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액자 속에 있었던 것 같은데 알맹이만 있는 그건 바로 “설악산 솜다리” 였습니다.
(에델바이스라고들 흔히 말하지만 분명히 차이는 있다는군요)
고등학교때 설악산 수학여행가서 사온 것.
이것 저것 많이 사온 것 같은데 다 없어지고 액자도 없이 솜다리만 남았습니다. 30년이 흘렀군요..
유치한 색깔의 빨간 색종이 위에 꽃 두 송이와 뿌리를 붙여 놓은 솜다리. 당시에 두개를 샀었던가 봅니다.
파란색종이에 붙은 솜다리도 같이 있으니까요. 그 당시만 해도 솜다리가 흔했었다고 하지요.
지금이야 희귀식물, 보호종으로 분류되서 법으로 강하게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그때야 어디 그랬겠습니까?  
캐기만 하면 돈이 되는 시절이었으니...

지난번에 어느분의 산행기 사진에서 본 공룡능선에서의 솜다리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개체수가 너무나 적어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나마 공룡능선에서만 겨우 볼 수 있다고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결국 우리가 그렇게 만든 거니까요.

이번 가을에 가고자 했던 공룡은 내년 초여름에 가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래야 꽃 핀 솜다리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볼 수 있다면 그 꽃은 아마도 30년 전에 살았던
액자속의 솜다리 후손일지도 모르지요.

이번 이 기회를 통해서 우리의 자연을, 설악산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꽃들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보호하는것이야 말 할 필요 없구요.
만약 앞으로 이 귀중한 꽃들이 사라진다면 결국 설악도 없어지는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는 액자 속의 꽃이 아닌, 자연의 암벽에 피는 그런 꽃으로만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가을의 설악산을 떠올려 봅니다.

오후 바람은 역시 싸늘하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