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문턱의 널널한 설악산행


♣산행일자: 2004년 9월 19일(무박산행) / 02시33분-13시49(11시간16분)

♣산행구간:오색-설악폭포-대청봉-소청대피소-봉정암-구곡담-수렴동계곡-수렴동대피소-영시암-백담사-용대리

♣산행자: 똘배와 친구 대발


 

양재역에서 대발과 만나 버스를 기다린다.

22시 40분경에 출발한 버스는 남설악 휴게소에 한번 정차한 후에 19일 02시20분 오색에 등산객을 쏟아

놓는다. 새벽인데도 몇 개의 다른 산악회와 합쳐져 시끌한 시장통 같다. 신발끈을 고쳐 메고 카메라를

꺼내어 전투준비(?)를 한다.

 

*들머리 출발

 

무박산행은 처음인 것 같다. 먼저 용문산 백운봉에서 접질린 발목이 아직도 개운치 않아 어제 발목에다

침과 쑥뜸 까지 하여 벌집이 된 발을 이끌고 걱정이 되어 발목보호대 까지 새로 구입해 여기 온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살다보면 이성보다 감성에 의지할 때가 더 많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윽고 우리 산악회가 입산을 하고 출발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헤드랜턴에 의지해 오르기

시작한다. 산악대장과는 6시 30분경에 소청에서 합류키로 한다.

설악에 몇 번 왔지만 이 길로는 처음이다. 처음부터 무릎이 가슴팍까지 치닫는 오름길이 시작된다.

  

오색오름길의 악명(?)은 익히 들었지만 계속 이어지는 오름이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 같다.

주력이 나보다 나은 대발이도 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없이 따라온다.

먼저 출발한 다른 일행이 지체되어 답답한 마음에 옆길로 치고 오른다.

뒤의 대발이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져만 가고...

  

 

잠시 멈추어 뒤를 보니 랜턴불로 이어진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장관이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는 5km라고 표시되어 있다.

4-50분의 가파른 오름길이 좀 순해지니 걸을만하다. 몸도 제법 풀린 것 같다.

조금가면 설악폭포라고 하는데 계곡에서 물소리는 들리지만 보이는 것은 랜턴 불빛 뿐...

고개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유난히 빤짝이는 별빛이 좋은 날씨를 말해주니 기분이 좋아진다.

  

출발 후 1시간 40여분이 지난 시점에 대청봉 2km라는 표지목이 눈에 띤다.

잠시 앉아 휴식을 하며 대발이가 주는 귤로 갈증을 해소한다.

잠시 후 쌀쌀한 바람에 오래 있지 못하고 바로 일어선다.

버스안에서 뒤에 분들 대화에 이 코스를 1시간 50분에 올랐다는 예기를 들었다.

거의 뛰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부지런히 오르면 두 시간 반 정도 걸릴 거라 생각하며 오른다.

기분에 7부 능선정도...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걷는 도중이라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진다.

처음 보다는 순한 오름길을 계속 오른다.

  

왼쪽을 보니 캄캄한 중에 산능선과 하늘의 명암으로 보아 대청봉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지리산 처럼 나무로 해놓은 계단이 어제 내린 비로 질펀하여 옆으로 오른다.

쉼터라는 곳에서 수십명이 쉬고 있어 우리는 그냥 지나친다.

바람 부는 것으로 보아 정상은 상당히 추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으며 자켓을 꺼내어 중무장을 한다.

무슨 고산등반도 아닌 데... ^^

 

출발한 지 세시간 만인 17시36분에 대청에 오른다.

동쪽으로 붉게 물든 여명이 보인다.

  

*대청봉의 여명

*중청에서 본 일출

*중청대피소의 똘배

*일출직후의 중청대피소와 대청봉

*용아능선과 용대리쪽의 운해

 

 

*초가을의 소청봉과 아래로 공룡능선이

 

지난번 6월에 대발이와 둘이 공룡능선 탈 때 일출을 보아 그냥 서둘러 내려간다.

중청에 이르러 일출과 풍경사진 몇 컷을 찍는다.

  

단풍이 이제 위쪽 부터 조금씩 물들어 가는 것 같다.

운해를 기대 했는 데 남쪽과 북쪽 용대리 쪽만 약간의 운해가 보이고 날씨는 쾌청하다.

이상하게 설악에선 항상 청명하고 지리에 가면 항상 비나 흐린 날이니...쩝!

소청대피소에 이르러 컵라면(2,500원)을 하나만 사서 김밥과 도시락을 먹는다.

여기서 잔 사람들이 식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외국인들도 보인다. 이정도의 풍광이라면 저네들도 감탄할 것 같다.

  

*아침햇살 받는 용아능선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오는 사람들과 합쳐져 매우 복잡하다.

   

*분주한 소청대피소

 

*암릉아래의 봉정암

 

 

*봉정암 위의 암릉

 

이른 시간인 데 도 봉정암에서 주무시고 오르시는 나이 드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

봉정암에 도착해 식수를 채우고 일행들과 헤어진다.

이제부터 혼자만의 널널한 산행이 시작된다.

봉정암은 깊은 山寺라도 호젓함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소청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고 요즘은 또 대공사를 하기 때문에 중장비 소리와 석공들의 정소리가

요란하다. 사리탑으로 오르는 계단도 공사중이라 중장비를 피해 옆으로 오른다.

올해만 두 번째로 이곳에 오른다. 오세암 옆의 만경대는 오르지 않았지만 이곳의 조망도

설악에서 몇째 안에 들것 같다.

  

  

  

*아찔합니다.

  

왼쪽위로 서북주능이 보이고 앞으로는 멀리 용대리 방향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공룡능선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소리친다. 쳐다보니 용아를

타는 사람들이다. 까마득한 절벽 위를 여러 명이 기어오르고 있다.

보기에도 아!! 하는 탄성이 나온다. “저기는 통제 구역인 데...” 다시 봉정암으로 내려간다.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서 사진 찍어 달라고 부른다. “UC!! 진작 부르지” 단체 등산객이다.


 

질퍽한 마당을 가로질러 왼쪽 아래의 백담사 표시쪽으로 접어든다.

내리막이 조심스러워 신발을 꽉 졸라 메고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며 내려 온다.

같이 간 일행들 보다 두시간 이상은 내가 빠를 것 같기에 일부러 느긋이 걷는다.

사진을 찍느라고 스틱도 접어 배낭에 넣고 하산로가 조심스러워 카메라를 넣었다 빼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경치가 좋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뒤에서 내려오던 젊은 남녀가 디지털카메라를 묻는다. 필카와의 비교점을 말해주고 인사를 하고

들은 먼저 내려간다.

8시 18분에 사자바위 표지목이 보인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자는 보이질 않고...

널널히 산행하는 기분이 여간 좋지가 않다.

 

 

*유달리 붉은 단풍(홍일점)


 

*금강소나무가 있는 운치있는풍경

 

 

들꽃도 찍고 또 유난히 빨간 단풍도 찍고 이런 산행이 자주 있는 기회는 아니니 실컨 즐긴다.

쫄쫄 흐르던 계곡이 내려갈수록 합수가 되어 수량이 많아진다.

처음으로 폭포가 보인다. 위험구간은 아니지만 바위로 된 등로는 어제 비가와서 조심스럽다.

왼쪽은 계곡을 끼고 오른쪽은 용아능선이다.

계곡과 파란하늘과 용아의 암릉이 마치 仙界를 거니는 신선이 된 기분이다.

  

 

*등로로 쓰러진...

 

*비온후의 물기가 아직도...

 

수도 없이 많은 폭포와 철다리를 지난다. 눈 두는 곳 어디라도 경치는 그만이다.

9시 20분에 쌍폭포에 이른다. 전체 배경을 찍기가 쉽지 않아 포기한다.

물기 있는 바위를 기어 올라가 올라가 들꽃도 찍어본다.

다시 앞쪽에 용아의 암릉이 보인다. 병풍처럼 넓다.

 

*용아의 암릉

 

 

*쌍폭의 상단부

 

*쌍폭중 하나

 

*용아의 암릉

 

*바위를 흐르는 폭포와 담

 

 

*병풍모양의 암릉

 

 

가끔 올라오는 봉정암으로 오르는 신도와 다른 산악회 사람들이 부지런히 내려간다.

그 와중에 똘배는 느긋함을 즐기고 있으니...

앞에 부부산님이 정겹게 내려간다. 잠시 마눌 생각이 스친다. 쩝!!

*다정한 부부(부럽습니당)

 

 

9시 50분에 호젓한 계곡으로 들어간다.

신과 양말 윗도리까지 벗고 땀에 찌든 머리와 몸을 헹군다.

알탕은 여름에도 못 했는데 지금은 물이 너무 차가와 하지 못한다.

포도 한송일 비스켓과 함께 다 먹고 한 50여분을 쉬다가 발목에 보호대를 끼우고 일어선다.

 

*휴식

  

*수렴동계곡

  

  

  

   

*초가을의 설악

  

  

*떨어지려나?

  

*뒤돌아 본 수렴동계곡

  

  

계곡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혼자 올라오시는 50대 여성분이 운동화가 미끄러운 지 엄청 조심하신다.

저 앞에 수렴동대피소가 보인다. 멀리서 보니 운치 있더니만 가까이 보니 시설이 낙후되었다.

막걸리를 먹는 이들을 보자 술 생각이 난다.

대피소를 지나 개울에 앉아 가져온 캔맥주를 먹는 데 헬기 소리가 난다.

설악에선 헬기만 뜨면 사고가 있는 데 걱정이다.

며칠 전에도 도봉산 자운암에서 사고 당한분이 계셨다고 들었는 데...

나중에 보니 공사자재 운반하는 헬기였다.

  

*호젓한 산죽길

 

맥주 한 캔을 먹고 일어서니 밤을 샌 몸이 졸리기 시작한다.

비척거리며 걷는다. 조금 더 가니 공사중인 영시암이 나온다.

담이 없는 영시암인데 일주문을 만드나?

 

*영시암도 공사중

  

*투구꽃

  

醉步와 졸린 걸음으로 걷다가 한숨 붙이고 가려고 백담계곡 옆으로 빠진다.

오이를 먹고 화끈거리는 발을 씻고 누우려 하니 바람이 쌀쌀하여 앉아 있다가 그냥 일어선다.

  

 

13시 30분에 백담사에 도착한다.

올 유월에 왔을 때는 버스가 중간 밖에 오지 않았는 데 백담사까지 버스가 온다니 오늘 산행은 끝난

것이다. 그때 이틀간의 산행중 마지막 백담에서 아스팔트길을 걸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번에 못 들렀던 백담사로 들어간다. 修心橋을 지나 금강문이 보이고 만해기념관 전대통령이

기거하던 방과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시 나간다.

수심교에서 50대 단체여성분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두컷 찍어주니 잘 찍었냐고 묻는다.^^

 

*광고촬영

 

 

*초가을의 백담사

 

*스님들의 망중한

 

*행복을 求함

 

*前전대통령이 기거하던 방과 사물

 

*범종각

 

*만해 기념관

 

*무슨 일인가?

 

2,000원에 비싼 버스를 타고 입구에 도착해 주차장옆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에 캔맥주 하나를 먹고 일행을 기다린다.

한참 후에 대발이와 일행이 무사히 내려와 좁쌀 막걸리 두어잔 더 먹고 골아 떨어져 서울로 향한다.

안내산악을 따라 왔지만 설악에서 이렇게 널널 산행할 기회가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겠다.

 

단풍은 아마 10월 5일경이면 滿山紅葉을 이룰 것 같다. 

그때는 단풍객 때문에 도로도 밀리고 산도 밀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