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 일자  : 2004. 9. 19 (일)
◎ 산  행  지  : 수원 광교산( 반딧불이화장실에서 백운 저수지까지)
◎ 산  행  자  :  홀로 산행
 
산행 전에/
이번 달 내내 매주 토요일 마다 내리던 비가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약속을 지킨다.
일요일은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니 움직이는 것이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요일 아침.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볕이 너무 따갑고 산들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기분이 상쾌하다.
산행시엔 집사람도 동참하곤 했는데 요사이 무척 피곤함을 호소하곤 한다.
고3 수험생인 딸아이의 뒷바라지에 녹초가 됐나 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나니 부시시한 얼굴로 산에 갈거냐고 묻는다.
, 광교에 한번 가봐야 겠어. 설악산 가기 전에  가기로 했던 산인데.. 
집사람은 알고 있다. 금년 여름에 설악을 가기로 해놓고 부실한 다리가 견딜지를 사전 테스트해볼 산을 고르다가,
한국의 산하에서 광교 종주 산행기를 읽고난 후, 이 코스가 제격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그냥 설악으로 향한것을  계속 미련이 남아있던 코스이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날이 오늘이다. 그래. 가보자!   
  
산행 시작/
사실 뚜렷한 계획이 없다가 급하게 결정을 하니 마음만 바쁘다. 방구석에 있던 배낭을 꺼내어 당일 산행에 맞게 물건들을
재배치하고, 아침 먹고 가라는 집사람의 말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07:40).
안양 중앙시장에서 맛있는 김밥2줄을 사고 전철역으로 향한다.
오래간만에 전철을 타본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전철안은 사람들이 꽤 많다. 수원역에 도착하니 역사가 새로 바뀌었다.
깔끔하다. 지하분식점에서 우동으로 간단하게 요기하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 버스 정류장에 오니 이곳 주변도 정비가 되어
깨끗해 졌다. 13번 버스를 타면 된다는 산행기의 기억을 되살려 버스에 승차한다(08:50). 산행복장을 하신 분들이 많이 타신다. 버스는 30분여를 달려 그 유명한 반딧불이 화장실앞에 정차한다(09:25). 우선 화장실에 들러 몸무게 줄이고 복장을 재정비
한 후 계단길로 오른다. 잠시 오르니 바로 능선이다. 햐! 푹신한 땅을 밟으며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역시 일요일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꼬마를 대동한 젊은 가족, 노부모를 모시고 온 가족, 다정한 젊은 연인, 중년의 부부들
그리고 그 속에서 쭈뼛하게 끼어서 가는 나. 모든 사람들 보기에 너무 좋다. 산들산들 가을 바람이 상쾌함을 더해주고, 깊은 가을로 향하는 계절 속의 풀벌레 울음소리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느낌이 좋다.
 
오전 산행/
오늘의 산행코스는 반딧불이 화장실-형제봉-양지재-비로봉-토끼재-광교산(시루봉)-노루목-억새밭-통신대-백운산-바라산-백운호수이다. 거리와 시간이 그리 만만치 않음에 마음이 조금은 조급해 진다. 09:30에 산행시작 후 24분후 형제봉/문암골
삼거리에 도착한다(09:54). 전체적인 등산로 상태는 양호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천년수 갈림길 이 나타난다(10:00).
이곳에서 5분 정도를 휴식한다. 평탄한길을 조금 더 가니 철탑이 있고 백년수 갈림길이라 표시해 놓았다 (2292m 경기대, 형제봉 1164m, 백년수 274m) (10:12). 이곳에서 의문이 하나가 있는데 천년수, 백년수가 무슨 뜻인지 무척 궁금하다.
천년과 백년은 이해하겠는데 수는 나무를 뜻하는 건지 물을 뜻하는 건지? 
경기대/이의동이정표(광교산 1-2 이의동입구)(10:14)를 지나고 조금 가면 오른쪽으로 묘지를 거쳐 곧 백년수 정상에 도착한다 (10:18). 정상이라지만 봉우리는 아니다. (백년수약수터 268m, 경기대 2874m, 형제봉 582m, 수지읍 성복리 2250m)
조금 숨이 차오르고 옷에 땀이 젖을 즈음 시가 쓰여있는 시비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많은 사람들의 쉼터역할을 한다 (10:29). 능선이다 보니 시원한 바람이 무척 상쾌하다. 이곳에서 지척거리에 첫번째 봉우리인 형제봉이 위치한다 (10:31).
(고속도로육교 1.8km, 경기대 3316m, 문암골 2363m /광교 1-4 표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초코렛과 사탕을 깨어 문다. 꼬마들을 대동한 가족들은 대분분
이곳에서 되돌아 내려가는 모습이다. 올려다보니 그리 높지는 않은데 커다란 암벽 이다. 커다란 동아줄도 2개나 늘어져 있다. 백발이신 노인분이 심호흡을 한번
하시더니 밧줄을 잡고 오르신다. 모자엔 필승해군이라고 쓰여 있다. 대단한 분이다.
약 15분을 쉰 후 비로봉을 향하여 출발한다(10:45). 형제봉 왼쪽길로 돌아서 한참을 내려서는데, 마치 하산하는 기분이 든다.
이후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팔각정이 있는 비로봉에 도착하게 된다(11:14). 전망이 시원하다. 그러나 햇볕을 가려줄 그늘이
없다. 팔각정안은 단체 산행객들로 아우성이다. 정자밑 밭침대 주추돌에 걸터 앉아 물을 마신 후 산행을 계속한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평탄한 길을 가다 보니 토끼재다(11:21).
이곳이 토끼와 어떤 연관으로 붙여진 이름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친다.
비슷한 산길을 계속 가다 보니 조금은 지루해진다. 날씨도 덥다, 가을 온도답지 않게 무덥다. 연신 얼굴의 땀을 닦다 보니
시루봉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90여 m를 가야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이다 (형제봉 3km, 고기리 2.7km) (11:40).
주변을 돌아다 보니 경인 방송탑과 군 통신대 및 가야 할 능선이 저 멀리 조망된다. 평탄한 산길을 10여분 걸으니 산 위에서 본 경인방송탑이 나오고(11:57) 왼쪽으로 길이 나 있다. 우회로를 지나면 바로 억새밭 삼거리가 나오는데 넓고 평평하다.
(헬기장 1.8km,통신대801m) (12:02) 점심때여서 인지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는 모습들이 정겹다.
배도 고파온다. 자리를 물색하나 마땅한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조금 오르면서 찾기로 하고 가다 보니 언덕 아래 시원한 자리가 보인다 (12:08). 사온 김밥 먹고 잠시 누워 풀벌레소리 들으니 졸음이 밀려온다. 그러나 쉽게 잠은 오지 않는다.
그냥 누워 있는다. 파란 하늘과 나뭇잎 스치는 바람소리에 왠지 사색적이 된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가?  
 
오후 산행 /
12:55,  일어서고 싶지 않은 발걸음을 뗀다. 이곳에는 막걸리 장사꾼들이 없다.
광교산의 장사꾼들 소탕했다는 신문기사를 먼저 번에 본적이 있었지만 오늘 따라 한잔 생각이 간절할 때 막상 없으니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아침에 나올 때 팩소주 하나라도 가져올걸 하는 후회도 든다. 소방서 표지목을 지나(13:02) 조금 가니 정면에 군통신대 철책이 가로 막는다 (13:06).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초입 나무에 둥근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지지대, ↓억새밭, ↗백운산). 오른쪽길로 들어서 철책담을 따라 돌아서니 바로 백운산(567m) 정상이다(13:14).
이곳은 행정 구역상 의왕시에 속해 있다. 멀리 의왕, 안양시가 조망 된다. 이곳도 그늘이 없어 볕이 따갑기는 매한가지이다.
목을 축인 후 이정표에 있는 대로 우측 바라산쪽 방향으로 내려선다. 여기서부터는 아래쪽으로 내려가기만 한다.
숲도 울창해서 햇볕이 들지를 않는다.  음습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제껏 괜찮았던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는데, 점점 심해져 온다. 항상 하산이 걱정되었었는데 오늘도 현실로 나타났다. 풀로 뒤덮인 헬기장 을 지나(13:27) 언덕을 내려
오면서 발을 딛기도 어려울 만큼 통증이 온다. 백운산에서 바라산 방향으로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중간에 한 무리의 사람들 이외에는 올라오는, 내려오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으니 기분이 조금은 그렇다.
힘들게 내려 오다 보니 어디 선가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물소리가 이렇게 반갑게 들리기는 간만이다. 맑은 물을 보니 살것 같다.(13:53) 머리도 감고 무릎에 찬물 맛사지도 하면서 잠시 쉰다. 배낭끈을 조이고 출발 후 조금 내려 오니 시야가 점점 환해지며
갑자기 큰길이 나타난다. 지도를 보니  임도다. 여기서 헛갈리기 시작한다. 임도를 보면 산을 이미 다 내려왔다는 얘기가 되는데 길을 잘못 들어선 건지 아니면 여기서 또 오르는 길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마침 나이 드신 부부가 계시길래 길을 물어보니
먼저 어느쪽에서 오느냐고 반문하신다. 광교에서 온다 하니, 자기도 이곳에서 광교로 역산행을 한적이 있다 하시면서 힘든 산행
이라는 얘기를 빼놓지 않으신다. 복장을 보니 산을 많이 타시는 분 같다. 그 분 말씀이 청계산으로 종주 산행이라면 모르되
바라산까지라면 지금 이곳이 제대로 된 출구라는 것이다. 처음 산행이라 코스도 잘 모르고 또 무릎문제도 있고 해서 그분
말씀대로 백운 호수방향으로 내려서기로 했다 (14:00). 천천히 걸어 버스 정류장에 오니 14:25 이다.
담배 한대 피워 물고 버스를 기다리니 가을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얼굴을 따갑게 한다.
그렇게 가고 싶던 광교산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다음엔 집사람과 제대로된 산행을 해야겠다. 또 숙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