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2004.08.01. 16:15>











지리산 동북능선의 비경을 보러 산행초입 부터 된비알의 능선을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치고 올라 갔습니다. 하봉과 중봉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리산 동북능선과 눈 아래에 국골계곡의 짙은 숲이 펼쳐집니다. 정상석도 없는 두류봉을 엉겁결에 오르고 나서 조망도 없는 산죽길을 뚫고 바라본 독바위.. 그 정상에 올라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지리산 동북능선의 비경을 바라보니 이런 황홀경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아!!.. 그동안 남이 하면 매너없는 짓이라고 눈총를 주곤 했던 "야~~호" 를 내 스스로 다 외쳤으니..





◁두리봉산장-두류봉-독바위-어름터-두리봉산장▷


 



일시: 2004.08.01 (일요일)

날씨: 태풍으로 비가 온다고 판쵸의까지 준비했는데, 실제는 매우 맑았음 (엉터리 일기예보)

산행자: 미미님과 아내 그리고 나

車의 길: 경남 통영시-산청IC-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두리봉산장


산행코스: 두리봉산장-스카이 라이프 안테나있는 집-능선-1,432봉-두류봉-국골사거리-청이당고개-쑥밭재-독바위-쑥밭재(Back)-어름터-광주리농원-두리봉산장

산행시각

07:40 통영출발
09:00 산청IC
09:58 두리봉산장 도착

10:03 두리봉산장 산행초입 <산행시작>
10:20 스카이 라이프 안테나가 있는 가옥 (양봉을 주업으로 하는 듯 함.)--부유한 느낌
11:13 '산' 이란 글짜가 새겨진 삼각점 (수를 세워보지 않았지만 4~5번째로 봄.)
12:23 세미 릿지의 로프가 설치된 암릉
12:47 전망봉에서 파노라마사진 촬영 (암벽과 두류봉, 구름에 가린 하봉, 그리고 국골계곡 조망.)
13:12 통천문과 닮은 암릉 (통과하여 좌측으로 올라옴.)
13:15-13:40 점심식사 (충무김밥)
14:34 두류봉 1,530m (정상석이 없어 오르고도 처음에는 이곳이 두류봉이 아닌 줄 알았음.)
14:48 국골사거리
15:46 암릉 (청이당고개 아래에 있음)
16:15 독바위 정상 (사실상 오늘의 하이라이트)
16:36 쑥밭재 (삼거리) 아까 왔었던 곳--Back함.
17:34 드디어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17:45 처음으로 만나는 계곡물과 작은 폭포
18:25 어름터 ('聽水亭' 이란 나무로 새긴 현판이 걸려 있음.)
18:48 유산객이 오수를 즐기는 폭포수 계곡
18:59 광주리농원
19:10 두리봉산장 <산행 끝>

20:00-20:58 허준마을 참숯골 (샤워및 저녁식사) --경남 산청군 금서면 특리 전화 055-974-0944~5 HP 016-387-9135
20:58-22:25 통영 도착

■ 산행 거리 약 14km
■ 산행 시간 약 9시간 (미미님 때문에 지체 8시간이면 충분)
■ 나의 만보계 27,850步

산의내력

▲두류봉 頭流峰 →위치 :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천왕봉-중봉-하봉-두류봉으로 연결되는 지리산 동북지역에 위치한 1,530m 암봉이다. 매력은 지리산 최고의 전망대란 점이다. 바위 벼랑을 오를 때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지리산 동북지역의 장엄한 파노라마는 탄성을 넘어 전율에 가깝다고 한다.


지리산 (click here)

참고 산행기
&산 (부산일보)




▲ 산행기 ▲

오늘은지리산 동북지역을 산행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지리산 종주,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등 여러 번 지리산에 올랐지만, 지리산 동북능선은 접해보지 못했으므로 무척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기껏 접해본 산행기가 최근 이우원님이 쓰신 ‘지리산 쑥밭재에서 길을 잃다.’ 와 이 코스와 좀다른 왕등재에 관한 산행기 (이우원님, 산거북이님) 칠선계곡 산행기 (불이영한님)입니다. 마침 부산일보에서 연재하는 '산&산'에서 지리산 동북능선에 대한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오늘의 산행지가 결정이 되었습니다.

부산일보에서는 두리봉산장을 출발하여 두류봉을 오른 뒤 국골사거리에서 청이당고개를 거쳐 새재민박촌으로 가는 코스가 나와 있지만, 그렇게 하면 차량회수의 어려움이 따르므로 나 나름대로 생각하니 청이당고개에서 독바위로 갔다가 여력이 남으면 1,315봉에 오른 후 상내봉까지 가서 광점동으로 하산하려고 작심합니다. 하지만 힘에 부쳐 독바위에서 빽하여 쑥밭재로 되 돌아와 어름터로 하산하였습니다.

(저번 이우원님께서도 1,315봉에서 상내봉-광점동 코스를 가려고 하셨으나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산청군 오봉리 마을로 내려갔었던 것입니다. 물론, 초입은 우리랑 다르지요.)--이우원님 초입은 추성리 칠선산장

우리는 두리봉산장을 초입으로 하여 능선산행을 하였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우리의 선택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실감합니다. --지리산 동북능선의 비경과 푸른 숲의 바다 국골계곡을 감상하고 독바위에 올라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지리산 파노라마를 감상했으며 마지막 어름터로 내려오면서는 계곡 산행까지 할 수 있었으니 탁월한 선택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지만 산행을 마친 오늘, 온 삭신이 쑤시는 것이 결코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고 여름산행으로서는 비교적 장거리 코스인 것 같습니다. (고수님들께는 딱 적합할 듯.)

 

▷ 산행초입(두리봉산장) <09:58>

▷ 산행초입(두리봉산장) 뒤에 보이는 산사태 난 산이 금대산 <10:02>

뜨거운 낮에 산에 오르기 싫어 새벽에 출발하고 싶었지만, 부모님 아침식사 관계로 그러지 못합니다. 결국 6시 30분 경에 이른 아침을 먹고 (미미님도 우리집에서 아침식사) 충무김밥 3인분을 사서 출발을 하니 7시 40분입니다. 적당히 XX위반 XXX위반을 좀 해 산청IC에 도착하니 9시 정각입니다. (항상 아내에게 한 소리 듣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나의 못된 운전습관) 이곳에서 60번 지방도를 따라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로 접어듭니다. 도로 한가운데 나무가 버티고 서 있는 도로를 지나 조금 진행하면 좌측으로 일방통행의 좁은 시멘트 다리가 나타납니다.

이 다리를 지나 위를 올라오면 (도로가 협소함) 추성리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좌측 벽송사 올라가는 방향으로 화이트를 올립니다. (그렇다고 벽송사로 들어가면 안됨.) 계속 올라오면 광주리농원 삼거리가 나타나고 우측 길을 따라 올라오면 잠시 후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조금 더 올라오면 두리봉산장이 나타납니다.

 

▷ 평탄한 등로에 핀 칡꽃 <10:09>

▷ 두류봉으로 올라가는 된비알 등로에 핀 닭의장풀 <10:33>

두리봉산장에 화이트를 묶어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셋이서 임도를 올라 갑니다. 저번 삼천포 와룡산 산행시 보았던 칡꽃이 만발하고, 과연 지리산 동북능선 답게 아름다운 숲과 아름다운 새소리, 매미소리, 아름다운 조망들이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잠시 후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좌측은 아닌듯 해서 우측 길로 계속 나아갑니다. (좌측길에 철망으로 잠긴 문이 보임.)

한 20분 완만한 경사의 임도를 올라가니 웬 가옥이 나타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시골에서는 잘 없는 접시형 스카이 라이프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어 이 집의 경제 수준을 짐작케 합니다. 이곳에서 길을 물어보니 이 집에서 바로 위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오르면 두류봉에 오른다고 하니 이 집이 중요한 좌표가 되는 셈 입니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후회 됩니다만, 스카이 라이프 안테나 있는 집이라 기억하시면 됩니다.) 이 집에서 위로 올라가니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됩니다. 제법 된비알..5분도 지나지 않아 이미 팥죽 같은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등로에는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우리를 환영합니다.



▷ 두류봉으로 올라가는 된비알 등로에핀 등골나물 <11:06>


야생화를 찍기 위해 주위를 살피며 올라가니 많은 야생화들이 서로 자기들을 찍어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이미 찍었던 야생화보다 처음 보는 야생화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야생화를 찍고 나니, 원하지 않는 모드(10초 후에 찍히는 자동 세터) 가 되어있는 지라 이 것을 원래대로 만들기 위해 금쪽같은 10여분을 소모합니다. (나중에 보니 전원을 끄면 자동으로 원래대로 되는데..)--무엇이든지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꼭 그 자리에서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성격 탓에 시간만 손해 봄. 또 아내에게 한 소리 듣고..끙..



▷ 두류봉으로 올라가는 된비알 등로에핀 꽃며느리밥풀 군락지 <12:09>


처음에는 무심히 보았는데 ‘산’이란 글자가 새겨진 삼각점이 등로 한 가운데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여러 개가 나타납니다. (한 4~5개 정도) 요즘 우리나라 산에는 소나무보다 신갈나무가 더 많이 있음을 여기서도 느낍니다. 이곳에서 보니 신갈나무가 거짓말 좀 보태 느티나무 같이 굵은 나무들이 보입니다. 일기예보에서 태풍으로 비가 온다고 했지만 아직은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태풍의 영향인가??



▷ 처음으로 나타나는 재미있는 릿지길 <12:23>


드디어 세미릿지의 암릉이 나타납니다. 이런 암릉이 나타난다는 것은 곧 조망이 열린다는 암시도 되겠지요. 비록 아내는 숏다리 미미님은 롱다리 지만, 스틱을 두 개씩 손에 잡고 앞장서서 로프를 잡고 오르는 아내를 바라보니 그동안 약간 내공이 쌓이긴 쌓였나 봅니다. ^^



▷ 두류봉 올라가는 능선에 핀 벌씀바귀 <12:32>





▷ 두류봉 올라가는 전망바위에서 올려다 본 풍경 <12:58>

드디어 전망봉에 올라서니 눈앞에 지리산 북동능선의 비경이 펼쳐집니다. 사진에서 가장 뾰족하게 혹처럼 솟은 봉이 두류봉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몰랐지요. 두류봉에 올라서도 미련하게 이곳이 두류봉인 줄 몰랐습니다. 왜냐고요? 정상석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나중에 아내랑 이런 이야기도 했답니다. 미리 이런 정보를 알았더라면 한울타리님이 억산에서 알바하신 후, 다시 올라 헷갈린 지점에 거신 안내판 모양으로 우리도 두류봉 1,530m 라는 안내판을 만들어 걸어놓았으면 얼마나 의의가 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혹, 이 산행기를 보시고 두류봉에 오르시게 되는 산님이 계시면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는 산님마다 칭송할 것입니다.)



▷ 전망바위 지나 등로에핀 아름다운 산수국 <13:00>


그동안 나의 산행기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산행기 속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산수국 입니다만, 이곳에 집단으로 피어있는 산수국은 그 꽃잎이 보랏빛을 띠면서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사진은 실물보다 훨씬 보라색 색조가 퇴색되었는데 원인이 무엇일까?? )

 

▷ 통천문과 비슷하게 생긴 바위 <13:12>

▷ 제법 난이도가 있는 릿지 <13:58>

한.산 네티즌 중 한 분한테서 전화가 와 간단히 통화를 하는 사이, 등로를 잃어 잠시 헤매다가 위로 치고 올라오니 정상 등로가 나타나고 곧이어 통천문 같이 생긴 커다란 바위가 나타납니다. 이 바위를 통과하여 좌측으로 난 길로 올라오니 배도 고프고 점심 먹기 좋은 장소가 나타납니다.

오늘 점심은 충무김밥으로 준비했는데, 오늘은 미미님이 추천하는 집에서 김밥을 샀는데.. (결국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긴 다 먹었지요. 하지만 다음에는 우리가 단골로 애용하는 집 김밥을 꼭 사려고 합니다.) 이곳의 날씨는 매우 선선합니다. 나는 시원한데, 두 여인들은 추워서 호들갑을 떱니다. 그래봤자 잠시 후 이 때가 그리울 거라는 나의 예언이 적중하지만 두 여인은 추워서 어쩔 줄 모르고 아내는 입술이 다 파래지려고 합니다.



▷ 두류봉으로 올라가는 등로에 핀 참취 <14:15>


제법 오르내림이 있어 내려가는 길이 나오면 미미님은 꼭 한마디 합니다. 다시 올라가야 하니까 내려가는 길이 고울 리 없지요. 우리야 이력이 나 있지만, 미미님은 좀 힘들어합니다. 그렇지만 예상외로 잘 올라오고 있습니다. “나 오늘 잘 오르지요?” 하며..
저번 와룡산 산행 한번 하고 그새 내공을 쌓았나? -- 다행스럽긴 한데..



▷ 두류봉 정상 직전의 능선에서 바라본 지리산 서북능선(서쪽방향) <14:33>





▷ 두류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지나온 능선 (북쪽)<14:34>





▷ 두류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북동쪽 풍경<14:36>





▷ 두류봉 정상에서 올려다 본 하봉쪽 풍경 (남쪽)<14:37>


점심을 먹고 약 1시간 능선을 오르내리니 전망이 탁 트이는 암릉으로 된 봉우리에 도달합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사방팔방이 조망되는데 맨 먼저 우리가 올라온 지나온 능선을 뒤 돌아 봅니다. 우리가 힘들게 올라왔던 능선들은 푸른 숲으로 가려 보이지 않고 다시 전방을 바라보니 전방에 높이 솟은 봉이 보이는데 저 봉이 두류봉인가?? (두류봉에 오르고도 정상석이 없어 전방에 보이는 하봉을 두류봉으로 착각함.)

사방을 조망하며 시원한 향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방에서 말소리가 들리면서 젊은 남녀 산님이 나타남. (새벽 3시에 중산리를 출발하여 천왕봉에 오른 후, 중봉 하봉을 거쳐 이곳으로 왔다고 함. 처음에는 이곳에서 추성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배낭을 국골사거리에 놔두고 전망봉 구경을 온 것이었다. 일행이 한 명 더 있었음. 남자1명)

 

▷ 두류봉 정상에서 만난 젊은 남녀산님 <14:44>

▷ 국골사거리<14:48>

“두류봉이 어딥니까?”--두류봉에 있으면서 어처구니없게 물어보는 나
“두류봉이라는 봉우리는 못 봤는데요.”--알 턱이 있나 이곳이 바로 두류봉이니..
나중에 이들과 일행인 국골사거리에서 만난 또 다른 한명의 산님(조금 나이가 든)에게서 방금 우리가 올랐던 전망봉이 두류봉이었음을 듣는 우리..

“아!..내 생전에 정상에 오르고 정상을 모르기도 처음이네..”..좀 허탈..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되니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알고 봤더니 이 세 산님들은 웅석봉까지 간다고 하니 한마디로 대단한 산꾼들입니다. 남자 산님 두분의 배낭을 쳐다보니 70L는 충분히 되는 대형 배낭인데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힙니다. 저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 오뉴월에 산행을 한다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일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너무나 대단해 난생 처음으로 이 세 산님에게 얼려 놓은 식혜(단물)를 입에다가 짜서 먹여주니 처음에는 사양(산꾼이라면 당연)하다가 우리는 이제 조금 있으면 하산 하므로 괜찮다고 하니 받아먹는데 눈빛을 보니 모두들 그 맛(꿀맛)에 탄복을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홍콩으로 갑니다. (이 호의로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따뜻해짐.) 하지만 우리도 오늘 이 산님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두류봉에 오른다며 하봉으로 올라 갔을지도 모름. 표고가 250m나 되는데..



▷ 산죽등로에서 바라본 도가지 모양의 독바위<16:08>


세 산님들은 무거운 배낭 탓인지 뒤에 처지고 이제 우리 셋만 쑥밭재로 향합니다. 쑥밭재는 ‘쑥이 많이 나는 곳’이 아닌 ‘하룻밤을 쉬어가는 숙박(宿泊)재’에서 비롯되었다 합니다. 실제 산행을 하게 되면 도대체 이 쑥밭재가 어디쯤인지? 도저히 알 수 없지만 독바위 아래 경사도가 제법 부드러운 곳(삼거리)이 쑥밭재라 합니다. 특히 이 지역은 산죽이 우거져 반바지차림으로 산행하기에는 부적합 합니다.

국골사거리에 1시간여 산죽길을 헤치며 동쪽으로 나아가니 산죽길 사이로 거대한 바위가 나타납니다. 한눈에 “아!~~저것이 바로 그 유명한 독바위로구나!!..” 여기서 미미님은 힘이 드는지 우리 둘만 보고 오라며 본인은 오르지 않겠다고 하니 할 수없이 아내랑 나 두 사람만 독바위로 향합니다.



▷ 독바위 정상 <16:18>


산죽길에서 보니 좀 먼 것 같더니 실제는 금방 독바위에 도착하고 로프줄을 타고 독바위 정상에 올라간 우리는 황홀경에 빠져 어쩔 줄 모르고, 그동안 한번도 외치지 않았던 “야~~호”를 다 외치니 산죽길에서 미미님이 듣고 화답을 하는지라, 미미님도 오를 것을 권유하니 곧 이어 미미님도 독바위 정상에 오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지리산의 동북능선은 물론 대원사계곡, 서북능선, 우리가 올랐던 두류봉과 그 능선 등이 다 보이니 이곳이야 말로 지리산 동북능선 최고의 전망대로구나!

아~~ 이곳이 바로 오늘의 클라이맥스였구나!! --모두의 얼굴은 환희의 눈빛으로 빛나고..

저번 덕유종주의 여독으로 입술이 다 져 본의 아니게 기른 수염이 더 산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 독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대원사쪽 풍경<16:21>


대원사로 향하는 길이 펼쳐져 있다. 올해 3월 1일 저 길을 따라 대원사를 지나 유평리 매표소까지 걸었던 지리종주의 길이 생각납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던 머나먼 끝이 없던 길.. 그러나 끝이 있던 길.. 환희와 감동으로 물결친 3월 1일의 유평리 매표소를 그려봅니다. 꿈속 같은 독바위 정상에서의 파노라마는 지나가고, 이제 우리는 다시 쑥밭재로 되돌아갑니다. 약 10분 후, 쑥밭재 삼거리에는 아무런 안내판도 없지만 흰 비닐로 씌운 즐거운 산악회 표시가 걸려 있습니다.

내려가는 길이라 ‘룰루랄라’ 하며 내려오는데, 아까부터 힘들어했던 미미님이 절뚝거리는 것이 아닌가! 만약 오늘 1,315봉을 거쳐 상내봉, 광점동으로 하산하려고 했다면 큰 코 다칠 뻔한 순간입니다. 결국 미미님 보조를 맞추며 내려오는데, 내려오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처음 느낌. (먼저 앞으로 달리다가 두 여인을 기다리느라 쉬고 있으면 모기와 날파리 바람에 잠시 앉아 있기도 불편합니다. 아~~옛날 빨치산들은 대체 이런 산속에서 어찌 연명을 했는지..--잠시 엉뚱한 생각이 들었음.)



▷ 환상적인 몸매 <17:40>


쑥밭재에서 약 1시간가량 내려오니 어디선가 계곡물 소리가 들려옵니다. 옳거니!! 저 아래에 계곡이 있구나.. 5분 후, 만나는 환상적 몸매의 주인공 노각나무..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다 시간도 측정할 겸 찍었는데 어찌 보면 머 같기도 합니다. 사실 이 코스는 아까 산행초입 능선을 오를 때 보였던 그 많던 야생화가 씨알도 보이지 않는 지라.. 이 코스는 이우원님 부부께서 오르신 코스인데 우리는 내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 계곡(덕유산 백련사 물에 비하면 차지 않았다.)<17:51>


시원한 물과 소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에서 그동안 흘렸던 땀방울을 씻어내니 이곳도 바로 천국입니다. (오이 한 개를 깎아 나누어 먹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만 아직도 날머리에 도착하려면 한 시간은 더 가야합니다.) 탁족을 하려다가 안 그래도 시간이 많이 걸려 그대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 자연 휴식년제 경고판 <18:24>

▷ 어름터 (청수정 聽水亭)<18:25>

전방에 보이는 가옥이 청수정(聽水亭) 입니다. 지도에서 어름터라고 적혀있는 지점입니다.
불이영한님의 산행기에서 보면 ‘또 국골은 나라가 있었던 골짜기란 뜻으로 곡식을 보관했다는 ‘두지터’와 ‘얼음터’ 등의 지명이 있으며‘.. 여기서 얼음터는 어름터를 잘못 기재한 것 인지 알 수는 없지만 좌우간 현재는 숙박과 음식을 팔고 있는 주막집으로 보입니다.

아니!!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나왔던 지점이 자연휴식제 금지구간이라는 표지판이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위반시 과태료 일인당 50만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 그래서 청수정으로 들어가 주인 같이 생긴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적혀있으면 맞는 것이겠지요.” 하는 것이 아닌가? --본의 아니게 우리가 금지구역을 산행한 것일까? 사실 나도 이 부분이 궁금하다. 이 산행을 하기 전, 불이영한님에게 물어보니 아마 금지구역이 아닐 겁니다. 라는 애매한 대답을 들었다. 이 주인 양반이 하는 애매한 대답처럼..

 

▷ 민박집 <18:45>

▷ 어설픈 다리를 건너<18:47>

그리고 보니 오늘 산행을 하면서 만난 산님은 딱 5명.. 산행초입 1시간 후에 만난 천왕봉에서 내려오신다는 남자 산님 두 명과 아까 그 세 산님이 전부입니다. 금지구역을 산행했다면 대단히 미안한 일입니다. 나는 담배도 피우지 않지만 일단 법을 어긴 것이니..
내가 꼭 가고 싶은 곳이 지리산 남부 능선 왕시리봉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아시다시피 반달곰을 풀어놓은 금지구역입니다.
사람이란 가지 말라고 하면 더 가고 싶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인데 나도 예외는 아닌 듯 합니다. ^^;;



▷ 팔자 늘어지게 주무시고 계시는 유산객<18:48>


어설프게 만들어 놓은 다리를 건너 계곡을 바라보니 두 분의 유산객이 오수를 즐기시는데 참으로 한가로운 풍경입니다. 힘들게 1,530m의 고봉에 올라 지리산 파노라마를 즐기는 산꾼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편하게 계곡에서 퐁당거리며 행복을 찾는 유산객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이곳은 등산객은 나뿐이고 모두 유산객들 입니다. (아내랑 미미님은 뒤에서 내려오고 있음--어차피 차가지러 두리봉산장까지 나 혼자 올라가야 했기에 먼저 내려옴.) 하지만 저번 와룡산 산행처럼 길이 엇갈리지 않도록 두 갈래길이 나오면 표시나 소리를 질러 목소리가 약간 쉬려고 합니다.

 

▷ 광주리농원 삼거리(오른쪽 길이 두리봉산장 가는길) <18:59>

▷ 두리봉산장 의 개 <19:11>

광주리농원 삼거리에서 다시 두리봉산장으로 올라갑니다. (좌측 길에서 내려 왔다가 우측 길로 올라 가야함. )비록 10분간의 거리였지만 다시 오르막을 올라가니 죽을 지경입니다. 남자로 태어난 것이 이럴 때는 죄입니다. 드디어 우리 화이트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두리봉산장에 도착하고 오늘의 산행을 종료합니다. 이 산장 입구를 지키고 있는 알래스카 말라뮤트 같이 생긴 이 개는 참으로 온순합니다. 한 번도 짖지 않았음. --너무 착해 특별히 한 컷 박아준다.



▷ 허준마을 참숯골에서의 저녁식사 (야외 식탁)<20:30>


이제 두 가지 일만 남았습니다. 하나는 목욕, 또 하나는 민생고 해결..
이미 시각이 늦은 시각이라 (7시가 넘은 시각) 민생고부터 해결해야 될 성도 싶고..
하지만 땀으로 절은 몸으로 식사를 하자니 기분이 영 안 나고..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순 없을까?

.

체념하고 60번지방도를 타고 산청 IC로 향하는데..
우측에 나타나는 간판..
‘허준마을 참숯골’..
우리가 원하는 목욕과 식사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곳..
샤워만 하는데 2,000냥--1인당
흑도야지 불고기(참숯불) 5,000냥--1인분
저렴하고 흐흐흐~~
맛좋고(고기맛 好! 물김치맛 好! 상추,깻닢,고추맛 好!)

호호호.. ^^ ^^ ^^

역시 목욕과 민생고를 해결하니 다들 행복해 한다.

나는 스텐 밥그릇에 부어 먹은 맥주가 제일 맛있었다.

크~~

그래 바로 이 맛이야!!
.
.
.
.
.
.
2004.08.01 지리산 동북능선 두류봉과 독바위에 다녀와서..



 




[2004.08.01.12:47]
[ 두류봉 올라가는 전망바위에서 올려다본 풍경 ]



이 산행기에서 말하는 '두류봉'은 사진(수정함)에서 나오는 '영리봉'을 가리키는 말 입니다. 이미 산행기를 작성하였으므로 전체를 수정하기는 너무 힘들어 이렇게 약식으로 수정을 합니다. -- 아울러 산행지도에 나오는 '두류봉'도 두류봉이 아닌 '영리봉'으로 해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류봉은 국골사거리에서 15분 더 하봉쪽으로 올라가면 두리뭉실한 언덕같은 봉우리가 나오는데, 두류봉인줄 모르고 지나치지만 우측으로 조금만 가면 국골등 조망이 매우 좋은 작은 바위가 있고 밑은 국골 낭떨어지가 있는 곳이 두류봉이라 합니다.아르켜 주신 김영식님의 고견을 그대로 전해드립니다.

이안-물고기자리


 



 

이수영의 산행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