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이야기(6) - 계룡산(관음봉)


고교 동기 산악회원들과 함께 오른 계룡산(관음봉)


 
 
▲ 관음봉에서 동기들과 함께

일 시

2004년 8월 15일(일) 10:30 - 17:00 (6시간30분, 휴식시간 포함)

날 씨

흐린 후 맑음

코 스

매표소 - 동학사 - 관음고개 - 관음봉 - 자연성릉 - 삼불봉 - 남매탑 - 세진정(동학사) - 주차장 (7.5km)

동 행

35명(반려와 나, 77산악회원, 칠산회원)

 

10년만의 더위가 막바지에 접어든 04.8.15(일) 광복절 아침 9시30분. 반려와 나는 계룡산 동학사 매표소 앞에서 처음 연합 산행을 위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구미(77산악회)와 재경(칠산회) 동기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계룡에 산다는 이유로 오늘은 칠산회장 선광호 동기의 요청에 의해 계룡산 산행 길라잡이라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은 날이다.

 

산경표상의 금남 정맥에 있는 계룡산은 충남 공주,논산,계룡시와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으며 천황봉을 비롯한 수려한 봉우리들과 동학사 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으로 구성된 국립공원으로서 신라시대에는 오악 중의 하나였다. 조선시대에는 태조 이성계가 계룡산에 마음이 끌려서 이 산기슭에 새로운 나라의 도읍을 건설하려고 대궐의 주춧돌을 놓았으며, 정감록에도 "십승지지"로서 큰 변란을 피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온 너무나도 이름난 곳이다. 근래까지도 각종 종교, 도참 신앙, 무속이 성행하며, 현재는 계룡산 인근인 공주,연기일대에 우리나라의 새로운 중심이 되는 신행정 수도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것도 모두가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이상향을 그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이상향의 중심 계룡산 아래에서 우리는 또 다른 이상을 품고 이곳으로 오고 있는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77동기들을 기다린다. 그저께부터 동중국 해를 지나는 제13호 태풍 [라나님]의 간접 영향으로 비가 온다는 날씨에 사뭇 신경이 쓰였으나, 전날 계룡산에 기대했던 비가 오지 않은 점 외에는 큰 문제는 없다. 무탈하고 즐거운 산행,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산행이 될 수 있기를 빌면서, 멀리서 오고 있는 동기들과 연락을 해 본다. 그사이에 서울의 칠산회, 이어서 구미의 77산악회 회원들이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를 교환하고, 코스는 시간 관계상 일단 동학사 - 은선 폭포 - 관음 고개로 올라 점심 식사를 하고, 관음봉 - 자연 성릉 - 삼불봉 - 남매탑 - 동학사로 하산하는 것으로 정한다. 우리는 동기들을 위한 작은 정성으로 통행증을 마련하고, 전국에서 모인 77동기 35명은 동학사 계곡길로 힘찬 발걸음을 옮긴다. (10:30)

 
 
▲ 선발대와 함께(신기수,황인무,권기철,차성진,신영화,배종환,황순원,선광호,이경란,장동임,김영애)

 

다행히 흐린 날씨는 늦은 시간의 산행을 조금은 도와주지만 나는 월요일 지리산 산행의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채로 , 수요일 향적산 산행을 하여 조금은 피곤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번 산행에는 등산이 조금은 힘든 동기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제부도의 조재옥 동기는 지병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 외에도 너무나 바쁘게 살아 오느라 운동을 제대로 못한 동기들, 또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여학생 동기들도 많이 있다. 이들을 포함한 모든 동기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가파른 동학사 계곡을 오른다. 물이 너무 말라 용의 눈물같은 희미한  물기의 흔적 마저도 지워지려는 은선 폭포를 지나, 가장 힘든 보살 너덜을 지나면서 모두들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았을까? 흘린 땀의 무게 만큼씩 우리들의 허물은 가벼워져 가고, 서로를 격려하며 어렵게 관음 고개에 이른다.(12:15)

 

염천 무더위 속에 계룡의 기상은 높기만 한데
뒤질세라 77동기들의 패기는 동학사 계곡을 덮누나
힘찬 발걸음 거친 숨결로 보살너덜을 오르면
몸은 어느덧 관음에 이르고 마음은 하나되어 천상에 머물러라

 
 
▲ 은선 폭포 전망대에서

 

고개 부근의 아늑한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한다.(12:30 - 13:30) 힘든 산행 후의 식사란 여느 황제의 식탁에 비길 손가! 모두들 준비해온 다양한 음식으로 반주를 겯들여 맛있게 식사를 한다. 식사 후 따뜻한 카리스마 오순태 77산악회장의 사회로 자기 소개 시간을 가진다. 다양한 소개 방식으로 웃음 속에 진행되었는데, 이런 절차가 오래만에 만나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는 남학생▪여학생동기들간의 서먹한 간격의 틈을 매워줄 수 있는 참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 짧은 소개는 "나,  최 영 옥 입니다" 였고, 가장 호소력 있는 소개는 "나는 우리 동기들을 정말 사랑합니다."로 시작한 백승룡 재경회장의 소개였으며, 그리고  가장 멋진 소개는 여학생 김영애 동기가 하였는데 짧은 내 필력으로는 그녀의 우아한 몸놀림과 말씨를 형용하기가 어렵다. 또 우리도 소개를 했는데, 77산악회 등반대장 윤종대 동기가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는 질문에 추억의 통학길 세 번째 글에 적혀 있다고 답했다. 여러 동기들의 재미있는 소개 후에 간단한 기념 촬영을 하고 관음봉으로 향한다.

 
 
▲ 소개하는 모습
 
 
▲ 천상의 화원(김영규,정경탁,최영애,김영애,노정연,장동임,임계옥,황순희,도영숙,정남희,이경란,배옥이,김미화)
 
 
▲ 김천의 막역지우들과 함께(풍운아 최영옥, 권기철, 황악산 황인무, 황순희)

 

관음봉에서 주위를 조망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자연성능길을 따라 걷는다. 근래에 계단 공사를 하면서 전망이 좋은 성능길을 막아 놓았다. 안전을 고려한 조치려니 하면서 뒷길로 걷는다. 성능길의 중간 쯤부터 힘이 많이 든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한낮의 열기가 우리들을 지치게 만든다. 삼불봉 직전의 암봉을 앞두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어렵게 산행에 동참해 온 77동기회 회장 손영호 동기가 발을 잘못디딘 충격으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조금 고생을 하고 , 다들 목이 말라 힘들어 하는 시간을 지나, 힘겹게 삼불봉에 도착한다.(15:05) 삼불봉에서는 어느 동기님께서 시원한 칡즙 보시를 한다. 목마름 뒤의 그 시원한 맛이란!..... 아무쪼록 삼불봉에서 보시 한 동기 그리고 그 이전 내몸 하나 건사 하기도 힘든 구간에서 시원한 물과 음료를 보시한 우원회, 김종환 동기와 여러 동기들께 축복 있을진져!!!.

 
 
▲ 관음봉에서 삼불봉을 배경으로(선광호,도정현,김종환,윤종대,권기철,백승룡,손영호,김명식)
 
 
▲ 삼불봉으로 가는 자연성능길에서(배종현,권기철,김미화,오순태,손영호,최영옥)

 

이제 힘든 구간은 다 지나고 내리막길로 접어 든다. 남매탑에서 휴식, 또 그 아래 중간쯤에서 휴식을 거치면서 김명식 동기에게 선산에서 통학했던 동기들의 근황을 들어면서 걸으니 어느새 세진정에 이른다. 그 곳에는 먼저 내려온 동기들이 탁족을 하며, 조재옥 동기가 준비해온 과일을 먹으면서 산행 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 세진정 아래에서 탁족 모습 ▲ 세진정에서 조재옥 동기의 모습

 

잠시 휴식 후, 동학사 주차장 부근의 식당에서 동동주 잔치를 하였는데(17:00) 남학생 동기들 중 오늘의 베스트 클라이머 신기수 사장이 비용을 부담하였다. 신기수 동기는 멀리 경남 창원에서 참여하였으며, 중소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이 더운 날씨에도 힘든 기색이 전혀 없다. 땀도 별로 없어 땀을 엄청 많이 흘리는 내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고, 싱글 플레이어에다가, "신바람"이라는 닉네임이 잘 어울리는 자랑스러운 우리들의 동기이다. 아무쪼록 신사장을 비롯한 동기 기업인들의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동동주로 분위기는 무르 익어가는데 아쉽게도 갈 길이 먼 관계로 우리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77산악회 총무 도정현 동기가 오늘 연합 산행의 의미를 새기면서 멋진 마무리를 하고, 주차장에서 따뜻한 격려와 포옹의 인사를 되풀이 하면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랜다.  벌써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구미로 가는 승합차 안에서의 그 신나는 여흥과 익살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백승룡 재경 회장, 선광호 칠산 회장과 서울 동기들의 뜨거운 우정과 동기 사랑의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해 본다. 동기들아! 안전하게 보금자리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건강하거라!......

 

 

 

▲ 남학생 베스트 클라이머 신기수 동기 ▲ 여학생 베스트 클라이머 김영애 동기
 
 
▲ 우리들의 우정을 위하여!!


동동주 진한 향기는 우정의 길을 인도해 주고  
무심히 지나는 바람결의 땀 내음이 삶의 의미를 묻누나
취기 가득한 채 백마에 기대어 밀목재를 오르면
어느덧 더위도 잠들고 나만 홀로 서성이고 있더라 

 

동기들이 떠난 자리에서 오늘 산행을 되새겨 본다. 다행히 큰일은 없었지만, 무더운 날씨에 좁은 등로에서 대오는 길어지고 그러다 보니 길라잡이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동기들을 위해 한 일보다는 인사를 더 많이 들은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하다. 앞으로도 계속 즐거운 산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서 모든 동기들이 남은 더위를 건강하게 보내고, 다가오는 구월, 시월 단풍철에 산에서 다시 만나 즐거운 사연들을 계속 이어가기를 기원해 본다. 이만 총총.

아름다운 계룡에서  권기철 드림 ('04.08.18)


 

덧붙이는 글

 

멋진 사진을 올려준 이용희, 신영화 동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사진으로 이미 다 본 것이고, 나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기에 산행에 참여한 모든 동기들을 일일이 언급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하면서, 또 내용 중에 틀린 표현이 있으면 덧글로 올려주기 바라며, 예를 다하지 못함에 대하여 아무쪼록 넓은 해량 있으시길 바라면서, 이번 산행에 서울, 경기, 대전, 김천, 구미, 대구 그리고 창원에서 참여한 동기들의 이름과 모습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