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동계곡과 단천골 이야기.

-언제: 2005.09.12.

-어디를: 선유동계곡~단천골.

-누구와: 산노을님.

 


<능선상에서 바라 본 성제봉>

 


<내삼십봉에서> 

 

올 여름 우연찮게 지인들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갔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마자 나도 모르게 자신은 바닷가가 아닌 인근 산으로 향하고 있었으며 두 사람은 바닷가 방파제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나 역시도 바다가 싫지는 않지만 자신의 취미 생활대로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빠졌던 것이다. 어쩌면 취미생활은 우리 일상에서 활력를 더 해주는 것만은 확실하지 않은가 싶다.

 


 

 


 <선유동 계곡에서:초입에서>

 

며칠 전에 다람님에 문의한 화개동천의 메일 답 글을 보면서 갑자기 지리로 향하고 싶어 저녁 11시 넘어서 산노을님께 전화를 하였다.내일 혹시 선유동계곡 가지 않을래’ 하는 소리에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갑시다’ ‘그래 가자’ 이렇게 20여 초의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우리의 산행은 시작됐다.

 


 

 


 

 


<선유동의 또 다른 비경들>

 

아침의 여명이 동트기 전에 섬진강을 달린다. 올 봄 유난히도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던 매화마을 섬진강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행여 아름다운 매화꽃이 질까 봐 앞다퉈 오르던 아내의 모습, 섬진강에 투영된 지리자락의 모습을 보고 그토록 아름답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아내의 한마디 ‘당신이 왜 자꾸 지리를 향하여 가는지 알겠다’는 말들이 내 가슴 깊이 파고들 때 갑자기 코끝이 찡 해옴은 무엇을 뜻하는지…… 오늘도 지리의 능선 뒤로 해 오름은 시작되고 섬진강 물결은 무언의 흐름 속에 아름다운 새벽을 열고 있구나.

 


 

 


<선유동 아침>

 

-見物生心(견물생심)

쇠점터에 주차를 하고 매표소를 향하여 내려 오는데 길가에 알밤이 떨어져 있다. 견물생심이라고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다. 6시40분 우리는 매표소 뒤의 선유동 계곡에서부터 산행은 시작되었다. 계곡의 좌 우측을 거닐고 싶었으나 수량이 많지 않아 그냥 계곡 속으로 빠져든다. 아침 여명을 받아 깨어난 물줄기는 신선하다 못해 수려함으로 다가온다. 사람의 흔적이 적어서인지 물가의 미끄럼은 어느 계곡보다 더 미끄러웠으며 조심해야 할 구간임에는 틀림없다. 며칠 전 태풍 나비가 몰고 간 흔적들이 견실하지 못한 도토리와 이름 모를 풋과실들이 지천에 널려 있으며 채 물들지 않은 초록의 단풍잎은 시련에 견디지 못하고 초라한 모습을 드러낸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선유동의 원시림>

 

좌측능선에서 떨어져 나오는 첫 번째 지 계곡을 만나고 이어서 2~3곳의 지류를 스쳐 지나 언젠가 사람이 기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나무 밭을 지난다(주위에 감나무와 대나무 밭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몇몇 세대들이 기거 했으리라 추정). 이곳 어딘가 사리암터가 있을까? 잠시 휴식을 하고 계곡의 미끄러움을 피할 겸 계곡 좌측의 길을 선택해 나갔다(고도 840) 그러면서 어느 시점에서 계곡을 버리고 우측으로 붙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느 순간에 스쳐 지나간 모양이다.

 


<능선상에서 바라 본 쇠통바위>

 


<지금 지리는 옷 갈아 입는중>

 


<야생화인 (산) 짚신나물>

 

-고행의 산길은 이어지고.

지형도의 위치를 확인하니 선유동계곡 옆의 또 다른 단천골은 뭐람 말인가.

산행 전에 메일을 받고 이곳 사이트에서 들머리만 확인하고 별 어려움 없이 산행 할 수 있겠다는 아니한 생각이 화를 부르고 있었다. 고도 910에서 만난 키 보다 높은 산죽과의 싸움은 시작되고 있었으며 사람이 다닌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산죽을 피해 우회하면 암봉이 버티고 있으며 두 손으로 잡목과 산죽을 헤집고 가는데도 아무 말없이 따라준 산노을님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아무튼 빨리 이 고행 길을 벗어나고 싶어 좌측 능선으로 고집하여 진행한다. 어렵게 능선으로 붙었을 때 희미한 길이라도 있을 것으로 생각 하였지만 우리의 예상은 여전히 빗나가고 있었다. 다만 다행인 것은 키 작은 산죽길이라는 것뿐이다. 고도 1225 고지에 가서도 방향 감각을 찾지 못해 능선 앞의 쇠통바위를 구분하지 못했으니……

 


 

 


<나무사이로 바라 본좌측의 왕시루봉과 우측의 노고단>

 


<산행을 함께한 산노을님:청학동을 배경으로>

 

거의 4시간에 걸쳐 어렵게 남부능선 어느 지점에 닿았다. 바로 앞에 펼쳐지는 청학동 마을을 확인한 후에야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불재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것은 능선상의 날머리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잠시 헬기장 이정표에서 쉬면서 나 혼자 날머리와 독바위를 확인하기 위해 산노을께 양해를 구한다. 한참 내려 가다가 전망바위에서 주위의 독바위를 찾아 봐도 능선상의 독바위는 보이지 않으니…… 혼자 기다리고 있을 산노을을 생각해서 또 다시 걸음은 바빠진다. 차라리 산노을이 말했듯이 하산 길을 단천골이 아닌 다시 선유동계곡으로 할까 생각도 해봤다.

 


<1/25000 지형도상의 또 다른 단천골은 나를 햇갈리게 한다>

 


 

 


<쇠통바위에서 청학동과 묵계저수지를 배경으로>

 

-쇠통바위에서.

쇠통바위에 올라 남쪽 사면을 바라 본다. 이 청명한 날씨에 발 아래 놓인 청학동이 더 이상 몸을 숨기지 못하는구나. 그 뒤로 묵계 저수지가 마치 비단물결 마냥 반짝이고 있으며. 서쪽 지리의 능선을 따라 구름모자 쓰고 있는 반야봉과 삼도봉 그리고 그 밑의 왕시루봉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청명 하다. 북쪽사면을 바라보며 우리가 왔던 길과 내려 가야 할 길을 가늠해 보며 오늘 산행에 도움을 주신 지인께 핸폰을 날리면서 어디에서 잘못된 산행인가를 확인 해 본다.

 


<송정 하수일의 피난처인 송정굴>

 


 

쇠통바위를 내려 와 완만한 능선 길을 걷다가 암봉이 우뚝 서 있던 신선대를 걸쳐 조선 선조때 문신으로 남명의 가르침을 가장 충실히 전수받은 松亭(송정)선생의 피난처였다는 비교적 널찍한 관통굴인 송정굴을 만난다. 이곳에서 피난생활을 하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결국 그는 과거에 급제한 뒤 얼마 안되어 전란을 맞음으로써 자신의 재덕을 발휘하지도 못하였으니 얼마나 애석한 일이었던가?

 


<내삼십봉과 지리 주능선의 구름모자>

 


<내려가야 할 단천골>

 

내삼신봉에서 도시락을 펴 보이며 휴식으로 수 분을 보낸 후에 다시 삼신봉을 향한다. 청학동에서 가장 산행하기 쉬운 삼신봉 이어서인지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 산행하시는데 여간 시끄럽지가 않구나. 또 다시 보지 말아야 할 행위들을 보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한 말씀 올린다. 자신의 잘못을 순수 히 수긍하시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다.


<삼신봉에서 천왕을 바라 보건만 이내 자신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단천골의 상류>

 

-단천골.

능선상의 들머리는 가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두 발짝을 옮기자 열려있는 길은 너무도 확연한 너덜길이었다. 수 많은 표 식기들이 만장처럼 휘 날리고 있었으며 측백나무, 가시나무, 침목들이 이따금 드러누워 우리의 발길을 더디게 할 뿐 산행하는 데는 아무 지장을 주지 않고 있었다. 삼신봉을 수 없이 다녀 갔으면서도 이곳 단천골을 오늘에야 찾음을 후회 해 본다.

 


 

 


 

 


 <단천골의 또 다른 모습과 하산길에서 옛 축대의 모습>

 

-무슨 단천골이 이래.

고도 1030쯤에 내려오니 물 흐름이 이어진다. 파란 이끼 낀 바위들 틈에서 새어 나오는 생명수는 마냥 신기 할 뿐이다. 타오르는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잠시 고개를 숙이려는 찰나 깜짝 놀란다. 길게 늘어진 까만 물체가 분명히 나무 막내로 착각한 자신은 손으로 집어 치우려는데, ‘으악 뱀이다’ 하고 소스라 친다. 고도 890에서 첫 번째 지 계곡을 만난다. 5분 후에 2번째 그리고 3.4번째의 지계곡을 만나면서 단천골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계속 우측 사면을 따르면서 또 다시 고도 800에서 750으로 갑자기 낮추더니 5번째 지계곡이 이어지고 14:50분에 고도 680의 6번째 제법 큰 지계곡을 건너면서 과연 우리가 단천골로 내려 오는 정상적인 산행을 하고 있는지 몇 번이고 의심을 하여 본다. 지계곡을 건너 앞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걷는데 돌축대가 성곽처럼 둘러싸인 곳을 지난다. 약간의 송림 숲이 있지만 커다란 숲은 아니었다.

 


<단천골 본류>

 


 <용추폭포의 용틀임>

 

계속 의문의 산행이 이어 진가 싶더니 기어이 단천골의 본류가 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도555). 15:10 풍부한 수량의 계류가 흐르는 단천골의 암반 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윽고 길을 내려서자 마자 삼거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다시 지형도를 펴본 우리는 너무도 반가웠다. 현재도 수달 서식처로 알려진 용추폭포다. 우측의 길이 단번에 용추폭포길임을 알고 용추의 비경을 찾아간다.

 


 

 


 

 


 <용추폭포의 또 다른 모습들>

-용추폭포.

쇠통바위에서 다람님의 통화에서도 그랬듯이 단천마을에서 용추폭포가 지 근거리에 있다는 내용이고 보면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 용추폭포가 숨어있을 것 같았다. 우측의 작은 와 폭을 내려다보며 오르니 저 멀리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용추폭포의 위용은 대단했다. 수량이 약간 부족한 듯 하였으나 

용이 몸을 비틀어 승천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으며 바위 홈을 따라 순식간에 부서지면서 떨어지는 포말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산노을님이 오늘 선유동계곡 오름의 산죽과 고생은 용추폭포의 비경으로 대신한다고 하였다.

 


 

 


 

 


 <단천골 본류의 모습과 단천마을에서 단천골의 들머리>

 

-산행을 마치면서.

잠시 좌측의 용추폭포골과 우측의 단천골을 합류하는 지점을 통과하여 단천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이윽고 4번의 계곡을 건너면서 단천마을에 닿는다.

지겹게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 오면서 오늘을 조용히 정리 해 본다. 산행 전 준비성이 결여된 점과 산행시 좀더 세심하지 못한 점을 뉘우치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 산행을 통해서 주변의 대략적인 등로를 파악 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고 산행기를 마친다.

끝까지 불평 없이 같이 동참 해 주신 산노을님께 고맙다는 인사 올립니다.

 

    2005. 09.16.

 

   청산 전 치 옥 씀.

 

 


 <산행 후 돌아오면서 익어가을 가을 들녁을 바라보며>

 

-일정정리.

06:40 산행시작(매표소).

07:00 감나무 밭(고도370)

07:45 대나무 밭(1/2/3 지 계곡을 건넘)

08:20~08:37 계곡 합수점(휴식: 고도 725)

09:00 두 갈래 갈림길(좌측 길 선택: 고도 840)

09:15 고도 910~1080까지 산죽과 한판.

10:20 고도 1225 능선으로 오름(건너편 쇠통바위 보임)

10:35 남부능선 길(고도 1270: 청학동 보임/위치확인)

10:45~11:00 이정표 헬기장(세석10.7/삼신봉3.2/쌍계사5.8): 휴식.

11:00~11:25 상불재 가는 길(사실 독바위 찾으러)

11:25~11:55 쇠통바위.

12:30~12:50 내삼신봉 고도 1354.7 (점심)

13:00~13:20 삼신봉(1284)

13:50 고도1030 계곡물 흐름.

14:15 1번째 지계곡(고도890)

14:19 2번째 지계곡(고도900)

14:22 3번째 지계곡(고도890)

14:27 4번째 지계곡(고도870)

14:40 5번째 지계곡(고도750)

14:52 6번째 지계곡(고도680: 제법 큰 지계곡임)

15:00 축대 지남(약간의 송림 숲)

15:10 단천골 본류(고도555)

15:12 삼거리(단천마을에서 올라오는 기준: 우/용추폭포, 좌/단천골)

15:20~15:40 용추폭포(고도 575)

16:00 단천마을

16:40 산행종료(쇠점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