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북한산은 상장 능선이다.

지난번 정중채 선생님의 산행기를 읽고 꼭 한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약속 된 9시 30분에 구파발 만남의 광장에서 아버지와 형과 합류했다.
송추행 버스는 만원이어서 더 태우지 말라는 승객과 문은 열었다 닫아야 한다는
기사의 실갱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몸과 배낭이 하나의 짐짝이다.

솔고개(종로 교장)에서 하차한 것이 10시.
북한산 자락이면서도 매표소가 없다.
들어가는 입구도 그냥 작은 샛길이다.
별로 알려진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르는 사람은 꽤 많았다.

얼마가지 않아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꽤나 가파르다.
한참을 오르니 능선에 올라 섰는데 폐 타이어로 된 참호가 있다.
이곳에서 우리를 추월해 갔던 많은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이제부터 9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육모정고개이고
거기서 우이동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제1봉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고 나니 2봉이 앞을 가린다.
우회하고 3봉을 넘고나니 가장 위험하다는 4봉.
역시 우회하지만 얼마 못가서 결국 바위 옆으로 위험하게 돌아간다.
5봉에 올라서서 지나온 1-4봉을 보니 어떻게 왔나 싶다.
8봉 바위에서 점심을 먹으며 9봉을 보니
의상 능선의 용출봉이 생각난다.
지나온 능선은 소나무로 가득 차 있었다.
북한산의 숨은벽과 인수봉, 도봉산의 오봉과 주 능선이 잘 보이는 곳인데
오늘따라 심한 안개로 보이질 않는다.
오봉만 흐릿하다.

9봉 중간까지 위험한 바위를 기어서 올라 넘으니
드디어 육모정 고개다.
이어지는 길이 밧줄로 막혀 있고
줄 너머 비석 앞에 솔고개부터 같이 오던 사람들이 모여있다.

비석: “님은 산을 그렇게도 사랑 하더니 끝내 여기서 산과 하나가 되다 ”

처음 계획은 여기서 우이동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솔고개부터 동행했던 일행에게 행선지를 물으니

발길 닿는데로 간단다. 왠지 따라 가고 싶어졌다.

앞사람 뒷꿈치만 보고 얼떡거리며 따라간다.


산불로 인하여 타고 남은 나무,
4개의 직사각형 바위가 붙어있는 광경,
장엄한 인수봉의 장관,
인수봉에서 조난으로 사망한 사람의 추모비를 보다보니
지난 봄에 와본 하루재다.

도선사로 내려 갈까하다가
아버지와 형 집이 일산이라 구파발 쪽으로 내려가자고 말씀드리니
그렇게 하자신다.
다시 위문으로 가는 오르막 길이다.
인수대피소, 야영장을 지나
백운대피소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먹고 위문으로 향한다.
아버지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힘드신가 보다.
위문에 오니 가는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한다.
그리고 산성 입구에 도착하니 5시 30분이다.

구파발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의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택시로 연시내까지만 가자고 말씀 드렸으나
굳이 기다렸다 버스를 타시겠단다.
결국 버스에서 서서 구파발 역까지 와서 헤어졌다.

오늘 북한산은 松山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