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찾아 떠나는 지리산의 동부능선.

 

-일시: 2005-05-01

-산행코스: 윗새재-조개골-하봉-국골사거리-독바위-왕등재-외곡리.

-함께한 사람: H님.C님.J님 그리고 나.

 


            <얼래지와 개별꽃>


5월1일.

지리산이 열리는 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날은 산행하기로 며칠 전부터 자신과 약속하였다.

항상 그랬듯이 산행코스는 정하지 않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기로

하였으며 혹시 몰라 서울에 사는 J님에게도 메일을 띄웠다. 염치

불구하고 또 도움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3일이 되어도 소식이 없어

혼자 산행하기로 하고 코스선정에 들어갔다. 일단 거림을 택하였으나

세석의 철쭉이 너무 빠를 것 같아 동부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목요일이 되어서야 그에게서 연락이 왔고 같은 카페회원이신 H님

내외분과도 함께하기로 하고 진주에서 새벽에 만나기로 약속 하였다.

                                                            

                                                   


<산행 후 악양 벌판의 모습>

 

J님과 산행약속을 잡아두고 날씨에 관심을 이렇게 가져보기는 처음이다.

하필이면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혹시 기상청의

잘못된 오보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토요일부터 남부지방에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없었다.

비가 와도 산행하자는 전화연락을 하고 난 뒤부터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 하였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


-잠 못 이루는 밤.

 매번 중요한 산행약속이 있은 뒤로부터 나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밤잠은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벽3시에 출발 해야 하는 자신은 12시가 되어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수십 번 눈꺼풀의 상하운동으로 인하여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맨 먼저 창문을 열었으나 여전히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남편 산행을 위해 어제저녁에 싸두었던 도시락이 가지런히

얹어져 있고 고3인 큰애는 아직도 입시공부와 씨름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비가 오는데 무슨 산에 새벽부터 가느냐고 핀잔을 주는

큰애에게 미안 하기도하여 뒤통수를 긁적이며 집을 나선다.

 


<대원사 계곡과 수달래>


-또 다른 만남.

제발 비가 그치기를 바랬지만 고속도로에서의 내린 비는 주체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진주에 와서야 가랑비로 바뀌고 그와 해장국으로 아침을 대신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산행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대원사로 향하였다.

이곳에서 H님과 C님을 조우한 우리 일행은 한대의 차는 외곡리에 한대는

윗새재에 주차하기로 하였다.

 


<대원사 경내의 모습과 산죽길>


-산행 시작(윗새재 마을).

잔뜩 찌푸린 이곳 날씨가 서서히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였고 생각보다는

날씨의 변화에 고마움을 느끼며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 윗새재 마을은 나와의 인연이 많은 곳이다 작년 여름 태극종주시

이곳에서 기거 했던곳이며 그때도 안개비로 한치의 앞을 볼 수가 없었고

행여 그때의 아쉬움을 보고 싶어 다시 찾았을 때에도 결국 하늘은 열리지 않았던

곳이 아니던가. 오늘은 그때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조개골 본류의 모습>


더군다나 지리산의 많은 추억과 그가 모르는 지리는 거의 없을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J님과 우리카페의 방장님 내외분을 모시고

산행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이고 보니 뜻 깊은 산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산행 시작부터 코스의 설명이 더해진다.

첮번째 지류인 쑥밭재 삼거리에서 쑥밭재에 대한 내력을 얻어듣고 이어진

산행 속에 매표소 11.7KM라는 쓰러진 이정표에 닿는다.

 


<현호색과 얼래지>


초록의 변색된 조개골의 색채가 안개비의 물방울 속에 자신의 이중성을

투영시키고 있으며 길가에 피어 오른 야생화인 현호색과 얼래지가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오늘처럼 비 내린 다음날이 아니면 더욱더 보기

어려운 꽃들이 빗방울에 맺혀 더욱 영롱하고 청초하게 빛나고 있는 꽃들을 보니

이런 날이 오히려 감사할 뿐이다.

 


<아직도 열리지 않은 하늘>


한 시간 산행의 여독을 풀기 위해 잠시 쉬기로 하였다. 우리 일행 중 홍일점인

C님께서 딸기를 내 놓습니다. 언제 보아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지리산

자락의 계곡이지만 조개골의 가을산행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J님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언제 보아도 또 다른 산하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신 기종으로 무기를 바꾸신 H님은 순간순간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

우리의 시선을 무시한 채 계속 샷터를 눌러 댑니다.

 


<치밭목 삼거리에서 >


-치밭목 갈림길에서.

산행 후 2시간이 되어서 이곳 갈림길에 닿는다.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열려있는 치밭목 대피소가 이내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추더니 그 앞에 솟아오른 비둘기 봉을 휘감아 돌며 떠날 줄 모르고

우측으로 보여야 할 독바위와 새봉은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지 이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 코스는 치밭목과 천왕봉의 어려운 코스를 대신하기 위해

새로 개척된 등로 이지만 결국 비 지정으로 묶여 있단다.

 


 
<잔털 제비꽃과 버섯류>


-안개 속의 휴식.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과 지천으로 깔려있는 얼래지 군락지들을 지나고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초록에서 흑갈색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도

느끼지 못한 계절의 무감각 속에서 이곳의 5월은 더디게만 흐른다.

10시가 되어 지리산에서 3번째로 높은 곳에 있는 샘터에서 쉬기로 한다.

있는 과일을 내놓고 S님 식의 복숭아 샤배트 맛이 꿀맛인 것 같다.

갑자기 운해가 우리에게로 달려든다. 이해 할 수 없는 날씨다.

 

 

 


<아쉬운 조망을 마음에 담고>


하봉 정상에 올랐으나 열리지 않은 시야가 못내 아쉬워 지난 가을 합동

산행 때 우리회원들의 모습을 이곳에서 떠 올려본다. 하 봉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암봉과 구상나무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지다람님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멀리는 반야봉과 서부능선이 넘실대고 있으며 가깝게는 천왕의

모습을 마음으로 담아내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며 산행은 계속 이어진다.

누가 이렇게 높은 고지에 조상을 모셨는지 그래도 잘 정돈된 묘소는 후손의

정성이 지극함을 엿 볼 수 있구나.  

 

 



하봉에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다져진 낙엽 쌓인 길이 마치 양탄자의 폭신

폭신한 감촉이 온몸으로 전해질 때의 희열을 밟아보지 않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국골 사거리를 지나 아직도 정확한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쑥밭재에 닿았다. 며칠 전에 이곳을 다녀간 어느 산님께서 써 놓은

산행 기를 읽어보고 얼마나 웃었던가 그 기억이 새롭구나.

 

 


<하늘은 달뜨기 능선부터 열리기 시작하고>


여태까지 열리지 않던 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더니 써레처럼 생긴

써레봉 사이로 비구름이 휘감기며 발 아래 펼쳐지는 조개골의 모습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러나 정작 1300고지 위로는 운해의 흔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다행 이도 동북쪽 사면부터는 열리기 시작한

하늘이 마음의 위안이 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독바위 주위로 시위하는

운해를 피할 겸해서 이곳 전망바위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였다.


  

 

 

 


<독바위와 새봉에서>


-독바위 지나 새봉으로.

사진으로만 봐 왔던 지리산 동부능선의 최고의 전망대인 독바위에 와 있다.

한때는 독바위와 새봉의 어원이 어떻게 전해졌는지 알려고도 하였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하봉 중봉을 거슬러 천왕봉을 위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숨은 비경인 조개골이 한눈으로 들어오고 동부 쪽의 웅석봉과

달뜨기능선이 펼쳐지자 갑자기 마음이 심난해진다.

지리의 빨치산들이 달뜨기능선에서 생각했을 부모에 대한 사모곡이……

 


 
<비둘기봉과 써래봉 능선>


우리의 홍일점인 C님께서 통과하지 못할 것 같은 릿지구간을 무사히

통과하고 이따금씩 피어있는 연분홍의 철쭉과 얼래지 꽃을 감상하며

새재를 지난다. 상쾌한 산바람은 살갗을 간질이고 푸성귀 사이로 출렁이는

5월 초하루의 햇살은 목덜미를 여지없이 후려치며 유난히도 울어대는

산새들의 배웅을 받으며 드디어 외고개에 와 닿는다.

J님께서 왕등재까지만 더 오르자는 말씀에 못내 서운해하는 H님의

눈치가. 엿 보인다.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왕등재의 습지를 꼭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는지도 모른다. 내 자신도 H님과 C님께 그 옛날 왕이 다녀갔던

왕등재를 보여주고 싶었다. 드디어 마지막 힘을 다하여 왕등재로 오른다.

 

 


 


<새재에서 바라 본 윗새재 마을과 /써래봉 능선 /습지에서 자라는 동의나물>


 

-왕등재에서.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다. 900고지가 넘은

이곳에 습지가 있다는 것과 습지식물과 곤충류의 서식처라는 입간판이 아니더라도

 흐르는 계곡에는 올챙이 알들이 그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아름답게 피어 오른 이름 모를 야생화와 깊은 대화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며칠 후면 이곳을 스쳐갈 태극왕복종주 팀에게 용기를 주라는 나의 메시지를

알아 들었는지 부는 바람 속에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이름 하나하나 불러 주면서 외곡리로 내려선다.

 


 

 



-외곡리로 향하면서.

무슨 일이든지 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오늘 비록 하봉에서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하지 못했지마는 비가 온다는 날씨에도 이렇게

산행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고마울 뿐이다.

오늘 산행은 야생화와 자연의 풍광에서 신선함을 느낀 산행이었다.

힘든 과정과 역경 속에서 정상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서로가

부대끼면서 느끼는 사람과의 정을 만끽 할 수 있는 것이 산행이 아닌가

생각 해본다. 같이한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산행기를 마칩니다.       

 


 

<노을진 섬진강>


-일정정리.

07:20 산행 시작: 윗새재 마을(710).

07:40 쑥밭재 삼거리(900)

07:50 2번째 지류->하봉으로 오르는 길.

08:00 쓰러진 이정표(995)

08:15 조개골 본류 건넘(1075)

09:20 치밭목 갈림길(천왕봉3.0/새재4.9/치밭목0.5).

10:02~10:20 핼기장 밑 샘터 휴식(1620)

10:25 하봉 헬기장(1700)

10:55 하봉

11:23 국골 사거리(1520): 새재/국골/하봉/두류봉.

11:55 샘터 삼거리(쑥밭재): 1225

12:22~12:55 독바위 전 전망바위에서 점심.

13:10 독바위.

13:35 새봉 삼거리(사립재->상내봉 가는 길)

14:32 새재(오봉리/윗새재/왕등재/새봉)

15:00 외고개(815)

15:30 왕등재

16:10 산행종료(외곡리).

 

 

                2005-05-06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