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역에서 택시를 타고 산성매표소로 가는 길.

교통사고로 차는 정체되고 마음은 조급하다.

 

오후 2시부터 시산제를 한다던데......

 

정차한 택시에서 보는 삼각산은 사뭇 위압적이며,

수유리쪽에서 늘 보던 풍경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구름이 흩어지고 드러난 파란하늘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택시에서 내려 표를 사고 셔틀버스에 타니 마음만 급 할 뿐

버스는 거북이 걸음이다.

 

부지런한 산님들이 유유자적 하산하는 시간에 버스타고

삼각산에 오르니 이래도 되는건지 괜스레 쑥스럽다.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아직 녹지않은 얼음 위에서

아이들은 얼음을 깨며 놀고 있다.

이미 봄에게 완패당한 겨울은 계곡의 그늘에서 패잔병이 되어

아이들에게 까지 수모를 겪고 있었다.

 

길옆 안내판에는 의상능선과 원효능선, 백운대길이

입맛을 다시게 하지만 내가 찿는 노적사는 흔적이 없다.

하산하는 산님들께 노적사를 물으니 아는 사람이 없다.

 

노적봉 아래 노적사가 있겠지......

 

조금 더 오르니 노적사 이정표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니

중창불사가 한창인 노적사가 나오고 그 뒤로 노적봉이

고압적인 자세로 버티고 서 있다.

 

양지바른 무덤가에는 잔디의 새순이 파릇파릇 돋고

나비라도 한마리 날아 올것 같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저 멀리 태극기가 펄럭이고 북한산연가의 현수막이 보인다.

 

산001선배님이 앞에 서 계시고, 구면인 산님들과 뒤에서 악수를

하는데 지각한 학생처럼 조금은 뻘줌하다.

다들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준비한 음식을 너른터에

앉아 나누었다.

 

이곳이 예전에 훈련원 터였었다는데 노적봉 바로 아래 위치 해 있어

혹 릿지부대 였었나?   아니면 조선시대 특전사 였었나?   의구심이 든다.

잘 쌓여진 석축과 큰 주춧돌로 보아 예사군사들의 훈련소가 아니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어린 쑥이 돋아나고 연못같이 큰 우물터엔 산란기를 맞은 개구리

수컷들이 암놈 한마리에 여럿히 들러붙어 육탄전을 불사한다.

 

봄 이구나!!!

 

정성들여 준비한 맛깔스런 음식과 막걸리로 주린배를 채우니

봄은 내 코앞에 다가 와 있었고 치과치료를 위해 임시로 끼워 놓은

플라스틱의치는 반쪽으로 갈라져 입 밖으로 튀어 나온다.

 

게걸스러 먹더라니~

 

산에서 만난 산님들은 산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 온다.

비록 연가의 회원은 아니지만 반가히 맞아주시는 연가식구들은

사바중생을 어여삐 여기시는 순수한 산님들이신가 보다.

 

즐거움이 뭍어나는 정겨운말소리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행복한 봄 풍경을 연출하고 포만감과 막걸리를 마셔

불콰 해 질 무렵 하산을 서두른다.

 

쓰레기를 말끔히 수거하고 하산하는 길은 개운하고, 

뒤돌아 본 훈련원 터는 저곳에 집짓고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지바르고, 우물도 있고, 무엇보다 삼각산안에 있으니.....

 

뒤풀이 장소에 다다라서 회원님들께 인사드리고

내려가는 길은 허허로왔고, 삼각산과 함께 인정많은 산님들의

얼굴이 자꾸만 오버랩되었다.

 

산과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

 

행복한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