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1. 3. 수. / 4명


 

일원역(06:25) 출발-경부고속도로-천안 논산간 고속 국도-

정안휴게소(07:35)-아침 먹고-08:11 출발-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백양사역-담양방면 1국도-

남창지구입구-장성호-약수삼거리에서 좌회전-3km-

백양사입구 주차장(10:00 도착)


 

10:30 백양사-약사암 갈림길에서 직진-운문암 갈림길(11:00)에서 직진-

청류암 갈림길에서 직진(11:10)-몽계폭포 갈림길(11:30)에서

오른쪽 상왕봉 정상741m(11:45)-점심-12:40 출발-

구암사 갈림길 헬리포터(1:10)-백학봉(1:30)-영천굴(2:10)-약사암(2:20)

-백양사(2:45)-하산 자축


 

1. 아내의 제안으로


 

단풍이 좋다는데 백양사를 가 본 지 오래라고

아내가 은근히 압력(?)을 넣어

머뭇거리다가 전날 저녁에 결정하다.


 

청옥 두타 이후로 같이 간 지가 오래고

설악 갈 때 시간이 안 맞아 함께 못 간 

낙두에게 갑작스럽게 연락.

부재 중이었던 마나님의 동의를 얻어 가겠다는 통보가

한참 있다가 왔다.


 

06시 좀 지나 도착한 낙두부부와 경부를 달리다.

날씨가 흐리다.

이른 시간인데도 고속도로엔 차가 많다.

늦은 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이 참 부지런하게들 산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천안에서 논산으로 난 민자도로를 이용

정안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 도로를 이용하면 2300원인가 더 들지만

불리하지 않다는 설명이 게시되어 있다.


 

어제 동신이 친구가 작년에 이어 또

끓여서 보내준 미역국으로 요기.

맛있다.

마음 씀씀이가 이쁘다.


 

요금을 일단 정산(12000원이던가)하고 정읍IC 지나

백양사 IC로 나가(4900원) 장성호 부근의 경관에

차를 멈추고 사진을 몇 장.


 

2. 평일인데도


 

주차장 들어 가는 길이 아름답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낙두부부는 참전 용사라 무료.

입장료(3400원), 주차비(4000원) 10800원을 내다 

 

서너 해 전 반대편인 내장산을 돌고

내장사 단풍의 아름다움을 보았는데

여기 단풍도 지금이 절정이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세워 놓고 있는 분들이 많다.

 

백양사는 구면.

내려오면서 다시 둘러 보기로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느슨하게 산행 시작.


 

관리소(061-392-7288)에 어제 미리 확인

코치 받은 대로 

어렵다는 약사암 방향으로는 하산 코스로 잡고

운문암 방향으로 직행.

내려 오면서 보니 잘 선택한 것 같다.


 

산행길도 평일 같지 않다.

부채처럼 한 바퀴도는 코스에 높이도 부담스럽지 않다.

운문암부터는 오름길.
 

상왕봉에서 점심.

구암사에서 올라오는 이와 그쪽으로 가는 분들도 꽤 있다.

 

정상 옆 봉우리를 차지하고 앉아

올 때 내리던 비도 멎은 뒤라

좋은 햇살 아래

주변 전망을 즐기다.

 

라면에 밥 말아 먹으면서

낙두가 가져 온 팩소주로 정상주를 나누다.

최고의 분위기다.


 

3. 하산길은 가파르다.

 

백학봉까지는 능선길의 전망을 즐기며 내려가다

백학봉을 지나니 가파르다.

계단이 많고 어떤 곳은 거의 수직이고 길다.

이 길로 힘겹게 올라오는 이들이 많다.
 

영천굴로 내려가는 길의 단풍색이 참 곱다.

독경소리 은은한 가운데서 나도 잠시 경배하고

그 아래 약수를 마셨다.

낙두부인은 내려오면서 들리는 법당마다 들어가

정성껏 절을 한다.

 

약사암과 백양사엔 사람들로 가득.

내려오는 길에 카메라가 탈이나

눈에 담기만 하다.


 

주차장 못 미쳐 야외의 탁자에 자리잡고

찹쌀 막걸리와 파전으로 산행 종료를 자축하다.


 

오다가 차가 밀리고 기름 경고등도 켜지고 해서

기흥IC로 나와 기름을 채우고 그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며 한 잔 더하다.

낙두가 나의 오늘을 축하한다며 어느새 계산했다. 

고맙다.


 

이달 중순이 지나면 산불로 통제되는 곳이 많아진다.

눈이 내릴 때 쯤

또 이런 즐겁고 유쾌한 산행을

이 부부와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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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름 모르는 부인에게 감사를-


 

오늘 아침 차를 몰고 나가다가

두 번 째 신호에 멈춰 섰는데

웬 아주머니가 1차선으로 걸어 들어와 창문을 두드린다.

창문을 여니 뒷바퀴가 펑크란다.

 

차를 옆으로 세워서 보니

어제 장거리 운행 중

어딘가에서 박힌 듯한 못 때문에

밤새 바람이 빠진 모양.

 

내가 주의 깊지 못해 그냥 끌고 나갔던 것.

순간 낭패.

부산을 떨어 긴급출동서비스로 마무리하고

생각하니 그 분이 정말 고맙다.

 

펑크 난 찬가 보다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길 옆에 서 있다가 일부러 차도로 들어와 알려주신

그 배려가.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부디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 분을 떠올리며

이런 분들과 함께 하는 세상을 생각하며

가는 길이

내내 흐뭇하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