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오색-공룡-소공원)..........호젓한 공룡능선

 

날짜: 2004/10/31(일)

동행: 여여와 마눌

날씨: 맑음..안개

산행경로

오색-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

산행거리: 19.7km (어프로치포함)

산행시간 (총 15시간  휴식포함)

0300 오색

0640 대청봉

0830 중청출발(조식 및 휴식)

1000 희운각

1030 무너미고개(공룡시작)

1430 마등령

1700 비선대

1800 소공원

 


 

↗구름 파도속 설악 
 

1.느는 것은 잔머리뿐

 

한 달 전 친구와 설악산에 갔었지만 단풍시즌의 산행객들에 치어 대청봉에도 오르지 못하고 퇴각하였다. 단풍시즌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직도 북적대는 사람들이 무섭지만 마눌이 설악산 사진을 보며 가고 싶어하는 것을 보고 설악산을 가기로 한다. 오색에서 올라 천불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좀 무미건조한 것 같아 마눌에게 오색에서 대청봉을 올라 일출을 보고 공룡능선을 거쳐 비선대로 좀 길게 산행하는 코스를 넌지시 권유하였지만 자기 체력으로는 좀 무리라고 한다. 여기서 나의 잔**가 돌아가는데.........그러면 희운각까지는 같이 가고 무너미고개에서 나는 공룡을 타고 마눌은 천불동으로 하산하여 비선대에서 눈물의 상봉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떠보니 마눌이 괜찮탄다........쩝~.... 느는 것은 잔**밖에 없으니..........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2.고대하던 산채정식을 먹고

 

토요일 근무를 끝내고 마눌과 함께 차를 몰고 오색에 도착하여 마눌이 먹고 싶다고 노래 노래하던 산채정식을 걸판지게 먹고 배를 두드린다. 너무 많이 먹었는지 졸음이 살살 몰려와 알람을 새벽 2시에 맞추어 놓고 실컷 잔 것 같아 일어나니 1시 15분.........어휴~ 너무 일찍 일어났나?........ 속쓰림을 미리 방지 한다는 미명아래 잣죽을 다시 한 그릇씩 퍼먹고 남설악 매표소에 도착하니 새벽 3시........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러 대청봉으로 출발한다.....

 

↗이제야 나오려나....(어휴~ 추워)

  

3.산에서도 배우지 못하면

 

어둠 속 대청봉을 오르는 산행객들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지 않다....한 달 전하고 이렇게 다를까? 얄팍한 세상인심의 무상함을 느낀다. 우리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우리를 추월하는 단체 산행 객 들을 지나쳐 보낸다. 칠흑같은 어둠 속 달님만이 우리 길을 희미하게 밝혀주는데.......버스에서 약주를 과하게 마셨는지 지나치는 산행 객들의 몸에서는 술 쉰내를 넘어서 찐내가 나고......정막한 가운데 큰소리로 야호!~를 외치는 사람, 천둥 같은 기합소리를 넣는 사람,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지 걸지고 탁한 목소리로 껄죽하게 웃어재끼는 아줌마, 목젖을 입 밖으로 떼어 내려는지 그~윽! 퇫....침을 목에서 긁어 뱉는 사람...그 조용한 설악산 오름에서도 시정에서 만나는 똑같은 우리네 인간들을 만나고..........산에 와서도 배우지 못하는데 산에 오는 이유는 뭘까?

 

 ↗설악은 몇대의 공덕이 필요할까?

 

4.대청봉에서 일출과 운해를 보다

 

야간에 길을 잃어보지 않은 마눌은 처음 야간산행이 참 즐겁다며 어둠 속에 걷는 일이 좋다고 한다. 일출을 보려면 7시전에는 도착해야하는데 마눌은 아랑곳하지 않아 보인다. 참 느긋하다. 마눌이 잘 따라오나? 를 확인하면서 걷다 서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대청봉에 오르니 이미 여명이 밝아오고....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려고 모여 있다..........일출을 보려고 했는데 운해까지 펼쳐져있다...지리산에서 운해를 보았는데....올해는 설악산에서도 볼 수 있다니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눌도 그럭저럭 시간에 맞춰 올라와 같이 일출을 본다. 하얀 구름의 바다위에 붉은 점이 보이면서 해가 떠오른다. 하얀 구름은 연한 붉은 빛으로 변하고 바람이 차갑게 부는 대청봉에도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모든 사람들이 환호하고 붉은 해를 보면서 가슴속에 담아둔 소망을 기원하는지 얼굴 표정들이 정말 간절하다.  “사랑하는 아들.. 진해야!... 진오야!...아빠 엄마를  딛고 너머 저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거라”.........

 

↗따뜻한 운해일출

 

↗따뜻하게 보이지만.... 글쎄

 

↗중청산장에서 본 구름의 파도

 

↗희운각 하산길.....화채능선

 

↗소청에서 본 용아장성

 

↗고사목과 화채능선

 

 

5.희운각에서 헤어짐

 

중청으로 내려온 우리는 버너에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국물에 말아 아침을 해결한다. 중청산장에서 보는 공룡과 범봉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며 운해에 둘러 싸여 있어 너무도 아름답다.....소청으로 가는 길에서 본 하늘은 그야말로 가을 푸른빛..... 희운각에 도착한 우리는 따뜻한 커피한잔을 마시며 아침부터 걸어온 길을 반추라도 하듯이 빙그레 서로 말이 없다. 마눌은 연신 즐거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만족한 표정이고............그동안 산행 공덕이 붙었나? 속도는 느리지만 이젠 제법 긴 거리도 잘 걷는다. 마눌에게 같이 공룡능선을 가보자고 권유해보지만 자기 분수를 알아야한다며 사양한다. 좀 더 공덕을 쌓은 다음 공룡능선만 가겠다고 하면서....무너미 고개에서 나는 좌측 공룡으로 마눌은 우측 천불동으로 갈라진다. 마눌은 걱정이 되는지 먼발치에서 바라만보고 손을 계속 흔든다...............이제는 나 혼자다.......

 

↗공룡시작

 

 

6.공룡안으로

 

신선봉을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수직의 밧줄에 매달려 오르니 이윽고 신선대에 도착 .....공룡과 천화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범봉은 그 위용을 자랑하듯 파란 하늘위로 우뚝 서 있고.....무슨 형용과 수식이 필요하랴! 사진을 몇장 찍고 신선봉을 내려서 본격적으로 공룡안으로 들어가는데.........우려와 달리 산행 객을 거의 만날 수 없다........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으니 너무 즐겁지만 일주일전만해도 북적거리던 길인데....... 마치 얄팍한 내 속내를 들킨 것처럼 오히려 부끄럽다. 구름이 빗겨가는 공룡의 봉우리들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바라보며 몇 개나 오르내렸을까? 다리가 뻑뻑해 짐을 느끼면서 1275봉에 오른다. 위험하다기 보다는 체력소모가 심하다고 느낀다. 뾰족한 오름길............. 밧줄을 잡아야 내려갈 수 있는 내리막..........반복........감탄사를 연발하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체력적으로 힘든 산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빡빡 기어 올라 신선봉

 

↗신선봉에서 희운각 방향

 

↗넘을수 있을까?

 

↗뒤돌아본 신선봉

 

↗기기묘묘

 

↗처음 나타나는 사이 오름

 

↗십인십색

 

↗바위들 사이로 내리막 길(정말 지루하진 않군!)

 

↗어디를 보아도 @@@

 

↗멋진 바위와 파란 하늘

 

↗나타나는 등짝

 

↗안개속 비경

 

  

↗그 모양 ...참!

 

7.엉겹결에 물을 보시하다.

 

1275봉에 도착하니 단체인 듯한 분들이 식사를 하고 있어 나도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다. 처음에 좋던 시야는 점점 안개가 나타나 앞뒤를 가린다. 아침에 운해도 보았는데 모든 것을 다 바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만족한다. 나한봉을 거쳐 마등령 가는 길도 역시 오름내림이 반복되지만 안개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체력적으로 더 힘들게 느껴진다. 나한봉을 앞두고 반대편에서 오는 얼굴이 맑은 비구니 스님 두분을 만나는데.......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들.......반갑게 인사를 하니 두손을 모아 합장을 한다. 봉정암에서 출발했다고 하며 물을 달란다.....갈증이 나나보다 생각하면서 한모금 보시하려고 물통을 건네주려는데.........비구니 스님이 주섬주섬 뭘 꺼내는데 보니까 500cc 펫트병을 꺼낸다......허걱~....물 한모금 먹는게 아니라 펫트병에 담아 달라는 이야긴데......(이런 배려심 가지고 수행하겠습니까? ^_^**).....내가 가지고 있는 남은 물도 한 700cc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은 양........앞으로 갈 길이 먼데....사회기준으로 보면 나이가 앳된 아가씨인지라.....물도 보시하기로 마음먹었기에 한마디 해도 될 것 같다. “산에서는 안줘도 용인되는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물“인 것은 알고 계시지요?”(나머지 하나는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음)웃으면서 말하자 옆의 다른 비구니 스님께서 “맞아요. 그런 이야기 들은 적이 있어요. 산에서는 물이 귀해서....”...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 같아 웃으며  .....“저도 물이 넉넉치는 않지만 드릴께요”....페트병에 좀 따라주고 나니 남은 물이 500cc도 채 남은 것 같지 않다(너무 많이 따랐나?)......합장을 하고 돌아서는데 물이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다. (나중에 갈증으로 인한 탈수로 엄청 고생하였음)

 

↗무릉도원

 

↗1275봉 안부..어휴 힘들어..돌깔고 점심이나 먹자!

 

↗멋진 오르막 사이길

 

↗여기가 공룡길 맞어유?

 

↗휴~ 갈길이 멀구먼

 

↗저기를 넘으면 또 무슨 비경이 나타날까?

 

↗용아의 실루엣

 

↗이상하다..진짜 아무도 없네.....흐믓 뿌듯...

 

  

8.타는 목마름 속에 망군대를 보다.

 

안개속을 헤치고 나한봉을 지나 마등령에 도착하니 물이 거의 없다. 마등령에는 1275봉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하고 같은 방향으로 온 10명정도 되는 일행들이 과일을 먹고 있다. 목이 타는 듯이 마르고 힘이 없는 나로서는 귤이라도 하나 얻어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알량한 자존심과 없는 숫기가 어우러져 금세기 최고의 과묵한(?)이되고 만다...(그 놈의 입뒀다 뭐에 쓰려는지...쩝.....)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가파른 너덜 돌길이 피날래를 장식한다. 맑은 날이면 세존봉이라도 볼수 있을 텐데 안개속에 진행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타는 갈증을 참으며 터덜 터덜 내려오는데 철계단에 이르러 광채가 나서 자세히 보니 건너편 소만물상과 망군대가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아! 안개속에 잠시 열린 것인데.......넋을 잃고 바라본다.

 

↗비선대 하산길 단풍

 

↗아직도 빨간 물이...뚝뚝..

 

↗천불동

  

9.소태해장국

 

설악산은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조금 더 내려와 금강굴을 지나 비선대 가는길에 아직도 단풍이 고운 자태를 잃지 않고 있어 지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비선대에 도착 .....천불동계곡을 바라보며 마눌에게 전화하니 이미 준족이 되어 버린 마눌은 오색에 있는 차를 몰고 소공원으로 오고 있는 중이란다.......비선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황태해장국인지 소태해장국인지 구분이 안되는 국이 술술 넘어가는 것을 보니 탈수가 심각했음을 느낀다. 소공원으로 걸어가며 위를 보니 어둠속에 하얀 불빛을 발하며 권금성 케이블카가 어렴풋한 설악산의 실루엣 위에서 움직인다. 행복하다.  

 

 

사진모음 

 


 

↗그러다... 떨어져유~


 

↗구름위의 해 오름


 

↗공룡에 치는 구름파도


 

↗일출을 받는 설악


 

↗햇빛을 받는 천화대 범봉 


 

↗소청에서 본 용아의 웃음


 

↗군계일학


 

↗대청봉을 올라가는 구름


 

↗공룡과 천화대


 

↗저 사이로 길 있음...진짜~


 

↗공룡속에서 보이는 용아와 서북능선


 

↗용아의 실루엣 


 

↗돌아본 신비의 신선봉


↗점입가경


 

↗다른 느낌!...(안개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15분간 버팀...할수 없이 촬영후 다시 오리무중속으로)


 

 


 

↗마등령 가는길에서 본


 

↗간간히 열리는 비경


   

↗마등령 하산길에서 본 소만물상과 망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