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새벽 4시...
"둥근해가 떳습니다...자리에서 일어나서...어쩌구 저쩌구"
핸폰 알람 소리에 부시시 일어나 대충 꽃단장을 하고...
점심으로 준비한 주먹밥을 싸고...물을 끓여 보온병에 담고...배낭을
챙겨 깜깜한 새벽 강변도로를 달려 양수리 두물머리에 도착했다...
산도 좋아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강가를 찾아서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강가에서 잠시 이런 저런 생각에 날은 밝아오고...오늘 산행지로
정한 유명산으로 향했다...


밑에 산모통이님이 올리신 어비산에서 유명산을 거쳐 중미산을 오른
산행기를 읽고 그 코스대로 밟아보기로 하고...
어비계곡 입구에 차를 세웠다...


아침 8시 정각...가벼운 발걸음으로 도로를 따라 걸으니 가녀린 코스모스와
푸르디 푸른 가을하늘...그리고 상쾌한 공기가 나를 반긴다...
한참을 아스발트 길을 따라 걷기를 허름한 매표소가 나오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그냥 통과... 여기서 부터 오늘 산행은 꼬이지 시작했다...


산모통이님 산행기를 자세히 읽어야 했는데 대충 지도만 복사하고 온것이
화근이였다...매표소를 지나 우측으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매표소를 통과 계속이어지는 시멘트길...걸어가면서도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는데...
아무도 내려오는...올라가는 사람도 없고...한참을 걸어가니 환경감시초소(?)가
보이는데 개들만 요란하게 짖어대고...조금 더 지나 집이 몇 채 보이길래...
어비산 가는 길을 물어보니 조금 더 가서 올라가란다...


그럼 그렇지하면 걷기를 몇 분...철봉과 그네가 있는 폐교터가 나오고 오른쪽 다리를 건너 오르막
고갯길이 보여 그리로 한참을 올라가다 내려오는 차를 세워 어비산을 물으니
한참을 돌아왔단다...아뿔사...어쩐지 산에 오르는 길이 안 보이더라니...
할 수 없이 고개 정상에 난 오솔길을 따라 무조건 능선으로 올랐다...


군데군데 빛바랜 리본이 보이는거로 봐서 등산로인거는 같은데 최근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보이질 않는다...한 시간을 알바한 끝에 헬기장을 거쳐 어비산 정상...
휴~~한숨과 함께...순간 밀려오는 허탈함과 배고픔...점심과 간식...커피 한 잔까지
챙겨먹고...하산길...제대로 길이 나있지 않지만 밑으로 밑으로만 내려가기를 한참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여기서도 유명산 올라가는 길을 잘 못들어서...
한참을 올라가도 등산로는 보이지 않고...뭔가 잘못 되었다 싶었는데...이제는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상황...또다시 능선을 향해 오르기를 한참...
이름도 모른 능선에 오르니 저 멀리 행글라이더가 날아다니고...녹슬은 산불감시초소가
나를 반긴다...계곡 하나를 잘못 올라 저멀리 유명산이 보이고...그 앞에 소구니산...
나는 전혀 다른 산에 올라와 있다...지도를 봐도 이름이 없고...나침판으로 방향을 잡으니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서 한참을 비껴 있었다...억새가 나있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니
유명산 정상으로 오르는 차도가 보이고...차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그 길을 따라
터벅터벅 내려오면서 많이 생각이 오고갔다...

 

첫째: 산에 올때는 아무리 얕은 산이라 할지라도 준비를 철처히 해야하고...

둘째: 간단한 독도법은 꼭 배워야 하고 필요하다...(계곡에서 알바할때 그래도 나침판과 지도 덕분에 어느정도 방향을 잡았었다)
셋째: 홀로산행은 호젓한 맛이 있어서 좋으나 그래도 많은 위험이 있으니 가급적 삼가해야겠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하산길...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차도에 도착하니 3시가 넘은 시간...
산모퉁이님 산행기 대로라면 산행을 끝내고도 남을 시간인데...얼마나 허탈하고 내 자신이
한심하던지...
다시한번 유명산을 뒤돌아 보면서 내 다음에 꼭 다시 오마 하며 유명산과 안녕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