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향로산,백마산,재약봉(밀양 단장)


2.       이 : 향로산 976m, 백마산 777m, 재약봉 953.8m


3.     산행일 : 2004. 2. 25


4.       스 : 섬들민박집앞(10:00) – 헬기장1,2(11:17) – 안부사거리(11:29) – 계곡갈림길,임도끝지점(12:10) – 안부갈림길(12:35) – 백마산정상(12:50) – 안부갈림길(13:25) – 바위전망대(13:48) – 향로산정상(14:08) – 갈림길(15:06) – 재약봉(15:39) – 갈림길(16:14) – 사자교(16:38) – 계곡합수지점(17:23) – 표충사(17:50) – 섬들민박집앞(18:10) ----- 총소요시간 8시간 10분(휴식시간 포함)



 


5.       기 :


 


오늘은 일찍 서두른다.


산행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벼르던 산, 향로산이다.


날씨도 쾌청하고 기온도 산행하기에는 안성맞춤.


 


10시 00분. 섬들민박집을 조금 지나 공용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민박집  건너에 걸린 시그널을 따른다.


초입부터 완만한 경사가 있는 너덜지대.


시골아이들 학교가는 길처럼 깡총거리며 바윗돌을 건너뛴다.


신선한 공기가 이미 빰을 스치는 느낌부터 다르다.


산속이기 때문이리라.


아니 단지 느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산에 정을 주게 되고 산과 한 몸이 되고픈, 그리고 아직은 완전 초보 산꾼인데도 산은 알 수 없는 매력으로 성큼 성큼 다가오는 듯한다.


돈되는 일도 아니면서 땀을 삘삘 흘리고 낑낑거리며 오르면서도 마음이 평안해지고 즐거운 것은 이미 예날부터 산꾼의 기질이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마 역마살의 습성에도 영향이 있을지도


 


11시 17분. 급한 경사는 산꾼을 빨리 피곤하게 하지만 그만큼 고도를 단시간에 높이는 즐거움도 있기에 참을만 하지 않을까.


무명 봉우리에 도달하고 고대하던 헬기장이 연이어 시야에 들어온다.


 


11시 29분. 다시 급한 내리막을 달리듯 안부갈림길에 이르자 눈앞으로 향로산의 바위봉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금방 도달할 수 있는 거리지만 오늘은 조금 색다른 길을 가고 싶어 직진을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깜박이를 켠다.


백마산을 먼저 오르고 향로산을 통해 재약봉과 사자평을 돌아 표충사로 내려갈 참이기 때문이다.


 


12시 10분. 밋밋하고 재미없는 산사면과 내리막을 이리저리 돌고 또 돌아 계곡길에 다다른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 가장 아름다운가 보다.


여기에 이런 계곡이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그리 웅장하지는 않으나 아기자기한 계곡에 흐르는 물은 그야말로 명경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도저히 발길을 뗄 수 없어 자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손을 담가 본다.


봄의 기운 때문인가.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손이 시릴 정도였는데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계곡 옆에는 폐가 하나가 잔해만 남긴 채 쓰러져 있다.


오래 전 여기에도 사연이 있는 사람이 기거를 했던가 보다.


깊은 산중에 사연을 묻고 사는 사람은 어떤 운명을 가진 사람들일까.


 


12시 10분. 비가 온지 며칠 지나지 않은 탓일까.


흘러 내리는 물소리가 꽤나 우렁차다.


계곡을 끼고 내려 임도끝지점인 갈림길에 이른다.


삼박골에서 올랐더라면 금방 이를 수 있는 거리면서도 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부터는 계곡길을 버려야 한다.


 


12시 35분. 꽤나 가파른 오르막을 따라 능선안부에 다다른다.


오르는 길이 고로쇠 수액채취로 온통 비닐봉지 천지다.


주인없는 틈을 타 몇 모금 도둑질 하고야 만다. 처음 먹어 보는 맛이 그냥 달콤한 물맛일 뿐이다.


이왕 훔쳐먹는 것 좀더 마시고 싶은 맘은 굴뚝같으나 괜히 주인이 나무 뒤에서 숨어 보는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고 만다.


이놈의 양심이 뭔지. 천상 도둑질 해 먹기는 평생 글렀나 보다.


 


12시 50분. 백마산 정상.


밋밋하고 조망까지 답답한 정상에는 표지석조차 없다.


리본만 잔뜩 붙어 있을 뿐 아차 하면 지나치기 십상일 듯.


밀양댐 방향에서 보면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정상부근은 꽤나 흥미로왔는데 실망이 크다.


좌우로 왔다 갔다. 조망이 열리는 곳에 이르러 절벽위에 선다.


댐의 푸른물은 인간의 사욕을 책하듯 너른 품을 열고 있고, 정상 바로 아래 550m 산마을인 바드리마을이 고즈녁하게 자리하고 있다.


절벽위에 선 위태함은 세찬 바람까지 한 몫을 한다.


 


13시 25분. 다시 능선안부로 되돌아 내려서 직진길을 다잡는다.


 


13시 48분. 오름길 중간의 바위전망대는 바삐 가는 산꾼까지 쉬어 가기를 유혹하는 데 차마 떨칠 수 없다.


가슴이 트이다 못해 텅 비는 느낌.


이게 진정으로 마음을 비우는 거 아닌감.


 


14시 08분. 향로산 정상.


바윗길을 타고 넘어 큼직한 표지석 앞에 비지땀을 흘리며 선다.


세상의 온갖 잡념과 사념이 사라지고 자연과 하나된 듯한 느낌이 다가온다.


희열이 온 몸을 채우고


살아가는 동안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러한 희열은 좀체 얻기 힘든 순간임을 알기에 소중스럽다.


영남알프스를 또 다른 각도에서 다가온다.


사자봉, 수미봉, 드넓은 사자평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층층폭포를 향해 오르는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간월과 신불산, 신불평원을 따라 영축산과 시살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지평선처럼 하늘중간에 길게 걸려 있다.(20분 휴식)


 


14시 38분 갈림길, 14시 58분 갈림길, 15시 06분 갈림길, 15시 19분 갈림길.


연이어 나타나는 갈림길에서는 오로지 사자평 방향을 향해서만 키가 고정되어 있다.


시간은 갈길 바쁜 사람에게는 더욱 빠르게 지나가는 법인가 보다.


사자평까지 도달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부족하다.


어째 산에만 오면 시간이 이리도 빨리 흐르는지 항상 원망아닌 원망을 하게 된다.


 


15시 39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재약봉(953.8m)에 선다.


영남알프스 산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와 있다.


수미봉과 사자평은 이미 손에 잡힐 듯하다.


층층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우렁찬 소리로 다가오는 듯한다.


 


16시 14분. 오르 내리는 길을 몇 차례.


좌회전 길이 희미하게 보이는 갈림길에 서자 리본으로 사자평을 가리킨다.


늦은 겨울의 갈대는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갈대가 쓰러진 길은 겨우 한 사람이 가기에도 부족하여 쉼없이 얼굴을 할퀴고 눈을 쑤신다.


부지런히 팔을 놀려 길을 헤치자 이젠 싸리나무가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이 길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는 길인가 보다.


귀싸대기를 몇 대 맞고서야 겨우 눈앞이 열리는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미끄러운 길이 가만두지를 않는다.


보기 좋게 엉덩방아를 찧고 난 뒤에야 계곡에 이를 수 있다.


 


16시 38분. 사자교는 여전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어번 왔던 길이라 안면치레를 하고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서 바라보는 폭포방향의 그림은 또 다른 느낌이다.


산속에 파묻혀 걸을 때는 보기 힘든 그림이 한 발짝 물러서 볼 때는 한 눈에 더 많은 그림들이 들어 오기 마련.


임도를 따라 내려서는 중간에 거대한 암벽으로 하늘을 가린 곳이 있다.


위를 올려다 보기에도 힘든 꼭대기에서 얼음이 녹아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17시 23분. 계곡 합수지점에 이른다. 좌우에서 흘러내리는 수량이 한여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귀가 울릴 정도라면 과장된 것일까.


비온 탓도 있을 테지.


하기사 오늘의 산행로는 고대하던 비가 온 탓으로 먼지 날리지 않아 좋았지.


 


17시 50분. 천년고찰 표충사는 여전히 자태가 곱다.


재약산에 올 때마다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저 사찰을 항상 아름다운 여자와 다름없이 보았더랬지.


 


18시 10분. 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공영주차장에 이르러 오늘의 여정을 마친다.


이 시간 뭔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여전하다.




▣ 김명근 - 푸르뫼님! 멋진 산행을 하셨네요. 그리고 산행기 쓰는 글솜씨도 대단 하시구요.
▣ 김명근 - 어제(3/21일) 그곳을 다녀왔읍니다.산행 시작한지 30여분만에 나타나는 칼날능선을 직등하는라 혼쭐이 났읍니다.아직도 눈에 선하네요.시간 관계상 백마산은 못가고 또한 재약봉도 오르지 못한채 안부사거리에서 좌측 칡밭골로 내려 왔읍니다.가끔 산행기도 올려주시고 즐거운 산행 많이많이 하십시요.
▣ 푸르뫼 - 어여삐 봐 주시니 몸둘 바 모르겠습니다. 님의 말씀대로 멋진 산행이었더랬습니다. 저는 향로산을 직등하지 않은 터라 님의 코스를 밟지 않았지만 제가 밟고 간 코스도 꽤 괜찮았습니다. 백마산은 안 가신게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즐산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