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백 산


2008년 1월 10일 나무의 날
날씨 : 흐림 시계는 불량하다가 나아짐

 


  

흔적 : 화방재-산신각-장군봉-천제단-부쇠봉-문수봉-소문수봉-제당골-주차장 (3시간10분)




2006년 1월 사진 가져옴
화방재




배추밭뙈기를 돌아 오르면 사길령매표소가 돈 내고 가소 손 벌리고 섰다

A조 11명

영월 장산을 지나 화방재가 가까이오니 멀미하는 사람 여럿 생겼다
나만 그럴까 생각하며 눈을 감고 마인드컨트롤 중인데 앞 좌석에 있던 누군가가 소리친다
" 기사님!! 멀미가 심해 고통스러운 사람 많으니 환기 시켜주세욧!!"

흐미@@@ 내 속은 레미콘 매단 트럭 부지런떨 듯이 뒤섞이는 가운데 마이 괴로워@@@

드디어 화방재
"멀미 탈출"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내리려는데 뒤에서 툭치며 여기는 화방재니 내리면 안된다나 ^*^
낯 선 뇨자가 나타나 A조에 섞이려니 불안하신감??
대답을 않고 섰는데 뒤에 있던 누군가가 대신 답을 해준다
대장님!! 그 사람 선수예욧!!

ㅋㅋ 졸지에 선수가 되었으니 OK 사인이 떳다
멀미 때문에 산행 준비 제대로 못해 내려서서야 꼼지락 거리니 어김없이 나를 버리고 선두는 도망이다
음 두고보자이~~

사길령매표소 도착할 때까지도 꼴지다


산령각을 지나고 능선이나 다름없는 편안한 길 내리쏘다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눈이 깊지는 않지만 내림길엔 미끄러워 일찌감치 눈길도우미 장착하니 지금부터는 술래잡기다
내가 술래이니 부지런히 잡아야지
ㅎㅎ 하나 잡고, 둘 잡고,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그런데 셋은 흔적이 묘연하네




앞선 이들 잡는 일 그만두고 바위전망대에 올라선다
너무 일찌감치 올라섰나보다 삼층석탑이  앞에 있다
계산착오였지만 아무려면 어때
찍고 내려서니 유일사매표소에서 출발한 김대장 만난다
"아니 벌써 여기까지 왔어요?"




 오른쪽에서 날을 세운 바람이 간간 귓바퀴 때린다




얇은 바람막이 점퍼 하나로 버티는데 다른 님들 복장을 보아하니 심각하다
내 몸뚱아리 저렇게 싸매었다면 찜질방이 따로 없겠다




주목군락지에서 대열이 흩어지며 낯선 이들 속에 스며든다
멀리 조망도 글렀고
눈 앞에 앙상한 겨울만 엉큼한 얼굴로 바람을 긁어와선 콧물을 나오라 부추긴다
에이 재수 없는 넘은 뒤로 자빠져도 콧물이 나오더라 ㅋㅋㅋ




주목군락지에  후다닥 올라서니 제법 따뜻한 햇살이 마중 나왔다




바람부는대로 춤추던 나뭇가지의 손끝 위로 함백산이 흐릿하게 들어선다
만항재 그 길은 목에 그어 논 상처의 흔적같다




허공을 향한 자유 그리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누려야하는 몸부림




철조망 안에 갇힌 주목의 노래엔 강원도 아리랑의 가락이 스며든 듯하다
애절하면서도  빠르게 넘어가는 그 가락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리리요~




주목의 구성진 가락 너머엔 문수봉이 들어섰다







장군봉




장군봉에서 문수봉을 바라보다




거대한 묘비명을 닮은 정상석을 두고 소란한 쟁탈전




영월쪽으로




부쇠봉 가는 길에서 뒤돌아보는 장군봉




그림자놀이 주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나며 문수봉으로 내지른다




장군봉에서 나를 모르는 이들 속에 캄캄하게 섰다가
백두 대간으로 이어지는 길을 마주하다가
문수봉의 속삭임에 꼬여 먹는 일도 마다하고
앞서가는 이들 뒤로 내쫓고
생애 가장 가벼운 몸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사라진다
슬쩍 장난끼 발동하는 경사진 길을 미끄러지다시피 내려서고
다시 슬쩍 고개 쳐드는 길에서 주춤거리고 문수봉 마지막 오름이 늘 힘에 부치지만
장군봉을 떠난 걸음 30분 남짓에 문수봉에 올랐다




둔탁하지만
갈맷빛 여운을 남기며 슬쩍슬쩍 파도치는 너울들




북쪽으로 함백산 나타나고
가시거리 불량으로 대간은 숨어들었다




너덜겅을 조심스레 옮겨다니며 장군봉에서 놓지 못한 끈을 문수봉에서 풀어놓는다




주목 끝에 까마귀 한 마리도 시간을 풀어놓고
내 시선 당기는 그의 몸놀림에 나마저 한가하고
세상 평화 이 순간에 머물렀던가




장군봉 아래 만경사 졸고 있는 풍경에 내게도 졸음 숨어든다
스르르 이어지는 부쇠봉도 너무 펑퍼짐해 졸립더라
태백이 너무 순해서 좋다마는 싱거움은 감출 수가 없구나







봉화쪽 산군들
조록바위봉, 달바위봉, 청옥산, 연화봉 지척인데




눈발이 없어 황량한들 어떠리
철쭉가지 끝에 상고대 피지 않은들 어떠리
박무에 조록바위봉, 달바위봉 흐릿한들 어떠리
그 어느 것에도 욕심을 담아낼 만한 생각이 없음이
자족 끝에 찾아드는 평화아닌가
아까운 듯 부족하게 찾아든 햇살 한사발에
하늘 깊은 곳의 짙은 푸른 물감 한방울 떨어뜨려 시간을 담아 우려낸 평온의 차 한잔에
내 안에 쌓인 불평이 가라앉았다

고이 받쳐든 잔 속에 기쁨이 찰랑거리고
여섯 해 째의 걸음이 너무도 감사해
아직도 어린 걸음이지만
늘 안전하고, 건강하게, 즐겁게,
그리고 때로는 힘든 것에도 감사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 씀씀이 크게 가질 수 있도록
태백 산정에서 기도한다
그리고
아픈 사람들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덧붙이면서

시간의 고요 속에 나를 던져 넣었다가
다시 모든 것을 걷워들여 소문수봉을 향해 문수봉의 문을 닫고 나간다

앞선 산님들 길 비켜주심에 감사하면서 성큼 내려서면 이정목 하나
당골과 소문수봉 그리고 금천으로 내려서는 방향을 제각각 나누어준다

이정목에서 100M 전방에 소문수봉이 작은 품을 열고 있다
나는 소문수봉도 사랑한다
작은 문 열고 들어서면 큰 기쁨이 나타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울치던 그 파도들이 조금 더 가까워졌나보다
기상이 훌륭한 주목들 뒤로 늘어선 너울들을 돌아보고




저 그리움 다시 본다
짐승 귀 같은 달바위봉
우쭐대는 조록바위봉




소문수봉엔 거의 산객들이 찾지 않는다
문수봉에서 와글대다가 대게 당골광장으로 바로 하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호젓하고 아늑한 곳에 서면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은밀한 곳에 들어 앉은 기분이다
저 김용택 시인의 싯귀절 처럼 공연히 웃음이 나몰래 흐드러지는 기분이 되는 것이다

쓰잘데기없는 내 생각

- 김 용 택-

구름 한점 없는 가을날

지리산 피아골 가는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피아골 골짜기에서 흘러오는 도랑물 건너 왼쪽에 아주 작은 대숲 마을이 하나 산 중턱에 있습니다
혹 그 마을을 눈여겨보신 적이 있는지요 그 마을을 보고 있노라면 오만가지 생각 중에, 정말 오만가지 생각들 중에 아, 저기 저 마을에다가
이 세상에서 나만 아는 한 여자를 감추어두고 살앗으면 '거을매나 좋을꼬' 하는 생각이 바람 없는 날 저녁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혹 댁도 그런 생각을 해보셨는지요 어디까지나 이것은 '혹'이지만 말입니다
나도 이따금 저 마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런 쓸쓸하고도 달콤한, 그러나 쓰잘데기없는 생각을 나 혼자 할 때가 있답니다
아내가 이글을 보면 틀림없이 느긋한 얼굴로 "그래요 그러면 잘해보세요" 하겠지만 말입니다

하략




너덜겅에 서서 내려다보면 정말 지척이구나







내가 소문수봉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이유는 감춰 논 듯한 비밀병기들 때문이다




이 얼마나 보물같은 그림들인가







너덜겅에 심어 논 이정목도 그림이 된다




소문수봉임을 알리는 정상목도 앙증맞고




요리보고, 조리보고




함백산 오른쪽 뒤에 선 매봉산의 풍력발전기가 희미하게 들어온다

아무도 없는 소문수봉에서 소꿉장난이라도 하듯 그림들과 놀고, 또 놀다가
아쉬움 훌쩍 던져두고 제당골로 내려선다




작년 이맘 때쯤 걸음을 너무 탐하다가 소도동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 걷느라 혼쭐이 났으니
이쯤에서 당골로 내려서야지




혼자 걷는 걸음
속도를 맞출 사람도 없으니 휘적휘적
금새 당골에 내려선다
40분 쯤 내려왔다보다




눈 축제를 대비해 눈을 쌓아놓긴 했지만 어째 좀 썰렁하다
눈 가뭄 때문이겠지...




3시간 10분만에 버스를 찾아 들어섰더니 아~무~도 없다
약속 시간보다 2시간이나 먼저 왔으니

2시간을 버스 안에서 기다리니 춥다

그대라도 있으면 엿장수 흐드러진 노랫가락이나 감상하러 갈터인데
그대도 없고
나홀로 이 생각 저 생각 생각의 삼매경에 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