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산을 안고 산은 구름을 (유명산)
언제 : 2004년 7월 8일
누구랑 :나와 직장 동료(15명)
어디로 : 매표소--능선--정상--입구지 계곡

88올림픽도로를 따라 미사리로 향하면
못다 부른 노래의 한이라도 맺힌 듯 즐비하게 늘어선 라이브 카폐가 길다란 치마폭에 유명가수의 이름을 새겨놓고 사람들을 오라 손짓한다.
사실 오늘같이 비가 내리고 흐느적거리는 날씨에는 산을 오르는 것 보다 카폐의 구석의자에 몸을 의지한채 음악에도 취하는게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산을 가겠다고 길을 나섰다.

팔당대교를 지나 양수리룰 지나고 양평읍내에서 유명산 팻말을 따라 산길로 접어들었다.
울창한 산들이 장마비에 젖어 곳곳에 선경을 만들어 놓고는 제각각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사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산은 무서워진다.
더욱이 골이 깊고 산이 높으면 더더욱 무서워진다.
산 입구에 도착하니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모두들 서로의 얼굴들만 쳐다보며 걱정을 한다.
주위에 배낭을 맨 사람들이 몇 몇 보였지만 이미 하산 한 사람들이고 오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매표소에 들러 표를 사니 계곡에 물이 불어 하산시에 능선을 이용하라는 말을 하길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버리고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거대한 낙엽속과 전나무의 어울림
그 위로 내리는 비
산을 스다듬고 내려오는 물소리
계곡을 덥고있는 물안개.
仙景이 따로 없는 듯 했다.

우중산행을 처음 경험하는 초보 산행꾼이라 그런지 연거뿌 탄성을 자아냈다.
조금 오르니 우산을 쓴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소곳이 앉아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이다. 저렇게 곱게 늙어 갈 수만 있다면......
그래 맞아, 사랑에 무슨 나이가 필요하겠어..
임도를 따라 오르다 죄측의 오솔길로 접어드니 산행의 들머리다.
산은 비구름에 휩싸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꼭 어머니의 젖무덤을 스다듬고 오르는 기분이다.
전형적인 육산. 정상까지 2.4km 한시간 남짓한 거리다.
능산이 가파르지 않아 오르기에 편했지만 초보가 많아 산행의 속도가 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둘씩 대열에서 이탈을 한다.
할 수 없이 배낭을 받아들고 길을 재촉한다. 20여분 오르다 휴식.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며 나누는 우중산행의 잡담들.
모두 새로운 경험에 대한 추억 만들기에 바빴다.

산은 말이 없었고
비는 좀처럼 그칠 줄을 몰랐다. 물에 빠진 생쥐마냥 앙증스런 모습으로 전진에 또 전진.
하늘이 열렸다.
아니 마지막 거대한 젖무덤의 꼭지 같이 생긴 정상에 올랐다.
노송 한그루가 비를 맞으며 서 있고 돌무덤 앞에 정상석이 우리를 맞이했다.

862m 유명상 정상
그 옛날(동국여지승람) 말이 뛰어 놀았다고 마유산이라고도 부른다.
정상 조망에 그렇게 좋다는데 오늘은 온통 운무로 커텐을 드리운체 다른곳으로 시선이 빼앗기는 것은 막고 있었다.
운무속에 노는 신선이 된 일행들의 이국적 풍경에 가쁜 숨조차도 머금었다.
건너 소구니산이 마주하고 있다는데 손으로 더듬어 볼뿐 보이지 않는다.

하산(그 두려움의 맘을 안고)
매표소 안내원의 말을 듣지 않고 계곡길로 내려섰다.
계곡의 무서움을 모르는 초보들인지라 걱정이 되었지만 결정된 사항이라 선두에서 길을 이끌었다.
얼마쯤 내려왔을까, 계곡의 물소리를 들었다.
시원하다기 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 혹시 계곡이라도 건너야 한다면.... 걱정이 되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길을 안내하러 메어놓은 밧줄을 하나 풀었다. 혹시 있을 만일의 사태를 위해서였다.
내려올수록 물소리는 거칠어지고 계곡은 넓어졌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 왔다.

첫 번째 계곡 건너기...
짧고 물이 얕은 곳을 선택하여 밧줄을 메고 건너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자 였다. 물살에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도 첫 번째는 무사히 건넜다.
너덜길에 피고가 겹쳐갈 쯤 두 번째 계곡을 건넜다.
이때까지는 물과 계곡은 아름다웠다.
문제는 세 번째 건널 때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물이 깊고 물살이 거세고, 바위는 미끄러웠다.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자연의 섭리 앞에 나약한 인간의 모습.
고양이 앞의 쥐가 된 꼴이었다.
계곡의 아름다움은 두려움으로 바뀌었고 한바탕 소란은 피로의 누적으로 몰려왔다.

계곡은 어둠이 내렸고 끝이 보이지 않은 길은 투덜투덜 걸었다.
곳곳에 펼쳐놓은 소(沼)는 거대한 공룡의 입 같았다.
하얀 포말과 떨어지는 물소리는 더 이상의 선경이 아니었다.
물안개 자욱한 계곡을 빠져나오고서야 모두 환성을 지르며 와! 멋지다.....
인간의 간사한 마음을 또 한번 보여주는 것 같아 자연앞에 부끄러웠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젖은 신발만큼이나 무거웠다.

*서울에 도착하니 10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몇시간 전의 두려움을 잊어버리고 멋진 산행이었다고 말을 바꾸는 간사함에 다음에 또 찾으면 산은 우리를 어떻게 맞이 해줄까?
다음날 사무실은 온통 계곡에서의 이야기로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 산모퉁이 - 유명산 입구지계곡 유명한 곳을 우중 초보산행이신데도 무사히 잘 건너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그 날 명성산 계곡을 건너는데 물이 불고 미끄러워서 좀 위험하더군요... 늘 안산, 즐산 이어가시길...
▣ 산모퉁이 - 유명산 입구지계곡 유명한 곳을 우중 초보산행이신데도 무사히 잘 건너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그 날 명성산 계곡을 건너는데 물이 불고 미끄러워서 좀 위험하더군요... 늘 안산, 즐산 이어가시길...
▣ jkys - 저번에 가보니 유명산 정상까지 큰길이 나서 트럭뿐만 아니라 4륜 구동차도 정상까지 갈수있다는것에 분개합니다.한마디로 산을 버려났더군요.고랭지 채소를 실어나르기 위해서 길을 닦았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