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02. 백아산(白鵝山 810m) - 전남 화순군

산 행 일 : 2004년 1월 6일 화요일
산행횟수 : 3회차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4시간 12분 (식사 휴식 1시간 24분포함)

백아산 관광목장 <0:29> 지능선 삼거리 <0:31> 철쭉단지 능선 <0:25> 백아산 <0:26> 백아산 약
수터 <0:10> 마당바위 <0:32> 썰매장 위 암봉 <0:15> 백아산 관광목장

호남고속도로 주암IC를 빠져나와 22번 국도로 진입 동복에서 다시 15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
독재터널을 통과하여 '백아산자연휴양림' 표지가 있는 수리마을 진입로를 버리고 계속 직진했다.
휴양림을 기점으로 한 원점회귀 산행을 두 차례나 했으므로 오늘은 백아산 관광목장 쪽 코스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북면 소재지를 지나 관광목장과 눈썰매장 아치형 표지 시설물이 있는 오른쪽 비탈길을 돌아 오르
니 RV차량 대 여섯 대가 세워져 있는 넓은 주차장이 나왔다.
차에서 내려 등산화로 바꿔 신고 끈을 묶을 때 주차안내원이 다가오면서 "등산을 하시려거든 조
금만 내려가면 다른 주차장이 있으니 그곳을 이용해 주라"며 일러준다.

10 : 55 썰매장 입구 커브를 돌자 300여m 거리도 안되는 지점에 역시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 축대 밑에는 대형차 주차장과 저수지가 두 개나 있고 등산로 표지를 따라 가면서 보니 목
장에서 직접 사육한 한우 고급 요리로 특허를 받아 운영한다는 식당, 휴게실이 있는 모텔, 수영장
등이 있고 특히 화장실이 있는 잔디광장에 깔린 거북등어리 문양의 커다란 돌들이 진짜인가 직접
만져보기도 했는데 사계절 눈썰매장도 같이 운영하고 화순온천도 가깝게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11 : 08 잔디광장 오른쪽 절벽 밑에 보이는 약수터는 하산후 들려보기로 하고 숲속으로 들어섰다.
여러 가닥으로 난 길들은 곧 한 지점으로 모여들고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암벽 밑을 따
르다 나오는 동굴을 들여다보고 평범한 길보다 암벽을 타고 싶어 오르면 하늘이 열린 쌍굴도 있
으니 눈이 즐겁다.
"여기에도 예비군이 있네"
소나무와 편백이 어우러진 가운데 지나는 사람들의 손길에 더욱더 반질반질한 노각나무 얼룩덜룩
한 무늬를 발견한 아내의 말인데 노각나무를 늘상 예비군이라 한다.
왼쪽으로 서서히 V자 형의 마방바위 능선 협곡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넋을 잃고 가다가는 돌
출한 바위에 머리를 들이 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지점도 있다.

11 : 26 '어려울 때 부르세요. 제1지점 능선삼거리...' 나주소방서에서 세워놓은 팻말이 있는 능선
으로 오르자 썰매장으로 부터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울창한 송림 능선 길은 거의 평지나 다름없으니 발걸음이 빨랐다.

11 : 37 '↓ 관광목장 0.7km * ↘ 아산목장 1.0km'
'산은 백아산이요 물은 화순온천이라' 금호화순온천 휘장이 무엄하게도(?) 성철스님의 말씀을 모방
했으며, 이후 솔밭대신 잡목이 모습을 나타내고 통나무 계단이 놓인 길이 열렸다.

밧줄이 늘여진 가파른 길목에서 60대 초반 가량의 부부와 마주쳤다.
"마당바위 능선을 이용해서 목장으로 내려설 수 없습니까?"
"예. 길이 없지요. 한 10년 전 딱 한 번 시도했다가 죽을 뻔 했답니다"
아저씨는 몸이 불편해 보였고 아주머니가 조그마한 배낭을 매었으며 조금 내려가다가 "그 쪽으로
갈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오" 노파심에선지 큰소리로 한 번 더 일러주었다.

12 : 08 '← 마당바위 0.1km * → 백아산 정상 0.8km'
마당바위 동쪽 벼랑 밑 이정표상의 철쭉단지 능선에 다다랐다.
왼쪽 광활한 억새 밭에 있는 약수터 주변의 새로 단장된 모습을 바라보고 재를 뿌려놓은 듯한 돌
깔린 능선을 타고 오른다.
"6·25때 퇴로를 차단 당한 빨치산들이 전남도당사령부를 차리고 1년 이상 버티자 군경합동작전
에 오키나와 미공군 전폭기의 공중폭격 지원을 받고서야 탈환할 수 있었던 천혜요새였대"
"그래서 흙이 이런가? 땅속에 폭탄 맞은 구덩이가 있는지 텅텅 소리가 나는 기분도 들고..."
아내는 발을 굴려보았지만 실은 '하얀 거위'라는 뜻의 이름대로 멀리서 바라보면 온통 하얀 바위
가 옹골차게 사면을 꽉 채우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는 특이한 석회암지대를 이루고 있다한다.

바위굴을 기어서 통과하고 밧줄을 타고 내려선 후 작은 봉우리를 치고 올라 키 작은 산죽이 군락
을 이루고 있는 곳 멋진 소나무 옆으로 다가서면 휴양림 위쪽의 전망대 백아정이 보인다.

12 : 33 그리고 암벽을 타고 오르면 크고 작은 바위로 이뤄진 백아산 정상이다.
맑은 날씨인데도 안개로 인하여 조망은 별로다.
팔각정 능선 쪽으로 모후산이 우뚝 섰고 고개를 돌리면 무등산, 산성산, 동악산, 통명산이 뿌옇게
보이고 북동쪽 지리 서부능선은 윤곽이 희미하다.
좋은 자리를 찾아 바위 아래로 내려가니 먼저 오른 남녀 한 쌍이 식사 중이었고 하산 무렵 홀로
산행하는 젊은이를 보았을 뿐이다.

13 : 22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위굴로 기어들지 않고 지붕돌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 북쪽으로 뻗은 암릉을 따랐으나 약수터 쪽
으로 내려서지 못하고 되돌아 나오고 말았다.

13 : 48 깨끗하게 정비된 약수터에는 벤치 두 개가 놓였고 용인지 거북인지 얼른 구별이 안되는
석조물 밑 조롱바가지에 물이 넘치고 있었는데 아주 약한 물줄기가 잠시 숨을 멈추고 한 두 방울
씩 떨어지기도 하니 약수터에 도착한 사람이 우선 목을 축이라는 뜻이 담긴 것이다.
아내부터 맛보이고 2003년 4월 북면 청년회에서 만든 '백아산 약수터' 표지를 살펴보며 기다렸다
가 나도 물맛을 보니 시원하고 순하다.

14 : 03 마당바위로 오를 수 있는 유일한 70여 개의 철계단을 이용하여 산불감시초소와 헬기장,
또 다른 정상표지석이 있는 무덤 잔디밭을 가로질러 바위 위에 배낭을 벗었다.
아내가 과일을 깎는 사이 "절대로 가지 말라"는 쪽으로 조금 가니 소나무에 노란 리본 하나가 보
여 겁없이 50여m 쯤 가서 남원 문덕봉 등산때 보았던 광주 신공식님의 '산길 따라가기' 리본임을
확인하고 되돌아서려고 하는데 하늘이 뱅뱅 도는 것 같고 오금이 저려 꼼짝할 수 없었다.
좌우는 천길 벼랑인 칼등이고 아내를 부르면 오히려 걱정만 끼치게 될 것이다.
용기를 내자. 네발로 기어 아내 곁으로 돌아오니 사지에 힘이 빠져버렸다.
"왜 안 드세요. 얼른 먹고 가야지"
"...아 이 사람아 어서 가자 바삐 가자 재촉 말게. 서방님이 큰일날 뻔했고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
려 일어서기도 어려울 지경이라네..."
입안에서 맴돌던 말을 목구멍으로 삼켜 버렸다.

14 : 28 무려 반시간 동안 머물며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고 마당바위를 출발했다.
15 : 00 썰매장 뒤쪽 바위 위에서 눈인지 얼음인지 미끄러져 내리는 사람들을 보니 불현듯 비료
포대 생각과 함께 웃을 수 있었고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15 : 20 '1995. 5. 19 발견'했다는 '천연암반약수'에 도착 빈 물병을 채웠다.


▣ 김정길 - 광주 신공식님의 '산길 따라가기' 는 그 암벽을 내려갔다는 말인지요, 저는 들머리를 관광농원에서 시작하여 휴양림으로 넘어갔었는데, 관광목장에서도 등산로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