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道峰山) 739.5m
위치 : 서울시 도봉구, 경기 양주군, 의정부시

산행일자 : 2004년1월06일/나홀로
풍기출발(03:10) - 청량리(06:36)
지하철이용 청량리 ~ 의정부(아침식사) – 택시로 안골 매표소 도착(07:55)
매표소07:56 – 사패산08:52/09:00 – 회룡사갈림길09:20 – 망월사갈림길09:47 – 원도봉갈림길10:20/10:24 – 자운봉10:40/10:52 – 오봉갈림길11:21 – 오봉11:44/12:11 – 여성봉12:30/12:35 – 오봉매표소13:03
버스(34번)로 의정부북부역 이동 – 지하철이용 의정부북부역 ~ 청량리역도착(14:35)
청량리출발(15:00) – 풍기(18:46)

◈ 안골-사패산-도봉산-오봉-여성봉-송추
개인적으로 직장에서 시간이 나서 그냥 무의미하게 보내기도 그렇고 하여 집사람에게 도봉산 등산을 같이 가자고 하니 딸아이가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아서 안되겠다며 혼자 다녀 오라고 한다.
하여 북한산 등반때 처럼 또 쓸쓸히 야간열차를 이용하여 홀로 길을 나서게 되었다.

텅빈 야간열차에 3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덧 청량리역에 도착하고, 무엇에 쫓기는 사람마냥 서둘러 의정부행 지하철에 올랐다.
의정부역에 내려 아침식사 할 곳을 찾았으나 김밥 집들 뿐이라 전철역 구내에 있는 매점에서 만두국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후 택시로 안골 매표소로 향하였다.

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이 7시55분, 매표소 직원분도 막 도착하여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표를 끊으려고 매표소 앞으로 다가서는 나를 보더니 그냥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이상하기도 해서 표를 끊겠다고 하니까 시계를 보면서 8시 전이니 그냥 들어가도 된단다.
너무도 의외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하고 빠르게 매표소를 통과 하였다.

매표소를 통과하니 이제부터는 황량한 등산로에 나 홀로 가는 쌀쌀한 아침길이다.
시냇물은 차가운 얼음 밑으로 존재를 알리는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고 등산로에 가득 쌓인 하얀 눈은 나의 앞길을 환하게 인도해 주고 있다.
그래도 그중 제일 반기는 건 아름다운 목소리의 산새들이다.
한 녀석이 반갑다고 인사를 하니 다른 녀석들도 질세라 합창을 한다.

오솔길 처럼 난 등산로는 정겨움을 더하고 몸과 마음은 자연 최고조에 달한다.
누군가 먼저 밟은 눈 속 발자국을 부지런히 따라 오르니 사패산 1.3km 이정표가 보이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보기 싫지않게 놓여진 나무계단을 힘차게 하나하나 밟으니 어느덧 사패산 0.9km 남긴 능선길에 오르고 여태 떴는지 조차 모를 아침해도 안개에 가린 체 흐릿한 모습이나마 보게 되니 반가움이 앞선다.

해를 보며 눈을 만지며 등로에 가득한 낙엽을 밟으며 가뿐숨을 한숨한숨 삭이다 보니 거대한 암봉 사패산 정상이다.
포대능선 너머로 보이는 장엄하고도 기기묘묘한 도봉산, 오봉능선은 산 꾼들이 이산을 자주 찾는 이유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하여주고, 길게 늘어선 북쪽 사면 위의 가득한 눈이 인상적이다.
아쉬움이라면 날씨가 맑지 못해서 아름다운 능선 풍경을 사진에 담을수 없음과 홀로이기에 증명사진 하나 찍지 못함이랄까?
하지만 홀로도 외롭지 않다…
이 멋진 풍경들을 나 혼자 만끽하고 있고 또한 온 자연들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아 오히려 외롭지 않다.

사패산을 떠나 산책로 같이 시작되는 사패능선을 따라 편한 발걸음을 옮기니 도봉산 쪽에서 넘어오는 부지런한 산꾼들이 인사말을 남기며 스쳐지나 간다.
사패산을 떠난지 금새 송추, 회룡사 갈림길에 도착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산행준비를 하면서 익숙해진 지명들이라 낯설지가 않다.
여기서부터 자운봉에 이르는 포대능선 길은 그리 가파르진 않지만 꾸준한 오르막과 암봉 능선 길로 조금 힘을 들여야 하는 곳이다.
힘이 들 땐 일행들이 있으면 좋은 건 당연한 이치…
회룡사에서 올라온듯한 한 무리의 등산객들과 보조를 맞추며 어울려 올라간다. 마치 일행인양…

등산로 주변 곳곳에 서있는 큰바위들은 제각기 자기만의 멋을 뽐내고 있어 구경하는 눈길이 무척이나 분주하다……
망월사 갈림길도 지나고…
자욱한 안개로 바로 밑 서울시내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소음만 쉴새 없이 들려오고 다리 힘도 어느 정도 빠질 즈음 자운봉 바로 앞 봉우리에 올라선다
.
암봉이 독야 청청 우뚝 서 있고 조금 뒤엔 신선대가 하늘을 꿰뚫듯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원도봉쪽으로 뻗어 내린 줄기 마디마디엔 기암괴석이 한껏 뽐을 내고 있고 어느 한곳 눈을 떼지 못할 절경에 힘들여 올라온 보상을 몇 갑절 받는 느낌이랄까?
까마득한 봉우리 봉우리 마다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너무 좋게만 보인다
.
아쉬움은 자운봉에 남겨두고 새로운 설레임만 간직한 체 오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리막길 암석 위 빙판길이니 조심 조심…
자세가 흡사 오라무탕 걷는 폼마냥 엉거주춤 엉성하기 그지없다.
그러면 어떠리… 안 넘어 지는 게 최고지… ㅎㅎㅎ
도봉주능선에서 오봉 갈림길로 접어드니 금새 오봉에 닿는다.

북한산에서 인상깊게 봤던 오봉에 오르니 나머지 네봉우리가 제각기 돌을 하나씩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으로 이채롭다.
이렇게 멋진 구경을 어디서 할 수 있을까?
풍경이 좋으니 식욕도 돋고 해서 여러 산행객들 틈에 섞여서 빵으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식사하면서 친해진 관광버스 운전을 하셨다는 분과 이런저런 예기를 하며 여성봉까지 동행을 했다.

인터넷에서 여러 번 봤던 여성봉…
쳐다볼수록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윗부분에 있는 작은 소나무 한그루는 또 다른 상상의 날개를 펴기에 충분하다.
여성봉 위에 앉아 오봉쪽 풍경에 잠시 취해 앉아 있노라니 옆에서 쉬던 한 분이 커피를 권하면서 어디서 오셨냐고 묻기에 “풍기서 왔습니다” 하니 유난히 깜짝 놀라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자기도 고향이 풍기라면서 풍기초등학교를 3학년 까지 다니다 서울로 왔다고 한다.
옆 사람들 모두 여기서 동창회 하라며 놀리는 듯 하면서도 신기하다는 듯 한마디씩 들 한다.
반가움의 악수를 하고 이것 저것 따져보고 싶으나 기차시간이 촉박하기에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송추골 오봉매표소로 내려서서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 했다.
기대이상의 깊은 인상을 남긴 좋은 산행이었다.

도봉산풍경 1


도봉산 풍경 2


도봉산 풍경 3


자운봉


자운봉 앞 봉우리


자운봉앞에서 잠깐!


오봉의 모습



여성봉


여성봉에서 본 오봉능선


▣ 최병국 - 우와!! 풍기에서 도봉산을 혼자서...밤차타고... 대단한 열정입니다. 경하를...아무리 생각해도 우와!!! 그런데 여성봉 소나무는 소나무일뿐입니다.ㅋㅋㅋ 길문주님 새해 건강하시고 즐산하세요
▣ 최병국 - 그런데 길문주님 집사람에게 찍히면 나중에 곰국 먹는다는 얘기 들어 보셔
▣ 최병국 - 들어보셨습니까? 밤차타고 혼자 오시면 안좋아 하실텐데요. 겉으로는 가라고해도 속으로는... 어째 곰국 한솥 예약된것 같네요.
▣ 산초스 - 대단한 열정으로 풍기에서 도봉산까지 오셨네요. 다음에는 북한산을 가족과 함께 오시면 좋겠네요. 지난번 월악산도 산행하셨던데 올해도 계속 뜻깊고 즐거운 산행하시기를 바라며 사진과 산행기 잘 보고갑니다.
▣ 산초스 - 대단한 열정으로 풍기에서 도봉산까지 오셨네요. 다음에는 북한산을 가족과 함께 오시면 좋겠네요. 지난번 월악산도 산행하셨던데 올해도 계속 뜻깊고 즐거운 산행하시기를 바라며 사진과 산행기 잘 보고갑니다.
▣ 길벗 - 북한산,도봉산이 지척에 있는 저로서는 풍기에서 도봉산 산행을 하신 님의 열정에 감탄하며 더 열심히 북한산에 오르리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san001 - 대단하십시다. 그렇게 먼데서 오시다니 좋은 산행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밤에 출발하여 소백산종주할 때가 생각나는 군요. 감사합니다
▣ 산짱 - 존 ! 경 !!!!!
▣ 물안개 - 어머~~~진심으로 존경하고 싶네요. 다음에 산행기 또 올려 주십시요.
▣ manuel - 지난 5월 아버님과 죽령소백에 올라 내려본 풍기마을 잘 기억합니다. 내딛으신 그 큰 걸음으로 大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