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소백산...

올 해의 첫 산행은 1일 대전 근교의 대둔산으로 다녀왔지만 내심 마음 한 구석엔 섭섭한 마음이 가득 남아 있었던 터였고 소백의 설경을 동경해 오던 나는 때마침 1,2일 사이로 3Cm가량 눈이 쌓였다는 정보에 인터넷에서 구한 교통정보 하나만을 가지고 무작정 짐을 꾸렸다.
1시34분에 대전에서 대구로 출발하는 기차에 몸을 싫었다. 전날 운전에 지친 몸을 달랠 겸 눈을 부치고 나니 이윽고 대구이더라. 영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대구 북부버스터미널로 택시로 이동, 6시30분에 영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시원하게 뚫린 중앙고속도로엔 차들의 행렬은 거의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영주에 도착하니 택시기사 한분이 소백산 초행인임을 눈치 채고 잽싸게 호객행위를 해온다. 소백산이 처음인지라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깝지만 거금 1만7천원을 주고 죽령검문소로 내달렸다. 풍기에 가까워지니 멀리 소백산이 병풍을 펼친 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죽령검문소에서 나를 내려준 택시가 휭 하니 가고 나자 차가운 바람이 내 몸을 휘감듯 돌아나간다. 검문소는 이미 패쇠되었는지 흉물스럽게 보이고 그 옆에 약수터가 덩그라니 나를 반긴다. 가슴 속까지 시린 차가운 물 한바가지 들이키고 8시30분쯤 해서 등정을 시작했다. 희방사 주차장에 도착하자 산악회에서 나온 사람들인지 관광버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 나보다 앞선 걸음을 하고 있었다. 단체라서 기동이 떨어지는 지라 난 곧 그들을 추월해서 희방사로 걸음을 힘껏 내디뎠다.
희방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지나치고 나니 희방사다.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이 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희방사를 지나고부터 가파른 돌계단의 난코스가 괴롭혀온다. 단숨에 고개를 올랐다. 먼저 올라온 등산객들이 지친 몸을 추스르고 있었고 잠시 휴식을 취한 나는 그들을 뒤로 하고 천문대로 향했다. 음지쪽과 정상부엔 아직 눈이 남아 있어 기대했던 설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0시 20분경 천문대에 다다르니 왼쪽으로 멀리 제2연화봉이, 오른쪽으로 비로봉과 국망봉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모습으로 자태를 드러냈다. 비로소 소백산을 오르고 있다는 것을 내심 실감할 수 있었다.
천문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고 나서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3명의 남자등산객이 앞서 걸음을 했고 간간히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등산객들이 반대쪽에서 마주쳐 천문대를 향해간다. 제1연화봉에 올라서니 비로봉과 그 뒤로 국망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더욱 속도를 내서 11시 20분경 비로대피소에 도착, 대피소 주위엔 주목들이 무리를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천동계곡과 비로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도 늘고 있었다.
11시30분경에 도착!
비로봉이다!
숨 막힐 정도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 멀리 소백산맥의 한자락에서 뻗어나간 월악산과 백두대간의 등줄기인 태백산맥도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백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재 각각 셔터를 눌러댔지만 내심 카메라가 없는 나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국방봉까지 내달리까? 하는 마음을 잠시 접고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살폈다. 앞서 가던 세명의 등산객들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자리를 펴고 있었고 망설일 것 없이 그 자리에 합석했다. 단양에서 왔다고 했다. 3명의 등산객들에게 점심과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는 소주 한 잔, 그리고 영주에서 왔다던 아주머니들에게 커피까지 얻어 마시니 역시 산사람들의 인심은 후하다는 것이 다시 생각났다.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단양의 세 사나이들이 작별을 내 비춘 뒤 서둘러 내려갔다. 나도 하산을 결정했다. 아무래도 국망봉까진 무리일 듯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다음 산행 때엔 국방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구인사까지 종주하리라.
하산 길은 천동계곡...
충북 쪽은 눈이 거의 녹지 않아 하산 시 아이젠을 착용했다. 아이젠 없이 하산하는 등산객들은 몸을 추스리느라 하산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들이었다. 40분을 내려왔을까? 매점이 보였고 매점주위로 등산을 마친 사람들이 모여 산행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한 무리를 찾아가 시간적 여유를 핑계로 소주 한잔 얻어먹자는 말을 꺼내니 기꺼이 반기며 소주잔을 권했다. 역시 이분들도 단양에서 왔다고 했다. 취기가 돌자 많은 입담들이 오갔고 다음에 산에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다시 하산 길을 재촉했다.
갈증이 나기 시작했다. 열목어가 산다는 천동계곡의 물을 생수병에 담아 들이켰다. 갈증이 말끔히 해소시키기엔 이만한 물도 없으리라.
천동 매표소에 다다르니 2시30이다. 버스시간도 모르니 다시 택시를 타고 단양읍내로 나왔다. 대전 가는 버스는 4시 20분...잠깐 다방에 들러 차 한 잔으로 추위를 멀리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선 내내 잠이 쏟아지고 대전 동부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 20분이었다.
몸이 부서질 듯 피곤함이 밀려왔다. 집으로 오는 시내버스에 오르니 벌써 내 집에 온 기분이었다.

산행일자
2004년1월4일
산행코스
죽령검문소 - 희방폭포 - 희방사 - 천문대 - 제1연화봉 - 비로봉 - 천동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