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문산 강천산 산행기

2004. 1 .3(토) 맑음

징검다리 연휴를 활용하여 새해 첫 여행지로 아내는 회문산과 덕유산 휴양림을 택했다.

그것에 맞추어 나는 산행을 회문산, 강천산, 그리고 덕유산을 계획하고 자료를 조사해본다.

강천산은 군립공원이고 덕유산은 국립공원이어서 괜찮은데,

회문산 산행기는 거의 찾을 수 없어 조금은 불안하지만......

오전 11시 에 집을 출발하여 예전과는 달리 경부 고속도로를 막힘 없이 달린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운이 좋은 건지.

천안에서 논산 고속도로를 갈아탄다.

평소 같으면 국도나 지방 도를 이용하지만 거리도 멀고 일정도 빡빡하다보니......

중간 휴게소도 새로 지어서인지 깔끔하고.

호남고속도로 태인 I.C.에서 빠져 나와 30번 국도를 갈아타고 한참을 가니 옥정호와 섬진강댐이 나온다.

몇 해 전에 진안의 마이 산 들렸다가 내장산 거쳐 방장산 휴양림 갈 때 갔던 그 길을 거꾸로 가고 있었다.


# 눈 속의 회문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어머니의 아침준비 소리에 잠을 깬다.

산행 때문에 먼저 아침을 먹고 아내와 숙소를 나선다.(오전 8시35분)

임도를 따라 가기보다는 조금을 오르니 들머리를 표시하는 표지기가 눈에 띠여 바로 산으로 달라붙는다.

가다보니 숲속 수련장 뒤로해서 오르는 길이다.

역시 오늘도 이산에는 아내와 단 둘이다.

예전에는 혼자였지만 청태산 휴양림 사건(백덕산) 이후로 아내와 함께 오른다.

군대군대 눈이 많이 쌓여있고 길도 희미하지만 여기저기에 파헤쳐진 산돼지들의 흔적들, 너무나도 선명한 산토끼를 비롯한 산짐승들의 발자국들......

7-8부능선을 따라 한참을 가서야 능선 상에 다다른다.

능선 따라 이어진 무덤들은 또 다른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이것은 회문산의 24명당에 묘를 쓰면 59대까지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능선을 한차례 오르내리니 헬기장에 다다른다.

옆에 주차장까지 있고 여기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니,

그리고 다시 본격적인 오름 길이 이어지지만 봄날 같은 날씨라 추위는 물론 바람도 별로 없다.

드디어 무인 산불 감시초소와 통신시설이 있는 회문봉 정상(837m)에 다다른다(9시55분).

커피한잔 마시며 건너편의 장군봉(780m)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신다.

생긴 모습이 투구쓴 장군의 모습이랄까?

하지만 산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오늘의 일정에 쫓겨 휴양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올라 갈 때는 스틱으로 버텼지만 내려오는 길은 눈이 많이 쌓여 아이젠을 차고 내려온다.

장군봉 갈림길과 깃대봉 갈림길을 지나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부드러운 능선산행을 즐긴후 사방댐까지 내려오니 오전 11시 15분으로 총 2시간 40분이 소요됐다.

짐을 싸기 시작하고 가볍게 라면으로 요기를 한 다음 휴양림을 빠져 나올 때는 오후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4. 호남의 금강 강천산

휴양림에서 우회전하여 한겨울의 시골정취를 감상하며 달려 강천산 군립공원에 다다른다.

마지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강천산 계곡을 출발한다(1시30분)

계곡 제일의 경관은 까마득히 직벽에서 떨어지는 병풍폭포에 있을 것이다.

인공으로 만들었고 용대 매바위 폭포보다는 높이 면에서 뒤지지만 눈앞에 선연한 무지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고개를 돌려 주위의 바위봉 들을 바라보며 한참을 올라가니 강천사에 도착한다.

일행들을 남겨놓고 구름다리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고 곧이어 계곡을 가로지른 구름다리를 건넌다.

중간쯤 건너다 멈춰 서서 계곡을 내려다보며 심호흡을 서너번 하면 짜릿한 스릴을 안 느낄 사람이 없으리라.

구름다리 건너 신선봉 전망대 가는 길은 가파른 바위 오름 길로써 난간을 붙잡지 않고서는 올라가기 힘든 길이다.

헉헉거리며 정상(425m)에 닿으니 출발한지 한시간 만인 2시30분이다.

팔각정 위로 올라가 맞은편 강천산 제일봉인 왕자봉(584m)을 마주보고 있자니 가을에 왔으면 정말 좋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잠시 조망을 즐긴 후 강천사 까지 의 내리막길 또한 줄을 잡고 내려 가야하는 급경사가 많다.

발길을 재촉해 강천사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출발한지 1시간 40분만인 3시 10분 경이다.

비록 짧은 최단거리 산행이었지만 산행의 맛을 보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은 코스였다.

순창으로 들어와 순창전통 고추장민속마을에 들른다.

고추장 상표는 대부분 할머니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 특징이고 한마을에 모여 있다보니 경쟁력 있는 문화 상품이 되리라 생각된다.

순창 I.C.로 들어가 88고속도로를 타고 뉘엇 뉘엇 지는 저녁 해를 등에 업고 덕유산을 향해 달린다.


▣ 장안산 - 다음 가을에 가실때는 강천사ㅡ전망대 신선봉-광덕산-금성산성-강천사 코스도 한번 권하고 싶습니다.
▣ 김정길 - 수객님 오랫만입니다. 기왕 거기까지 내려가셨는데 단체산행이라서 잡혀진 코스대로만 다니셔서 장안산님 말씀대로 아쉽군요. 장안산님의 의견에 동감하고요, 또한 회문산에서 장군봉까지는 왕복 90분이 소요되는데 아쉬우며, 다음에 남도기행의 기회가 주어지면 순창 구림 문치마을에서 여분산-세자봉-밤재의 코스를 꼭 한번 순례하여보세요. 그동안 어느산들을 돌아보셨는지 궁금하군요.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무탈한 산행하시기바랍니다.
▣ 수객 - 장안산님 감사합니다.김정길님 왕성한 산행이 부럽기만 합니다.코스 참고하여 다음에 기회보겠습니다.
▣ 유종선 -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번에 혹시 회문산에 가신다면 장군봉에서 남쪽으로 흐릿하나마 죽림마을로 내려서는 등로가 있는 듯하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산행을 기원합니다.
▣ 수객 - 유종선님 고맙습니다. 님의 산행기 애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