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누군가는 지리산의 어디쯤엔가 있으리
누군가도 언젠가 정상에 이를 수 있으리라.

가슴가득한 고통의 숲은 어느새 길이 되어 뒤를 따르고,
그토록 험했던 고바위길은 좋은 전망터 ,쉼터 되어 주리.

길은 잃어도 숲은 남는것
다같이 지리의 품속에 스스로 길 아닌 곳 어드메뇨.

천왕봉이 저 앞에서 어서오라 오라 하며 손짓하는데
이 풍진세상에 내 무슨 빚 그리 많길네 이리도 걸음이 더디나.

20년을 살아도 한세상
30년을 살아도 한세상
40년을 산다고 두세상 될까마는,

그래도 지나온 삶의 무게 감당키 어려울때

이 무게 다 짊어지고 지리산 한서린 제석봉에 부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뒤돌아서면
그 무게 그대로 아니 좀더 무거운 짐 다시 지고 내려오네.

무언가를 얻으려 지리산에 가지마라
무언가를 버리려 지리산에 가지마라

지리산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주지않고,
지리산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받지않는다.

산은 산일뿐
지리산은 그저 지리산일뿐

인간의 목적이 되기에는 너무 무욕하고,
인간의 수단이 되기에는 너무 고고하다.

지리산을 가려거든
혼자서,
정말 피치 못하면 둘이서
둘이서도 저만치 떨어져서
말없이 가서
조용히 돌아서라.


##이 글은 2003년 5월에 지리산 제석봉에 앉아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