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 새해 첫 산행의 첫 발자욱을 아름답게 장식하리라 마음먹었건만 유부초밥도 만들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망월사역에 정시에 도착하리란 계획은 무산이 되고 말았다.
옥수역에서 1호선 발차간격이 20분 이상인 줄은 생각도 못한 탓에 사전지식이 부족한 무모한 환승계획을 포기하고 택시를 이용했건만 30분이나 지각을 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무안했지만 씩씩하게 후미조끼리 먼저 발길을 재촉하고, 어느샌가 조금 늦게 도착한 무안함은 아랑곳 없이 다정한 회원들의 웃음소리에 감싸여 마음은 솜털처럼 가벼워지고 즐겁기만 하였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왕초보의 상쾌한 기분과는 달리 도봉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발디딜 틈새도 없어 보이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에 흙과 바위위에 얼음마저 뒤덮여 있는 빙판은 심장을 멈추게 할만큼 자신감을 잃고 움츠러들게 하였다.
난코스마다 작은 공포에 눌려 머뭇거리는 마음은 맨 뒷열로 뒷걸음질치게 하곤 했지만 그때마다 질배미님은 자상한 배려와 기사도 정신을 아낌없이 발휘하곤 하였다. 어려울 때마다 인내심을 갖고 도와준 덕에 로프에 매달려 가파른 산도 오르고 발을 잘못 디뎌 산아래로 굴러 버릴 것 같은 공포도 이겨내고 산행은 평탄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보다 난코스가 무섭기는 해도 훨씬 다리도 아프지않고 숨도 가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선두조도 후미조도 난코스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여건은 후미조가 산행시간을 무한정 연장시키는 특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게 해주어서 얼마나 가슴 뿌듯한지 모르겠다.
비록 자운봉과 포대능선을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니지만 산에 오를 때마다 늘 한가지씩 새로움을 깨닫게 된다는 것도 또 하나의 기쁜 일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산행은 역시 잃는 것 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리운 사람들도 만나고 가슴가득 사랑도 느끼지만 작은 맘들을 조금씩 열어 포근하고 커다란 마음으로 조금씩 파란 하늘을 닮게 해주고 있다.
그 파란 마음을 완전히 닮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닫혀져 있는 마음을 털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지만 산행은 순수한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게 해주는 것 같다. 산행마다 헤어지는 아쉬움이 싫은 것은 어느새 내 마음에 자리한 님들의 자리가 너무 커져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라는 노랫말이 유행하던 시절 회색인간이 주는 여운이 막연한 슬픔으로 마음을 아프게 하던 유년시절이 있다. 그 무렵 읽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노란애벌레(여)와 줄무늬애벌레(남)가 일상적 삶에서 벗어나 삶에는 뭔가 다른 희망이 있을거라고 기어오른 기둥은 애벌레들로 이루어져 있고, 정상에 가는 동안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다른 애벌레를 밟고 올라서는 것 밖에는 없다는 냉혹한 현실앞에 부딪치지만, 노란 애벌레는 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굴레를 기꺼이 벗어던질 만큼 진실로 날기를 원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아 줄무늬 애벌레와 함께 나비가 되는 이야기는 항상 마음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비록 그 동화책이 다른 사회적 운동의 교육용으로 사용된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그 순수한 사랑과 희망만은 왜곡됨이 없이 우리네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진정한 노란애벌레의 사랑은 줄무늬 애벌레가 나비가 될 수 있도록 사랑과 인내로 깨닫게 해주었고 더 나아가 세상에 희망을 부여하는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안의 이기심과 아집으로 갇혀있는 자아가 있다면 자신의 굴레를 기꺼이 벗어던지고 더 넓은 하늘과 희망을 위해 나아가는 님들이 되기를 새해 첫 산행에서 기도해 본다.
모든 님들이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힘차게 날아올라 사랑이 가득한 새해되기를...

===================================================================

미혼/이혼/사별/독신들의 다음까페 :독신3040산악회(http://cafe.daum.net/gosingle3040)에 상쾌한 산행사진들이 있습니다


▣ 김현호 - 도봉산이 서울에 있기에 너무 아까우리만큼 훌륭한 산이죠 그 멋있는 모습을 많이많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