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산행을 시작 하시려는 분들께 저도 풋내기에 불과 하지만

제 산행경험을 소개 할까 합니다. (순전히 제 개인 생각임.)

읽어 보시고 새로운 산하의 가족이 되어 보시면 어떠실지......



1. 산행입문


-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간절하나 친구들과 술을 많이 마시고
술을 마시면서도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 회비내고 일정한 운동을 하자니 웬지 귀찮아지고 과거에
며칠 다니다가 그만 둔 기억이 나서 선뜻 용기가 나지않아
미루다 보면 세월은 쏜살같다.



- 일단 가까운 산에 한번 올라 가 본다.



- 조금만 경사가 있어도 가슴이 터질듯 하며 땀이 비오듯 하고
앉아서 쉬면 다른 사람들은 평지를 걷듯하고 나 보다 연상이신 분들,
아이들 까지도 나를 추월한다.



- 내 체력에 회의를 느끼고 내려와서 홧김에 술을 마신다.



- 자존심이 상해서 다시 산행.
무리를 해서라도 정상에 가며 내려 올 땐 신음과 함께 기어서 내려 온다.
집에 와서 온몸이 욱신거려 환자처럼 누워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대견스럽고 뿌듯하다. ( 술마시는 것보다 낫다고 아내도 부추킴.)



- 내 주위에 산꾼이 있나 두리번 거리고 기어이 찿아내어 장거리산행에
끼워 달라고 애원.
대부분 무용담을 늘어 놓으면서 초보에겐 무리라고 은근히 자신들을 과시.
이때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기어이 따라 나선다.



- 죽기 살기로 따라가면 입에서 단내가 나고 그러면서도 길 잃어버릴까봐
아니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민폐 끼칠까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 한번 성공 후 오만방자 해 지면서 별것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이제는 오래된 산꾼처럼 보이기 위해 FASHION TREND에 신경을 쓰고
요즘 유행하는 검은색위주로 구입한다. (가격은 만만치 않으나 기능성 소재
여서 후회하지 않는다.)



- 자만하여 산악회를 따라 설악산 무박2일 산행을 따라나선다.



- 오색에서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일행들은 저 멀리 불빛이 되어 사라지고
나만 홀로 쳐져서 어둠속을 헤매며 오르면 초행길이라 공포가 엄습하고
쉬고 싶지만 쉬지도 못하고 다리는 거의 걸음마수준.



- 기다리고 있는 가이더와 잠시 만나면 즉시 출발하고~ 나는 쉬지도 못하고~



- 대청봉이 보여도 기쁘지도 않고 벌써 내려갈 걱정이 앞선다.



- 한걸음 걸을 때 마다 무릎의 통증이 심하고 주위분들이 스프레이를 뿌려
주어도 전혀 가시지 않는 통증.



- 이를 악물고 내려가며 다시는 산행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한다.



- 나와 같은처지의 분을 만나면 초면이지만 서로 격려하며 내려가고
산에서 만나는 분들은 참 좋구나라고 느낀다.



-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시고
막걸리 한사발 권 해 주신다.



- 귀경길 버스안에서 골아 떨어지고 깨어나면 온몸은 쑤시지만 산이 다시생각
나고 산행과정을 떠올리며 오만방자했던 내가 작아지며 다시 전의를 불태운다.


* 시간상 어쩔수 없이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하면 오버페이스를 하는데 그러면
쉽게 지쳐서 산행을 포기하게 됩니다. 처음엔 느리지만 자기 페이스로 꾸준히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음 후 산행은 금물.




2. 성장기


- 신기하게도 산에 갔다오면 소화도 잘 되는것 같고 허리도 줄어 있으며
다리에도 탄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 산악회를 따라가도 경치를 음미하는 여유가 조금은 생기고 구면인 분들을
만나면 살갑게 느껴지고 가족같다.



- 산꾼선배와 후배들이 생겨나 우리끼리 안 가본 산을 가면 희열을 느끼고
산에 가서도 다음산행 얘기를 한다.



- 산행장비가 점점 많아지고 행색만 보면 무슨 에베레스트에라도 가는 것 같다.



- 미천한 산행경력을 산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얘기 할 때면 내가 엄 홍길이라도
된 듯 으쓱~



- 우연히 알게된 "한국의 산하"는 어느새 바이블이 되고 읽다가 보면
나는 아직 새까만 왕 초보 ( 겸손을 배우게 됨.)



3. 중독기


- 산행기나 산에서 만난 선배분들 말씀을 들으면 지리종주나 용아장성을 다녀와야
햇병아리 신세를 면 할것 같아 그날을 손 꼽아 기다리고 마치 그곳에 첫사랑의
애인이 예전의 앳된 모습으로 있을 것 같다.


- 어설픈 산행기를 종이에 쓴 다음 몇번을 고치고 맞춤법 틀릴까봐 한글에서 친 다음
올리면 수능시험치른 것 처럼 결과가 불안하기만 하다.



- 조회수는 거의 없고 혼자서 또 읽고 수정도 하고~



-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느날 클릭 해 보니 답글이~ 천군만마를 얻은 듯.



- 이젠 요령이 생겨 가야할 산도 산행기 읽어보고 정 하고 상세한 정보를 알고
떠나니 초행길도 두렵지 않다.
산행기를 통 하여 자주 뵈는 분들은 얼굴은 모르지만 가족사항까지 알 정도로
이웃 사촌이 되어 버린다.


- 산에서 한국의 산하가족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꿈 꾸며 내가 다녀오지
못한 산도 다른분의 산행기를 통하여 안가본 산이 없어진다.



- 산에 다녀 오면 맞춤법에 신경 안쓰고 직접 산행기란에 들어가 내 느낌만
간추려 쓰고 나서야 산행이 끝난 것 같다.



-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산행은 계속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 올해 새롭게 산행을 꿈꾸시는 여러분!!!
포기하지마시고 몇번 산행을 하시면 자신도 모르게 산은 여러분 곁으로 다가 올
것 입니다.
부디 산에서 즐거움을 찿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권 경선 : 그는 올해 44세의 기혼남성이며 아직도 산악회 따라가면 거의 꼴찌로
내려오며 요즘은 어설픈 사진찍는다고 더 느린 풋내기 산꾼.(본격적인 산행3년차이며 껄렁한 산행기도 가끔올림.)

느리더라도 산을 가슴에 담아오려고 노력중.


▣ 산초스 - ㅋㅋㅋ 권경선님의 솔직하고 누구에게라도 공감가는 경험담이군요. 이제 산행을 하려고 마음먹는 초보자들에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힘들때마다 생각할수 있는 바이블이 되겠는데요.
▣ 방랑자 -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 푸른산1 - 권경선 님 어찌 이름이 바둑tv에서 해설하시는 머리가 흐끗한 분과 이름이 같아서 이름만 보면 그 분이 생각이 나네요(바둑은 잘 못 두지만 종종 시청). 간혹 산행기도 보면 아주 전문 산꾼의 경지에 오른 것 같기도 해서 그 분이 맞으면 등산도 잘하시는 모양이라고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듣고 보니 나와 비슷한 등산 경력이고 나이도 나보다는 조금 적은것 같네요. 여러모로 아주 능력이 있으신 분 같네요. 좋은 산행 열심히 하세요. 나는 최근들어 등산능력이 자꾸 떨어지니 어쩌면 좋지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10시간 정도의 등산은 가능했는데 갑자기 4.5시간 정도에서 무릅통증이 오니. 으르막은 견딜만 한데 내리막길이 그렇게 무리가 오네요.
▣ 유종선 -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산행은 자기와의 싸움인 동시에 타인과 선의의 경쟁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이 생각을 유지하시어 참산꾼으로서 새해도 즐거운 산행을 하시기 기원합니다.
▣ 권경선 - 푸른산1님 저는 오목도 제대로 못 두는 사람입니다. 동명이인이 있었군요. 저도 무릎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였으나 천천히 산을 오르니 신기하게도 통증이 없어 졌습니다. 03년에는 성삼재에서 치밭목으로 내려오는 지리종주도 속도는 느리지만 해냈습니다. 천천히 걸으셔서 통증이 없어지길 기원합니다.
▣ 문창환 - 정말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 재미있는 말씀입니다.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즐겁고도 의미있는 산행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 푸른산1 - 옳으신 말씀같습니다. 늘 그렇게 생각을 하면 서도 혼자 다니다 보니 오름길에서 조금 빨리 걷는 버릇이 생긴것 같군요 충고 명심하겟습니다.
▣ 김정길 - 아우님의 이력서는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좋은착안--역시.......
▣ 똘배 - 연배가 저와 비슷하시군요.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인데..좀 의아한것은 전 이제 6개월 정도된 풋내긴데 중독기에 해당되는 것은 뭔 이유란가요? ^^.
▣ 그물에걸린바람 - 용기을내어 글을 올린것에 대해 축하드리고싶습니다 형님 언제 산에서 한번만얼굴좀 보여주세요
▣ 김현호 - 옆의 동료중에 누가 어디아프다면 "짜샤 그거 산에가면 낫는다니까" 라는 말로 꼬시면 우째 내가 종교전파하는것처럼 애원하게되는경우도 있죠 근데 정말 인데..
▣ 신경수 - 권경선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무슨 겸손을 그리 차리시는지요 금년도 좋은 산행 이어가시기를 바라며 복 많이 받으십시요*^_*~~~
▣ 물안개 - 점점 산에 빠져드는 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빠져도 좋은것은 역시 산이지요.올해도 즐산하세요
▣ 양산박 - 선배님 이번 시산제때 올라갈께요 어디든지 올해 꼭 갑니다
▣ 김찬영 - 권경선님 의 한마디한마디가 지나온길을 되돌아보게하는 구절들이 많습니다... 역시 산은 좋은것이지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않지요
▣ 永漢 - 하하하...^*^
▣ 황재동 - 님의 의견이 저의 생각과 비슷하니 왜인가요, 산을 좋아한지 6개월된 비슷한 연배로 동감합니다. 산행기에서 자주 배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즐거운 산행을 기원합니다.
▣ 고석수 - 좋은말씀들이 많아서 인사는 생략하고 카페에 좀 나오세요
▣ 불곡산 - 너무 재미있고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 산짱 - 저의 경험으로 봐서 한가지 빠진것 같은데---"성장기중 초기에 필연적으로 집사람을 꼬셔서 산행에 동행하는 맛을 느낀다 ---"
▣ 이재윤 - 정말 구구절절이네요!저보다도 경력이 화려 하시군요
▣ ㅜㅜㅜ - 죽인다.
▣ 양재롱 - 형님!인기 짱이네요. 인기 좀 나눠주세요....
▣ san001 -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산이 좋기 때문에 가는거죠. 뭐 일찍 올라가면 상 줍니까?
▣ rmfosak - 아! 정말 공감됩니다 저는 중독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며 웃습니다. 우린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고 또 많은 이들이 이 길에 입문할 것입니다 홧팅!!
▣ 곽연기 - 산을 알수록 더욱 겸손해 지는법...이미 훌류안 산꾼이 되었네요. 초심자에게 좋은 교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