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이란 놈이 뭐 그렇게 만만한줄 아남?...(구병산)

언제 : 2008. 09. 18(목)

누구랑 : 아내랑 산악회 따라

아내 : 근디... 내일은 어떡하실껴유?....
빵과버터 : 글쎄?....무릎팍이 원체 시원찮아서...
아내 : 그럼 제가 걸망을 챙겨드릴까요?....
빵과버터 : 아니...
아내 : 포도 좀 갖다 드릴까요?....
빵과버터 : 아니...
아내 : 그럼 배나 좀 깍아드릴까요?....
빵과버터 : 아니...
아내 : ...나는 능이가 보고잪은디?... 
빵과버터 : ......

ㅋㅋㅋ....아내하고 대거리하는 장면은 이도령이 춘향이와 희롱하는 한 대목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서 옯겨 본다.

이도령 :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뜨리고 강릉 백청을 따르르르 부어 씨는 발라 버리고 붉은점 웁뿍 떠 반간 진수로 먹으랴느냐?
춘향이 :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이도령 : 당 동지 지루지허니 외가지 단참외 먹으랴느냐?
춘향이 :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이도령 :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앵도를 주랴 포도를 주랴 귤병사탕의 회화당을 주랴?
춘향이 :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달짝찌근한 아내의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바지에 똥싸고 뭉기적 거리는 놈처럼 고개를 외로 꼬며 시큰둥하게 앉아서 테레비 화면에 눈총을 겨누었던 나는 아내가 능이 타령을 하자 그만 그려! 하고 만다...(이때까지 나는 아내를 이겨본 적이 없따!!!...ㅋㅋㅋ)

물론 아내가 약초꾼은 아니다. 단지 늙은 서방이 시나브로 시들어가니 어디 능이라도 따서 몸보신 시켜줄려는 지극정성인줄 낸들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놈의 무릎팍이 시큼거리니 도대체 산행 자체가 겁이나서 그동안 살살 자전거나 타면서 바람을 쐬이곤 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건장한 남자의 거시기처럼 잘생긴 송이가 최고인줄 알지만 그놈은 외양만 그럴듯해서 너댓개에 기십만원 한다지만 맛으로 치면 능이를 따라가지 못해 미식가들은 일능이, 이송이 삼표고라하여 능이버섯을 최고로 친단다

그나저나 구병산에 간다하니 구병산이사 2년전 첫눈 내리던 겨울에 다녀왔지만 별로 기억에 남은게 없어 지난 산행기를 뒤져보다가 깜짝놀라 뒤집어 질뻔했다. 그 어설픈 산행기에다 존애하는 "한산"의 지인 청암선생께서 금쪽같은 댓글을 달아주신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푸른 하늘에 보드란 흰구름, 갈색 근육질 충북의 알프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초록 솔이파리 목화송이 맺히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앞선 눈발자욱아 허튼 걸음 남기지마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과감히 밧줄 암릉길 올라, 눈가 젖은 시울로 산줄기 바라보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먼산이 아련하고 가차운 산이 선연하니 어린 약용이가 산을 못올라, 크게 보지 못하였구나/. ~~ 헤헤....^^ (청암)

09:56 사기막 마을 → 10:52 KT 위성지구국 → 10:09 산길 입구(구병산 1.8km 이정목) → 10:54 쌀난바위 → 10:57 철사다리 → 11:47 사거리 안부 이정표(구병산 0.1km 전방) → 11:54 구병산 정상 → 12:20 위험지역 암릉 통과(가느다란 로프) → 13:11 853봉 암릉 우회 → 13:28 신선대 우회 → 13:41 절터입구 이정목 → 14:30 정수암지(두꺼비) → 14:54 너덜지대 → 고속도로 교각 아래(산행 끝)

큰애기 엉덩이 같다드니, 박속같이 뽀얀 피부라니, 청상의 소복같다드니... 유독 박에 대해서는 여성을 비유한 표현이 많던데 요즘 보기드문 둥근 박을 옥산 휴게소에서 보았다.

흙담과 쎄멘 브로크 그리고 골목안 집은 나에게 영원한 향수와 같다.

세멘트 포장길에서 구병산을 올려다 보며

오늘도 나는 영원한 꼴찌다

천오백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줄줄이 새나가도 모르고 쭝국놈들이 보이스 피싱이다 뭐다해서 노인네들 전화요금 갉아먹고, 야동 보라고 시도 때도 없이 문자 메시지 오고....뭐가 아이티 강국이냐?

궁금했던 사다리에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사람 잡을뻔한 사다리!....이런 경을 칠!!... 도대체 이걸 안전시설이라고 설치한 사람들의 양심에 울화통이 터진다.... 앞서 내려가던 JC가 어~어! 하길래 무슨일인가 했드만?... 내가 철사다리에 한발을 올려놓자 마자 사다리 아랫 부분부터 흔~들 하는거 아닌가? 더군다나 손잡이라는 스텐레스 파이프는 발디딤 철판하고 같은 높이에 있어 허리를 세우고 걷기에는 너무 낮아 무릎을 구부리고 엉금엉금 기어 내려가야 했고 심지어 사다리 아랫 부분은 앵카볼트로 고정되지도 않해서 외팔이 팔소매 처럼 덜렁덜렁 거리는게 아닌가?... 이 사다리를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불원간 큰 사고를 당해 불행해질 사람이 나타날것 같다. 관계기관의 사소한 무관심과 무성의가 충북 알프스의 명성에 먹칠한 대목이다...(2006.12.02. 산행기에서)

이 사다리가 2년전 그대로 방치 되었을까봐 산을 오르는 동안 내내 궁금하고 불안했는데?.... 보은군 관계자님께 감사 드립니다...

철사다리옆 폭포

직등 너널길은 통나무를 로프로 엮고....보은군에서 애 많이 쓰셨습니다요.

사거리 안부에서

홀스타인 사장님...처음 뵙는 분인데 연세는 나보다 서너살 밑이지만 순박하고 겸손한 목동이셨다. 요즘은 소 멕이는 일도 기계화되어 소 2~3백 마리도 혼자서 너끈하게 해나갈수 있다며 한우 얘기, 사료 얘기, 소똥 치우는 애기, 축사 얘기등 소 키우는 얘기로 쉬엄쉬엄 정상까지 올라왔다. 아...근디 이분이 자기는 산행 신삥이라면서 암릉지대는 겁이나서 못올라가니 853봉을 우회하자니 둘이 속닥하게 점심까지 먹은 인연이라 어쩔수 없이 나도 우회하고 말었다....ㅋㅋㅋ

서원리 방향이다. 1999년 5.17. 속리산에서 구병산까지 43.9km를 충북 알프스라고 업무표장 등록을 하였다니 이 참에 충북 알프스에 대해 잠시 둘러본다

충북 알프스 1구간 : 서원리 고시촌-백지미재-구병산-헬기장-장고개

충북 알프스 2구간 : 장고개-헬기장-동관음고개-못재-형제봉-대목리안부

충북 알프스 3구간 : 대목리-천황봉-입석대-신선대-문장대-법주사

충북 알프스 4구간 : 법주사-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신정리

갈평 저수지와 갈평 마을

우회한 853봉

정상에서 바라본 853봉과 신선대

손까락 만한 로프줄이 매어져 있던 위험(암릉)지역에서 발디딤이 마땅치 않해 대롱대롱 매달리다가 오른쪽 촛대뼈를 깨이고 말았다. 나는 아퍼 죽겠는데 썩을 놈을 개쑥부쨍이는 웃고 있었다... ㅋㅋㅋ

산행 길은 일방통행이 아닌데 이 표지판이 왜 반대쪽에는 없을까?....

내가 제일 꼴찌니까 절터로 내려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발판도 새로 만들었구나. 감사! 감사! 감사!....

아줌마들도 잘도 내려오고만...홀스타인 사장님?...아쉽죠?...ㅋㅋㅋ

신선대 암릉

적암리 마을

 

 

 

절터(정암사지)

옹달샘 음수대의 축대 위에는 오랜 세월동안 이 옹달샘을 지켜온 두꺼비 석상이 앉아 있다. 빗돌에는 '정수암지 옹달샘의 전설'이 새겨져 있다. "옛날 이곳에 있던 정수암에서 불심에 정념하던 스님들이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암자를 떠나 속세로 내려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옹달샘 물을 음용하면서부터 넘치는 정력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또한 이 옹달샘 물을 한모금 마시면 칠일 간 생명이 연장되었다는 전설"이다.

산길은 끝나고

너덜

마을 도로에서 바라 본 시루봉

땀 씻을 곳이 없으니 계곡에서 씻고 오라고 일찍 내려온 아내한테 휴대폰이 온다. 여기도 마찬가지여!....

농산물 판매소 정자에서 고무 다라이에 마른 나물을 팔고 있는 마을 아낙한테 고사리 두 묶음 사서 걸망에 매고 털래털래 내려오니 아내가 뜨끈뜨끈한 아욱 된장국에 밥한덩어리 넣어서 환하게 웃으며 건네준다

빵과버터 : (엄한 목소리로)그래!...능이란 놈은 만났오?....

아내 : 능이는 커녕 개콧구멍도 못보았오!....

 빵과버터 : (속으로 : 능이가 그렇게 만만한줄 알았남!....ㅋㅋㅋ)

5년전 산행을 처음 시작할 때 샀던 무릎 보호대를 하산길에 첨으로 사용해 보았다. 효과가  있는거 같기도 하고 마찬가지 인 것 같기도 하고...무릎 보호대를 발목까지 내리니 무릎팍에서 그야말로 육수가 주루룩 흐르더라!....

가을 아욱국은 방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던데 총무님 수고하신 덕분에 맛나게 잘 먹었고요...도토리묵 준비하신 김여사님에게도 감사 드림니다. (산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