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남기에서 임산골 따라 명지3봉까지 왕복

 

 

광복 63주년,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광복절 번개산행을 하자고 올린 금회장의 제안에 별로 반응이 없다. 금회장과 종석, 필자까지 셋이 노원역 앞에서 9시에 만나 금회장 차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니 홀가분하다. 우연히 금(今)회장, 상회장, 태상회장이 기동력을 갖추고 이른 시간에 산으로 향하니 작전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우선 19세 미만 '알라'들이 없으니 미성년자 입장불가인 X rate 산으로 정하고 명지산(1267m)을 생각해본다. 가평 적목리 논남기에서 임산골 따라 명지산을 오르기로 작정하고 포천쪽 47번 도로를 통해 광덕고개를 넘어 화천으로 들어갔다가 도마치를 넘어 가평으로 들어간다는 우회전략을 썼다. 연휴의 첫날인 광복절에 양평 가는 6번이나 춘천 가는 46번 국도가 얼마나 밀릴 지 뻔한 일이었다. 물론 남양주를 통과하는 데 여전히 길이 막혔지만 신팔사거리부터 고속도로처럼 뚫려 있으니 몇 십 km 돌아간다 하더라도 탁월한 선택, 논남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다.

비가 올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도 있었고 비구름도 북쪽에 치우쳐 있었지만 개의할 게 있으랴.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는데 도마치를 지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쉽게 그칠 비도 아닌 것같아 논남 버스종점에 주차하고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임산골을 따라 오르면 교회의 수양관과 몇 채의 펜션을 지나게 된다. 임산골은 원래 물이 많은 계곡인데 비까지 오니 그야말로 '물의 나라'였다. 마지막 펜션에서 처음으로 신발을 벗고 건너야 했는데 금회장과 필자가 미끄러졌다. 특히 필자는 물속에 잠긴 미끄러운 바위에 넘어지면서 우측 촛대뼈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는데 처음에는 뼈가 다친 줄 알았다.  물파스를 바르고 잠시 기다리니 약간의 찰과상만 있을 뿐 천만다행으로 뼈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세번이나 신발을 벗어야 했으니 고도 775m인 귀목고개까지 3.8km인데 무려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비는 다행히 도중에 그쳤고 귀목고개 직전까지 계곡물이 흐르는 덕택에 자주 땀을 씻을 수 있었다. 귀목고개에서 명지산까지 3.7km인데 시간상 도저히 갈 수 없어 명지3봉(1199m)까지만 가기로 하고 길을 서둘렀다. 귀목고개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소매를 걷은 오른팔이 따끔하더니 옆에 조그만 벌집이 보인다. 촛대뼈와 봉침! '3봉'에 오르다 보니 별 일이 다 생긴다~ 조망이 가능한 능선에 오르니 연인산(1068m)은 구름속에 숨었지만 운악산(945m)과 청계산(849m)은 잘 보이고 바로 앞의 귀목봉(1036m)은 괴기스러울 정도로 구름에 휘감겨 있다.

이유도 모르고 힘들게 올라가다 보니 4시가 다 되었다. 점심 먹어야할 시간이 한참 지났으니 모두 힘들 수 밖에. 시끄럽긴 해도 밥 먹자고 떠드는 '아'가 있긴 있어야겠다. 바람이 부는 곳을 피해 길바닥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을 먹고 있으니 정상에 갔다 상판리로 내려가는 부부산객이 지나간다. 점심 후 다시 올라가다 만난 산객들이 우리가 명지1봉까지 가는 줄 알고 걱정하며 지나간다.

아재비고개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 명지3봉에 도착하니 벌써 4시 30분이다. 명지산 정상은 구름에 싸여 보이지 않지만 연인산과 백둔리는 멋진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남쪽으로도 구름이 걷히면서 구나무산 넘어 가평천이 그림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시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다 시간이 너무 늦어 10분 남짓 머무르다 서둘러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부지런히 내려와 처음 계곡을 건넌 펜션앞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지났다. 빗물과 땀에 젖은 몸을 가볍게 씻고 논남마을까지 내려오니 8시가 다 되었다. 8시간 넘게 오락가락하는 비와 함께 한 명지산 산행, 1봉정상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경기 제2봉의 위엄과 진수는 충분히 맛본 셈이었고 미끄러운 빗길에도 모두 무사했으니 광복절을 기념하는 산행치고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Julio Iglesias,  Sin Excusas Ni Rodeos(변명없이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은 채)

 



개울을 세번이나 건넜다~


가운데 물속에 잠복한 빨간 돌에 당했다~


아슬아슬


계곡 좋고 물도 참 많다~~


귀목고개 바로 아래까지 이런 계곡이 이어진다.


낯익은 귀목고개


운악산


청계산


구름과 희롱하는 귀목봉 

 

괴기스럽기도 하다~


긴산꼬리풀

 

명지3봉 삼거리


명지3봉에서 바라본 백둔리와 구나무산. 멀리 가평천이 흐르고.


연인산


귀목봉을 배경으로


원시림을 지나


빗물과 땀에 젖은 몸을 씻으니 광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