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산행. 100대 명산 양산 천성산 산행기


 

산행일 : 2004. 8. 14(토).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내원사 매표소 (12:57)

 ☞기념품가게 및 식당가 (13:56. 중간에 계곡에서 중식13:15~13:38 )

 ☞부도 (14:00~14:08)

 ☞내원사 (14:12~14:22)

 ☞능선 (15:15~15:20)

 ☞전망 좋은 곳 (15:28) 

 ☞천성산 제2봉 (16:05~16:22. 812m) 

 ☞억새밭 안부 (16:40. 해발 약 700m) 

 ☞억새로 덮인 작은 봉 (16:55. 해발 약 785m)

 ☞화엄늪 (17:13~17:15. 해발 약 840m)

 ☞아스팔트 군 작전도로 (17:33. 해발 약 800m)

 ☞원효암 가는 삼거리 (17:45. 해발 약 680m)

 ☞원효암 (17:53~17:56. 해발 약 700m)

 ☞홍룡사 (18:50. 해발 약 240m)

총 산행시간 : 5시간 53분 (보통 성인이면 5시간 10분 정도면 충분함. 중식과  정상에서의 휴식이 길었음)

구간별 거리 :

내원사주차장→(2.6km)→상가→(2.2km)→천성산제2봉→(2.9km)→천성산(원효산)→(0.7km)→원효암가는 삼거리→(2.1km)→홍룡사

총 산행거리 : 약10.5km 

산행지도



 

산행기

  어제부터비가 온다 해서 꼼짝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결국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오늘도 비가 온다해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쾌청하기가 이를 데 없다. 오늘은 일기예보에 절대 속지 않으련다. 지난번 매표소에서 차를 돌려야만 했던 천성산에 가기로 작심을 하고 급히 배낭을 꾸려 아들 녀석과 함께 차에 오른다. 내일까지 비가 안오면 내친김에 운문산까지 오르려 대형 배낭에 햇반과 침낭, 텐트까지 챙겨 넣었으니 비가 오질 않기만 바랄 뿐이다.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여 근거리 산의 짧은 코스로 여유 있게 이것저것 구경할 것 다하고 자연을 만끽한다는 게 모 책자의 제목처럼 “게으른 산행”(나도 평소엔 이런 산행을 주로 한다.) 이라 했거늘 오늘은 그 반대다. 늦잠 실컷 자고 점심때 산행 시작하여 시간에 쫓기면서 산행을 해야만하니 바쁜 산행이다. 좌우지간 후자도 게으른 산행임에는 틀림이 없다.


 

  순천을 출발한 것이 09시30분쯤으로 기억된다.

남해고속도로 산인 분기점 못 미쳐서 직선구간. 저 만치 앞에서 하얀 연기가 솟구치면서 차들이 갑자기 서행을 하기 시작한다. 직감적으로 방금 전에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하고, 서행하며 사고현장에 접근하고 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하얀 강아지(푸들로 기억)한 마리가 길 어깨에서 우리 쪽으로 정신없이 달려오더니 지나쳐 한 없이 뛰어간다. 고속도 상에서 강아지라. 사고 차에서 다행히 목숨을 건진 강아지로 추측된다.

사고차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도로 한 가운데에 전복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듯 길 어깨에 방금 사고차량에서 빠져나온 듯한 젊은이 셋이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차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 중 한명은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큰 부상은 아닌 듯하다. 그 뒤로 양산까지 빗길 교통사고를 세번이나 더 보아야만 했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교통사고를 본 것은 처음이다.

전복

 

 그 맑던 날씨가 점점 흐려지더니 김해에 들어서면서 앞이 안보일정도의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다. 남양산을 지나면서 빗방울이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서쪽 하늘엔 파란 하늘까지 보인다.

양산 나들목을 빠져나와 얼마 전에 오르내렸던 35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가 양산 세관 바로 아래 언덕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택시(7천원)로 내연사 매표소에 도착, 산행을 시작한다.


 

  햇볕이 사납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정상일대는 안개에 휩싸여 보이지도 않는다.

막바지 피서를 즐기려는 피서객들이 계곡마다 그득하다. 마치 무주구천동을 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계곡이 아기자기한 게 빼어난 풍치를 자랑한다.

계곡 중간 중간에 있는 화장실에서 심한 악취가 풍겨나오는게 옥에 티라고나 할까.

  

  계곡으로 내려가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부지런히 올라간다. 곳곳에 절경이 펼쳐져 사진을 찍느라 발걸음이 더디어만 간다.

내원사 계곡

  

  

옥의 티

  

내원사 계곡

  

내원사 계곡

  

  

  

  

내원사 가는 길

  

갑자기 넓은 광장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상가가 보인다. 그리고 큰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지만 어느 쪽이 내원사로 가는지는 두갈래길을 다 들어서서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두길 모두 얼마 안가 하나로 합쳐진다. 오른쪽 길로 들어서니 천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처음으로 보인다.

내원사 아래 상가(오른쪽). 왼쪽 흰건물은 임시 파출소. 오른쪽길에 이정표와 산행안내도가 있다.

 

방위가 엉망인 안내도. 시계방향으로 90도 정도 돌리면 올바로 된 안내도가 된다.

 

  다리를 건너니 부도가 나온다. 헌데 아들 녀석 목에 매어주었던 한산협 스카프가 보이질 않는다. 불암산님이 천태산에서 나누어 준 귀한 스카프인지라 배낭을 벗어놓고 뒤돌아 뛰어 내려가 보니 아까 머물던 천성산 안내도 밑에 떨어져있다. 어이구, 가뜩이나 시간도 부족한데 쓸데없는 것이 시간을 잡아먹는다.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라고 아들 녀석 이마에 질끈 동여매주고 그 기념으로 사진 한 장 큼직하게 박아준다.

부도

 

내원사는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인 듯 대웅전은 보이질 않고 적막한 가운데 참선에 열중인 비구니들만 눈에 들어온다. 너무 엄숙해서 말소리가 자꾸만 작아진다.

내원사는 벌써 가을이 찾아 들었다. 소년의 이마에 동여맨 스카프가 불암산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인 한산협 스카프.

  

너무나 조용하고 엄숙한 비구니 도량 내원사.

 

출입금지 팻말을 보지 못하고 연꽃을 카메라에 담고 돌아서는 순간, 윗사진의 건물에서 참선중인 스님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원사를 나와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차도 못 올라가는 돌투성이 길이다. 어두컴컴한 등로를 오르다보니 계곡에선 크고 작은 폭포가 간간히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계곡이 아름다운 산이다. 

무명폭. 이곳에서 세면을하고 잠시 휴식.

  

또 다른 무명폭

 

  급경사가 한 동안 이어지는데 위쪽에서 중년의 부부와 일행인 듯한 분 셋이서 조심스레 내려온다. 오늘 정상까지 가는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분들이다. 그러니 반가울 수밖에.

시간에 쫓기어 속도를 내다보니 아들 녀석이 계속 “같이 가요”를 연발하며 따라온다.

능선에 올라서 오이를 하나 깎아 먹고 안개 속을 걸어 오른다.

전망 좋은 바위위에 올라서서 사방을 바라보지만 안개 때문에 조망은 별로다.

급경사가 한동안 이어진다.

  

첫 번째 전망좋은 곳에 올랐지만 안개때문에 조망이 별로였다.

 

위쪽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이 정상이 얼마 안남았나보다.

온통 뾰족한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제2봉)에는 그렇게도 그립던 사람들이 제법 많이도 있다.

잠시 후 그들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두남자만 남는다. 그리고 잠시 후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올라와 가쁜 숨을 몰아낸다.

아무리 보아도 그들은 빈손이었다. 오이 한 개와 이온음료(1.5ℓ)를 건네주며 실컷 드시라고 하니 고마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산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그러다가 큰일 날 수도 있으니 물이라도 갖고 다니세요”라고 정중히 충고를 한다. 창원에서 오셨다는 그분들과 잠시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간다.

드디어 정상(천성산 제2봉)

  

우린 부~~자랍니다.

  

정상일대의 바위.

  

천성산 제2봉. 정상(811m). 정상석 뒷면에 "한국인의 기상 이곳에서 발원되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것으로 기억된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본 글인데...

  

정상 북쪽 10여m거리의 바위 위에 있는 태극기. 신불산에도 있던데...

  

정상 북쪽에 있는 이정표. 이정표가 드문산이라 아주 귀한 이정표이다.

  

창원에서 오신 산님

 

  천성산(원효산)으로 하산을 한다. 여기서부터 흥룡사까지 등산객을 단 한 명도 접할 수 없을 만큼 심심한 산행을 하였다.

얼마 안가서 갑자기 임도가 나타나고 등산로는 오른쪽 숲 속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이정표가 있었으면 초행길인 산님들에겐 큰 도움이 될 텐데 이정표가 아주 귀한 산이다. 간혹 보이는 산악회 리본이 망망대해의 등대역할을 하니 참으로 고마운 리본이다.

갑자기 나타나는 임도.

 

  한동안 내리막길을 가다가 다시 오르막에 올라서니 억새가 무성한 안부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화엄늪까지는 등산로가 전혀 정비가 되어있지도 않거니와 이정표 하나 없어서 지도와 나침반이 없으면 오늘 같은 날씨엔 조난당할 위험이 매우 큰 코스이다.

게다가 짙은 안개로 시계는 오리무중이니 방향감각을 전적으로 나침반과 지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리부자도 나침반과 지도가 없었다면 안개 속을 헤매고 조난당했을 것이 분명하다. (장비 덕분에 한 번도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가 있었다.)

억새가 있는 안부. 아무리 웃으라고 주문해도 웃는 얼굴표정을 짓지 못하는 산친구

 

  키 큰 억새밭은 끝없이 계속되었고 산행 내내 달라붙는 날벌레들로 아들 녀석은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키 작은 억새로 뒤덮인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서 고도를 보니(785m) 천성산은 아니다. 나침반과 지도를 검토해보니 남서쪽능선길로 가야만 한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는 구릉지대를 얼마나 가고 있었을까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하얀 시멘트 말뚝이 보이고 또 얼마인가를 가니 드디어 화엄늪이 나온다. 헌데 늪을 보호하려고 들어가지 못하게 철조망을 쳐 놓아서 들어갈 수는 없다.

억새로 덮인 작은 봉우리. 여기에 올라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한다.

  

흰말뚝과 소년 그리고 안개

  

웬 군사시설보호구역?

  

화엄늪(3만 8천평) 습지보호지역 안내판.

  

여기서 사진 왼쪽 아래쪽으로 하산을 하였다.

 

여기서 또 길이 갈라진다. 왼쪽으로 하산하는 게 빠를 것 같아 내려가는데, 지뢰지역이라고 철조망에 지뢰표지를 곳곳에 매달아 놓아 마치 전방을 방불케 한다.

이렇게 잡목과 풀이 우거진 험로를 헤쳐 나오니 갑자기 아스팔트길이 나타난다. 안내판에 군 작전도로라고 되어있고 고도와 지도를 보니 천성산 정상은 화엄늪 안에 있어 올라보지도 못하고 우회하여 내려온 듯 하다.

군생활(전방근무)하면서 하도 많이 보아서 무감각해진 지뢰지대표시.

 

화엄벌을 벗어나자마자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면서 보이는 무지 반가운 이정표.

 

  고생은 끝난 듯 하다. 안개속의 넓은 도로를 산친구와 도란도란 얘기하며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원효암가는 갈림길이 나와 원효암으로 접어든다.

靜中動.

산사의 저녁은 고요한 가운데 저녁 공양하느라 분주하다.

적사함 윗쪽에 벌건 황톳길이 화엄늪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방금 전 저 길로 내려왔다.

  

원효암 가는 길. (군 작전도로)

 


원효암가는(오른쪽) 삼거리

 

안개 속에 원효암이 보인다.

 

아주 오래된듯한 원효암 동종

 

원효암

 

  법당 앞마당을 가로질러 좁은 등산로로 내려서는데 멀리서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하산로는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오전에 비가 와서인지 상당히 미끄럽다. 아들 녀석은 벌써 여러 차례 엉덩방아를 찧는다. 천둥 번개는 점점 가까워지고, 날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빗방울이 굵어진다. 두 남자가 서둘러 윈드자켓을 꺼내 입고 그동안 사놓고 배낭에서 잠만 재우던 LED헤드랜턴을 꺼내 각자 머리에 착용하고 불을 켠다. 아들 녀석의 배낭을 내 배낭에 구겨 넣고 배낭커버를 씌우니 우중 야간산행 준비 완료.

이런 악천후인데도 아들 녀석 헤드랜턴쓰고 빗속 야간산행하는게 재미있는지 싱글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