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미도 천황봉 산행기] 일시: 2005.02.13 (일요일) 날씨: 맑음 산행자: 1500산김정길님과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배의 길: 경남 통영시-두미도 북구마을 (1시간 20분 소요) 산행코스: 북구마을-275봉-바위지대(너럭바위)-천황봉정상-바위지대(너럭바위)-275봉-북구마을(오솔길)-사동-남구마을 산행시각 06:50 통영출항 08:10 두미도 북구마을 08:12 배에서 내리자 마자 <산행시작> 08:19 폐교 08:29 오솔길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는 지점 (삼거리) 09:06 275봉 10:15 너럭바위 10:24 발자국바위 10:45 천황봉 정상 467M (식사와 조망을 보느라 정상에서 1시간 지체함) 12:02 너럭바위 12:50 275봉 13:16 오솔길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는 지점 (삼거리) 14:00 남구마을 <산행끝> 15:50 남구마을 출항 17:10 통영도착 ■ 산행 거리 약 7km ■ 산행 시간 약 5시간 48분 (순수산행만 하면 4시간이면 충분) ■ 나의 만보계 14,254步
참고 산행기 구름도 쉬어 넘는 남해 高島 - 박중영
1. 산행 전 이야기..
금요일(2월 11일) 오전에 뜻밖에도 1500산김정길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인즉 형님께서 미답산인 두미도의 천황봉 산행을 하러 오신다는 내용이다. 이미 충북의 산을 산행하기로 계획을 잡았지만 모처럼 형님께서 내방하신다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방향을 선회하여 형님과 함께 두미도 섬 산행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두미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통영에 살고 있어도 난생 처음 듣는 섬 이름이었다. (그만큼 섬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이 없었음을 시인하며 앞으로는 아름다운 우리 고장의 섬을 적극 홍보 하겠슴다. ^^;)
약국에 볼일이 있어 찾아온 손님이 마침 욕지도 면사무소 직원이라 두미도에 대해 물어보니 등산로가 전혀 개발되어 있지 않다고 했고 한 술 더 떠서 옆에 있던 친구(강성웅)는 그곳은 염소들이 벼랑을 타고 다니는 곳이며 염소불고기나 구워먹는 곳이지 등산하는 곳은 아니다 라고 한다. 그래도 가고 싶으면 한번 가봐라 한다. (한번 혼쭐이 나봐라 하는 투다.) 으메 ..^^;;;
그래서 두미도에 대해 자세히 알기위해 통영시청 문화관광과까지 직접 찾아가 두미도 천황산에 대한 자료를 부탁했으나 욕지도의 천황산은 있으나 두미도의 천황산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오히려 그곳은 등산하기에는 힘든 곳이니 욕지도 천황산으로 갈 것을 권유한다. --흐으미.. 토요일(2월 12일) 밤..
정길형님과 우리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고 우리 아파트까지 모시고 오는데 까지는 성공했는데 형님께서 극구 사양하시는 바람에 형님을 보내드릴 수밖에 없었고 형님께서는 늘 하시는 방식대로 애마에서 주무셨으니 동생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편하고 잠을 더 잘 주무신다고 하시니 어쩔 수가 없었다. (간혹 당신의 집에 귀가하시어도 방에서 자는 것이 갑갑해 차에서 주무신 적이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형님께서는 奇人이 아닐 수 없다.) 아침 6시에 정길형님과 집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고 통영여객선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6시 40분이다. 6시 50분 출항하는 배라 한 10분쯤 늦게 7시정도에 출발하겠지 하고 느긋하게 자판기 커피를 뽑아 걸어가다 잘못했으면 배 놓칠 뻔 했다. (우리가 배에 올라타기가 무섭게 출항하는 ‘바다랑호’ 시계를 보니 에누리 없는 6시 50분이다. 헉! ) --‘가고파호’가 수리중이라 ‘바다랑호’가 대타로 운항하고 있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 055-642-0116) 좌현 쪽으로 일출이 일어나고 있었다. 실로 얼마 만에 보는 바다에서 보는 일출인가! (태양이 이미 많이 떠올라 역광 모드로 촬영 했더니 색조가 다소 어둡게 표현 되었다. 그냥 찍을 걸..) 1년 6개월 전인.. 2003년 8월 3일 아내와 함께 멋모르고 올랐던 사량도 지리산! 사량도 지리산은 여름에 오르는 산은 아니었다. 내리 쬐는 강렬한 태양과 암릉에서 내뿜는 복사열로 폭염 속 유격훈련을 했던 그 날이 생각이 난다. (사량도 지리산은 봄, 가을에 산행을 해야 하는 산이며 충분한 식수를 가지고 산행을 해야 한다.)--생고생을 하였기에 더 추억에 남는다. 지금 이곳에서 바라보니 감회가 새롭구나! 1. 두미도 북구마을 이장님의 입산금지령.. 두미도에 등산하러 가는 우리 세 사람과 낚시꾼으로 보이는 한 사람, 도합 6명을 내려놓곤 바다랑호는 남구마을로 향하고 처음 온 우리는 시골 촌놈 모양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두미개척백년’ 이란 글씨가 새겨진 비석이 보인다. 비석의 제조일이 1996년이니 두미도에 사람이 산지가 100년도 넘었나 보다. 선착장에서 좌측으로 올라가니 폐교가 나온다. (두북분교) 한 어르신이 보여 천황봉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친절히 가르쳐 주시며 지금 올라가면 전망이 아주 좋을 것이라 한다. (토박이로 존함이 송영수님이라 하심.) 송영수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왼편 철탑이 있는 곳으로 오르니 오솔길이 나있고 약간 오름길이다. 전방에서 염소 울음소리와 사람의 인기척이 들린다. (한 분이 풀을 베고 계셨음.) 정길 형님이 그분에게 인사를 하니 뭐 하러 가는 사람들이냐며 묻는다. 그래서 두미도 천황봉 등산을 왔다고 하니.. 대뜸 내가 북구마을 이장인데 안돼요! 입산금집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 ??? ??? 왜 입산금진데요? 하고 물으니 당신들이 다녀가면 소문이 나서 머잖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엥? “왜 올라 갈 수 없습니까? 송영수 어르신은 친절하게 길도 가르쳐 주셨는데요” 하고 말씀 드리니 할 말이 없는지 마을로 내려가시면서 “만약 당신들이 산으로 올라가면 방송을 하여 못 오르게 할끼요.” 하며 씩씩거리며 내려간다. 두미도 천황봉을 오르기 위해 멀리 안산에서 이곳까지 벼르고 오신 형님의 얼굴을 바라보니 난감한 표정이시다. 가만히 생각하니 이 이장님께서 염소를 키우고 계셨는데 등산객들이 오면 도움은 되지 않고 피해만 주게 될까 싶어 그렇게 말씀 하신 것 같았다. 나중에 남구마을 이장님(정성진)을 만나 이 이야기를 하니 아마도 낚시꾼들 때문 일 것이라고 했다. 이 두미도에 오는 외지인은 주로 낚시꾼인데 두미도에 남기고 가는 것은 쓰레기만 남기고 가니 그런 말씀이 나왔을 것이라 했고 몇 해 전에는 낚시꾼들에 의해 북구마을에 산불까지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구마을 이장님은 젊은 이장님답게 앞으로 두미도 천황봉의 등산로를 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북구마을 이장님이 쇄국정책을 하는 수구파라면 남구마을 이장님은 문호를 개방하는 개화파였다. 북구마을 이장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오른 등로는 처음부터 심상치가 않다. 등로가 있기는 한데 희미하기 짝이 없다. 묘 2기를 지나자 등로를 찾아 요리조리 눈알을 굴려야 했으며. 덩굴과 회초리 같은 나무로 무척 성가시다. 만일을 위해 낫을 준비했는데 요긴하게 쓰일 모양이다. 정길 형님의 스틱은 놀랍게도 나무 지팡이였다.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이 지팡이로 내리치시며 잘도 길을 뚫으신다. ^^ 어느 암릉이 진로를 방해하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275봉의 전위 암릉이었고 우측으로 가야 하는데 박중영님의 산행지도를 보니 좌측으로 그려져 있어 좌측으로 치고 올라가느라 생고생만 한다. (우측사진이 치고 올라가는 모습, 등산의 묘미는 등산로를 개척해 가는 것임을 오늘 절실히 깨달는다.) 좌측에 윗입술 모양의 응봉산과 설흔산이 보이고 암릉미를 과시하는 남해 금산, 그 금산의 우측에 살짝 고개를 내민 남해의 최고봉 망운산, 창선도의 대방산, 그리고 하동 금오산.. 원시림을 헤치고 한 거인이 올라가고 있다. 어제 밤.. 형님께서 그동안 본인이 산행 하셨던 산을 우리나라 지도에 깨알 같이 박아 놓은 귀중한 자료를 나에게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 지도에 촘촘히 박혀있는 1,452개의 산들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과연 형님은 奇人인가? 아님 巨人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凡人일까? 평가는 훗날에 이루어지리라.. 비록 등산로가 엉망이긴 해도 생각한 것만큼 험하진 않았다. 박중영님 만 오르신 줄 알았는데 빨강색 리본이 눈에 띄어 살펴보니 ‘울산 원조 산우회’ 리본이다. 이미 많은 선답자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후답자를 위해 낫으로 등산로를 개척하시는 김정길 형님의 모습이 아름답다. (내려오실 때는 본격적으로 길을 내심. 그러므로 이제는 얼마든지 산행이 가능함. 나중에 산행을 마친 후 바지를 보니 얼마나 덩굴에 시달렸던지 바지가 올이 나가 엉망이고 정길 형님의 바지는 ㄱ자로 찢어졌었다.) 이 암릉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은 바위를 타야 한다. 바위를 타기 전에 가지고 다니시던 지팡이를 바위 위로 던졌는데 아뿔싸! 그만 데굴데굴 구르더니 저 아래로 떨어져 버리고 만다. 주우러 가기엔 너무 위험해 아쉽지만 정든 지팡이와 이별을 고하고..그래도 낫은 정확하게 던져 안착시키는 형님.. ^^ 바위 타기는 조심만 하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으나 어린이나 노약자에겐 로프가 설치되어야 할 곳임. 2. 정상에서 머무른 1시간..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던 천황봉 정상에는 반갑게도 삼각점이 정상석을 대신하여 우리를 맞이한다. 오늘 산행은 시간이 무의미한 산행이라 아까 산에 오를 때부터 느긋하게 산행을 했었다. (빨리 산행을 한들 소용이 없다. 어차피 우리가 타고 갈 배의 시간은 오후 3시 50분이었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셋이서 기념 촬영도 하고 점심으로 준비한 빵으로 점심도 먹고 훌륭한 교관으로부터 조망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남해의 미조리에서부터 응봉산, 설흔산, 금산, 망운산, 대방산, 금오산, 이명산, 봉명산, 각산, 와룡산, 향로봉, 사량도지리산, 칠현산, 벽방산, 미륵산까지...이중에서 내가 오른 산은 밑줄 친 9개 산이다. 남해 호구산은 금산에 가려 보이지 않음. 3. 두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천황봉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망이 펼쳐지는 곳이 바로 이 너럭바위 일 것이다. 이곳은 양지 바른 남동쪽이라 따뜻하고 발아래는 아름다운 청석마을의 용머리가 눈에 들어오고 외거칠리도, 내거칠리도, 상노대도, 하노대도와 욕지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고 남쪽으론 두개의 섬으로 보이는 갈도가 보인다. 날씨가 좋은날엔 제주도도 보인다고 하더니 지금은 보이지 않누나.. 통영으로 돌아오는 바다랑호 속에서 어느 분이 나에게 물어온다. “그래 물건이 좀 있던가요?” “네?” “난 캐러 가신 분들 아닙니까?” “아뇨 우린 등산만 하고 내려온 사람들인데요” “좋은 것이 있으면 나도 한번 올라 가려고 했는데..” "......" 우리 산꾼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이 산에 있는 것을 훔쳐오는 인간들이다. 왜 사람들은 산에 있는 것을 자연 그대로 두지 않고 꼭 자기 소유로 하려고 하는 것인지.. 4. 북구마을에서 남구마을로 가는 길은 After service..^^ 하산하면서 정길형님은 본격적으로 낫으로 길을 트신다. 아마 이 산행기를 보고 산행을 하시는 분은 우리가 다녀온 코스대로 가면 다소 수월하게 오르실 수 있을 것 이다. 박중영님의 지도대로 북쪽으로 바로 하산하는 길은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어 다소 위험해 일찌감치 포기했었고 바위지대를 지나 안부에서 남구마을로 직진하는 코스도 길을 찾을 수 없어 아까 올랐던 길로 도로 내려온 것이다. 이별.. 우리의 우정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변치 말자는 한마디 말씀을 남긴 채.. |
양심의 가책이 되어 산에갈준비는 해놓고 남편눈치보며
산행기를 접하는순간,역시 멎진 글을 쓰시는 수영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07시에 올리신 산행기 한잠도 안주시고 쓰셨군요. 정말 존경합니다. 아니 부럽습니다.
구정 다음날 신경수님뒤를따라 덩실덩실 춤추며 들어보지도 못한 기맥을 딸아나섰고.
일요일엔 박영석과함게노스페이스 명산찾기에 히어리님 모시고 산행하고
오늘은 완주 원등산.대부도 갈계획을 하였다가 주저앉았는데.....
수영님 산행기에 눈시울이 적셔지는군요.
제가 남자로 태어나질 못함이 이순간 싫기도 하구요.
항상 수영님의 발자취에 행복과사랑과 평화가 넘치시길 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