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공룡능선(설악) 이야기 1부 “공룡과의 만남”

<소공원-비선대-공룡능선-중청대피소>

 

1. 설악 그 1년만의 외출 ................................................................

2. “메기”의 등을 떠밀어내며 맞이한 남애항에서의 일출 ..................

3. 맛없는 아침식사와 주차요원과의 신강이 .....................................

4. 금강굴 유선대에서 신선이 되고 .................................................

5. 공룡릉에서의 꿈결같은 시간 .....................................................

6. 조난 직전의 사투 .....................................................................

7. 산우의 도움으로 ......................................................................

8. 깊어가는 중청의 밤 ..................................................................

 

산행지 : 설악산(소공원-비선대-금강굴-공룡능선-중청대피소)

일  시 : 2004. 08. 20 (금) 흐리고 맑음

산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00:30 대구출발

05:30 남애항

06:40 설악동

 

산행경로

07:30 소공원

08:40 비선대

09:30 금강굴

13:10 마등령

15:30 공룡릉 1,275봉

18:25 무너미고개

18:30 희운각대피소

18:55 철계단(휴대폰 통화가능 지역)

20:20 소청

21:00 중청대피소

 

산행거리 및 시간 (8월 20일 금요일) : 13.5km 13시간 30분

소공원→3.0←비선대→0.6←금강굴→2.9←마등령→5.1←

희운각대피소→1.9←중청산장(1박) 

 

 

1. 설악 그 1년만의 외출

 

사랑방 홀로 하기로 했던 1박 2일의 정통지리종주(화엄사-대원사)는

산장예약을 못해서 어쩔까 망설이고 있던 차에 꼭지(아내)의 만류로 취소하고

대신 설악 공룡 능으로 산행지가 변경되고 맙니다.

 

작년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대청봉 일출도 보지 못했고

밤새 내린 비로 위험할 것 같아 공룡능선을 포기한 체 지루한

너덜 길의 오색으로 하산 했던 일..

 

하지만 올해는 백담사와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의 일출, 공룡능선을 타고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거창하게 계획을 잡았으나 이튿날 공룡을 타는 건

무리가 될 수 있다는 산그림자님의 충고로 첫날, 공룡부터 타고

그 이튿날 백담으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해병대아저씨와 같이 중청예약을 해 두었으나 설악의 공룡보다 해병대에 입대한

큰 아들이 더 좋은지 아들을 봐야 한다며 불참선언을 합니다. 왜냐고요??

하필이면 그 큰아들이 오늘 첫 휴가를 나온답니다.

 

확실히 의리 있는 해병대가족입니다.

귀신 잡는 해병이 두 사람이나 있으니 “에구~~” 무서운 집안입니다.~~@@

결국 해병대아저씨가 없는 덕분에 오늘 사랑방만 죽을 고생을 하게 됩니다만

그래도 하늘이 무심치 않아 구세주(?)를 보내주시더군요~~

 

그래서 꼭지와 둘이라도 떠나려니 또 태풍이 앞을 가로 막네요

“메기”라는 태풍이 남부지방에 많은 피해를 내며 가슴을 조입니다.

하지만 공룡의 유혹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서 동해안으로 빨리 빠져나가달라고

“메기”의 등을 떠밀어내며 밤 12시가 조금 넘어 출발을 합니다.

 

풍기, 단양을 지나니 꼭지는 옆에서 쿨쿨 곯아떨어지고 사랑방도 이젠

졸음이 몰려와서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휴게소마다 들러

잠시 눈을 붙이고 출발하고 그러기를 반복하다보니 벌써 날이 밝아옵니다.


 

2. “메기”의 등을 떠밀어내며 맞이한 남애항에서의 일출

 

잠간씩 눈을 붙였어도 한 두 시간 잠을 잤으니 몸이 조금은 개운합니다.

해안도로의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끝에 스며드는 것을 보니

벌써 속초가 가까워지고 있나 봅니다. 그 어디에도 태풍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시원한 하늘 끝 바다 저편에는 벌서 동이 트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높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에서 맞이하는 일출

그 또한 공룡능선 이상으로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겠지요

어디에서 일출을 볼까 싶어 대충 전망이 트이는 해안가 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남애항이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는 태풍이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을 치고 있어서 파도는

방파재위에까지 넘쳐 올라옵니다. 하지만 “메기“의 수염은 보이지 않네요.~~@

꼭지와 겨우겨우 파도를 피해 철조망 따라 마지막 초소가 보이는

부두에서 공룡을 향한 첫날의 일출을 맞이합니다.

  

▼남애항에서의 일출
 
 

 

 

 

3. 맛없는 아침식사와 주차요원과의 신강이

 

일출에 정신을 뺏기다 보니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는지라 서둘러

아침을 먹을 겸 설악동의 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이른 시간이라 메뉴가 된장찌개뿐이었는데 가격(5,000원)도 비싸고

그렇게 맛이 없는 식사는 처음입니다.

  

투덜거리는 꼭지를 달래 밥맛이 아닌 입맛으로 먹으라고 욱발 질러 억지로라도 먹습니다.

이건 오늘 공룡과의 전투(?)을 위한 살기위한 몸부림입니다.

결국 이 한 끼 식사로 밤 10시까지 견디데 될 줄이야~~@@

  

그저께 산그림자님과 통화를 하다 보니 오늘 서로 산행지가 비슷한지라

설악에 가게 되면 저녁 5시에 중청산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동안 성가시게만 한 사랑방에게 많은 사랑과 격려를 주시던 분이라

몇 번 산에서 스쳐 지나기는 하였지만 한 번도 만나 뵙질 못했는데

오늘 친구 분과 같이 오신다 하여 벌써부터 잔득 기대가 됩니다.

 

한편으론 이 태풍을 따라 설마 설악에 오시겠나 반신반의 하면서도

대충 식사를 끝내고 서둘러 소공원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주차아저씨와 신강이가 벌어집니다. 1박2일에 주차요금이 12,000원이랍니다.

하루에 4,000원인데 왜 12,000원이냐고 물으니 자동차가 하룻밤 잠자는데

또 4,000원이랍니다.

 

대피소에 사람 재워주는 것도 5,000원 받다가 7,000원 받는 것이 억울한데

차고지에 재워주는 것도 아니면서 자동차까지 숙박비를 달라니 ~~@@

설악의 하루는 계산방식이 24시간이 아닌 12시간인가 봅니다.

 

어쩔까 망설이는데 재무부장관 꼭지 왈 “차를 돌리이소 마~~”.

“어디로?” 

“차라리 설악동에 주차하고 택시타고 오는 게 낫겠심다.”

어쩝니까. 기사가 장관님 말을 들어야지요.~@

 

 

4. 금강굴 유선대에서 신선이 되고

 

주차장이 더 깨끗한 설악동 공원관리사무소 주차장에 공짜(?)로 차를 주차시키고

버스승강장에 올라와 20여분마다 한 대식 다니는 시내버스를 타고 소공원으로 향합니다.

요금은 둘이 합해도 1,500원이라 꼭지가 아침부터 만원을 벌었다고 싱글벙글 입니다.

  

조금 전 버스 안에서 만난 친절한 아주머니가 마침 감자떡을 팔고 계셔서

두 봉지를 삽니다. 결국 이것이 오늘 우리의 점심이 되었습니다만..

 

▼소공원에 세워진 안내도를 보니 공룡능선은 겨우 5.1km입니다.

  “겨우 고정도로..”하며 만만히 보았다가 오늘 공룡에게 호되게 당합니다.
 
 

▼소공원에서 공룡을 향한 첫 발을 뗍니다. 보이는 봉우리가 세존봉(?)
 
 

▼신흥사 대형 불상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뒤쪽으로 그 유명한 울산바위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소공원에서 비선대가는 길은 그냥 산책로라 할 만큼 편안하고 걷기 좋은 오솔길입니다.

꼭지와 둘이서 시원한 계곡 따라 걷는 금강송의 숲길

아무리 걸어도 싫증나지 않고 정겨운 설악의 풍경입니다.

  

태풍 뒤라 불어난 계곡 물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엇에 쫓기듯

하얀 엉덩이를 들석들석 뒤흔들며 바쁘게 흘러갑니다.

 

▼저 다리를 지나면 선녀의 놀이터 같은 경치 좋은 비선대입니다.
 
 

▼비선대 풍경인데 선녀는 이미 하늘로~~@@ 사랑방이 꼭지 옆에 놔두고 오늘도 선녀타령입니다. 
 
 

▼비선대 통제소 입구에 세워진 이정표인데 공룡은 우측 마등령 방향입니다.
 
 

▼금강굴 가는 길.. 고목도 제자리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급경사

  돌너덜길을 오르며 꼭지가 벌써 진을 빼고 있습니다. 대단한 길입니다.~@
 
 

▼유선대에서 올려다본 금강굴입니다.
 
 

금강굴까지 50여m를 철사다리를 밟으며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야 함으로

꼭지는 그냥 아래서 기다리라하고 유선대에 올라서니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로

전망이 너무 좋습니다. 아래에 앉아있는 꼭지를 다시 불러올려

유선대에서 둘이 잠시나마 신선이 되어봅니다.

 

외설악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중간의 범봉과 공룡능선..

대청봉은 공룡뒤에 숨어서 슬슬 눈치를 보고 있네요.~^^*

언제 쯤 대청이 고개를 내밀지 그때가 기다려집니다.

 

▼금강굴 유선대에서 바라본 외설악의 파노라마입니다.


 

▼금강굴 안에서 바라본 조망입니다.
 
 

아마도 이곳이 설악산의 최고의 전망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좋은 전망에 꼭지는 다리의 아픔도 잊은 듯 연신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마등령으로 가시는 분은 이곳 금강굴을 생략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금강굴에서 내려와 능선까지 다시 40여분 돌길을 치고 오릅니다.

이건 경사길 위에 아예 돌을 쏟아 부어 놓은 것 같습니다.

돌부리 잡으며 엉금엉금 기어올라 지 능선에 이르니 이제야 조금 걸을만 합니다.

 

잠시나마 마사토가 섞여있는 육산이 이어져 좋아라 했는데 그것도 잠시뿐 돌길은

계속 이어지고 이러다간 공룡을 만나기도 전에 주저앉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조망이 트여 퍼질고 앉아 하염없이 펼쳐지는 설악의 비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무겁게 짊어지고 올라온 수박과 오이 콜라로 포식을 합니다.

 

그런데 이 수박 때문에 배낭의 무게가 무거워 일찍 지치게 되었죠.

종주산행이나 암능 산행은 최대한 배낭무게를 줄여야하는데

꼭지는 공룡에서 수박과 콜라가 먹고 싶다며 배낭이 무겁도록 짊어지고 왔지요

 

ㅋㅋㅋ..그래서 공룡중반부까지 목이 탈 때마다 물 대신에

어찌됐던 맛있는 수박과 콜라 오이로 먹긴 잘 먹었습니다.

그래서 점심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픈지 몰랐었나 봅니다.

 

▼지 능선에서 바라본 속초앞 바다
 
 

▼공룡능선아래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힘찬 폭포수인데  흡사 공룡이 쉬이~~@ 하는 모양새입니다.
 
 

▼마등령 가는 길인데 벌써 3시간째 돌길이 이어지니 꼭지가 무척 힘들어합니다.
 
 

▼서로 떨어져있는 괴상하게 생긴 암봉 사잇길로 빠져나와 공룡을 만나러 갑니다.
 
 

▼공룡릉이 지척입니다. 좌측이 1,275봉이고 우측이 나한봉인가요? 이제야 대청과 중청이 손짓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니  소공원으로 내려가는 계류와 시원한 속초 앞 바다가 보입니다. 
 
 

▼기암사이 양지쪽에 피어있는 야생화도 한 송이 담아봅니다. 승리의 V 자입니다. 
 

 

 

5. 공룡릉에서의 꿈결 같은 시간..

 

산행시작한지 5시간 30분이 소요되어서야 마등령에 도착합니다.

느림보 부부인지라 표준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 더 소요되고

지금부터가 시작인데 이래갖고는 해지기전에 중청에 도착할 지가 의문입니다.

 

하지만 가야할 능선 길을 바라보니 천상의 화원보다 더 아름다운 비경의 연속입니다.

이 세상의 것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칼날 같은 기암들.. 어느 한 곳 막힘 없는 조망..

 

왜 사람들이 그렇게 “공룡“을 외치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비록 수백 장의 사진을 본다 해도 단 한 번의 눈길에 미치지 못함을 이곳에서 깨닫습니다.

오직 직접 보는 것만이 공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이라는 것을..

  

그러고보니 공룡릉도 꿈에 그리던 대간길입니다.

사랑방 요즘 웅석봉에 이어 연속으로 대간만 탑니다.ㅋㅋㅋ ~~^^*

지리의 웅석에서 설악까지 그러면 대간을 종주한 셈인가요~~@@**

 

▼마등령에서 바라본 가야할 길의 공룡능선과 대청, 중청봉입니다.
 
 

▼공룡능선의 상징물 “하늘의 제왕”입니다.
 

 

▼되돌아본 나한봉.. 이제 한 고개를 넘었습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공룡을 탑니다.
 
 

아직은 꼭지가 힘이 남아도는지

“공룡릉 그 짜릿한 맛~~@” 어쩌고저쩌고 하며 스릴 있다고 엄청 좋아합니다.

글쎄요, 공룡이 그렇게 호락호락 할까요?

 

▼로프를 타고 공룡등을 내려서는 꼭지가 공룡보다 더 무서워 보입니다.~~@@
 
 

▼공룡에서의 꿈결 같은 시간 들.. 나한봉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공룡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와 속초 앞 바다풍경입니다. 눈이 어두워 줌으로 당겨봅니다.
 
 

▼공룡능선은 어느 한곳이든 비경의 연속입니다.
 
 

▼암벽에 붙어있는 설악의 진주 금강초롱입니다.
 
 

▼대청과 중청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지만 아직 6시간의 거리에 있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마지막 공룡릉입니다. 저위를 가냐고요?
 
 

글쎄요.. 붙고(?) 싶지만 자일도 없고 릿지 전문가가 아니어서 우회합니다.

우회 길도 오름과 내림의 연속이라 차라리 능선보다 못한 길입니다.

그래도 우리 느림보가 젊은 대학생 두 쌍을 추월합니다.

 

여기도 배낭무게 때문에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더 쩔쩔맵니다.

담요까지 짊어지고 가길래 안쓰러워 물어보니 희운각대피소까지 간다는데

그렇게 늦게 가면 비박은 따 놓은 당상이 아닙니까?

 

작년에 우리처럼 처마 끝 동태신세 될 것은 기정사실이라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을 추억의 고생은 돈 주고 사서도 한다는데

그래도 무사히 산행을 마쳤는지 걱정이 됩니다.


▼1시간 30분이 결려 겨우 1.7km를 왔습니다.
 
 

▼야생화 한 송이로 잠시 땀을 닦으며 애써 힘듦을 잊어봅니다.
 
 

▼대청봉을 향해 공룡이 등 비늘을 빳빳이 세우며 포효합니다. 우측으로는 대청에 뭉게구름이 걸려 있습니다. 
 
 

▼운무에 가린 중청과 대청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건만 아직도 5시간여 거리에 있습니다.
 
 

▼물이 지르르 흐르는 경사지대.. 아예 미끄럼을 타며 내려옵니다.
 
 

▼암벽하다 숨진 어느 고인의 동판 위령비에서 바라본 1,275봉입니다.
 
 

<마등령2.3km 희운각대피소 2.8km> 이정표가 있는 샘터인데 하지만

그냥 흐르는 물의 계곡수입니다. 똘배님이 갔을 때는 줄무늬 독사가 지키고 있던데

오늘은 태풍에 떠내려갔는지 어쨌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라면이라도 끊여먹을까 꼭지에게 물어보지만 꼭지는

너무 지쳤는지 수박을 많이 먹어 배가 부른지 밥 생각이 별로 없다하여 계속 갑니다.

 

 

6. 조난 직전의 사투

 

다시 돌너덜의 오름길이 이어지고 젊은 부부 한 쌍이 계속 우리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다리는 후들후들하고 장딴지도 당기고 배낭은 더욱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전망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가야할 길로 시간과 싸우며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길 뿐입니다.

 

능선에 도착하자마자 꼭지가 체했는지 배가 아프다며 난리를 칩니다.

자동 바늘 침으로 스스로 엄지 두 개를 따길래 등을 두드려주니

속을 다 비우고 가스명수를 한 병 마시고 나서야 조금 나은 것 같습니다.

힘들어하는 꼭지는 가다쉬다를 반복하니 더욱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합니다.

 

지나온 능선인데 이제 막 학생들이 저 멀리 능선을 넘어오고 있습니다.
 
 

▼공룡의 끝 지점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입니다.
 
 

▼꼭지가 스틱에 의지한 체 저 길을 어찌 왔을꼬. 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드디어 희운각대피소를 향한 하산길.. 아직도 중청은 3-4시간을 더 가야합니다.
 
 

시계를 보니 벌써 5시가 넘었는지라 도저히 7시전에는 예약한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휴대폰을 켜 전화를 하려니 전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7시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된다는 공원규정이 있으니 잘못하다간

작년과 마찬가지로 처마 끝 동태신세가 될지도 몰라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예약했다고 침낭도 없이 느긋하게 왔는데..

 

희운각대피소가 여기서 한 시간여 거리에 있으니 빨리 내려가서 비상전화라도 하여

환자(?)가 있어 늦다고 알린 후 희운각에서 식사를 한 후 좀 쉬어가려고

걸음을 재촉하지만 꼭지는 더디기만 합니다.

 

꼭지는 먼저 내려가 전화를 하라고 하지만 등산로가 희미해 걱정이 되니

혼자 남겨두고 먼저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결국 등로가 양호한 무너미고개에 도착하여 먼저 앞서 갑니다.

 

18:30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해도 휴대폰은 전혀 터지지 않고 산장지기에게

비상전화를 부탁하니 헉~~! 여긴 전화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대피소에 통신수단이 없다니~~@@

할 말을 잊습니다. 하지만 소청방향으로 40여분 올라가면 휴대폰이 터진다는 산장주인의

말에 힘을 얻고 꼭지에게 그렇게 설명하고 또 먼저 올라갑니다.

 

끝없는 철계단.. 하지만 힘겨워할 때가 아닌지라 휴대폰 화면만 쳐다보며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계속 치고 오릅니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소청오름길도 공룡이상으로 만만한 길이 아니더군요.

 

18:55 드디어 공룡능이 훤히 내다뵈는 철계단에 올라서니

휴대폰에 도레미까지 건반 안테나가 그려지고 삐리릭~! 이제야 연결이 됩니다.

중청대피소 공단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친절하게 응대해 줍니다.

“늦어도 괜찮으니 천천히 조심해서 오라고..“

 

 

7. 산우의 도움을 받고..

 

그때 중청산장앞에 있다는 산그림자님의 메시지가 와 있어 얼른 전화를 겁니다.

꼭지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9-10시쯤에 도착하겠다고 전화를 드리고 나니

이젠 맥이 빠져 온몸이 가라앉습니다.

그래도 지나온 공룡릉을 바라보니 또 힘이 쏟습니다. 무슨 조화인지~~@@

 

▼소청오름길.. 올라오는 꼭지를 기다리며 철사다리위에서 바라본 공룡릉
 
 

▼용아장성으로 서서히 노을이 지건만 꼭지는 오질 않고..
 
 

가파른 급경사 계단 길을 너무나 힘들게 올라오는 꼭지가 보입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침 한 끼 식사로 하루 종일을 바틴데다 떡과 간식은 먹었지만 속을 다 비운상태니

저러다가 쓰러지진 않을 지 걱정이 됩니다.

 

꼭지의 배낭을 받아들면 좀 나을 것 같아 배낭을 받아 앞으로 짊어져 보지만

헉~! 이것도 급경사 오름길에선 시야도 가리고 이젠 사랑방이 죽을 맛이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시 꼭지의 몫으로 넘겨줍니다.

 

그렇게 40여분 올랐을까

갑자기 위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이고 산그림자님의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늘 전화통화만 하다가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만나다니.. 에구~~ 창피해~~@@

더군다나 부인과 함께 걱정이 되어서 중청에서 이곳까지 마중 나오신 것입니다.

 

꼭지의 배낭을 받아든 그분의 뒷모습에서 전정한 산꾼의 그림자를 느낍니다.

그 닉네임의 의미가 가슴에 파고드니 긴장이 풀린 탓일까

갑자기 머리에 현기증이 일어나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걷기가 힘들어 집니다.

 

잠간 주저앉았다가 일어나 봅니다. 설상가상으로

한참을 오르다가 허전해서 보니 어~@ 스틱이 없습니다. 스틱 찾으러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니 기운이 더 빠집니다. 가다가 앉아 쉬기를 여러 번..

드디어 모든 체력이 소진됨을 느낍니다.

 

드디어 중청대피소의 등대 같은 불빛이 보이건만 바로 아래 지척인데도

현기증이 일어 걸을 수가 없어 잠시 배낭에 기대어 누워봅니다.

잠도 쏟아지고 중청의 밤하늘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은 나아진 꼭지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이대로 잠이 들면 아마도 저 체온증으로 ~~@@

겨우 몸을 가누고 산장에 들어섭니다. 희운각에서 중청까지, 2시간 30여분 휴~~~!

그 악몽 같은 긴 터널을 빠져나옵니다.

 

 

8. 깊어가는 중청의 밤

 

지금까지 산행하면서 이런 일이 없었는데 만약 이런 상황에서

산그림자님이 없었다면 과연 어찌되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항상 사고는 도사리고 있는 법..

 

대피소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고는 뭐라도 먹어야 기운을 차리겠기에

바로 취사장으로 내려가 1회용 우거지국과 햇반을 끊여 넷이서 때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국물이 뱃속에 들어갔는데도 온몸이 춥고 열이 납니다.

 

식사 후 장비를 챙기니 에궁~@ 이젠 헤드렌턴이 없습니다.

기억을 하니 조금 전 카운터에 올려놓은 것 같은데.. 또 올라갑니다.

휴~~@ 어디 갔는지 흔적이 없습니다. 아구~~ 아까워~! 비싼 긴데~~

 

침상에 올라오니 희운각은 만원사례(?)인데도 여긴 예약제라 사람들이 지레 겁먹고

올라오지 않는지 아직은 자리가 많이 비어 있습니다. 쯔쯧 그 학생들  불러올 걸~~@

좀 더 일찍 도착하여 낭만적인 중청의 밤, 재미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했는데

오히려 신세만 지게 되었으니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시바이스 양주까지 갖고 갔었는데 한 모금 하는 둥 마는 둥~~~~

 

▼ 저위 2층 침상이 오늘 잘 잠자리입니다. 우리 집보다 낫네요.~~@@
 
 

모포 두 장을 덥고 꼭지와 잠자리에 들었으나 열이나 오한이 들고

팔다리가 아파서 과연 내일 제대로 하산할 수가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일단 일어나 보기로 하고 잠을 청하며 중청에서의 첫 밤을 맞이합니다.


 

~ 1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