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인원 : 강종훈(팀장),박영수(대장),박일권(총무),김남일(기록)
산행일시 : 2004년 8월 11일 수요일
산행기록 : 중산리매표소 출발(09:45) - 칼바위(10:10) - 망바위(10:32) - 대피소 (11:10~11:24) -

    천왕봉 (12:32~12:57) -세석봉(1:24) - 장터목 (1:34) - 계곡 (2:28~2:58) - 중산리매표소도착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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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들의 산행에 끼어든 지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의 산행에서 여럿의 감동을 맛보기도 했는데 그중에서 거제 망산과 2월의 지리설산이 아직도

잔잔한  감동으로 눈앞에 떠오르는다.마음은 겨울 지리에 벌써 가있어 계절과 시간을 마음으로 재촉

한다.그러나 아직 가을 설악을 보지 않아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을을 기다려 보기로 한다.

우리는 같은 쥐띠들 옛친구들의 산행 모임인지라 특별한 부담 없이 매달 적당한 때를 정해 정기산행

해왔지만 오늘 산행은 전혀 계획하지 않았다.영수와 점심 먹다가 불쑥 영수가 "지리함 갈래" 하는

말에 이끌려 내딛었다. 어릴 때 동심인 "됐나 ~ 됐다" 하는 하이얀 순수함으로 위기의 이 일상을 팽개

치고,생업을 제쳐두고 모두들 따라 나섰다.우리나이엔 이럴 때 도 있어야 한다.아마 안그러면 애꿎은

술로 오히려 몸을 축낼 수 밖에 없다.마음으로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보자 하여, 한걸음에 마음을 모아

그 다음날로 산행계획을 잡고 집을 나섰다.아내의 따가운 시선과 쭈삣하는 입을 보면 " 그래 니는 좋나 ?

 그라몬 나는 뭐꼬 " 하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하여 일말의 미안함을 가슴에 안고 서둘러 도망치 듯 말

이다.
 
그렇게 모인 친구가 영수,종훈,일권 그리고 나 , 나도 이제 정예 멤버에 넉넉히 끼일 정도의 체력이  된다.
오전 6시 40분쯤 집을 나오면서 느껴지는 아침의 싱그러운 공기가 제법 괞찮다.오늘 발걸음이 무척 가볍

느껴진다. 그동안 무더위와 한참을 씨름 했지만 오늘의 아침 바람은 약간의 쌀쌀함이 살포시 스쳐지나

가는 것이 아무리 삼복더위라도 시간의 뒤안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가는가 보다 ...그렇게 통영을 출발

하여 중간에 아침을  간단히먹고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하여 약간의 준비를 마치고 출발한다.
 
<중산리 매표소 출발 ~ 칼바위: 09:45~10:10>

                                           - 매표소 앞에서 찰칵 기상도 늠름한 쥐띠들이다 !! -

 

처음 집을 나설 때 처럼 매표소를 지나는 발걸음도 가볍다.한걸음 한걸음 지나면서 저절로 콧노래도   나온

다.처음부터 깍아지른 듯이 사람기를 죽이는 통영의 미륵산과는 달리 워밍업을 할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것이
정답게 느껴진다.지나가는 사람들도 여유가 느껴진다.별무리 없이 칼바위 까지 왔다.
 
<칼바위 망바위 ~ 로타리대피소 :10:10 ~ 11:10>

                                      - 칼바위 : 정말 칼처럼 쭈삣하다 -

 

                                              - 망바위 이정표 및 망바우 -

 

                                                 - 대피소 및 약수터 -

 

모두들 컨디션이 좋은 지 쉬지 않고 계속 걸음을 재촉한다.칼바위 망바위를 지나치고 조금 더 올라가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다.5분정도 쉰후에 바로 출발이다.올라 갈 때도 별 말들이 없다.모두들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스트

레스를 자신의 육체인 체력으로 내몬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누가 쫓아 오는 듯이 갈길만 재촉할수 있을까

.아무튼 나도 오늘은 충분히 체력과 정신력이 된다.먼저 쉬자고 말하기에는 그동안 다져왔던 체력과 존심이 손

된다.ㅋㅋㅋ
대피소에서 잠깐 쉬고 천왕봉까지 바로 간다.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11:24 ~12:32>

                    - 민족의 영산 지리의 끝 천왕봉 : 감개무량하다 !! -

 

잠깐의 휴식이 달콤하다. 생각 같아선 그냥 속된말로 한골 때리고 싶지만 모두들 벌써 일어난다. 우리 친구

들이 대견스럽다. 이나이에 모두들 강철같은 체력을 다들 가지고 있으니...선두에 일권이가 앞장선다. 어이

구 일났다 싶다.그동안의 산행으로 미루어 봐서 단단히 작심을 한 것 같다.자기말로는 심장이 멎을 때  까지

걸어야 한다나...이구 녀석도...아무튼 일권이가 앞장서고 나 그리고 종훈이 영수로 대오가 갖춰졌다.사상 최

악의 대오다!! 그래 한번 달려 보자.어차피 아침부터 모두들 달려오는 폼을 보니 여유와는 거리가 먼  산행이

다.대피소에서는 이제 선두 일권이가 거의 경보 수준으로 걷는다.걷는다기보다 차라리 뛴다는게 맞다.수많은

계단이 나온다.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지만 가뿐숨을 몰아쉬니

답례도 못한다.걷고 또 걷는다.이제는 녀석 말처럼 거의 심장이 멎을 듯하다.거의 20분 정도를 냅다 달려가다

시피 왔으니,하지만 먼저 쉬자고 말하기는 존심이 허락 않는다.하지만 천왕봉 계단은 언제나 끝나는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지리지리하다.이대로 계속가다가 어떻게 되는게 아닐까...
"야~  이제 쉬었다 가자" 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넘어올라고 할 때 갑자기 선두가 멈춰선다.아! 얼마나 고대했던

순간인가.선두가 퍼진 것이다...일권이가 지쳤다.드디어 약한 모습을 보인다...ㅎㅎㅎ
"어이구 산을 그렇게 가몬 우짜노" 하면서  모두들 선두선 친구를 잡아먹을 듯이 한다.숨을 돌린 후 ,노련한 영수

가 와서 선두를 강제로 빼앗는다. 영수가 선두로 나서고 마지막 천왕봉고지를 향해 다시 출발이다.걸음이 훨씬

수월하다. 야호소리가 들린다 .앞을보니 저긴가 보다.마지막 피치를 내니 드디어 천왕봉이다.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그곳인가!!! 한국의 영산 지리산 최고봉!! 좌우를 둘러봐도 초보인 나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더이상 올라갈 디딤돌이 없다는 정상의 또 다른 기쁨이, 뭔가 해냈다는,싸워서(?) 이겼다

는, 힘들게 걸음을 재촉한 베타 엔돌핀의 마취효과가 주는 카타르시스가,아님 육체를 항복 받은 정신의 승리인가?
아뭏던 기분이 조~타.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저기 시끌벅적한 등산객들의 이야기들 ,극기훈련 온

듯한 중고생들의 외침소리들이 잠깐의 카타르시스라도 만끽하는 것을 방해한다.고요한 명상의 시간은 사라지고,

이내 저자의 익숙한 범상의 소리에  깜짝 놀라 일상으로 돌아온다.지리산의 최고봉을 즐기기에는 주위가 너무나

산만하다..아쉬운 순간이다. 모두들 조금씩 지쳐 ,간단히 빵 한조각으로 요기하고, 곧 바로 하산하기로 한다.
 
<천왕봉,제석봉,장터목,계곡 ~ 중산리매표소 : 12:57 ~ 3:43>

       -벽무동~중산리 하산길 : 얼굴만 씻다가 동심으로 돌아가고 만다.풍덩 !! -


하산길에는 인적이 드물다.연인과 연인만이 부딪힌다.20여년전 대학시절로 되돌아 보면 나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
아마 없었지 하는 생각에 다다르니 괜히 심통만 난다.세석봉에서 여기저기, 살며시 고개짓하는 이름모를 아름다운

들꽃을 보니 너무나 아름답다.세상의 모든 인연과 세속의 번잡함을 여기에서 이순간만은 잊고 싶다.다들 그런마음

으로 자신을 채찍찔해서 나이에 무리하게 걸은게 아닌가 싶다.우리 모두 사십중반인데 다들 무엇을 잊고 싶은걸까?

아이들 과외비,심드렁한 아내의 "돈도 못버는 주제에.." 라는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질 때의 민망함,아님 앞으로도 희

망이 느껴지지 않는 암울한 미래? 아니,아니 그런 세상이 우리에게 보내는 차가운  불신을 보기좋게 한방에 날려 버

릴려는 마음!!

"아직 한창인데 내가 질수 있나?" 하는 지독한 오기와, 밝은 미래의 운을 개척하고 싶은 갈망이 그렇게 몸을 고단하

게 했나보다. 세석봉을 지나니 곧 장터목대피소가 나온다 .여기서 물을 받고 바로 내려간다. 계곡을 끼고 내려가는

길이어서 졸졸 흐르는 가냘픈 소리에,때로는 모습을 갖춘 폭포수에서 쏟아져 내는 장쾌함  들으면서 내려가는 하산

길이 그렇게 지겹지는 않지만  꽤나 먼길이다.중간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자 계곡을 내려가니 취사나 야영시 벌금이

100만원이다.100만원이 누구집 애 이름인가.!! 어린애 마냥 물속에 풍덩 들어가고 만다.너무 시원 하다.잠시 쉬었다

가 모두들 주린배를 안고서 바로 내려간다.지리지리하게 내려가니 ,우리 산행의 끝이 나온다.휴식시간 1시간30분 정

도 포함하여 5시간 58분 걸렸다.우리 나이에 비하면 꽤나  달린 산행이었다.돌아오는 길에 맛있게 저녁을 먹고 통영와

서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니 세상의 시름을 다 잊은 것 같다. 이글을 마치는 순간은 벌써 다음 산행을 기다리면서 마

음을 설레인다.

 

<사족>

중산리에서 천왕봉 가는길은 다른 갈림길이 없어서 길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 가족 산행으로 최적입니다..하지만 벽무

동에서 중산리 하산길은 계곡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일기에 조심해야겠습니다.비가 조금이라도내리면 피하는 것이 좋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