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하기 위한 준비

 

슬기야 !  오늘은 아빠와 청계산 가기로 한거 알지?

 

알아....

 

그럼 빨리 챙겨야지.

 

가기싫은 내색은 차마하지 못하고 대신 늦장을 부립니다.

 

그런데 가서 뭐할껀데?

 

음~ 잣이나 딸까?

 

잣이 있어 ?

 

그럼 지금 잣을 따서 먹으면 얼마나 고소한데~

 

물도 많이 챙기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힘들면 업어 줘야돼.

 

그래 알았어.

 

" 저것이 전생에 못된 군대 고참이었던 것이 분명해!"

 

 

*들머리 에서

 

아침을 거른 부녀는 눈알을 부라리며 먹거를 찿다가

숨두부와 보리밥으로 결정을 하고 늦은 아침을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아빠 조금만 가면 안돼?

 

알았어   조금만 오르다 갈께~

 

초입엔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이 많이 있었고

팻말엔 애완견 출입금지라고 써있는데도 불구하고

버젓히 개를 끌고 산으로 속속 향합니다.

 

아빠 저것도 약속인데 저러면 안되는거 아냐~  하지만 나도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 할머니가 개 싫어 하시는 거 알지?

 

시주함을 앞에 놓고 땡볕을 받으며 염불을 외는

스님의 머리위로 마지막더위를 내뿜는 태양이 작열합니다.

 

아빠 우리도 돈내자.

..................

 

스님의 목탁소리는 목탁깨지는 듯이 울리고 우리부녀를 주시한다.

"조계종에서는 탁발금지인데~"

 

 

*잣나무 숲

 

이게 잣나무야 저기봐 잣나무 보이지?  

그리고 잣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소독기능이 있어 우리몸에도 좋은 거야.

향기도 좋지?

 

좋은 것 같아.

빨리 잣이나 따자 아빠.

 

(힘없는 소리로) 알았어.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잣나무꼭대기에 매달린 잣송이는 유난히 높아만 보입니다.

 

사주를 경계한다음 부녀는 잣나무숲으로 잠입하고

잣나무를 올려다 보았으나 무성한 가지에 가려 잣송이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 우이씨~ 괜히 잣은 따준다고 해가지고~"

 

여기저기 청설모가 떨어뜨려 놓았는지 잣송이는 더러 있었으나 쭉정이 뿐입니다.

 

"잣은 왜 꼭대기에만 달리는 거야~"

"나무에 오르면 잣나무 진으로 옷은 범벅이되고 이 육중한 몸뚱이로 가는 가지에 기어 오르다

장렬하게 산화하면 저것이 슬프게 울어주기나 할까?"

 

이나무 저나무를 기웃거리다 번쩍하고 떠오르는 생각

잣나무꼭대기와 높이가 같은 바위로 기어 올라 막대기로 딴다?!!!

 

주위를 살펴보니 조건에 거의 흡사한 지형과 잣나무 발견.

바위를 기어 오르며 자랑스럽게 딸아이를 부릅니다.

 

슬기야!   아빠 바위 잘 타지 않냐?    이런걸 릿지라고 하는 거야!

 

바위틈에서 자란 풀포기 잡고 오르다 풀이 뽑혀 굴러 떨어 지는 줄 알았슴돠^^*

 

바위에는 올랐으나 잣나무는 내 짧은 팔에는 잡히지도 않고 육수만 줄줄~

겨우 나무가지를 주워 하나를 떨어뜨리는 데 성공!!!!

 

(속으로) 심~~봤~~다!!!

 

슬기야 아빠 봤지?   대단하지 않냐?

 

(마지못해) 응

 

부녀는 잣송이 안에 이상한 애벌레가 있는 잣송이를 열심히 헤집고 있었다.(별 소득도 없는~)

약수터에서 땀을 씻고 초컬릿을 먹인 다음 옥녀봉까지 가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옥녀봉을 향하여

 

아빠 처녀봉까지 꼭 가야해?

 

야 무슨 처녀봉이야?  옥녀봉이라니까..

 

아빠 그러면 처녀봉도 있어?

 

있긴하지

 

어디있어?

 

사람들이 아직 올라가지못한 봉우리를 처녀봉이라 하는 거야.

 

왜 처녀봉이라 해?

 

처녀들은 순결하고 때 묻지 않아서 그런거지...

 

아빠 왜 처녀만 순결해?

 

야 산에서 말 많이 하면 힘들어 빨리 올라가자!!

 

얼굴이 아빠와 판박이인 딸아이는 육수많이 흘리는 것 까지 똑같았습니다.

그늘에 앉아 몇번을 쉬고 제 또래가 있는 가족을 경쟁자 삼아 오르니

욕심많은 딸아이는 오랜만에 시원스레 오릅니다.

 

*옥녀봉

 

저기 보이는 봉우리 보이지?   저기가 매봉인데 다음엔 저기까지 가는 거야~

 

알았어

 

산에 오니까 좋지?

올라올때 힘은 들었지만 올라오니 얼마나 좋아 ?   오르지 않으면 이런 즐거움을 모르는 거야....

그리고 우리 인생은 항상 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들때가 많아... 힘들다고 포기하면 정상에는 못서잖아...

옛날 일본에 도꾸가와 이에야쓰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사람이 일본의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지금의 도쿄로...어쩌구....

 

아빠   초컬릿 남은것 없어?

 

너 내 얘기들은거야?

 

뭐라고 했는데....

 

내려가자!

 

내리막길에서는 잘도 내려가는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습니다.

 

 

*약수터에서

 

아빠 더우니까 내가 머리에 물부어 줄께.

 

괜찮아   어차피 또 땀흘릴건데 뭐.

 

아니야 진짜 시원해.

 

그래 알았어.

 

머리에 약수를 바가지에 받아 그것도 어린 딸아이가 부어 주니 얼마나 시원한지...

 

아빠 셔츠도 벗어 등에 물부어 줄께.

 

(선심쓰듯) 알았어.

 

나는 그만 됐고 너도 셔츠 벗어.

 

아빠 나는 여자라서 챙피해.

 

뭐 어때   사람도 없고 너는 아직 어려서 괜찮아.

 

알았어.

 

이따금씩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긴 하였지만 부녀는 약수로 등목을 하였습니다.

파란하늘아래 웃통을 벗은 부녀는 한없이 행복합니다.

 

슬기야 산에 아빠랑 또 올래?

 

응   너무 재미있어....

 

내려오는 길에 파와 해물이 듬뿍들어 있는 파전을 먹으며 청계산의 하루를

되 새기며 산행을 마쳤습니다.

 

슬기야~ 아빠는 너와 산에 올때가 가장 행복해!!!

 

**권슬기: 그녀는 지금 서울의 모초등학교 4학년이며 산보다는 영화에 관심을 보임. 좀 더 높은 산을 다녀오면 산행기 쓰기로 약속한 상태임.